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오페라의 유령의 등장인물.2. 작중 행적
초반에는 그저 다소 수상하게 가르니에 궁을 배회하는 인물로만 묘사되지만, 크리스틴 다에와 그녀가 따르는 '음악의 천사'에 대해 추적하던 라울 드 샤니와 조우하며 정체가 밝혀진다. 본명은 밝혀지지 않지만 에릭에게는 '다로가'(Daroga)라고 불리는데, 그것은 그가 고국에서 맡았던 관직의 이름이다.[1]가르니에 궁에 숨어살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의 지인. 고국에 있을 당시, 왕비의 명령으로 에릭을 페르시아로 데려간 사람이다. 그래서 에릭의 과거를 비교적 상세하게 알고 있으며, 작중에서 밝혀지는 에릭의 과거사며 지하 은신처, 주의사항 등의 이야기는 대부분 이 사람 입에서 나오는 정보다.[2] 소설의 클라이막스 역시 서술자[3]가 사건 조사 끝에 이 사람과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듣게 되는 부분.
에릭을 페르시아로 인도한 장본인이지만, 에릭의 능력(뛰어난 건축술, 묘기 등)을 이용한 후 이를 자신만이 독점하고자 한 군주에게 에릭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러나 페르시아인은 에릭을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도망치게 했는데, 후일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도 관직을 잃고 나라를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후 프랑스 파리에 와서 에릭과 조우한 것. 에릭을 살려주긴 했지만 위험하게 생각하기는 했던지 계속해서 에릭의 뒤를 밟으며 과한 행동은 못하게 말리려 든다. 그리고 당연히 에릭은 무시한다.
그래도 본인의 회고에 따르면 에릭의 부비트랩 중 하나였던 지하 호수의 세이렌에게 걸려든 적이 있었는데, 에릭이 그래도 지인인데다 한때 은혜를 베풀어 준 인물이라 그런지 살려 준 후 다시는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대신 또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는 얄짤없을 거라고 했는데, 크리스틴 납치 사건과 얽히며 정말 그렇게 될 뻔했다.
오페라 파우스트의 히로인을 연기하던 크리스틴이 사라지자, 에릭의 짓임을 직감하고 라울과 함께 에릭의 은신처로 잠입한다. 그러나 부비트랩을 피하려다 그들이 떨어진 곳은 다름 아닌 에릭의 고문실이었다. 안에서 크리스틴이 에릭에게 협박당하는 것[4]을 듣고 있다가 결국 숨어 있다는 사실까지 들키게 된다. 죽을 뻔했지만 크리스틴이 에릭과의 결혼을 선택하며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집으로 돌려보내졌다가 후일 자신을 찾아온 에릭의 마지막 회고를 듣게 된다. 그래도 에릭과 인간적인 교류가 있었던 얼마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원작에서는 모든 진상을 화자에게 털어놓는 등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지만, 대부분의 각색물에서는 유령의 과거가 압축되거나 하는 등등의 이유로 가차없이 잘리거나 역할이 축소 내지 통합된다. 대표적인 경우로 웨버의 뮤지컬에서는 지리 부인과 합쳐져 버리는 등...그나마 팬픽션에서는 등장이 좀 있는 편. 덕분에 일부 팬들은 제법 괜찮은 조력자 포지션인 페르시아인이 창작물에선 뻑하면 제외 처리되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참고로 하인을 하나 부리고 있는데 이 하인의 이름이 다리우스. 그래서 후일 맨해튼의 유령을 읽은 사람들이 조금 황당해했다카더라.
여담으로 본작에 등장하는 주연급 인물들 중 유일한 비(非)유럽인인데, 이는 16세기 이후로 이어져 온 문화적 현상과 관련이 있다. 16세기 중엽에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1세에 맞서기 위해 오스만 제국과 동맹을 맺은 것을 계기로 기독교 유럽에 오스만의 문화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는데[5], 당시 오스만 제국은 전성기이기도 했거니와 여러 민족과 종교들을 한데 아우르는 대제국이었기에 기독교 세계에서는 오스만을 발전한 선진국으로 인식했다[6].
그리고 동방에서 오스만에 맞서던 페르시아의 사파비 제국 역시 라이벌을 꺾기 위해 유럽에 사절을 보내고 우호 관계를 맺고 하며 문화적인 교류를 했는데, 이 결과 기독교 세계에서는 오스만과 사파비가 사이좋게 몰락한 이후로도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문화를 향유하기 시작했다[7]. 몽테스키외가 당시 프랑스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 쓴 글이 '페르시아인의 편지' 인 것도 나름 문명국인 페르시아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의 프랑스를 제 3자의 시각에서 평가하려는 목적에서였으며, 이 작품에서 페르시아인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작중에서의 역할이 유령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그 사실을 라울에게 소개하는 것이기도 하고.
[1] 원래 다로가(Daroga)는 무굴 제국 파디샤의 노예를 관리하던 직책이었는데, 영국령 인도에서는 경찰 조직의 최고 지휘관으로 변화했다. 대체적으로 오늘날 한국 경찰청장의 지위에 상응한다.[2] 대표적으로 '손을 항상 눈높이에 올리고 있으라'는 것. 에릭의 특기인 올가미를 이용한 교살 수법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3] 오페라의 유령은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화자가 기자.[4] 자기랑 결혼하든지 다 같이 죽든지.양자택일[5] 이것을 전문 용어(?)로는 튀르크리라고 한다.[6] 이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로 쉴레이만 대제 시대에 카를로스 1세의 동생으로 신성 로마 제국의 독일 문제를 전담했던 독일왕이자 오스트리아 대공 페르디난트 1세의 사절로 파견되었던 오기에르 기셀린 드 뷰스벡(Ogier Ghiselin de Busbecq)을 들 수 있다.[7] 실제로 하이힐이 페르시아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