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幻の第12話 / Ultraseven banned episode 12 |
울트라 세븐에서 유일하게 결번된 에피소드이자, 어쩌면 가장 유명한 로스트 미디어. 제목은 '<유성으로부터 사랑을 담아(遊星より愛をこめて)>'로 1967년 12월 17일 일본 현지에서 방영되었다. 첫 방영 당시에는 별 문제 없이 방송을 탔지만, 이후 사건이 터지면서 결번이 되어 영상 미디어엔 영원히 수록되지 않게 되어 팬들 사이에선 '환상의 12화'라고 불린다.[1]
각본은 사사키 마모루, 감독은 짓소지 아키오. 출연한 우주인은 흡혈우주인 스펠 성인.
2. 상세
12화가 로스트 미디어가 된 사유는 이러하다. 1970년 쇼가쿠칸의 한 잡지에 실린 괴수 카드에서 12화에 등장한 흡혈우주인 스펠 성인을 두고 '피폭 성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우주인은 자신의 별에서 벌어진 피폭 실험 때문에 타인의 피를 빨지 못하면 살 수 없는 몸이라는 설정이었다. 당시 중1이었던 한 여학생은 자신의 남동생이 가진 이 카드를 보고 일본 원수폭 피해자 단체 협의회의 관계자인 아버지에게 알렸다. 당연히 이 단체에서는 즉시 쇼가쿠칸에게 거세게 항의하였고, 이런 소식이 신문에까지 실리면서 '피폭자를 괴물 취급한다'며 맹비난을 하였다.당연히 츠부라야 프로덕션도 이 사태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각 단체에게서도 숱한 비난을 받자 공식으로 사죄를 했지만 상황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12화 필름을 소각하기에 이르렀다. 1970년 10월 세븐 12화는 방영된 지 3년만에 결번으로 공식 발표가 났다.[2]
해당 에피소드 자체는 반핵과 평화의 메세지를 담았으나, '방사능에 피폭된 외계인이 인간의 피를 훔치려 한다'라는 소재 자체가 문제였다. 여학생이 과민반응을 했다고 볼 수도 없다. 조금 예를 바꿔보자면 아무리 결말이 훈훈하다고 해도 '한센병 환자가 어린아이의 간을 훔치러 왔다' 같은 소재가 버젓이 어린이용 방송에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재 자체가 자극적임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에게는 편견만 심어주기 딱 좋은 무척 민감한 소재다.
더군다나 해당 에피소드 제작시 중국의 핵실험으로 인한 피폭이 사회적 화제였다고는 하나 어린이들에게는 와닿지 않을 터였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데 그런 소재를 택한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 게다가 울트라맨들도 원래 약한 종족이었다가 플라즈마 스파크가 내뿜는 일종의 방사선인 디퍼레이터 광선에 피폭되어 초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때는 이런 설정은 없었지만... 츠부라야 프로덕션에서 이 에피소드를 복각하지 않는 것도 그런 부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때문에 세븐의 12화는 현재 DVD 등 어느 매체에서도 일절 수록되지 않았다. 즉, 지금으로서는 이 에피소드를 본다는 건 본 방송과 1969년에 재방송한 이래로 다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파문이 확산되자 이 여학생은 '이런 사태까지는 갈 줄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일부 과격한 울트라 세븐 팬들 사이에서는 해당 여학생을 '죽여버리겠다'며 격분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나마 넷상에선 비디오로 녹화한 듯한 영상분이 떠돌아 다니기는 한다. 저화질이라 그렇지... 결번 발표 전에 수입한 미국 등 해외에서는 계속 이 에피소드가 방영되면서 가끔 녹화본이 올라온다. 1960년대 일본의 비디오 보급율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녹화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1980년대에 아키타현 민방에서 재방송을 할 때 실수로 방송했다는 도시전설이 있다. 이때 녹화한 사람이 있다는 설, 혹은 방송 관계자의 유출본이라는 설도 있다.
현재 인터넷에 올라온 것 중 가장 화질이 좋은 것은 2010년 쯤 올라온 TNT라는 해외 방송사에서 방영된 것으로 방사능 피폭을 연상케 하는 일부 대사는 편집되어 영상 길이가 원본보다 3분 정도 짧다. 이런 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와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당연하게도 지워졌다.
2016년 이후로는 인터넷이 발달한 데다 세븐 팬들이 하도 올려대서 츠부라야에서도 반쯤 포기를 한 모양으로, 일본어나 영어로 검색하면 그냥 나온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 사람 저 사람 다 본 지금에 와서는 전혀 문제가 될 내용이 아니라는 반응이 더 강하다. 당시 신고한 사람도 책만 보고 실제 방영 내용을 보지 않고 신고를 한 점에 대해서 뒤늦게 후회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애초에 짓소지 아키오 감독이나 사사키 마모루는 환경 문제와 전쟁에 대해서 상당히 진보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피폭의 위험성을 강조했으면 했지, 불경하거나 괴기스러운 것으로 묘사할 사람이 아니었다.
각본가 사사키 마모루는 이후 괴기 대작전 5화에서 비슷한 내용을 선보였는데 이것도 꽤 충격적인 내용이다.[3] 이건 봉인까진 이르진 않았다. 원래 사사키가 국가에게 소중한 걸 빼앗긴 사람들이 복수하기 나타났다가 비극으로 끝나는 복수극 전개를 자주 시도한 바가 있어서 이 작품도 원래는 그런 의도가 담겼던 것으로 보인다. 두 에피소드의 차이는 괴기대작전 쪽은 피폭 피해자의 울분을 솔직하게 대사로 표현한 반면 12화는 스펠 성인이 대사도 거의 없을 정도로 굉장히 과묵해서 시청자의 해석에 따라서는 복수가 아닌 그저 사악한 흡혈귀로만 비춰질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아마 이러한 차이가 두 작품의 운명을 갈랐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잠본이 블로그의 글 참조.
3. 이야깃거리
스펠 성인의 디자인은 초기 시나리오에서는 장수풍뎅이를 닯은 곤충형 우주인이었는데, 메트론 성인 에피소드를 담당한 짓소지 아키오 감독이 디자인을 바꾸었다.[4] 괴수의 디자이너를 담당한 나리타 토오루의 디자인북의 코멘트에 따르면 자신의 괴수 디자인 철학에 맞지 않아서[5] 난색을 표하다가 그냥 대충 디자인을 하고 조형 담당에게 '하얀 셔츠와 하얀 바지에 마스크를 붙인 다음에 적당히 켈로이드를 붙여달라'고 감독의 지시대로 주문하니까, 조형 담당이 '정말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어이없어 했다고 한다. 그래서 스펠 성인의 디자인은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으나 스펠 성인의 자료집인 동인지 1/49 계획에 디자인이 수록되었다.- 출처: 일본어 위키백과 항목. 원전은 안도 켄지의 2004년 저서 <어둠 속으로 사라진 괴수(闇に消えた怪獣)> '봉인 작품의 수수께끼(封印作品の謎)' p9~58.
후지 아키코 대원 역의 사쿠라이 히로코가 이 에피소드에 게스트로 출연해서 이게 정식 에피소드로 남았다면 울트라 Q & 울트라맨 & 울트라 세븐 3연속 출연을 달성할 수 있었으나, 해당 에피소드 자체가 사라져서 나왔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짓소지 아키오 감독은 사쿠라이 히로코를 매우 마음에 들어해서 츠부라야랑 일할 때는 사쿠라이 히로코 어디 갔냐고 하면서 매번 불러다 비중 있는 역으로 출연시켰다고 한다. 초대 울트라맨의 짓소지 담당분도 다 그랬고 이 환상의 12화에다 괴기 대작전 4화까지.
이 용어의 여파로 인해 어른의 사정으로 결번된 에피소드는 "환상의 ○○화", 결번된 캐릭터는 "환상의 ○○○" 취급을 하게 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1] 이 에피소드 말고도 300년간의 복수, 우주인 15+괴수 35 등 아예 제작조차 되지 못한 에피소드도 다수 존재한다.(관련글/#1, #2, #3, #4)[2] 하지만 소각했다는 건 사건 수습을 위한 거짓말이라는 설도 있고, 12화의 필름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디지털 파일로 보존해 놓았다는 관계자의 증언도 있다. 일단 츠부라야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업로드되지 않았다.[3] 역시 피폭 피해자가 사회에 복수를 한다는 내용으로 "과학자는 원폭이나 수폭을 만들었을 뿐이며 일본 정부와 원폭을 떨군 미국이 우리한테 뭘 해줬는가? 아무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라고 분노하는 장면도 나온다.[4] 전신에 모세혈관이 비치는 모습이라고도 한다.[5] 요괴적인 것과, 동물을 그대로 크게 만들거나, 신체가 파괴되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