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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6 16:02:29

중앙아시아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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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기원3. 특성4. 수사5. 구술 채록 사례6. 관련 문서




고려인 2세 영화감독 송 라브렌티의 다큐멘터리 '고려 사람'. 배경은 1990년대의 카자흐스탄 우슈토베[1] 일대다. #

이하는 14분부터 나오는 인터뷰어와 러시아 여성 코르치미나 발랴(Корчмина Валя)씨의 대화 내용이다.[2] 대화 중에 일부 포함된 러시아어는 밑줄 표시한다.
남자: 잉게(여기) 무슨 무슨 숨궜는지(심었는지) 좀 이애길 하오.
아주머니: 누[3], 뭇으 숨구겠소. 그저 이집 먹으르 것도 다드배차(양배추) 숨구고, 배차(배추)도 숨구고, 뻠도르(помидор:토마토) 숨구고, 무슨 감자도 숨구고, 그, 치스노크(чеснок:마늘)도 숨구고 마늘도 숨궜지. 뭐 다른 건...
남자: 그걸로 충분한가?(А это хватается всё?)
아주머니: 뭐. 내가 먹을 만큼은 충분하지.(Ммм, хватается себя). 자비(자기) ??? хватвется.(??? 충분하지.)[4]
아주머니: 팔라 못 댕기오. 밭은 크(그) 만만한(상당한) 사람들은 저 바사(Базар:시장) 갖다 팔고 바그잘(Вокзал:기차역)에 내고 우린 못 파오. 저거 자브르 먹을 자브르 먹으나 자비(자기) 입시는 거만 자끔씩 하오.
남자: 그래도 좀 도배 있지(도움이 되지)
아주머니: 도배 있제. 말리나(малина:산딸기)도 조쿰 숨구고 말리나는 저것들도 약으로, 바레니예(варенье:잼)도 달이고. 능금(사과)으느 작소. 능금은 어저(이제) 다 얼엤소. 낭구(나무) 싹 얼아서 못, 못 먹소.
남자: 그래도 달겠소(달렸소)?
아주머니: 쪼끔씩 달겠소. 뭐 멫(몇) 알 아이다(아니다). 올해 싹 얼구고.
남자: 얼궜는가?
아주머니: 비노그라드(виноград:포도) 우리 마당이 싹 얼궜소. 봄에.
남자: 저 보니까 좀 비노그라드 그래도 있지 뭐.
아주머니: 비노그라드 좀 있소. 얼구지 않았담 더 많앴지.
아주머니: 우, 우리, 야그[5] 자 저 자, 고려 아매(할매) 하내 있는데, 한제(밖에) 나오면 자꾸 "왈랴[6], 고려말 좀 해보기요(해보시오). 왈랴 말 하는 게 잠말 재미있소. 좀 해보기요. 아매가 좀 해보기요." 무슨 고려말 하기르 그렇게 음 자꾸 나르[7] 말으 시켜. 고려말 하라고. 계족(계속) 계속 이야기도 하고.
남자: 이 젵에(곁에) 사시던(?)[8] 조선 사람, 고려 사람 있소?
아주머니: 젙에 저 질(길) 넘어에 랴담(рядом:옆에) 러시아 사람이오. 한 집이(집에) 있다. 고려 여자들이. 고려 사람이. 나머지는 러시아 사람이오(Осталные русский).
남자: 그래 지금 고려 사람들이 고려말 몬 흐는데(못 하는데), 왈랴는 고려말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 헤헤.
아주머니: 한뉘를(한평생을) 여기 있은게 그래 고려말을 어떻게 아이 배우겠소? 고려 사람, 고려 여자들과 일으 같이 했지. 서른 야듧 해를 같이 일으 했소. (언어 불명확)[9] 고려 사람들이 이사르 여이 왔지. 우린 로시아 사람들도 딱 다섯 집 있었소.
남자: 영게(여기에)?
아주머니: 프룬제.[10] 아스딸늬예(остальные:나머지 사람들)로시아 저, 고려 사람이지. 어떻게 아이, 고려 아들과(아이들과) 같이 그냥 놀았지. 그래서 그렇지 뭐.

1. 개요

북부 동북 방언의 하위 방언으로,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 사용하는 한국어의 일종이다. 고려말(Корё мар), 고려어라고도 한다.

2. 기원

한국어의 방언으로, 가장 가까운 방언은 동북 방언이다. 이유는 연해주에 거주하던 고려인 대부분이 함경도에서 이주한 사람들이었기 때문. 구한말부터 함경도 사람들이 연해주로 건너가 정착했기 때문에 원래 이 지역에서 거주하던 고려인 대부분이 동북 방언 화자였다. 특히나 19세기 이후 한국어의 문어체구어가 급변한 데 비해 이들은 격절되어 주로 구어로만 쓰였기에 현재에도 옛말의 흔적이 꽤 남아있다.

과거 소련이 라티니자치야 정책(латинизация)[11]을 펼치던 시절 고려인들을 위해 한국어의 라틴어 표기법을 제정할 계획을 세웠으나 결과적으로 적용되지 않은 바 있다.[12]

3. 특성


현재 빠르게 사멸하고 있는 한국어 방언이다. 이유는 고려인들이 따로 민족자치구역을 배정받지 못했고,[13] 또한 교육이나 취업, 문화적인 요인으로 러시아어모국어로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수가 수월하지 못한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고려인 3세대 정도만 되어도 중앙아시아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 아예 국시 같은 몇몇 단어만 아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한국어를 배워서 대한민국식 한국어는 알지만 중앙아시아 한국어는 아예 모르는 고려인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일하며 한국어를 배운 고려인들과 중앙아시아 한국어를 구사하는 고려인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러시아어로 대화하기도 한다.[14]

한국에서 일을 하며 한국어를 배운 모국어가 러시아어인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 한국어를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한국어가 모어인 고려인들은 대한민국 표준어를 쉽고 천천히 이야기해주면 그럭저럭 이해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기초적인 단어들이 다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서로 매우 잘 이해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게 표준어는 서울 방언을 기초로 한 것이고 중앙아시아 한국어의 기초가 된 함경도 방언은 육진 방언[15]이 아닐지라도 억양부터 표준어랑 상당히 다르다.

이는 고려인 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부의 다른 소수민족들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1930년대 ~ 5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스탈린의 철권 통치로 인한 민족 문화의 파괴, 출세를 위해 부모 세대들이 자식 세대들에게 러시아어 학습을 권하거나 자식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러시아어를 익힌 것 등의 이유로 소련 내부에서 점차적으로 소수민족의 민족어 사용율이 떨어져 버렸다. 뒤늦게나마 소련 정부가 스탈린 사후에 스탈린의 폭압적인 정책을 뒤엎고 소수 민족들을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지만, 자기 민족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과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는 사람의 수는 계속해서 감소했다.

어휘적으로는 러시아어 차용어가 매우 많다는 것이 특징. 한국어로 단어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러시아어를 그대로 차용해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비에트 연방 구성 15개국은 일종의 민족 국가 형태[16]였고, 그나마 이렇게 국가 형태를 이룬 민족들의 언어는 어느 정도 발전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찬밥 신세였기 때문.

중앙아시아 한국어는 다시 카자흐스탄 고려말, 우즈베키스탄 고려말, 키르기스스탄 고려말 등, 각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어서 지역별로 가르기도 한다.

4. 수사

1 хана Hana 하나
2 тури Turi 두리
3 сей Sej 세이
4 ней Nej 네이
5 тасы Tas' 다스
6 есы Jes' 예스
7 иргуби Irgubi 일구비
8 ядырби Jad'rbi 야들비
9 ауби Aubi 아우비
10 ери Jeri 예리
20 тудон / сымури Tudon / S'muri 두던 / 스무리
100 пяги Pjagi 뱌기
1,000 хан чхэй Han Čhej 한 체이
1,000,000 хан миллион Han Million 한 밀리온
1,000,000,000 хан миллиард Han Milliard 한 밀리아르드

5. 구술 채록 사례

국립국어원방언 자료의 일부를 기재한다. 자료 출처

본 채록의 보다 자세한 해설 등은 국립국어원 해외 지역어 구술자료 총서 《중앙아시아 이주 한민족의 언어와 생활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곽충구 저, 태학사, 2009)에 실려 있다. 그 외에도 같은 총서 중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채록한 책이 한 권 더 있으니 참고하기에 좋다. 또한 알마티의 채록 제보자는 소위 '육진 방언' 을 상용했던 마을(블라고슬라벤노예)[19] 출신이라서 이 채록 제보자와는 살짝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좋은 비교가 된다.
조사자: 곽충구(서강대 교수)
제보자: 김슈라(여, 88세, 1921년생)
보조 제보자: 박올가(여, 86세, 1923년생)
조사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시온고 마을(Узбекистан, с/х Ахмат Яссови, ул. Мустакелик 33)
조사년: 2008년
<조사자> 그래 저기 아매 에 엊저낙에 저녁에 원, 원동 생각을 많이 하셨슴둥?

<제보자> 야아!, 어전으 원동생각이 거저 혹:간 어떤 적(쩍)에느 거저 자부램이나 아이 오구 이래 이래녜느 아:때랑 어티기 자라던 일이랑 이런 거 생각하지(sɛŋgak̚haǰi)[20] 야˜. 기랴구 할머니 한어부지 잇을 적에 우리 그때 그 시절에느 조오꼼 그 긔래두 내지에 그런 법이 조끔 알았단 말이. 우리 나이 어레시 적(쩍)에. 시장 아덜으느 한나투 이 고레 그런거 이거 무스거 말하무, ‘마마!, 어머니! 이래. '아~이! 그전에느 그전이구 시자~으느 시자˜이다나이 그 우리느 그런 거 아(aʔ) 모른다, 모른다’구 이러지 음. 이렇단 말이오, 시장아덜이. 걔, 긔랴(kïɾya)[21] 우리 고레법으느 그래 못쓴다구. 이상 지하르 알아야 된다구. 이릏기 그래녜녜느. 야 아!, 그전 다아 법이 배끼워서…….
<조사자> 그래 저기 할머니, 에, 엊저녁에 원동(遠東)[22] 시절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셨습니까?

<제보자> 야아!, 이제는 원동 생각이 그저 혹간 어떤 때에는 그저 잠이나 안 오고 이러, 이러면 아이 때 자라던 일이랑 이런 거 생각하지 응.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실 적에 우리 그때 그 시절에는 조끔 그 그래도 내지(內地, =본국)의 그런 예법을 조금 알았단 말이오. 우리 나이 어렸을 때에. 지금 아이들은 하나도 (그 예법을 몰라) 이 고려 예법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면, '어머니! 어머니!' 부르며 이래, '아니! 그전은 그전이고 지금은 지금이고 보니 우리는 그런 거 아 모른다, 모른다'고 이러지. 음. 이렇단 말이오, 지금 아이들이. 그래, 그래 우리 고려의 예법으로는 그래서는 못 쓴다고. 위아래를 알아야 된다고. 그렇게 그러면. 야! 그전 다 예법이 바뀌어서…….

6. 관련 문서



[1] 1937년 이오시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 이주 당시 고려인들이 강제로 정착한 지역 중 하나다.[2] 여기 나오는 아주머니는 2018년에도 중앙아시아 한국어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고, 2021년에도 잘 살고 계신다. #[3] 러시아어 간투사인 Ну일 가능성 존재.[4] "모두 충분하지"(всем хватвется)일 가능성 존재.[5] "랴담(рядом:옆에)"일 가능성 존재.[6] 화자의 이름. 발랴(Валя, Valja)의 /v/가 한국어의 /w/로 바뀐 것.[7] 한국어의 어말 ㄹ 발음이 러시아의 р /r/ 발음으로 구현되고 있다.[8] "сосед도"(сосед:이웃)일 가능성 존재.[9] 러시아어로 "고려 사람들이 36년에서 37년에"(коре сарам в тридцать шестом и тридцать седьмом году)라고 말한다는 견해가 있다.[10] Фрунзе.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의 소련 시절(정확히는 1926-1991) 명칭.[11] 1920-30년대 소련이 소수 민족들을 중심으로 펼치던 정책. 문자가 없거나 문자가 있더라도 키릴 문자나 라틴 문자가 아닌 문자(예: 아랍 문자)를 사용하던 소련 내 소수 민족들의 언어를 정리하여 라틴 문자에 기반한 새로운 정서법을 제정하고 보급하려 노력하였다. 이 시절 정서법을 보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라틴 문자가 여럿 있으며 이들 대다수는 유니코드에도 등록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후 스탈린 집권 이후 중단되었고, 스탈린 정권은 라틴 문자 대신 키릴 문자를 사용하는 "키릴리자치야" 정책을 펼쳐 키릴 문자에 기반한 새로운 정서법을 제정 및 보급하였다. 현재도 이 키릴 문자에 기반한 정서법은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다.[12] 당시 라티니자치야 정책에 포함된 소수 민족의 언어는 70개였으며, 이와 별개로 우드무르트어, 아랍어, 알류트어, 한국어 4개 언어는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소수 민족이 소련 영토 내에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표기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13] 소련 초창기에는 고려인들에게도 민족자치구역을 배정시킨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스탈린 집권 후에 일본제국령 만주와 가깝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되었고, 1937년에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 일대로 강제이주시키면서 민족자치구역을 배정받을일이 없어졌다.[14] 애초에 같은 뿌리를 가진 언어라도 그 차이가 심한 사투리는 사실상 외국어라 봐도 무방하다.[15] 제주도보다는 좀 알아듣기 쉽고, 조선족이나 탈북민이 이 방언을 섞어 사용하는 모습이 매체에 등장하기도 한다. 육진 방언 사용지역에서 '안녕하심까'라고 하면 제주도에서는 안녕하십니까에 정확히 대응되는 표현이 없어 'ᄒᆞᆫ저 옵서예(혼저 옵서예)'같은 식으로 말하는 식이다.[16] 그래서 당시 소비에트 연방 구성 15개국의 이름은 모두 '민족명+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형태였다. 예를 들면 오늘날 카자흐스탄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소비에트 연방 헌법상 하나의 공화국을 이룰 수 있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민족들은 자치공화국을 이루거나, 그냥 적당히 섞여 살았다. 그리고 이렇게 '적당히 섞여 살았던' 민족들은 빠르게 자국어를 버리고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택했다.[17] 이것은 순경음 비읍의 흔적일 수도 있다.[18] 서울에서 먼 지역 자체가 방언주권론과 비슷한 원리로 일부 표현이 겹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제주도의 '-수다'라는 높임말이 평안도에서 비슷하게 쓰이는 사례도 있다. #[19] 사말리, 사만리, 사말리촌 등으로 불림. 1870년경 러시아 당국에 의해 저 멀리 하바롭스크 인근에 조성된 재정착촌. 일찌감치 다른 고려인 사회와 격리되었기 때문에, 고려인 강제 이주 이후엔 이 마을 사람들과 다른 고려인들 간에 의사소통이 어려웠다고 한다.[20] 불파음까지 밝혀 적은 것으로 볼 때 발음표기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ㅈ의 음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 한국어 화자의 초음 ㅈ 음가는 t͡ɕ로 치경구개 파찰음에 해당한다. 그런데 해당 표기가 정확하다면, 이 화자는 ㅈ을 후치경 파찰음으로 발음했다는 소리가 된다. 다만 러시아어에도 한국어에도 후치경 파찰음은 독립된 음운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의 발음과 같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실 후치경 파열음과 치경구개 파찰음은 거의 대다수의 언어에서 구별이 되지 않는다.[21] 모음 'ㅢ'를 ï로 표기했는데, 별도로 표기한 것을 보아 러시아어 모음 ы로 발음했을 가능성 존재.[22] 러시아 극동. 북한에서도 '극동'이 아니라 '원동'으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