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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31 23:43:30

핸드북

Handbook

1. 일반적인 의미2. 학술문헌의 하나
2.1. 가상의 예시
3. 관련 문서

1. 일반적인 의미

손에 들고 다닐 만큼 휴대성이 좋고, 꼭 필요한 실용적 정보만으로 압축 요약한 책.

주로 해외 관광지나 기초 외국어, 맛집 탐방 같은 주제로 엮어지며, 길거리 가판대에서 헐값에 팔기도 한다. 소책자나 팸플릿 같은 것과의 차이라면 이쪽은 좀 더 제대로 된 책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것 정도...?

2. 학술문헌의 하나

파일:ceozY72.jpg
핸드북의 사례. 위 사진은 《Comprehensive Handbook of Social Work and Social Welfare》. (출처)

특정 주제에 대하여 다수의 저자가 다수의 층위로 챕터를 맡아서 공동으로 저술한 책. 핸드북은 무슨, 들고 다니다 사람 깔려죽게 생겼다 대응되는 단어로 '편람'이 있으며, 학술 현장에서 비슷비슷하게 쓰이는 듯. 대학원생들의 Must-Have 아이템이다.

논총 내지 논집(논문집)과는 다르다. 이것들은 동일 주제를 갖고 저마다 연구결과를 보고한 것이지만, 핸드북은 기본적으로 리뷰 성격의 기고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단일 저자의 잘 검증된 이론들만을 모은 선집(anthology)과도 다르다.

챕터마다 다 저자가 다르고, 각 챕터가 일종의 리뷰 논문과 같은 형식으로 쓰여 있다. 일반적인 책들과는 다르게, 연구성과에 대해서 심도있게 토의하고 제안하고 비평하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해외에서 수입해 온 학술용어들이 많을 경우, 분명 같은 개념인데 저자마다 용어를 미묘하게 다르게 번역해서 쓰는 불상사가 빚어질 가능성도 있기는 있다.

그 주제에 대해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다고 여겨지는 복수(複數)의 석학들끼리 의기투합해서 각자의 전문분야에 맞게 챕터를 배정, 저술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를 총괄하여 지휘할 한 사람의 에디터가 있다. 나중에 출판되고 인용될 일이 있으면 주로 에디터의 이름으로 나온다. 이런 저술작업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분야에서는 실력자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 어떤 분야의 레전드로 꼽히는 희대의 논문[1]만을 모아서 핸드북처럼 만들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핸드북은 아니지만 핸드북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인용 시에는 일반적인 논문 인용법을 그대로 준용하면 된다.

핸드북의 다른 특징이라면 동료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프로시딩 같은 것과는 반대로, 그 분야가 굉장히 무르익고 연구성과도 축적된 상황에서, 그 분야 최고 전문가들끼리 모여서 쓴 책이라서 그럴지도? 이 점에 있어서는 리뷰 같은 것과도 비슷하다. 어쩌면 이 주제는 차후에 백과사전이나 교과서에까지 실리고, 학부생들에게 가르치게 될 수도 있다.

핸드북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말했던 동료평가의 부재가 단점이 되는 것. 일반적인 문헌에서는 동료평가가 없다면 신뢰성의 부족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핸드북의 경우, 저자가 자기 관심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언플 내지는 자기 연구방식의 세일즈(…)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특히 "Future Direction" 내지 "Further Research" 문단에서 그런 경향이 심하다. 예컨대 심리학에서 nature vs. nurture 떡밥이 가열차게 불타는 주제로 핸드북을 쓸 때, 저자가 전자에 경도되어 있다면 자기 서술의 말미에 "지금까지 A, B, C, D, E 등등의 연구들을 살펴봤는데, 이제부터는 환경요인 같은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유전요인, 생물요인에 집중하세요. 아직도 환경요인 신경 쓰는 사람들은 요즘 연구 트렌드를 못 읽는 양반들입니다."라는 논지를 펼치며 글을 마무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A, B, C, D, E 등등의 연구성과에는 딱히 이의가 없으면서도 환경요인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믿는 연구자들의 목소리는 저자의 뒤편에 가려지고 만다. 실제로는 생각보다 논쟁적(controversial)일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그 분분한 의견들이 교묘하게 희석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핸드북은 체계적인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다 보니 저자가 저널이었다면 게재에 난색을 표했을 법한 막나가는 내용을 슬쩍 싣는 것도 가능하다.[2] 그러고 나서 그 핸드북의 챕터를 천연덕스럽게 인용하면서 이후의 학술활동을 하는 것. 심지어 리뷰 성격의 저널에 이미 한번 실었던 내용을 약간 다듬거나 늘리거나 줄여서 핸드북에 또 다시 싣는 짓도 가능하다(…). 이게 아차 하면 연구윤리를 위반할 수도 있는 사안이고, 연구실적 부풀리기 관행을 잡는 데 혈안이 된 감사팀들도 트집을 잡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딱히 권장할 만한 짓은 아니다. 아무튼 이러한 특징들로 인하여 거의 같은 키워드로 핸드북 챕터와 동료평가 저널 논문이 함께 발견되었다면 전자보다는 후자를 인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핸드북이 해당 주제에 대한 개괄을 제공해주는 건 맞으나, 20~30쪽짜리 핸드북 챕터 하나는 거기에 인용된 50~100개의 논문 정도로 지식의 범위가 제한된다.

핸드북의 인용은 복잡하다.[3] 우선 특정 챕터의 제목과 그에 관련된 서지정보를 평범한 논문 인용하듯이 작성하고, 이후에 편집자명을 쓴 뒤 핸드북에 대한 서지정보를 평범한 책 인용하듯이 작성하는 것이다. 물론 인용 같은 것은 분야마다 다 다를 수 있으므로 승리의 구글 스콜라에게 부탁해 보자(…).

도서관에 가 보면 각종 전공서와 교양서 사이로 가죽 커버의 책이 여러 권씩 나란히 꽂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대개는 이것이 핸드북이다. 보통 핸드북들의 두께는 일반적인 전공서의 두께와 비슷하거나 훨씬 상회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것들이 여러 권씩 나뉘어 있기도 하다.[4] 제목은 거의 대부분이 "Handbook of ..."로 시작하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일반적인 저널이나 학회지와는 달리, 어쨌건 이기 때문에 매달/매해 발행되는 건 아니고, 필요하겠다 싶으면 가끔 개정판을 새로 내는 방식을 따른다. 연구의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바뀌고 인기 있는 연구주제일 경우에는 핸드북도 미친듯이 개정되는 걸 볼 수 있다.

2.1. 가상의 예시

핸드북의 구성은 매우 특징적이어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핸드북을 펼쳤을 때 제일 먼저 목차부터 본다. 아래는 나무위키에서 해외 문화연구(cultural studies) 분야의 핸드북의 목차를 가상으로 꾸민 것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문헌이다. 다소 주제에서 벗어난 듯한 챕터도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핸드북이 어떤 논리를 갖고 짜여진 책인지만 참고해보자. 웬만큼 규모 있고 이름이 알려져 있는 학술 출판사에서 펴내는 핸드북은 거의 반드시 아래와 같은 형태의 구성으로 출간되며, 기고에 참여하는 저자들은 적게는 십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에 달할 수도 있다.
The Midwater Handbook of Internet Cultural Studies

3. 관련 문서



[1] 못해도 기본 수천 건 이상 인용되어 학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논문들.[2] 이런 관행은 사실 핸드북보다는 단행본 출판에서 두드러진다. 저널에 게재될 수 없을 것 같은 연구결과나 척도, 초기 이론을 단행본으로 먼저 출판해 버리는 것. 학계의 혹독한 동료평가를 우회하는 대신에 출판사 사장(…)을 설득해야 한다는 문제가 새로 생기지만, 말로 잘 구워삶든지 하다 보면 저널보다는 난이도가 훨씬 떨어진다.[3] 나무위키에 한하여 가상의 예시(APA 스타일 기준)를 들면 다음과 같다: Tofer, A. C., Xing, Z., & Proulx, H. (2024). Janus-faced nationalism and its consequences: Theories, practices, and conversations. In Sato, K., Josi, M., & van der Kaaf, A. (Eds.), Handbook of Politics Research in the AI Era (Vol. 1: Debates and discussions, pp. 35-82). Conway: Midwater Publishing, Ltd.[4] 이런 경우 "볼륨"이라는 단위를 쓰며, Vol.1~Vol.3 이런 식으로 번호가 붙는다. 어떤 분야 전체에 대한 핸드북이라면 10~20권의 볼륨이 나오기도 하나, 그 분야의 소주제 하나만을 놓고 연구하는 핸드북은 1~4개 정도가 대부분이다.[5] 핸드북의 저술 동기를 간략하게 다루는 짤막한 서문으로, 대개 3~5페이지 정도이며 참고문헌도 10건 미만이다. 거의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서문을 진지하게 읽어보지 않는다.[6] 핸드북의 편집자 또는 편집진이 참여하는 본격적인 서론으로,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훑어본다는 느낌으로 전개되는 글이다. 글의 뒤쪽 절반 정도는 각 챕터별로 핵심 내용을 100~150자 분량으로 압축 요약해 놓기 때문에 시간이 없을 때 매우 유용하다.[7] 핸드북의 첫 파트는 인식론적이고 방법론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의견이 분분한 문제보다는 상대적으로 합의가 잘 되어 있는 통설이나, 많은 연구자들이 공감하는 난제에 대해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8] 응용학문적 성격이 강한 분야에서는 거의 반드시 핸드북의 중간 부분에 끼워져 있는 파트이다. 여러 인접학문분야의 전공자들이 핸드북의 주제에 대해서 각자 말을 얹으면서 서로의 관점을 확인한다. 반대로 순수학문적 성격이 강한 분야에서는 접하기 힘들다.[9] 여기서는 이론적이거나 사변적인 내용보다는 일회적인 연구 발표에 대해서 다루며, 핸드북의 주제로 4~5건 이상의 연속된 연구를 수행한 젊은 연구자들이 기고하는 경우가 많다.[10] 응용학문적 성격이 강한 분야에서는 핸드북의 뒷부분에 반드시 포함되는 파트이다. 교사들이나 공무원, 법조인, 시설의 장 등의 현장 실무자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적용한 바를 학계에 알리는 성격을 갖고 있다.[11] 핸드북의 마지막에서 일종의 수미상관을 구성하는 파트이다. 해당 분야에서 의견이 분분하여 제대로 매듭지지 않은 쟁점을 테이블 위에 올리기도 하고, 학계 동료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의제를 제시하기도 하며, 해당 분야 그 자체의 태생적인 한계점을 지적하는 글이 실리기도 한다. 글의 말미에서 자기 연구의 한계를 거론하는 논문의 구성 형식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는 서문을 작성했던 편집자 또는 편집진이 전체 내용을 마무리하는 성격의 챕터 하나를 기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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