슈만의 교향곡 | |||
교향곡 1번 B플랫장조 "봄" | 교향곡 2번 C장조 | 교향곡 3번 E플랫장조 "라인" | 교향곡 4번 D단조 |
정식 명칭: 교향곡 제2번 C장조 작품 61
(Sinfonie Nr.2 C-dur op.61/Symphony no.2 in C major, op.61)
“저는 반쯤 병든 상태에서 이 교향곡을 썼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이 쓰는 것 같았죠. 마지막 악장에서야 다시 제 자신을 느낄 수 있었고, 비로소 전곡을 좋은 상태에서 마칠 수 있었습니다.”
-로베르트 슈만이 지휘자 오텐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로베르트 슈만이 지휘자 오텐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1. 개요
슈만의 번호 상으로는 두 번째, 실질적으로는 세 번째 교향곡. 전작인 1번이 불과 한 달 정도 걸려서 썼고, 4번도 초판은 약 넉 달 가량 작곡된 데 비해 이 곡은 거의 10개월에 걸리는 시간이 투자되었다. 슈만을 평생 동안 괴롭히게 되는 우울장애가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 이 증상은 1843년 초엽에 처음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같은 해 말 부터 이듬 해 초엽까지 아내 클라라와 진행한 러시아 순회 공연도 순탄치 못한 여정이었다고 한다.그나마 귀국 후 클라라와 지인들의 조언에 따라 라이프치히에서 드레스덴으로 옮겨가 요양 생활을 했는데, 효과가 있었는 지 1845년 무렵에는 어느 정도 회복되어 다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이 곡도 그 해 12월 12일 부터 초고(스케치)가 작성되기 시작했고, 연말에는 거의 완성되어 해를 넘긴 뒤인 1846년에는 관현악 편곡(오케스트레이션)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 또 우울장애가 발병하는 바람에 작업은 상당히 느리게 진척되었고, 10월 19일에야 전곡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아주 생소해 보이는 곡 같지만, 사실 1980-1990년대의 한국인들은 이 교향곡의 일부분을 알게 모르게 수도 없이 들었다. 이유는 후술.
2. 곡의 형태
1번과 마찬가지로 고전적인 4악장제를 취하고 있는데, 다만 스케르초 악장과 느린 악장이 각각 2악장과 3악장에 뒤집혀 배치되었다. 또 1악장 서주에 등장하는 팡파르풍 악구를 3악장을 제외한 전곡에 등장시키면서 곡의 통일성을 확립하는 시도도 행하고 있다.1악장은 꽤 긴 서주가 붙은 소나타 형식으로, 1번과 비슷하게 호른과 트럼펫, 알토트롬본이 연주하는 팡파르풍 악구로 시작한다. 다만 기세 좋게 불었던 1번과 달리, 여기서는 조용하게 등장하고 뒤에 현의 조용한 반주가 깔리는 점이 다르다. 이어 목관과 현이 차례로 해당 악구를 응용하면서 전면에 등장한 뒤, 속도가 약간 빨라지고 현의 트레몰로를 배경으로 첫 주제의 리듬을 응용한 악구들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긴장감을 끌어낸다.
유연한 악구와 짧게 끊어치는 악구 사이의 대비를 한 차례 가져온 뒤 본론으로 들어가는데, 클라리넷과 바순, 바이올린이 함께 연주하는 활달한 부점 리듬으로 구성된 주제가 먼저 등장한다. 이 주제를 한 차례 발전시킨 뒤 두 번째 주제로 보이는 유연한 진행의 악구도 등장하지만, 주제 제시부가 진행되는 내내 뚜렷한 제2주제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단일 주제에 의한 소나타 형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제시부는 고전 소나타 형식의 규칙 대로 한 차례 반복된다.
발전부는 베토벤 풍으로 꽤 길게 늘린 모양새인데, 부점 리듬의 주제는 사실상 역할이 없고, 전반부에서는 유연하게 진행된 악구를, 후반부에서는 첫 주제를 수식하던 현의 트레몰로 악구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형식과 꽤 동떨어진 모양새다. 각 악구의 성격에 맞추어 이완과 긴장을 조절하며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부점 리듬 주제를 응용한 대목이 목관과 전체 합주(투티)에서 잠깐 나타나고, 이어 유연한 악구를 응용한 이행부를 거쳐 재현부로 진입한다.
재현부는 여리게 제시되었던 주제를 전체 합주로 제시하고, 또 고전 형식에 맞추어 후반부의 조성을 변형시키고 있다. 이어지는 마지막 종결부의 경우에도 발전부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길게 잡았는데, 여기서는 발전부에서 그다지 쓰이지 않았던 주제 악상의 응용이나 악장 첫머리에 연주된 금관 팡파르의 두드러진 활약 등을 볼 수 있다.
2악장은 상술한 대로 서로 다른 중간부(트리오)를 둔 ABACA 5부 형식의 스케르초인데, 다만 미뉴에트에서 파생된 3박 계통이 아니라 2박 계통의 상당히 빠른 템포를 취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것들과 차이가 있다. 특히 제1바이올린은 쉴 새없이 계속 16분음표로 구성된 아르페지오(펼침화음)를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곡의 초연 때도 바이올린 단원들이 기술적인 문제로 크게 애를 먹은 바 있다.
첫 중간부는 속도를 좀 더 당기고 현악기가 주로 활약한 전반부에 비해 셋잇단음표의 경쾌한 스타카토 악구를 연주하며 등장하는 목관이 주도권을 잡는다. 물론 현도 그에 대비되는 유연한 악구로 화답하는 식으로 등장하고, 이 부분이 마무리되면 다시 A부분의 반복이 진행된다. 이어지는 두 번째 중간부는 첫 번째와 달리 템포 변화는 없고, 대신 여유로운 음가의 선율이 주가 되면서 한결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A부분이 다시 반복되는데, 다만 후반에 16분음표 음형을 응용한 종결부(코다)가 붙어 있고 1악장 서주의 금관 악구도 등장한다. 맨 마지막은 바이올린들이 치고 올라가는 강렬한 펼침화음 악구로 마무리되는데, 이 악구는 1984~98년 동안 공익광고협의회에서 제작된 공익광고의 징글로 쓰이기도 했다.[1]
3악장은 정신없이 달려준 2악장과 크게 대비되는 서정적이고 때로는 몽환적이기까지 한 느린 악장인데, 소나타 형식을 기본으로 하고는 있지만 슈만의 피아노곡에서 주로 등장하는 환상곡 스타일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이올린으로 제시되는 첫 번째 주제로 바로 시작하는데, 시작은 C단조지만 후반에 가면 관계 장조인 E플랫장조로 조옮김이 이루어지는 약간 애매모호한 조성감을 갖는다. 이 주제는 오보에 독주로 한 차례 반복된다.
이어 호른과 목관의 비교적 단순한 문답형 진행으로 구성된 이행부를 거쳐 다시 주제의 단편들이 클라리넷과 플루트 연주로 등장하고, 현이 이어받아 다소 비탄조로 고양시켜 한 차례 클라이맥스를 형성하고 잦아든다. 이어 현의 스타카토 악구로 구성된 대위법 진행이 두드러지는 이행부가 나타나는데, 이 대목은 슈만이 이 곡 직전에 바흐의 작품을 연구하며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푸가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진행은 이미 나왔던 악상들을 조성만 바꿔서 반복하는 일종의 재현부로 되어 있고, C단조에서 C장조로 조바꿈된 짧은 종결부(코데타)가 덧붙어 마무리된다.
마지막 4악장은 소나타 형식을 자유롭게 응용하고 있는데, 바이올린의 기세좋은 상승 음형으로 시작한다. 이어 목관이 부점 리듬 위주로 구성된 악구로 화답하고, 전체 관현악이 악구를 바로 응용한 행진곡 스타일의 힘찬 주제를 바로 내놓는다. 이 주제 뒤 빠른 16분 음표의 오르내림으로 구성된 이행부를 거쳐 클라리넷과 바순, 비올라, 첼로가 3악장의 주제 단편을 연주하는데, 선행 악장의 요소를 끌어다 쓰는 아이디어는 이미 4번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다만 이 대목은 딱히 주제라고 할 만한 규모와 구성은 아니라서, 1악장과 마찬가지로 제2주제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이어 저음 현의 빠른 속주로 뒷받침되는 이행부를 거쳐서 첫 주제가 다시 등장하고, 첫 번째 상승 음형을 응용한 전개부풍 대목으로 들어간다. 이 대목은 오보에와 첼로 독주로 새롭게 제시되는 선율의 단편, 3악장 주제의 단편 등이 얼키고 설키는 식으로 구성되어 다소 난삽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현과 팀파니의 트레몰로로 고양된 뒤 한 차례 총휴지(게네랄파우제)가 이루어지며 한 숨 돌리는 느낌을 준다.
총휴지 후에는 기존 형식으로 설명하기 힘든, 또 하나의 발전부풍 대목이 이어진다. 오보에+첼로가 제시한 선율, 1악장 서두의 팡파르풍 악구와 목관 악구가 뒤섞이면서 진행되며, 팀파니의 강한 셋잇단음표 연주가 전면에 등장하며 전곡이 장대한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관현악 편성은 플루트 2/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호른 2/트럼펫 2/트롬본 3/팀파니/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호른을 네 대 쓴 1번, 4번과 달리 여기서는 고전 시대의 기준 스펙인 두 대만 사용하고 있다.
3. 초연과 출판
1846년 11월 5일에 라이프치히에서 멘델스존의 지휘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초연했는데, 다만 초연 당시의 평은 다소 뜨뜻미지근했다. 열흘 뒤에 재연되었을 때는 그보다 좀 나은 평을 받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술적/음악적으로 모두 난해한 곡이라는 여론이 강했다. 곡은 스웨덴 국왕이었던 오스카 1세에게 헌정되었다.실제로 19세기에는 마치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처럼 너무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라는 선입관이 강해서 그다지 자주 연주되지 못했지만, 20세기 들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상상력이 풍부한 곡이라는 재평가를 받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슈만 교향곡 중에서는 연주 빈도가 낮은 편이며, 동아시아에서 서양음악을 상당히 빨리 받아들인 일본에서도 1963년에야 초연되는 등 대중적인 인지도는 떨어진다.
출판은 1847년에 라이프치히의 F.비스틀링 음악출판사에서 행해졌는데, 4번의 초판본이 슈만 생전에 미출판되었고 개정판도 한참 뒤에 나왔기 때문에 이 곡에 2번이라는 정식 순번이 매겨지게 되었다.
4. 기타
- 국내에서 1984년 ~ 1998년 사이의 TV, 라디오 공익광고에는 말미에 이 곡 2악장 끝부분을 제임스 라스트 악단이 연주한 징글[2]이 사용되었다.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다른 좋은 음악도 많은데 이 소름돋는 징글을 고집한 이유는, 그것도 14년째 전혀 바꾸지 않았던 이유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에 적절한 멜로디였기 때문이다. 사실 저 교향곡 2번 자체도 그놈의 징글만 빼면 경쾌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생각해보라. 해골을 닮은 CI로고가 검은색 TV에 큼지막하게 나와있고 이 징글이 연주되면 얼마나 무서울까. 우스갯소리로 어린아이를 공익광고가 틀어져 있는 방안에 혼자 놔두면 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 1998년작 '처음처럼' 편 이후 2년동안 잠깐 쓰이지 않다가 2000년작 '헌혈' 편에서 바이올린 독주로 편곡된 버전을 끝으로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