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ㄹ의 발음인 L계 음과 R계 음을 정리한 문서이다. 개별 음소를 초월하여 언어 화자의 인지적 차원에서 공통된 범주 혹은 다른 범주로 인식되므로 음운론의 연구 대상이다.2. Rhotic(R계 음)
치경 전동음 [r], 치경 접근음 [ɹ], 치경 탄음 [ɾ], 치경 마찰 전동음 [r̝], 권설 전동음 [ɽ͡r], 권설 접근음 [ɻ], 권설 탄음 [ɽ], 구개수 전동음 [ʀ], 구개수 탄음 [ɢ̆], 구개수 유성 마찰음 [ʁ]이 해당한다.한국어에는 치경 탄음(모음 사이 ㄹ)이, 영어에는 후치경 접근음, 유럽 쪽에는 구개수 전동음·접근음, 치경 전동음이 있다.
특이하게도 잘 구개음화되지 않는다. 치경 탄음은 될 수는 있지만(ȡ̆) 매우 불안정한 발음이고, 치경 접근음은 구개음화(j̟)되면 음가가 거의 사라진다. 구개음화된 r를 나타내는 자모가 따로 있는 체코어 ř는 사실상 rž를 빠르게 발음하는 것과 같고, 폴란드어 rz는 ż와 발음이 같다.
'측면'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아래 lateral과는 달리 rhotic이라는 단어에는 음성학적인 의미가 없고 단지 소리가 그리스 문자 ρ(rho) 같다고 해서 rho-tic이라고 붙인 것이다. 따라서 번역하기도 어렵고 대개 'R계 음'이라고 하거나 그냥 rhotic이라고 한다. 엄밀히 직역하자면 'rho계 음'이겠지만 어차피 로마자 'r'도 그리스 문자 'ρ'에서 온 것이므로 크게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연관성이 거의 없어보이는 치경음과 구개수음이 모두 rhotic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다. 보통 한 언어에 1개의 음소가 있다고 하며 3개 이상의 음소로 존재하는 일은 매우 적다. 그러나 음성 단위에서는 여러 변이음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Lateral(L계 음)
설측 치경 접근음 [l], 연구개화 설측 치경 접근음 [ɫ], 설측 권설 접근음 [ɭ], 설측 치경구개 접근음 [ȴ], 설측 경구개 접근음 [ʎ], 설측 연구개 접근음 [ʟ] 등의 설측 접근음들이 속한다.[1]우선 이 발음은 R계와는 달리 구개음화된다. 이외에도 폴란드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에서는 /j/, /w/와 같은 반모음으로 합류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한국어엔 [l](어두 ㄹ), [ɭ](종성 ㄹ) 등이 있고 영어에서는 [l](어두), [ɫ](어말) 등이 있다.
설측음 문서도 참고.
4. l과 r 사이의 혼란
- 동아시아의 언어들에서는 어두에 rhotic이나 lateral이 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둘 사이의 구분이 모호하다.
- 한국어의 ㄹ: ㄹ로 시작하는 단어가 고유어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으며, 한자어도 두음법칙 때문에 ㄴ으로 바뀌거나 ㄹ이 탈락한다. 한국어는 ㄹ이 위치에 따라 rhotic인지 lateral인지 결정된다. 발음 기준 어두에서는 lateral, rhotic 둘 다 쓰이고, 모음 뒤의 초성 ㄹ은 rhotic, 종성 ㄹ과 ㄹㄹ은 lateral이다. 이에 따라 파생되는 차용어 음운론적 문제 등이 있다. 예컨대 영어 음소상 l로 쓰는 것을 한국어로 옮길 때 어두에서는 ㄹ 하나만, 어중에서는 ㄹㄹ이 덧나는 것으로 쓰는 것 등이다.
- 일본어의 ら행: 의성어/의태어를 제외하면 훈독이 ら행으로 시작하는 한자는 거의 없다. 한국어와 달리 lateral과 rhotic을 모두 rhotic(ら행)으로 알아듣기 때문에 어말의 l도 ル로 적고, 어중의 l도 'ル+ラ행'으로 겹쳐 적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본어 가타카나로 표기된 영미권 명사를 한국어로 번역 시 오역이 많이 발생한다.
- 표준 중국어: 한국어나 일본어보다 조금 복잡하다. 어말이 아닌 l이나 r은 lateral로, 어말의 l은 rhotic(尔; ěr)으로 알아듣고, 어말의 r은 묵음이 되거나 혹은 rhotic로 알아듣는다. 한편, 한어병음 r(er 제외)은 국제음성기호의 [ʐ]~[ɻ]에 해당하는 발음으로, sh[ʂ]에 대응되는 유성음으로 발음했던 시기에 창안된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에서 j였으므로 r 발음과 관련이 없었다. 참고(Vox) 그러나 베이징 등 북방을 중심으로 모든 r을 [ɻ]로 발음하는 경향이 강해지자 이 음가도 표준으로 굳어졌다.
- 태국어에서는 ร(r)와 ล(l)가 어말에 올 때 /n/으로 바뀐다.
- 라틴어는 L과 R가 구별되지만 모음을 사이에 두고 한 단어 안에서 연속으로 L이나 R가 연속해서 나오지 못한다. 반드시 L (모음) R (모음) L 과 같이 교차하며 나타난다. 이는 자음조화와도 관련이 있다.
[1] 예외적으로 설측 치경 마찰음 [ɬ\], [ɮ\]는 [s\], [z\]와 비슷해서인지 L/R 대립에서 빠지는 편이다.[2]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의 l→r 변화 예시: 하얀색 - blanco→branco, 접다 - doblar→dobrar, 은(銀) - plata→prata, 해변 - playa→praia, 광장 - plaza→praça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