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海邊のカフカ / Kafka on the Shore / 해변의 카프카무라카미 하루키의 2002년작 소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이 쓰고 싶었던 소재들의 집대성이라고 말한 적 있으며,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수의 인물이 교감하며 성장하는 군상극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보통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고작을 뽑을 때 심심찮게 언급되는 대작. 제32회 세계환상문학상 수상작이다. 연극으로도 어레인지된 바 있다.
이전의 하루키 소설이 성인 남성의 1인칭 시점에서 사건을 다뤄왔던 것과는 달리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처음으로 15살인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1인칭의 다무라 카프카 소년 외에도 고양이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나카타라는 노인도 중요하게 다뤄지는등 여러모로 이전 소설들에서 보여진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는다. 두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교차진행되다가 차츰 서로에게 맞물리는 전개는 이후 1Q84에서 다시 쓰인다.
작품의 가장 큰 모티브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1]인 것으로 보여지고 주인공인 소년이 가명으로 사용한 이름이 다무라 카프카라는 점은 프란츠 카프카의 영향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프란츠 카프카는 성장과정에서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불화를 겪으며 영혼에 상처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밖에 고양이가 인간처럼 묘사된다는 점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연상시킨다. 기묘하게도 주인공 소년이 가출해서 다카마쓰의 도서관에서 읽는 것도 나쓰메 소세키 전집이다.
2. 등장인물
- 다무라 카프카
주인공. 15세. 작품 내에서 1인칭 서술을 담당하고 있다. 어릴 때 잃어버린 엄마와 누나에 대한 컴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그 자신의 아버지를 증오하며, 열다섯 살 생일이 되던 날 집을 나와 시코쿠로 떠난다. 어려보이지 않기 위해 어릴 때부터 몸을 단련하여, 고등학생 수준의 발육과 탄탄한 근육을 지니고 있다. 프롤로그 까마귀 소년에 표현을 빌리면 ‘가장 터프한 15세 소년.’ '카프카'는 가명, 다무라는 실제 성이라고 스스로 털어놓는다.
- 까마귀라고 불려진 소년
일명 까마귀 소년. 카프카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이다. 주인공을 '너'라고 부르며 [2] 카프카가 그 자신의 여정을 끝마칠 수 있도록 돕는다. '카프카'라는 이름이 갈까마귀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에 정황상 카프카 본인의 내면이 발현된 존재로 추정되지만, 이는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 나카타 노인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3].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고양이를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어렸을 땐 영특했지만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와중에 발생한 사건 이후로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고 정부부처에 연줄이 있는 동생네 가족의 도움을 받으면서 소일거리를 하고 살고 있다. 이웃의 의뢰로 고양이를 찾으러 갔다가 조니 워커가 고양이를 살해하면서 심장을 먹는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다가 그를 살해한다. 이후 그 피는 다무라 카프카의 옷에 묻는다. 입구를 열고 사에키 씨의 기록들을 태운 이후, 입구를 닫자고 호시노에게 말하고 그 이후에 호시노에게 감사를 표한 뒤 평소처럼 잠들었다가 호시노가 방문을 열어봤을땐 이미 사망했다. 다무라 카프카와 더불어 이 작품의 주인공격이라고 말한 수 있는 인물.
- 호시노
트럭 운전사,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알로하 셔츠를 입은, 다소 불량해 보이지만 성품만은 매우 착한 인물. 우연히 나카타를 만난 뒤 직업을 때려치고 그와 마지막까지 함께 여행한다. 호시노의 척추뼈가 비뚤어져 있다는 걸 보고, 나카타 노인이 곧추세우기 위해서는 ‘죽을 정도로 아플지도 모릅니다’라고 했을때 겁주려는 말로 생각했다가, 정말 죽을 정도의 고통을 느낀다. 도수치료의 고통이 지나가고 나서는 찌뿌둥한 것도 사라지고 변비도 그새 나은 것 같다며 신기해한다.
이후 사에키가 있는 도서관을 갔다가 죽은 나카타의 입에서 나온 '죽여야 할 것'을 처리한 뒤 '입구의 돌[4]'을 맡게 된다. 결말부에선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 때 호시노의 반응은 "나 참 미치겠네."(...) 나카타와 다니면서 '이렇게나 무단결근을 했으니 회사는 짤렸을거고, 사장한테 빌면 복직되려나'하고 걱정하는데 '죽여야 할 것'의 사체를 처리한 후 행적은 나오지 않는다. - 사에키
코무라 도서관의 도서관장이자 가이드인 50대 여인. 카프카의 어머니격인 존재.[5]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열다섯 살의 소녀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카프카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어릴 때의 연인을 잃은 이후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상태. 도서관을 찾아온 나카타에게 그 자신의 일지[6]를 넘기고 조용히 사망한다. - 사쿠라
도쿄에 사는 스물 한 살[7]의 미용사. 카프카의 누나격인 존재. 도쿄에서 타카마츠까지의 버스에서 카프카를 만나며 숙소를 제공해주고, 밤의 발기로 당황해하는 카프카에게 핸드잡을 제공한다. 그리고 후반부 카프카의 꿈 속에서 자기 남동생일지도 모르는 관계의 카프카에게 강간을 당한다. - 오시마 씨
코무라 도서관의 사서. 잘생긴 남성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지정성별 여성인 트랜스남성이자 게이[8]. 사다라는 형이 있으며 머리와 논리가 뛰어나다. 카프카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멘토 격의 인물이다. 카프카가 도서관의 구석에서 먹고 잘 수 있도록 해준다. 혈우병을 앓고 있어 어차피 사고 나면 죽을 거 익스트림 스포츠와 드라이빙을 즐긴다고 한다.[9] 여담이지만 레몬 사탕을 좋아한다.
- 조니 워커
이름와 외형의 모티브는 다들 아는 그 위스키인 조니 워커. 술병에 그려진 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고양이를 납치해 잔인하게 살해하며 [10] 고양이의 혼들로 피리를 만든다고 주장하는, 악의 온상 같은 인물. 카프카의 아버지와 동일한 격의 존재인 듯하다[11]. 나카타에게 자신을 찔러 죽이라고 권하며, 실제로 그렇게 살해당한다. 작품의 결말부에서 까마귀 소년과 조우한다.
- 샌더스 대령
이름과 외형의 모티브는 다들 아는 그 치킨 KFC의 창립자 할랜드 샌더스. 앞의 조니 워커와는 반대되게, 틈틈이 나카타와 호시노 앞에 나타나 그들을 돕는 조력자 격의 인물. 살아있는 사람은 아닌, 일종의 의인화된 인과율 같은 존재인듯하다.
- 일본군 병사들
다무라 카프카를 이공간으로 인도한 이들로, 과거 태평양 전쟁 시절에 징집되었으나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여야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회의를 느끼고 탈영했으며, 그 직후에 이공간 속에서 살게 되었다. 카프카는 이들을 따라가서 발견한 이공간에서 15살의 모습을 한 사에키 씨를 만나게 된다.
3. 1Q84와의 연관점
같은 2000년대에 나왔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하루키의 이후 작품인 1Q84와의 유사성이나 연관점도 상당히 흥미롭다.다무라 카프카의 가출 이야기, 나카타 노인의 고양이들과의 대화, 2차대전 말기 일본 시골에서 일어난 정체불명의 사건[12]을 장을 달리하면서 풀어나가는 점은 1Q84에서 덴고와 아오마메의 이야기를 장을 달리하면서 풀어놓는 방식으로 발전한 것 같아 보인다. 해변의 카프카에서 등장한 프란츠 카프카의 영향은 1Q84에서는 같은 체코의 음악가인 레오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작중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연상시킨다. 카프카에서도 베토벤의 Archduke trio[13]가 작중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고양이들과의 대화는 1Q84의 고양이 마을을 연상시킨다.
또한, 1Q84의 후카에리는 문자에 약하다는 점에서 나카타 노인과도 공통점이 있다. 다만 후카에리는 난독증일 뿐 글자를 아예 읽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능력 하나가 결핍된 대신 남에게 없는 비범한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는 나카타 노인과 다르지 않다.
[1] 주인공 카프카가 작중에서 받은 너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누나와 관계를 가질 것이다라는 예언이 등장하는 점에서 오이디푸스가 맞닥뜨린 상황과 닮았다. 오이디푸스와의 차이는 누나와도 관계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2] 한국판 기준으로 까마귀 소년의 발언은 모두 볼드 처리되어있다.[3] 물론 작품의 제목이나,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진주인공은 다무라 카프카일 수도 있다.[4] 후반부에서 다무라 카프카가 들어간 이세계의 문으로 추정된다.[5] 작품 내에서 작가는 사쿠라나 사에키 같은 인물들이 카프카의 누나와 엄마가 '맞는지' 직접적으로 확정짓지 않는다.[6] 이 일지는 그 누구도 내용을 보지않은 채로 불태워지는데, 이는 사에키 씨의 강력한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나카타는 문맹이기 때문에 사에키에겐 이보다 완벽한 적임자도 없었던 셈이다.[7] 카프카의 누나와 나이가 같다.[8] 도서관을 찾아온 래디컬 페미니스트 2인조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을 말하며 쫓아낸다. 생물학적으로는 여자지만 정신적 성별은 남성이고, 게이이기 때문에 관계는 항문으로 가진다고. 도서관 2인조를 쫓아내기 전까지 카프카가 오시마의 성별을 의심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외형은 완벽한 남성인 듯하다.[9] 다만 엄한 타인까지 끌어들여 죽는 건 사절이기에 안전은 철저히 챙긴다.[10] 그 과정에서 고양이의 심장을 꺼내서 먹기도 한다.[11] 사에키 씨와 사쿠라가 카프카의 친어머니와 친누나가 맞는지가 확실하게 나오지 않는 것처럼, 이쪽도 카프카의 친아버지인지는 확실하게 언급되지 않는다.[12] UFO의 지구인 납치라고 불리는 사건들과 유사해보인다[13] 번역본에서는 대공 트리오. '대공'은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7번 Op.97의 부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