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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4 04:00:02

1초 후

1. 개요2. 줄거리3. 평가4. 비판5. 기타

1. 개요

원제: ONE SECOND AFTER

미국의 작가 월리엄 R. 포르스첸이 2009년 발표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소설. 대기권 고고도에서 일어난 핵폭발로 생겨난 EMP로 인해 지상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벌어지는 지옥도를 실감있게 그려냈다. EMP 아포칼립스의 대표적인 작품.

대한민국에서는 2011년 오픈하우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옮긴이는 전미영.

여담으로 하드 SF 소설의 대가 제리 퍼넬래리 니븐[1]이 1970년대에 공저한 <루시퍼의 해머>와 이야기 구성이 굉장히 비슷하다. <루시퍼의 해머>는 혜성 충돌로 인한 지옥도를 그리고 있고 등장인물도 훨씬 많아서 표절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전반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듯.

2. 줄거리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주 블랙마운틴[2]에 살고 있는 존 매터슨은 원래 미국 육군 대령으로 장군 진급이 확정적이었지만, 유방암에 걸린 아내 메리의 요양을 위해 군에서 전역하고 아내와 함께 아내의 고향[3]인 블랙마운틴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아내는 병세가 회복되지 못하고 결국 4년 전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후 존은 엘리자베스와 제니퍼 두 딸을 키우면서 몬트리트 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근무한다.

둘째 딸 제니퍼의 생일파티가 열린 어느 봄날 저녁, 존은 펜타곤에 있는 옛 상관과의 전화 통화 중 핸드폰을 비롯한 집안의 모든 전자기기가 동시에 꺼져 버리는 괴현상을 경험한다. 처음에 존은 이 괴현상의 원인을 단순하게 정전이라고 여겼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이 대규모 정전사태의 원인이 바로 미 대륙 상공 성층권에서 폭발한 핵폭탄으로 인한 EMP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전자기기가 고장나버린 블랙마운틴과 주변 마을에서는 식량과 의약품 등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질서가 점점 붕괴되기 시작하는데......

3. 평가

이 소설은 전기가 없는 현대문명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의 문명인가를 강조한다.

전기가 끊김으로써 그동안의 모든 통신, 의료, 수송 수단이 마비된다. 인공호흡기 등 생명유지장치를 사용하던 환자들은 즉사하고, 병원에 있는 환자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치매 환자가 병원을 탈출해도 찾을 방도가 없으며, 인슐린을 오래 보관할 수 없어서 1형 당뇨병 환자들이 곧 사망한다.

이렇게 평소에 치료가 필요하던 이들이 먼저 죽어나가고, 냉장고가 안되니 식량과 의약품을 오래 보관할 수 없는데다 1970년대 이후 생산된 자동차들은 엔진에 전자제어장치가 들어가기 때문에 EMP 쇼크를 맞으면 엔진이 돌아가지 않아서[4] 어딘가 있을 식량을 운반해 올 수도 없으니 도시 지역에서는 기아가 발생한다. 어떻게 그 순간을 넘기더라도 대규모의 사회인프라를 통해 물과 비료를 공급받아 기계로 재배하는 현대식 농업과 그것에 연계된 축산업마저 붕괴하여, 전근대적인 수동 농업으로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것 만으로 국가체계는 붕괴하고 소규모 마을 단위의 생존대립이 일어나 식량과 의약품을 두고 이웃마을 간에 심각한 갈등이 야기된다. 시골에는 먹을 것이 있을까 하고 굶주린 난민들이 무리지어 다가오면 무장한 민병대가 총격으로 위협하여 쫓아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이 부족해 최종적으로는 식인까지 일어난다.

이처럼 정전으로 인해 마을에 헬게이트가 열리게 되자, 작중의 주인공 존 매터슨과 마을의 지도자급 인사들은 몇백 년 전 같았으면 전기 없이도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전기에 너무 의존하던 현대인들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탄한다. 그나마 마을에 남북 전쟁 관련 밀리터리 동호인들이 있어서 이후에 마을로 몰려드는 피난민과 '파시'라는 이름의 무법자 무리들에게서 마을을 지킬 소총폭탄, 심지어 조잡한 형태의 대전차 화기까지 제작해 마을 민병대에 제공하며, 숲 속에 은신처를 만들고 대량의 식량을 비축하고 버티던 생존주의자 들에게는 '당신들의 식량은 당신들의 것이다. 당신들의 지식을 가르쳐달라' 라고 요청하여 협력을 받아낸다. 이에 반발하는 위원들에게는 어차피 한 가족이 비축한 식량이래봤자 주민들에게 분배하면 1인당 몇백 그램 정도이니 의미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렇게 주인공의 입을 빌어 사전에 EMP 공격에 대한 방어 준비를 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하며, 이것이 작가인 윌리엄 포르스첸의 창작 의도이다. 또한 이는 이 소설의 맨 앞장과 뒷장에 적힌 추천사와 해설에 글을 쓴 이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존 매터슨의 심리적 갈등에 관한 묘사가 뛰어난데, 존은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는 1형 당뇨병[5] 환자인 둘째 딸 제니퍼의 목숨을 유지시킬 수 있는 인슐린을 구하기 위해 정말 눈물나는 분투를 하면서도 역사학자, 마을 지도자로서는 과거 역사에서 일어난 유사한 사례에 이번 사건을 연관시켜 보면서 때로는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켜야 하는 비인간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갈등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4. 비판

우선 EMP의 위력 자체가 과장되어 있다. 비핵 EMP는 반경 수 km 정도가 현재 기술력의 한계이고, 고고도 핵폭발에 의한 EMP도 범위는 크지 않다. 단순한 전자부품이나 또는 밀폐된 금속상자(금고, 창고, 컨테이너 등)는 EMP 저항능력이 커서, 비축되어 있던 예비부품이 살아남을 가능성도 높다. 일단 살아남은 예비부품을 끌어모아 기계를 작동시키면 연쇄적으로 복구작업이 가속될 것이다.

따라서 작중 설정처럼 핵무기 겨우 3발로 동서로 4000킬로미터나 되는 미국 전역이 일시에 붕괴하기는 어렵고, 거대한 태양풍이 지속적으로 불어닥치는 상황이 아니라면 냉전을 대비하여 설계된 군과 정부가 조금씩이라도 상황을 복구할 것이다. 다만 그렇게 복구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가 문제이며, 작중 무대인 블랙마운틴과 같은 지방의 작은 마을들은 지원이 늦어질 수는 있다. 극단적으로는 단순한 EMP가 아니라 대규모 핵전쟁이 벌어졌고 지방 소도시들은 직접 핵공격을 받지 않은 채[6] EMP 피해만 입었으며, 핵공격에 의해 국가가 붕괴하여 지원이 올 수 없다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그럼 중국도 박살났겠지

한편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평면적인 캐릭터라는 점이 지적받는다. 등장인물들은 처음 등장하는 그 순간부터 끝까지 그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 주인공 존 매터슨은 작품 속에서 연신 하나의 미국을 역설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의 대표자, 즉 하나의 공화국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주장한다. 대학생들을 군인으로 무장시키는 과정이 어떤 반대 의견도 없이 매우 순탄하고[7], 마을 주민들은 똘똘 뭉쳐서 이웃 마을과 멀리서 온 피난민들을 배척한다. 아내를 잃은 늙은 대학 학장은 자기 몫의 식량을 젊은이들에게 넘겨주고 작중에서 묘사하기로 느리고 고통스러우며 영웅적인 최후를 맞는다. 작중 이러한 집단주의적 시각을 거부하는 것은 숲 속에 숨어 사는 생존주의자 일가밖에 없으며, 이들도 주인공의 설득에 따라 주민들에게 구시대적인 생존기술을 전수한다.

물론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극단 상황이므로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애초에 주인공 존 매터슨은 미 육군 예비역 대령으로 그가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을 지니는 것도 위기 상황에서 단결을 호소하는 것에도 잘못이 없고, 민병대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나라라는 이념이 뿌리박힌 지역 혹은 국가에서 민병대가 발생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우며, 작가가 이러한 상황을 이상적인 것으로 묘사하는 것 역시 파시즘이나 인종차별주의처럼 반사회적인 사상이 아닌 한 개인이 자신의 사상을 문학작품을 통해 역설하는 행위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겠으나, 모든 마을 주민들이 그러하여 내부 갈등이 없어서 작품이 평면적이라는 의미의 비판은 가능하다.

사실 국내에 들어오진 않았으나 후속작의 경우 코로나 대응책을 비판하는 등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져서 프로파간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5. 기타

소설에서 한국에 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소설의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인 돈 바버가 6.25 전쟁 참전용사이다. 그는 비행기 조종사인데 1951년에 일어난 1.4 후퇴도 겪었다고 한다. 다른 지역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낡은 군용기[8]로 외곽 지역의 상공을 정찰하고 돌아와 마을의 지도자급 회의에서 바깥의 상황을 얘기할 때, 마치 1.4 후퇴 때의 서울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많은 인기 덕분에 영화화에 대한 얘기도 나돌았으나 공식적인 소식은 없다.

현 헐리우드 관행상 중국이 주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영화를 만들면 중국 수출이 불가능하기에 제작에 관한 이야기조차 안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작품내에서 중국이 배후라고 표면적으론 묘사되지 않으나 전세계 열강들 중에서 중국만 멀쩡하다는 점이 수상하게 여겨지며 아예 미국에 중국군을 평화유지군이란 명목으로 진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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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강타한 EMP 공격이 사실은 동유럽 일대와 한국, 일본, 대만이 위치한 서태평양 일대에도 시행되었다. 결말부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따르면 북한은 배후로 지명되고 연합군이 싹 밀어버려서 쓰레기더미가 되었고 일본도 EMP 피해를 입었다. 한국에서는 연합군이 전투중. 북한군 잔당을 소탕하고 중국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붕괴했다면 장래는 어둡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에서도 전투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라크와 이란, 아프간을 말하는 듯. 미군이 이 나라들을 EMP 공격의 배후로 보고 연합군을 동원해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EMP 공격을 주도한 자들은 타국 선적의 컨테이너선에서 핵무기 세 발을 발사한 뒤 모두 자침시켰기 때문에 이들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EMP 공격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중국이 미국 서부에 평화유지군이랍시고 60만 명을 파견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이 장기 주둔을 할 것 같다는 언급으로 봐서는 중국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왜 미군은 여기에다 핵을 안 날렸을까

그 외 국가들에서는 영국, 스페인 일부 지방도 이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영국 정부에서 미국을 돕기 위한 구호품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가 포함된 서부 지방이 동유럽과 함께 피해를 받았고, 멕시코는 미국 서부 해안에 주둔한 중국군에 대응한다는 명목하에 텍사스를 점령하여 보호령으로 선포했다. 멕시코 핵공격을 참은 미국의 자제력에 갈채하라 정작 멕시코는 평소에도 막장이라 미국이 없어지면 그들 나름대로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물자 지원국 중 인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지역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1] 링월드 시리즈의 저자.[2] 이곳은 실재하는 곳이며, 작가의 고향이자 거주지이다.[3] 존 매터슨의 고향은 뉴저지 주이다.[4] 소설에서는 언제 뻗을지 모를 1950년대 클래식카들만이 그나마 주행 가능한 모습이 생생히 묘사된다.[5] 인슐린이 없으면 수 주 내로도 사망할 수 있다. 항목참조.[6] 핵무기 보유량에도 한계가 있다.[7] 식량 배급에 우선권을 주기는 한다.[8] 놀랍게도 노르망디 상륙 작전 때 사용된 비행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