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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18 12:53:03

피에르 모렐

1. 개요2. 작중 행적3. 기타

1. 개요

Pierre Morrel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로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의 은인이다. 에드몽 당테스가 아끼던 세 사람 중 1명.[1] 자녀로는 아들 막시밀리앙 모렐, 딸 쥘리 모렐이 있다. 그의 아내는 큰 비중은 없고 모렐 상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는 장면에서 잠시나마 등장하며, 모렐이 죽기 2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2. 작중 행적

에드몽 당테스당글라르가 몸담고 있던 모렐 상사의 2대 사장으로[2] 주로 모렐 씨라고 불린다. 과거에는 나폴레옹 지지파였다.[3] 부하였던 에드몽 당테스를 상당히 아꼈으며, 덕분에 에드몽을 질투하는 당글라르로부터 미움을 사고 있었다. 사실 작중 묘사를 보면 모렐도 사람이 좋으니까 티만 내지 않았을 뿐, 속으로는 남들과 마찬가지로 당글라르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본래는 에드몽에게 선장 자리를 넘겨주려 했으나, 그가 당글라르 일당에 의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바람에 무산되고 만다. 혼자 남겨진 에드몽의 아버지 루이 당테스에게도 꼬박꼬박 생활비를 대 주며 의리를 지켰고, 그가 식음을 전폐하여 자살했을 때도 몰래 자신의 지갑을 집에 놓고 가 장례를 치를 비용을 대기도 한 선인이다. 나름대로 에드몽 당테스를 어떻게든 빼내 보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폴레옹이 완전히 몰락하고 왕정이 복고되자 이것이 빌미가 되어 보나파르트 파로 몰려서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너무나도 혹독한 불운을 마구잡이로 당하는데, 장사하려 출항시킨 배들이 줄줄이 침몰하고 마지막으로 믿었던 에이스인 파라옹 호[4]마저 똑같이 침몰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선원들은 모두 구조되었다는 사실에 사람이 죽지 않았으니 천만다행이라며 기뻐하고, 회사가 망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조차 야반도주 따위의 편법은 꿈도 꾸지 않고 살아남은 선원들에게 봉급을 모두 제대로 지급할 정도로 성인군자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심성이 이렇게 선량하다 보니 선원들에게도 큰 인망을 얻고 있어서, 모렐이 이들에게 봉급은 반드시 주겠다고 약속했을 때도 사장님도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며 다들 원래 봉급의 ¼인 50프랑만 받겠다고 했다가, 회사 사정이 생각 이상으로 나쁜 것을 알아채고는 그나마도 아예 안 받겠다고 했을 정도였다. 물론 모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돈을 쥐어주긴 했지만. 이때도 피에르 모렐의 인망을 엿볼 수 있는데, 피에르 모렐의 재정상황을 훤하게 꿰고 있는 회계원 코클레스나 배의 갑판장 페늘롱 모두 이런 상황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음에도 모렐 가의 파산을 믿지 않고 '사장님이 다시 배를 사실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면 되니 해고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위로할 정도였다.

다행히 이 시기 탈옥에 성공한 에드몽이 모렐의 행적과 사정을 알아내고 그에게 은혜를 갚기로 결심한다. 우선 톰슨 앤드 프렌치 상회의 대리인으로 변장해서 모렐 상사의 주요 어음을 매입하여 석 달 간의 유예기간을 만들어 주었다. 모렐은 정직하게 그 석 달 동안 있는 것 없는 것 박박 긁어모아 모렐이 드디어 파산할 것이라는 주위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두 달 간은 간신히, 정확히 정시에 모든 어음을 상환하여 부도를 막았지만, 미봉책이었을 뿐 여전히 톰슨 앤드 프렌치 상회의 대리인에게 진 30만 프랑의 어음에 대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배 한 척 없는 모렐 상회에 돈을 빌려 줄 곳은 없었고, 별 수 없이 그렇게 꺼렸던 당글라르에게까지 찾아갔지만 당시 은행가로 성공한 당글라르는 배은망덕하게도 모렐을 문전박대한다.[5]

결국 절망한 나머지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으나,[6] 에드몽이 '선원 신드바드'라는 위장 신분을 이용해 모렐 씨의 딸인 쥘리에게 총 28만여 프랑의 빚을 다 갚은 어음과 물건을 잔뜩 실은 새 파라옹 호를 보내주어 불명예스러운 자살을 피하게 해 주고 덕분에 그의 상사는 기사회생한다.

이 때 에드몽이 연출한 스케일이 굉장한데, 파라옹 호와 똑같이 생긴 배 한 척에다가, 원래대로였다면 그 배가 싣고 올 예정이었던 물건까지 고스란히 실어서 보냈다.[7]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원래 파라옹 호의 선장과 선원들까지 사전에 죄다 불러모아서 새 파라옹 호에 태워 입항을 시켰다. 새 파라옹 호 입항 전 돈을 구하려 돌아다니던 모렐이 우연히 회사를 나간 선원들이 좋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마주치고는 '내가 저렇게 차려입을 만큼의 돈은 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다행히 좋은 데 취직한 모양이군'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아 이미 그 전 시점에서부터 준비하면서[8] 선원들도 후하게 챙겨 준 것이다.[9][10]

게다가 결혼을 앞둔 쥘리에게는 지참금으로 쓰라며 개암나무 열매만한 10만 프랑짜리 다이아몬드까지 선물한다.[11] 모렐 가족은 이 때 자신들을 도와 준 사람이라는 뱃사람 신드바드를 수소문해 찾으려 했지만, 애초에 실존하는 사람이 아닌 에드몽이 위장했던 신분인 만큼 당연히 찾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에드몽이 복수를 위해 준비하고 있던 십여 년 사이에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그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돌아와 화려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직접 보진 못한다. 작중 현재 시점에서 자식들이 제법 여유 있게 잘 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돈을 가지고 사업을 다시 부흥시키는 데 성공한 듯하다.[12] 막시밀리앙과 쥘리에게 남겨 준 유산이 50만 프랑.

말년에는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고 한다. 이때서야 불현듯 오래 전 자신이 기사회생할 수 있게 도와 주었던 그 은인의 정체를 마침내 유추해 냈다. 유언조차도 "막시밀리앙, 그 사람은 에드몽 당테스였다!"였다고.[13]안타깝게도 서로 은인인 에드몽과의 재회는 생전에 하지 못했다.[14]

3. 기타

남자 캐릭터 중에선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에드몽임을 스스로 알아차린 유일한 인물이다.[15] 다만 확실한 증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각종 정황증거를 보고 짐작한 것이다. 빚을 다 갚은 어음은 붉은 비단 레이스 지갑에 들어있었는데, 이 지갑은 본래 에드몽의 아버지 루이 당테스가 죽기 직전 모렐이 벽난로 위에 슬쩍 놓고 간 것이다. 이 지갑에 든 돈으로 에드몽의 아버지의 과 장례비용을 다 해결했는데, 이 지갑을 가스파르 카드루스가 가지고 있다가[16] 부소니 신부로 변장한 상태의 에드몽 당테스에게 전해줬다. 에드몽은 이 지갑에다 어음을 넣어 모렐이 그 지갑을 놔둔 바로 그 자리에 갖다뒀기 때문에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이 비단 지갑은 그동안 백작이 준 다이아몬드와 함께 모렐 일가에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는데, 후에 모렐 일가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에드몽이 '그만 제게 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청하자 쥘리 모렐이 "언젠가 백작님께서는 또 예전처럼 훌쩍 떠나가실 것만 같은데 그때 백작님을 추억할 증거마저 가져가시면 어떡해요? 저희 집안의 가보로 삼겠습니다"라면서 거절했다. 사실 원 주인을 생각하면 모렐 가의 물건이 맞기도 하고. 백작이 그 후에 다시 달라고 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아 쥘리의 바람대로 정말 모렐 가에서 간직했을 수도 있다.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는 선장의 죽음보다 화물을 더 신경 쓰는 소시민적인 인물상으로 묘사되지만, 나중에는 선원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성인군자로 묘사된다. 연재 소설의 특성상 도중에 캐릭터성이 변경된 듯하다.


[1] 나머지 2명은 약혼녀인 메르세데스와 아버지인 루이 당테스이다.[2] 피에르 모렐의 아버지가 35년, 피에르 모렐이 직접 24년 이상을 운영했다.[3] 작중 초반부, 에드몽 당테스에게서 엘바 섬에 잠시 들렀다는 이야기를 듣자 은밀하게 "폐하께선 잘 계시던가?"라고 존칭을 써서 묻기도 하고, 당테스가 "모렐 가라면 나도 잘 알지, 그 집안에는 한때 나와 같은 연대에 복무했던 사람도 있으니"라고 했다는 나폴레옹의 말을 전해 주자, 모렐 씨는 그게 바로 자신의 친척 아저씨 되는 '폴리카르 모렐' 대위라며 폐하가 자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 양반은 눈물을 줄줄 흘릴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4] 당테스가 선원 시절에 탔던 배.[5] 당글라르의 출세길의 시작을 모렐이 열어 주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썩어빠진 인간성이 제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6] 이 때 이를 알고 경악한 아들 막시밀리앙이 차라리 같이 죽겠다고 했지만, 모렐 씨가 너는 죽지 말고 가족들을 보살피라고 타일러서 마음을 접었다. 이때 모렐 씨가 타이른 내용은 자신이 빚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아무도 모렐 상사를 믿어주지 않을 테니 불명예 속에서 빠져나갈 길이 없지만, 그 책임을 죽음으로 갚는다면 채권자들이 막시밀리앙을 '평생 처음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해 그 책임을 지고 죽은 사람의 아들'로 보아 동정하고 사정을 봐줄 테니 누이와 함께 노력해 빚을 갚으라는 것이었다. 즉 도피를 위한 자살이 아니라 당장은 지키려 해도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지킬 유예를 얻기 위한 대가를 치르려는 목적의 자살임을 알려주는 장치이다. 물론 기독교 문화권에서 자살의 의미를 생각하면 무시무시하긴 하지만. 덤으로 '장삿속이었는지 나름의 자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톰슨 앤 프렌치 상사의 대리인(물론 변장한 에드몽)이 3개월간의 여유를 준 덕분에 마지막 노력을 더 해볼 수 있었으니, 빚을 갚을 수 있게 되면 그 회사의 빚을 가장 먼저 갚고 유예를 주겠다고 먼저 손을 내밀어준 그 대리인에게도 후하게 사례하도록 해라'라는 말도 함께 남긴다.[7] 다만 현실적으로 따지면 3개월은 새 배를 건조해서 인도까지 갔다 오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평범한 어선 한 척 건조하는 데도 최소 반 년 이상은 걸리는데, 파라옹 호는 모렐 상사의 에이스라는 묘사를 보면 크게 공들인 고급 상선일 것이며 그 정도 배라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때문에 조선소에서 비슷한 모습의 원래 있던 배를 사서 파라옹 호처럼 단장해 인도로 보냈거나, 배는 배대로 새로 만들고 화물은 화물대로 따로 구한 다음 어디 근처에서 접선해서 실어 마르세유로 보냈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8] 완역본을 보면 모렐상사를 나서는 순간부터 200프랑을 들고 모렐상사의 파산을 아쉬워하는 갑판장 페늘롱에게 접근하는 장면이 나온다.[9] 중간에 병이 나서 다른 항구에 내렸던 선장이 뒤늦게나마 돌아오자 모렐은 이 사람에게까지도 급료를 행겨주기 위해 찾아오는데, 이때 선장 집 앞에서 새 옷을 잘 차려입은 페늘롱을 마주치게 된다. 이때 허둥지둥 자신의 눈을 피하는 페늘롱을 본 모렐은 '새로 좋은 일자리를 구한 모양이니 다행이구먼, 민망해서 날 피하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정황을 보면 사실은 이미 당테스의 깜짝쇼에 동참하기로 한 페늘롱이 선장에게 '우리 사장님이 지금 망하시게 생겼는데 어떤 양반이 사장님을 도와주면서 깜짝쇼를 좀 하자고 하니 같이 합시다'라고 포섭하러 온 것이었다. 나중에 새 파라옹 호가 들어올 때 선장도 거기 타고 있었다는 것이 그 증거.[10] 그런데, 선원들 입장에서는 모렐을 좋아하니 모렐을 도와줄 겸 놀래켜주는 깜짝쇼 한번 하자는 제안 정도는 기분나쁠 것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상대가 도대체 누구길래 이런 무지막지한 돈을 들여 굳이 모렐을 도와 주고 깜짝쇼까지 하는지 확인해보려 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선물을 받은 후 모렐 역시 자기를 도와 준 사람이 누구인지 선원들에게 묻지는 않았는지 이들은 선원 신드바드가 누군지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당테스가 선원들에게 ‘과거에 모렐에게 큰 은혜를 입어서 은혜를 갚고 싶다’는 정도로만 설명했고, 모렐이 워낙에 성인군자임을 아는 선원들이 그 말에 그러려니 했다고 보면 말은 된다.[11] 하지만 모렐 가족은 이 다이아몬드를 팔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가, 10여 년 후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모렐 일가를 방문했을 때 이를 보여 주며 은인이 남겨 주신 선물이라며 소중히 모셔 놓았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는 아직 백작이 자신이 바로 그 '신드바드'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을 때라 모렐 가족이 뭘 알고서 보여준 것은 아니고, 귀한 손님이 오신 김에 집안 가보도 구경시켜 주면서 이야기가 나온 것이긴 했지만. 이 모습을 보고 백작은 속으로 크게 감동했으나 끝내 정체를 밝히지 않고 묵묵히 떠났다.[12] 쥘리의 연인이었던 엠마뉘엘이 자신도 모렐 가에 빌붙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을 모으기 위해 일하느라 둘의 결혼을 몇 년 미루었다고 하니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가 오갈 즈음에는 모렐 가가 재산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고 볼 수 있다.[13] 다만 이후 작중 현재 시점에서 막시밀리앙이 아버지의 최후를 회상하면서 하는 말에 따르면, 모렐은 정말 에드몽이 탈옥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일종의 기적으로만 여겼다고 한다. 설령 막시밀리앙이 그 말을 믿고 에드몽의 흔적을 찾으려 했어도, 에드몽은 법적으로도 '탈출하려다 실패해 수장당한 죄수'가 된 상태고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캐러 다닐 때도 '에드몽 당테스는 감옥에서 죽었다'고 퍼뜨렸으니 찾을 방법은 요원했을 듯.[14] 다만 소설의 전개를 위해서 필연적인 것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모렐 선주를 대면했으면 메르세데스가 그랬듯이 에드몽임을 간파하지 못 했을 리가 없다.[15] 여자 캐릭터 중에서는 단 한 순간도 에드몽을 잊지 못한 메르세데스가 유일하다. 작중에서 보면 에드몽 본인도 14년의 감옥 세월 때문에 얼굴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인데 메르세데스는 24년이나 지났음에도 백작을 보고 바로 에드몽임을 알아챘다.[16] 카드루스가 추후 전개에서는 타락하여 범죄자가 되긴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본성은 선량한 소시민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에드몽이 언제고 돌아온다면 옛 지인들을 수소문해 찾아올 게 분명하니 그때 전해주면서 아버지의 최후와 모렐의 도움에 대해 말해줄 생각으로 챙겨뒀던 듯하다. 비싼 물건이라서 가로챌 목적이었다면 고이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형편도 어려운데 진작에 팔아치우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