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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14:33:32

흰종이 수염

1. 설명2. 등장인물3. 줄거리

1. 설명

'수난이대'로 유명한 한국의 전후 소설가인 하근찬의 소설.

하근찬의 여느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전쟁 이후의 한국 사회의 비참한 면과 미성숙한 시민 의식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다. 다만 전쟁으로 황폐화된 세상 속에서도 사랑을 강조하며 인간 찬가를 나타내던 전작과 달리, 사회상을 묘사하는 것에서 그친 탓인지 작품에 대한 평가는 수난 이대보다 떨어진다. 그래도 최근엔 재조명되고 있다.

중학교 교육과정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1] 역사적으로 중요한 소설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의 인지도 자체는 높은 편. 과거 중학교 국어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였을 때에는 사친회비가 교육부의 흑역사여서 그런지 동길이 사친회비 때문에 선생님한테 책보까지 털리는 장면이 잘려있었다. 국어 교과서가 검정체제로 전환된 현재에는 이 장면이 대체로 들어있다.

제목이자 제재인 흰 종이수염은 잠깐이나마 전쟁의 아픔을 숨길 순 있지만 그 수준이 어설프고[2] 그마저도 (작중 아버지의 팔처럼) 쉽게 떨어져나가고 마는 물건이므로 전쟁의 비극을 더더욱 강조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1980년에 KBS 문예극장으로 드라마화된바 있다.


2. 등장인물

3. 줄거리

한국전쟁 이후 아버지가 징용으로 끌려나간 소년 동길에게 선생님은 사친회비를 낼 것을 지시한다. 그러나 동길이는 현재 아버지가 노무자로 나간 상태였고, 나중에 사친회비를 드리겠다고 말씀드리지만 오히려 선생님은 어머니라도 데려오라면서 으름장을 놓고 동길을 쫓아냈고 동길의 책보까지 뺏어갔다. 심지어 사친회비를 내지 않은 사람들은 방학도 없다고 한다.

결국, 사친회비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진 채로 집으로 돌아온 동길. 집에 아버지가 돌아와 마루에서 낮잠에 들어 계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강제징용 중에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상태였고, 기존에 하던 목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어린 동길은 전후맥락을 몰랐기에 빨래를 하던 엄마에게 "어머니, 아버지 팔 하나 없다!"라고 당황하며 물어봤지만, 동길의 엄마는 사정을 알아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답답했는지 "팔 하나 없어! 팔!"이라는 아들의 되물음에도 한숨만 쉬며 못 들은 척 빨래를 계속했다고 나온다.

동길의 학교 친구인 창식은 동길이와 같이 등교하러 갔다가 동길의 아버지가 한 쪽 팔을 잃은 것을 봤다. 등굣길에 창식이 그걸 언급하자 화가 난 동길은 학교를 째고 냇가로 가서 수영을 한다.[6] 그 때 반 아이들이 몰려와 "동길이 아버지 외팔뚝이! 외팔뚝이 새끼 목욕하네!"라고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놀린다. 동길은 돌멩이를 주워 힘껏 던졌지만 닿지 못하고 그들은 도망쳤고, 다음에 등교한 날 창식이 외팔뚝이가 학교에 왔다고 하고 뒤로 숨자, 동길은 '요놈 새끼 죽여버릴끼다..' 하면서 혼잣말로 화를 냈다. 아버지는 학교에 가서 자기가 전쟁터에서 팔을 잃었다는 것을 선생님한테 증명했다. 직접 가서 팔 보여줬더니 선생이 오히려 미안해하면서 책보도 다시 돌려줬다고 한다. 오오 아버지

그 날 술을 마시고 집에 와서 "이건 네가 말을 못하니 욕을 먹는 거다." 라며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지 않았던 동길을 질타하며 "내가 팔이 없다고 너한테 필요한 것 제대로 못해줄것 같았냐? 사친회비 밀린 것도 다 준비해 줄 수 있다" 라며 호되게 야단친다. 이때 병신자식이라는 욕을 하는데 동길에게 하는 것도 있지만 본인을 자책하는 뜻이 더 크다. 그러면서도 며칠 후 아버지는 취직했다고 집에 돌아와서는 사람 구실 한다는 게 기쁜지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버지는 극장의 영화 홍보원으로 취직하고, 이 소설의 제목이자 제재이기도 한 '흰 종이수염'을 붙이고 역시 얼굴에 분을 칠하고 왼손으로 메가폰을 들고 걸어다니는 입간판 일을 한다. 그 와중에 하필 입간판의 영화 제목은 '쌍권총을 든 사나이'.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도중 동길은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쇼크를 받고 굳어버린다.[7]

하지만 하필 창식이가 아버지의 흰 종이 수염을 나뭇가지로 건드리는 걸로도 모자라 "진짜 아이다야. 종이로 만든 기다, 종이로."라고 킬킬 웃어대면서 아버지를 심하게 놀리자 동길은 창식을 죽여버릴 각오로 달려들어 땅바닥에 눕히고 복날 개패듯이 두들겨팬다.[8] 이것을 본 아이들은 어쩔 줄 몰라하고 역시 당황한 아버지가 급하게 달려가서 하나 남은 왼팔을 내저으면서 "이 놈의 자식이 미쳤나? 왜 이러노? 왜?" 하고 동길을 말리려 애쓰는 장면으로 끝난다.


[1] 구인환의 "숨쉬는 영정"이 바로 뒤에 같이 실려있다.[2] 털이 아닌 종이로 만들었으니 어설픈 게 뻔히 보일 수밖에 없다.[3] 1970년에 육성회비로 명칭을 변경했다가 1997년 폐지되었다.[4] 본성이 나쁜 건 아닌 듯한데 검정고무신에도 나오지만 사친회비를 안 내면 교장, 교감이 닦달하면서까지 선생을 쪼니까 성격이 변할 수는 있는 일이다. 실제로 기영이가 사친회비를 못 내자 담임선생이 눈물을 흘리면서 손바닥을 때리기도 했다.[5] 다만 대놓고 싹수 노란 인간말종이라는 걸 드러냈던 창식과 달리 용돌은 그렇게 나쁜 놈이란 묘사가 없었고 동길과의 관계도 괜찮았다. 어쩌면 용돌은 제 딴에는 동길의 아버지를 놀리는 다른 놈들 사이에서 나름 동길을 위로한다고 저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 물론 동길 상황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긴 힘들었겠지만.[6] 사실 사친회비 못 냈다고 선생님한테 책보까지 압수당하니까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부모님한테 학교 때려치겠다고 했었다. 물론 이걸 들은 아버지가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학교 가라고 혼내긴 했지만.[7] 당시에 샌드위치맨은 말 그대로 몸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직업인 만큼 최하층의 직업으로 여겨졌다. (야인시대광대(줄서맨)처럼) 피에로마냥 분장하는 것도 다반사이니 몰골부터가 썩 좋은 것도 아니었다.[8] 그래서 내용 묘사를 보면, 동길이가 창식이를 거의 기절을 하다못해 죽어갈 정도로 심하게 때리는 상황에서도 참지 못하고 계속 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