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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5-28 21:44:06

2021년 믈라카 주총선/선거 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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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선거 전 예상3. 정당별 상황
3.1. 국민전선(BN)3.2. 희망동맹(PH)3.3. 국민연합(PN)3.4. 장대원주민당(PUTRA)3.5. 무소속 및 기타
4. 각주

1. 개요

이 문서는 2021년 믈라카 주총선에 대한 전반적인 예상에 대해 다룬다. 어디까지나 선거 전 예상이므로, 선거가 끝나도 모든 서술은 2021년 11월 20일 이전을 기준으로 한다.

2. 선거 전 예상

이 선거는 2020년 사바 주총선의 뒤를 이어 현재진행형인 정치 위기 중에 치러지는 두 번째 주총선이 되며,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 취임 후에 치러지는 첫 대규모 선거이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조기총선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는 만큼, 이 주총선은 장기적으로는 제15대 연방 총선거의 리트머스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여야 모두 이번 주총선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1]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정치적 불안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까지 발발해 말레이시아의 전반적인 상황이 매우 복잡해졌고, 한때 방역 모범국이던 말레이시아는 확진자 수 세계 20위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씀과 동시에 2019년 ~ 2021년 3년이라는 세월 사이에 총리가 세 번이나 바뀌는, 여러모로 안 좋은 상황에 놓여 있다.

상위 문서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2018년 제14대 연방 총선거에서 야권 희망동맹(PH)이 승리했지만, 이후에도 꾸준한 논란과 잡음을 일으키다 2020년 2월 24일 통일원주민당(PPBM)의 탈퇴 및 인민정의당(PKR) 내 비당권파의 제명 및 탈당으로 정권이 2년도 못 가 붕괴되었고, 대신에 기존 집권 세력인 국민전선(BN) 및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 등 범보수진영과 새로운 정부를 구성했는데 그렇게 탄생한 연합이 가칭 국민연합(PN)이었고, 무히딘 야신 PPBM 대표를 새 총리로 옹립하는 PN 정권이 수립되었다. 이 과정에서 PH는 자기네 소속 의원들이 배신했다며 배신자론을 촉발시켰고, 설상가상 어렵게 수립된 PN 정권도 과반을 겨우 넘는 턱걸이 과반으로 불안정한 상태였으며, 여기에 BN, 특히 BN을 주도하던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과 PPBM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결국 PN 합류 거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PN은 PPBM, PAS 등의 정당들만으로 BN과는 별개의 정당 연합을 구성했으나, 일단 그래도 아직까지는 인연이 남아 있었는지, 사바 주총선 때 협력을 하기는 했으며, 그렇게 사바 주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았으며, 결국 BN이 최종적으로 정권에서 이탈하는 과정을 겪게 되었고, 무히딘은 총리직에서 실각하게 되었다. 이후 UMNO 소속의 이스마일 사브리가 새 총리에 취임했으나, 도로 BN-PN 연립 정권이라 일종의 권력 싸움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 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믈라카 주에서 조기 총선이 치러지게 되었고, 사바처럼 BN-PN 협력 주장이 나오기는 했으나, 사바에서 제대로 당한 트라우마를 겪은 UMNO는 결국 PPBM과 완전히 손절을 선언했고,[2] 그렇게 BN-PH-PN 3자 대결로 치러지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만큼,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연방 총선의 윤곽이 대략적으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초기 UMNO-PAS가 구상했던 국민의 협약(MN)도 결국 PAS가 PPBM의 손을 들어주면서 불발되고 말았는데, 이번 주총선이 향후 연방 총선에서 MN이 실현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선거에서 승리한 쪽이 향후 총선에서도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3. 정당별 상황

3.1. 국민전선(BN)

1957년 독립 후 무려 61년간 장기집권을 해 왔지만,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 중국계, 인도계 등 비(非)말레이인들의 이탈,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의 표 분산 등으로 2018년 14대 연방총선에서는 희망동맹(PH)에게 예상 외의 참패를 당해 처음으로 정권을 내주게 되었다. 이후 BN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소속 일부 의원들의 PH 이적, 사라왁 지역 정당들의 집단 이탈 등이 겹쳐 암흑기가 도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새로 집권한 PH가 각종 실책(특히 인종 관련)을 일삼으며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2019년 산다칸을 제외한 각종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며 PAS와의 연합으로 서서히 재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5대 연방총선에서 BN-PAS 연합으로 압승을 이룩해 재집권을 꿈꿨으나, 2020년 2월 24일 통일원주민당(PPBM)의 PH 이탈, 인민정의당(PKR) 내 아즈민계 인사들의 제명 및 탈당으로 PH의 과반이 붕괴되었고, 이들이 BN, PAS 등과 범보수연합을 꾸리면서 예기치 못 하게 선거 없이 집권하게 되었다.

허나 그렇게 선거 없이 취임한 무히딘 야신 정부는 주도권이 PPBM에 있었기 때문에 BN 인사들은 일종의 열등감을 꾸준히 느끼고 있었고, 이 때문에 "제대로 집권한 것이 아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코로나 19가 덮쳤는데다가 PH 중에서도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민주행동당(DAP)을 어찌어찌 배제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일단 DAP만 아니면 된다", "코로나부터 극복하자"에 무게가 쏠려 훈훈하게 넘어가는 듯 싶었고, 9월 사바 주총선에서도 잡음 끝에 UMNO-PPBM 후보 단일화를 이뤄 과반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주수상 자리가 PPBM으로 넘어가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19 2차 대유행이 덮치면서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인기를 잃어가기 시작했고, UMNO 내부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며 UMNO-PPBM 갈등이 본격화되던 와중에, 결국 2021년 앞으로는 PPBM과 협력하지 않을 것을 선포한다. 이후 무히딘의 실책이 장기화되자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대표를 위시로 한 UMNO 당권파가 무히딘 지지 철회를 선언했고, 결국 과반의 지지를 잃은 무히딘은 8월 총리직에서 실각했다. 이후 UMNO 소속의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이 새 총리에 취임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여론의 호응을 얻지도 못 했고, 그렇게 출범한 이스마일 사브리 내각도 무히딘 내각을 사실상 재탕한 것이라, 결과적으로 향후 정국 주도권을 위한 몸싸움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 하고 있다. 여기에 민의를 거치지 않고 선거 없이 집권한 것에 대한 합법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UMNO-PPBM 갈등이 극에 달해 결국 일각에서 제기되던 단일화는 끝내 불발되고 말았다. 이스마일 사브리 총리는 양당 간의 갈등을 피하려고 했으나, 정작 당 지도부는 양당 협력 파기는 이미 확정된 일이라고 밝혔고, 결국 28개 모든 선거구에서 양측 연합이 충돌하게 되었다.[3]

이렇게 되는 바람에 선거에서 BN이 무난하게 이길 수 있으리라는 보장을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대한민국이나 유럽 국가들이었으면 여론조사라도 했기에 판세를 대략적으로나마 예측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겠으나, 말레이시아는 여론조사를 안 하는 나라라서, 누가 이길 지 알 수 없는 상황. 단순 농담이 아니라, 2008년 이후로 UMNO와 BN은 더 이상 말레이시아 정계를 장악하는 주도자가 아니며, 수틀리면 PH 등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BN 후보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이미 깨진 지 오래인 지금의 상황에서 승리하려면 순전히 몸을 사리는 수밖에 없다.

다만 PPBM은 UMNO와 이념적으로 봐도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순전히 UMNO 지도부에 대한 반발로 뛰쳐나온 이들이 만든 탈당세력에 그쳐서, 여론조사를 안 해도 실질적인 지지 기반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없어진 정신46(S46)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라는 것.

문제는 PPBM은 그렇다 쳐도, 말레이 민족주의와는 다른 이슬람주의를 내세워 UMNO와 차별화를 두는 PAS는 UMNO를 싫어하는 말레이인들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데, 이들이 선거 때마다 얻는 의석수는 미미하나 이는 소선거구제 때문이고, 실제 득표율은 10~20% 남짓이라 마냥 무시할 만한 득표율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UMNO/BN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악몽 그 자체인 14대 총선에서 PAS의 표가름으로 BN의 정권 상실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믈라카에서는 겨우 몇 석이었지만 이것 때문에 진짜로 주정부가 붕괴되었다. 그 때문에 이를 악물면서도 PH의 재집권을 막고자 국민의 협약(MN)을 결성해서 단일화를 꾸준히 해왔지만, 막상 PAS는 PPBM 쪽으로 기울고 국민연합(PN)을 결성하는 바람에 MN도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나마 PPBM은 내쳐도 PAS를 내치고 싶지는 않았던 UMNO 지도부는 이번 선거에서도 나름 PAS와의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정작 PAS가 PPBM의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결국 무산되었다. 이 때문에 할레드 노르딘과 같은 일부 인사들은 MN은 이제 껍데기만 남았다고 했을 정도.

이렇게 BN과 PN의 단일화가 불발되면서 양당이 전 지역구에서 충돌하게 되었는데, BN을 주도하는 UMNO는 28개 중 20개 선거구에 후보를 냈다. 즉 UMNO 후보 전원만 당선된다고 쳐도 매우 안정적인 과반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는 바꿔 말하자면 장기화되는 정치적 불안을 극복한다는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19 와중에도 정치적 불안의 장기화로 정치혐오증 등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BN은 "번영을 위한 안정(Kestabilan demi kemakmuran)"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이렇게 "안정"을 내세우는 정당 또는 후보가 대체적으로 승리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4] 여기에 당 쇄신 차원에서 대거 인물 교체를 단행한 것도 덤.

하지만, 언급했듯이 여론조사가 없는 말레이시아의 특성상 이기고 싶으면 순전히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BN 측의 독자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일종의 "도박"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즉, PN 없이도 압승하려는 일종의 중대한 베팅을 한 셈인데, 이렇게 작정하고 한 베팅이 먹혀 압승한다면, 향후 15대 연방총선에서도 PPBM이나 PAS 없이 독자행보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으며, 장기적으로는 2008년 이전의 전성기를 되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허나 그렇게 작정하고 베팅했는데 선거 전과 비슷하게 단독 과반에 실패하거나, 혹은 최악의 케이스로 말레이계 표분산의 여파로 PH가 어부지리 승리를 거뒀다면, 무리한 도박을 했다가 큰 일을 저지른 UMNO 지도부는 참패에 대한 책임으로 총사퇴가 불가피하며, 향후 15대 연방총선에서도 PPBM과 PAS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손을 뻗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러한 분석은 할리드 사마드 전 연방직할시 장관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선거를 초래한 UMNO 소속 2명이 PH로 이적해 출마하는 것과, 정통 말레이 정당을 자임하는 장대원주민당(PUTRA)이 비록 5개지만 어쨌거나 창당 후 처음으로 선거에 도전하는 것도 일종의 변수가 될 여지가 있다. 특히 PH로 출마하는 해당 2명의 전직 UMNO 주의원들 중 이드리스 하론은 단순한 의원도 아닌 아예 전직 주수상이며, 지역 내부에서 기반이 꽤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인물이 UMNO에서 이탈해서 PH로 출마할 경우, 자칫 지역 내 UMNO 기반이 붕괴할 가능성도 피할 수는 없다. 나름 초창기 PPBM의 데자뷰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5] 다만 이드리스가 일전부터 주수상직 복귀를 노리려 했다는 의혹이 불겨져 순전히 권력 때문에 철새행각을 벌였다는 비판이 꾸준히 불거지고 있고, 이 때문에 이드리스의 이탈이 큰 변수가 되기에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PUTRA의 경우, 처음 도전하는 선거라서 지지 기반이 어떻게 되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5석이라지만 이게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지난 2018년 믈라카에서 PH가 신승했던 것도 6개의 선거구에서 BN-PAS의 표 분산이 원인 중 하나였는데, 만약에 PUTRA가 PH의 어부지리 승리에 기여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PUTRA도 차기 협력 대상에서 아주 배제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3.2. 희망동맹(PH)

BN의 장기집권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여기에 BN-PAS의 표 분산까지 겹쳐 2018년 14대 연방총선에서는 예상 외의 압승을 거두었지만, 막상 그렇게 집권한 후 각종 실책으로 민심을 잃으면서 2019년 산다칸을 제외한 각종 보궐선거에서 패하면서 서서히 몰락하고 있었다. 여기에다가 BN처럼 UMNO가 절대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소속 정당들의 성향 차이가 사실상 거의 없는 것과는 달리, PH는 순전히 UMNO와 BN을 끌어내리기 위해 물과 기름이 억지로 섞인 꼴이라서, 잦은 계파 갈등에 휩싸였다. 결국 2020년 2월 24일, PPBM이 PH에서 이탈하고, PKR 내 아즈민계 의원들이 제명/탈당하면서 과반이 붕괴되어 2년도 안 돼 정권을 상실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게 취임한 무히딘 야신 정권의 합법성 논란의 불거졌고, PH는 이를 두고 "비합법적 정권", "뒷문 정권(backdoor government)"으로 규정하며, "민심되찾기(kembalikan mandat rakyat)"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사바유산당(WARISAN)발 집단 탈당으로 사바 주정부가 붕괴되었고, PH와 연대 중이던 WARISAN과 통일진보키나발루조직(UPKO)[6]는 이에 순전히 승복하는 대신에 조기 총선을 통해 스스로 자처하던 "민심 되찾기"에 승부수를 던졌으나, 합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히딘 정권의 인기가 나름 있었는데다가, 코로나 19 시국에 무리하게 대규모 선거를 강행하려는 PH-WARISAN-UPKO의 이러한 태도가 되레 반감을 사 선거에서 패하고 만다. 허나 범여권 단일화가 깔끔하게 진행되지 못 한 것과는 달리, PH는 단일화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이 덕에 선거에서 패한 것 치고는 나름 선방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향후 15대 총선에서 재집권을 꾀했으나, 그렇게 강행했던 사바 주총선도 결국 패배로 끝났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2차 대유행까지 덮쳐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에 대한 책임론을 그대로 뒤집어쓰고 말았다. 허나 무히딘 정권의 2, 3차 대유행 대응 부실로 대참극을 불러 일으키고, 여기에 UMNO-PPBM 간의 갈등이 덮치면서, PH로서는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나름의 호재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2021년 10월 4일 믈라카 주의원 4명으로 촉발된 주정부 붕괴로 조기 총선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 때 믈라카 주정부를 장악하고 있던 UMNO/BN이 조기총선을 강행하게 되었는데, 여기 4명 중에는 UMNO 출신으로 전직 주수상을 지냈던 이드리스 하론이 있다. 이후 이드리스는 PKR에 입당해 PH 후보로 출마하게 되었는데, 이 사람이 믈라카에서 나름의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 받는 인물이라, 이런 인물을 데려올 경우, PH 입장에서는 지지기반을 확장하는 데 유리해 보인다. 여기에 BN-PN이 모든 선거구에 독자출마를 강행하게 되면서, 보수표 분산으로 어부지리 승리를 거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2018년 14대 연방총선과 같이 치러졌던 지난 주총선 또한 보수표 분산이 PH의 승리에 만만치 않게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PN의 표 분산이 과연 얼만큼 통할 것이냐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PAS는 나름의 지지기반이 있기는 하지만 PPBM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위의 BN 문단에서도 언급했듯이, PPBM의 기반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분위기라서, 이들이 아무리 말레이인 표를 갈라도 실질적으로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 PAS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으나, 지난 총선에서 PH의 X맨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BN의 부패 이미지에 실망했지만 막상 PH는 찍기 뭣한 일부 말레이인 보수층 유권자를 끌어왔기에 가능했던 것도 있다. 이후 무히딘 내각을 거치면서 여러 반감을 사, 지난 총선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이번 PH는 14대 총선 당시의 PH라던가, 혹은 그의 전신들과는 너무나도 다른데, 2008년부터 BN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PAS의 역할이 컸다. 말레이인들은 PH를 구성하는 DAP를 향한 반감이 매우 크지만, PAS와 작정하고 연합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 이후 PAS는 노선차로 떨어져 나갔지만, PAS 탈당파들이 국민신뢰당(PAN)을 결성했고, UMNO 내 비당권파들이 탈당해 PPBM이나 WARISAN을 꾸리면서 이들이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다. 이 중 PPBM을 창당한 이는 다름 아닌 UMNO 출신 전직 연방총리인 마하티르였고, UMNO 지지층을 흐트러뜨리는 게 가능했던 것.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서 볼 수 있듯이 PH가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보수 정당을 끌어들였기 때문인데, 이들은 지금 이미 PH를 떠났고, 지금의 PH는 과거와는 달리 좌파 색채가 분명해진 상황이다. 즉 보수적인 목소리가 사실상 사라졌는데, 이는 바꿔 말하자면 DAP에 대한 우려를 더 이상 불식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DAP는 말레이인과 대립하던 인민행동당(PAP)에 뿌리가 있고, 이후에도 말레이인의 감정을 해하는 행동을 꾸준히 해 왔으니, 당연히 말레이인들이 반길 리가 없다. 그나마 그 동안은 언급했듯이 보수 정당을 끌어들여 이러한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게 가능했지만, 보수색이 완전히 사라진 지금의 PH로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믈라카도 전국처럼 인구의 대부분이 말레이인인 만큼 말레이인 표가 매우 중요한데, 이 표를 놓치는 순간 패배는 한순간이다.

여기에 이드리스 등 구 UMNO 인사를 자기 편으로 받아들인 것이 역으로 악재가 될 여지도 있다. PH는 무히딘 집권 이후로 자기네 소속 의원들이 이탈한 것을 두고 "배신자", "철새"로 규정하며 이들을 심판하자고 했는데, 막상 UMNO로 당선되놓고는 탈당하거나 제명된 의원들을 자신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내로남불 논란을 피하지 못 하고 있다. 이 것도 모자라, 자기네 의원이 나가서 BN 쪽에 붙으면 배신자이고 민의를 져버린 행동이라면서, 정작 BN 쪽 의원이 자신들에게 붙으면 마치 민심을 되찾는 행동인 듯마냥 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덤.

만약에 이번 주총선에서 PH가 승리한다면, 안와르 이브라힘은 향후 행보에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고, 15대 연방총선에서도 승리를 거두어 총리로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패한다면, 졸지에 안와르에게 책임론이 크게 불거질 것이고, 여기에 고령의 나이(2021년 기준 74세)까지 문제가 되어 자칫 끝내 총리직에 오르지 못 할 수도 있다. 다만 마하티르가 무려 92세에 총리직에 복귀한 전례를 감안하면 나이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현재 고령의 기성 정치인을 향한 정치혐오증이 만만치 않은 관계로, 당 내부적으로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가능성은 있다.

3.3. 국민연합(PN)

구성 정당들이 PPBM, PAS, 민중운동당(GERAKAN) 등 UMNO/BN에서 갈라져 나온 정당들이라, 연합 자체가 BN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봐도 무관하다. 본래 PN은 BN, PAS, PPBM, GPS 등 범보수연합 정권을 부르는 비공식적인 이명이기도 했으나, BN과 GPS가 최종 합류를 거부하면서 PAS와 PPBM 정도만 남게 되었다.

정치 위기 속에서 취임한 무히딘이 BN, GPS 등과 연합해 집권했지만, 이후 코로나 19 대응 실패 등으로 BN과의 갈등이 벌어지면서 간당간당한 상황에 놓이다가 결국 1년 5개월 만에 실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BN, 특히 UMNO가 등을 돌린 데에는 단순히 코로나 19 때문 만은 아닌데, 실질적으로는 UMNO와 PPBM이 서로 말레이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진 몸싸움으로 보는 것이 정석이다. 달리 말하자면, 그 동안은 PPBM이 집권당이었기 때문에 PPBM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스마일 사브리(UMNO)의 취임으로 이게 뒤바뀌면서 주도권을 졸지에 내주게 된 것. 이해가 잘 안 된면, 한때 대한민국에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과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했던 것을 생각해보자.

허나 양측 간의 관계가 살벌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애증으로 보는 것이 중론인데, 이유는 서로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PH의 재집권만은 원치 않는 공통점이 있어서, 쉽사리 손절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PH가 집권한 데에는 중국계, 인도계의 묻지마 몰표가 큰 원인 중 하나였고, 다수인 말레이인들은 주류가 PH를 지지하지 않았는데도 BN, PAS 표 분산까지 겹쳐 어부지리로 집권한 것도 있었던 것. 이 때문에 UMNO와 PAS는 일찌감치 MN을 결성해 이런 문제를 피하려고 했지만, 뜻하지 않게도 PPBM까지 가담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PAS가 PPBM의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UMNO의 MN 계획은 졸지에 꼬여버렸고, 결국 이번 주총선에서 28개 선거구 모두에 독자출마를 강행하게 된다. 이를 막으려는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UMNO 지도부의 강한 반발로 죄다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PPBM이 UMNO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데, 바로 낮은 지지율. PAS가 이슬람주의를 내세워 말레이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UMNO와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것과는 달리, PPBM은 UMNO와 마찬가지로 말레이 민족주의라서, 성향 차이가 거의 없다. 애초에 PPBM이 UMNO 내 비당권파들이 꾸린 정당이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리가 없으며, 이 때문에 UMNO 지지세가 강한 말레이인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UMNO를 찍지, PPBM을 찍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언급했듯이 말레이시아는 여론조사를 안 하는 나라라지만, 전반적으로도 PPBM이 자력으로 살아남기에는 어렵다는 분위기는 14대 총선 이전부터 있었다. 실제로 PPBM도 창당 초기에는 독자행보를 시도했지만, 자생이 어렵다고 판단해 PH에 합류했고, PH의 일원으로 어느 정도 의석을 확보했다. 이 말은 즉슨, 현재 PPBM이 보유하고 있는 의석은 죄다 PH 후보로 출마해 획득한 것이지, 홀로 알아서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PH에서 이탈했고, PH로부터 배신자 이미지를 제대로 뒤집어쓴 상황에서 PH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결국 UMNO하고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처음에는 순순히 손을 잡아줬지만, 갈등이 격화되자 끝내 관계는 파토나고 말았다. 결국 이번에는 PAS한테만 손을 뻗게 되었지만, PAS도 믈라카에서는 지지세가 강한 정당이 아니거니와, 여기저기 붙어다니며 이득만 노리는 박쥐같은 행동으로 인해 잔뜩 빈축만 산 상황에서는 별다른 희망도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변수가 있자면 UMNO의 부패 이미지인데, 이 중 나집 라작 전 총리와 자히드 대표가 부패 논란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외에도 일부 중진급 인사들이 부패로 재판을 받은 전적이 있어서[7] 14대 총선에서 일부 보수층들이 PAS를 찍은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런 점을 노렸는지, 무히딘이 대놓고 이를 들먹이며 UMNO를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게, UMNO는 2019년 산다칸을 제외한 각종 보궐선거에서 부패 이미지를 극복하고 연달아 승리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비교하자면, 바른정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오명을 뒤집어 쓴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보수층은 자유한국당을 선택하고 바른정당을 외면한 것과 마찬가지다.

또 다른 변수로는, 이들이 마스 에르미야티 삼수딘이라는 여성을 주수상 후보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여성 표를 어느 정도 끌어들이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성별은 특별한 변수가 되기 어려우며, 되레 여성 지도자를 사실상 금하는 이슬람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탓에, 역으로 일부 보수층들의 반감을 살 여지도 존재한다.

이번 선거는 PN, 특히 PPBM으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는 선거나 마찬가지다. 언급했듯이 이번 주총선이 차기 연방총선의 리트머스지인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번 주총선에서 이기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에 이번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깜짝 승리라도 거둔다면 향후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UMNO로부터 가져올 수 있고, 지지를 잃고 실각했던 무히딘도 장기적으로 총리직에 복귀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현상유지(2석 내외)로 그칠 경우, 그저 마이너 정당 신세를 피하지 못 하게 될 것이지만, 일단 자체적인 당선자는 냈으니 어찌어찌 당세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단 1석도 못 건지고 말 그대로 궤멸한다면, 한마디로 민생당 꼴 나는 거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당세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국민의 외면을 받으며 빠르게 잊혀지게 될 것이며, 무히딘 등 당내 거물급 인사들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싸그리 은퇴 수순을 밟게 되므로, 결국 막말로 듣보잡 신세의 인물들이 당권을 잡으며 무명의 정당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혹은 S46처럼 해체 수순을 밟고 UMNO로 도로 복당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UMNO 입장에서는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이들의 복당 신청을 거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3.4. 장대원주민당(PUTRA)

퍼르카사 대표 이브라힘 알리 전 의원이 창당한 정당으로, 사실상 퍼르카사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강성 말레이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UMNO, PAS, PPBM과 철저히 차별화를 두고 있으며, 이들과의 그 어떠한 연대도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창당 초부터 각종 보궐선거에 출마를 시도했으나, 사정상 불발되었는데, 이번 주총선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단, 언급한 3대 말레이 정당들처럼 28개 선거구 모두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 일단은 5개의 선거구만 출마한다.

3.5. 무소속 및 기타

4. 각주



[1] 물론 사바 총선 때도 비슷한 얘기가 있었지만 코로나 19로 다 뒤집어진 만큼, 이번에도 주총선 후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 리트머스지라는 표현이 무색해질 수도 있겠으나, 사바는 연방 정부가 위치한 말라야와는 별개의 지역이고(오죽하면 한반도-제주도 관계하고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리가 심하다) 인종, 종교보다는 지역주의 분위기가 강한 만큼, 설상 코로나 19 대유행이 없었어도 조기총선의 리트머스지가 되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믈라카는 엄연히 말라야의 일부고, 중앙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만큼, 사실상 차기 연방 총선을 예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2] 당최 사바 주수상은 PH와 연대 중인 사바유산당(WARISAN) 소속의 샤피 압달이었으나, WARISAN발 집단 탈당 후 UMNO 소속의 무사 아만 전 주수상이 지지를 얻어 취임하나 싶었는데, 이에 불복한 샤피가 조기 총선거를 강행했고, 이후 BN-PN 연합이 승리했지만 UMNO 측이 내세운 붕 모흐타르 라딘이 아닌, PPBM 측이 내세운 하지지 누르가 주수상에 취임하게 된 것. 범보수진영의 마이너 파트너인 PAS야 트릉가누클란탄 정도를 빼면 주수상직을 요구하지 않고 UMNO에게 많이 양보를 해 주니 UMNO 입장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PPBM은 주수상직까지 가져가려 하니, UMNO 입장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믈라카에서까지 협력하면, 자당 소속의 술라이만 모하마드 알리가 쫓겨나고 PPBM 측 인사(예를 들어 라피크 나이자모히딘 등)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3] 이스마일 사브리가 아무리 총리직을 내세워 이를 막으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게, 정작 이스마일 사브리는 총리직만 쥐고 있었을 뿐, 당대표가 아니었다. 여기에 무히딘 지지 철회를 두고 자히드와 이스마일 사브리 간의 모종의 갈등이 벌어진 것(자히드는 철회, 이스마일 사브리는 지지)도 한 몫을 했다.[4] 멀리 갈 것 없이,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안정"에 무게를 둔 후보들이 이기는 경향이 컸다. 일례로 노태우의 경우, 야권 분열로 인해 어부지리 당선된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안정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둔 것도 그의 승리에 크게 일조했다.[5] 특히 PPBM의 초대 총재이자 전직 연방총리 마하티르 빈 모하맛의 연고지인 크다에서는 UMNO 지역당이 말 그대로 붕괴되었다.[6] 이후 2021년 8월 26일 PH에 전격 합류했다.[7] 다만 대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아 혐의를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