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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펀드런에서 넘어옴
파일:/image/001/2011/02/17/PYH2011021704700005100_P2.jpg
2011년 2월 17일부산2저축은행에서 벌어진 뱅크런. 출처

1. 개요2. 원인
2.1. 고전적 분석2.2. 현대적 분석
3. 결과4. 대책5. 사례6. 뱅크런에 대한 오해7.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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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뱅크런(Bank-run)은 은행에서 단기간에 예금에 대한 대량의 인출요구가 일어나는 사태를 지칭한다. 한국말로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번역된다.

비슷하게 고객들이 대량의 펀드 환매요구를 하는 경우를 펀드런이라고도 한다.

2. 원인

2.1. 고전적 분석

고전적 뱅크런이 일어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부분지급준비제도를 채택하는 전세계의 모든 은행에서는 모든 고객의 실자산을 돌려줄 만큼 충분한 현금을 준비해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은행이 불안하다는 인식이 퍼져서 예금주들이 단체로 예금을 찾겠다고 몰리면 세상 어느 은행이든지, 설령 제대로 경영하고 있던 은행이라도 당연히 예금을 전부 돌려줄 수 없다. 게다가 이러한 인식이 일단 퍼지게 되면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예금주까지 추가로 돈 찾으러 몰려오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은행은 단순히 돈을 맡아두기만 하는 시설이 아니다. 은행은 예치된 돈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다시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식으로 돈을 팔아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여명기부터 존재해왔던 은행의 태생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고객이 맡긴 돈을 다른 고객에게 대출해주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금리에 따라 돈의 가치가 계속 변화하므로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주거나 걷는 것이다.[1] 은행도 기업인 만큼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기에, 은행은 들어온 예금의 거의 대부분을 대출로 빌려주고 있는데, 대부분의 은행은 법적으로 강제된 지급준비금을 겨우 웃도는 만큼만 준비하고 있다.[2]

물론 은행은 설령 고객이 맡긴 돈이 이미 투자되고 없다 해도 고객이 예금 인출을 원하면 무조건 인출해줄 의무가 있다. 한 두명 정도가 인출을 원하면 그 돈은 지급준비금이나 돈놀이로 얻은 수입으로부터 내어주면 쉽게 해결된다. 그런데 만약 이 상황에서 지급준비율을 넘는 예금 인출 요청이 발생한다면 은행은 당장 손에 쥔 충분한 현금이 없으므로 전부 인출해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은행에 돈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 나머지 예금주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부리나케 달려와서 각자 자기가 맡긴 몫 만큼 인출해가려 할 것이다. 이것이 고전적인 뱅크런이다.

2.2. 현대적 분석

현대의 고도로 시스템화된 은행에서는 단순히 지급준비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해서 뱅크런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오늘날엔 사실상 모든 은행이 지급 준비율을 지키고 있지만, 그래도 뱅크런은 발생하며, 반대로 일시적으로 지급준비금을 넘어선 인출이 발생해도 고객들 대다수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이것만으로는 뱅크런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은행간 대출이라는 제도를 통해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3] 따라서 정말 심각한 지급준비율 부족이 발생한다면, 이는 뱅크런 사태의 원인이라기보다는 뱅크런 사태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 은행의 뱅크런은 지급준비율보다는 자본잠식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여기에 투자자들이 1억을 출자하여 설립한 은행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은행은 고객들로부터 예금 10억을 유치하여 총 11억으로 투자 사업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 투자가 실패하여 지급준비율 7%에 해당하는 7000만원을 넘어 8000만원의 손실을 보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그러면 총 자금은 10억 2천만원이 되는 셈이고, 이 은행은 순손실을 보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모든 고객이 예금을 인출한다 하더라도, 어찌저찌 시간은 걸리겠지만 고객의 원금은 다 돌려줄 수 있고, 투자자들끼리나 손실 보는 정도로 끝날 것이다. 따라서 고객들이 이 상황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이자를 포기하면서 중도인출을 시도하기보다는 만기까지 기다리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즉, 이 상태에서는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은행의 손실이 8000만원이 아니라 2억이 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이제 총 자산은 9억이 되며, 자본금을 넘어 고객의 예금을 까먹고 있으니 마지막 1억을 찾아갈 고객은 돈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 것. 만일 고객이 이 상황을 알게 되면 뱅크런이 일어난다. 자본잠식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설령 이 은행이 7%가 아닌 90%의 지급준비율을 유지했어도 뱅크런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어쨌든간엔 예금주들이 몰려와 줄을 서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7%와 90%의 차이는 몇번째 줄부터 현금 대신 소위 '딱지'를 받게 되느냐일 뿐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는 금융당국이 먼저 개입해서 예금자 보호법에 따른 청산 절차를 치르므로, 설령 90%여도 대부분은 딱지를 받게 된다. 하지만 예금자 보호법에는 한도가 있고 청산 절차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결국 은행으로 뛰어가는 사람은 생길 수밖에 없다.[4]

즉. 현대 금융 시스템에서의 뱅크런은 은행에 현금이 부족할 때가 아니라, 예금을 되돌려 줄 수 있다는 신용이 무너졌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고객들이 정말 신경써야 하는 것은 지급준비율이 아니라, '이 은행이 가진 위험자산, 즉 손해가 날 가능성이 높은 대출 대비 자본금'이며, 이를 자기자본비율 혹은 'BIS' 비율이라 하여,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은행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뱅크런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초인플레이션 또는 마이너스 금리. 국가가 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예금의 이율보다 물가의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게 되면, 예금보다는 현물을 들고 있는 것이 유리해지게 되며, 이에 따라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 경우에는 시행하는 국가들의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부자들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지만 적금이나 소액 고객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했다가는 뱅크런이 발생한다.스위스의 고액예금예치자 마이너스 금리 부과 이후 뱅크런 기사

국가가 지나치게 통제하려 들 때도 뱅크런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가가 예금계좌에 대한 인출 등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들 경우, 국민들이 이를 우려하여 예금을 미리 인출하려 들면서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경우, 근본적인 원인은 서로 다르지만, 보통 국가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적인 경우는 있다. 금융실명제 도입 같은 경우다. 다행히 한국의 경우, 비록 일시적으로 뱅크런이 발생했지만, 그 규모나 충격이 크지는 않았다고 평가된다.[5]

3. 결과

일단 뱅크런이 터진 은행은 자기 돈을 찾으러 온 예금주들로 북새통을 이루어 서로 아우성을 지르는 아수라장이 열린다. 그래서 뱅크런이 터지면 은행은 일단 문을 닫고 채무자에게 대출해 준 자금을 혹독하게 회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때문에 채무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만약 이로 인해서 파산하는 채무자가 늘어나면 은행도 함께 파산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대기업이 망하면 어음 결제를 못 받은 하청, 협력업체가 줄줄이 망하는 것과 비슷하다. 게다가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결과적으로 대출을 회수하기 때문에 시중의 통화량이 급감하여 디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보이지 않는 손의 가장 가혹한 통화량 조절책인 셈이다.

게다가 뱅크런은 전염성까지 있어서 한 은행이 뱅크런을 겪으면 그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신용도나 지명도를 가진 은행들도 저항 한번 못 해보고 며칠 안에 뱅크런이 터지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 거대한 일류 은행도 망하려고 하는데 그 밑의 은행이 제대로 버틸 리가 없다"는 불신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도미노 현상은 양의 피드백이므로 이론적으로는 진원지 은행 이하의 신용도를 가진 은행들이 전부 터질 때까지 지속된다.

따라서 꽤 인지도가 높은 은행에서 뱅크런 소식이 들리면 '은행 한 곳의 신용'만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높은 확률로 은행이라는 시스템 전체의 신용이 날아가게 된다. 그렇게까지 되면 이건 국내 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가 신용도의 문제가 되어서 해외 투자 자금이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도 있거니와 타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만약 미국, 일본, 홍콩, 영국, 독일 등의 세계 경제의 주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국책은행에서 뱅크런이 터지면 그 나라는 멸망 직전까지 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전에 발간된 맨큐 경제학에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2007년 말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그로 인한 대침체 때문에 세계구적으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영국(노던록 은행), 미국(인디맥, 워싱턴 뮤추얼), 러시아, 쿠웨이트, 홍콩, 대한민국(전일저축은행), 일본 등지에서 뱅크런이 터졌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당연히 터지지만 선진국에서도 아주 못 볼 일은 아닌 것이다.

전자금융이 발달한 2020년대에 들어서는 사이버 뱅크런이 터지기도 한다. 미국의 SVB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 금융공동망은 차액거래이기에 신용카드 한도처럼 거래 한도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만약 한국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 안가서 해당 은행의 공동망 업무 자체가 자동으로 정지되어버린다. 그리고 모든 은행간 거래 상황을 한국은행에서 주시하고 있기에 한국은행에서는 곧 해당 은행이 지급불능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게 된다.

4. 대책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하기에 정부와 중앙은행은 기를 쓰고 뱅크런을 막으려 들 수밖에 없다. 예금자 보호가 대표적이며, 이 정책은 전세계적으로 상당히 효과가 좋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덕분에 뱅크런이 발생할 확률이 많이 낮아진 상태다.

뱅크런까지 가기 전에는 보통 중앙은행이 나서게 된다. 중앙은행의 역할에 최종 대부자[6]의 역할도 포함되는 만큼 중앙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에선 한국은행이 나서고, 미국이라면 연방준비제도가 나선다. 문제는 은행이 중앙은행에게서 돈을 빌릴 능력이 되는지 여부다. 은행은 단기 예금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장기 대출을 통해서 마진을 얻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니까 단기에 다시 돈을 돌려줘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신용 경색 없이 경기가 괜찮으면 새로 예금을 유치해서 그걸 메울 수 있지만 경기가 불황에 빠지고 예금이 들어오지 않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헬게이트가 시작되는 것. 만약 은행이 시간만 충분하다면 지급할 능력이 있는데도 장기 대출해 준 자금을 당장 회수하지 못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황이라면 중앙은행은 미련 없이 돈을 빌려줄 수 있다.[7] 즉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데 자산을 현금화하지 못한다면 중앙은행이 돈을 빌려줘도 나중에 그 은행이 갚을 수 있지만 은행의 자산이 부실한 경우, 은행이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지는 경우가 된 경우에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답이 없다. 중앙은행이 돈을 빌려준다고 해도 그 은행이 갚을 능력이 안 되니까. 이를 지급 불능 위기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은행이 경영을 부실하게, 지나치게 위험하게 한 것이니 중앙은행이 나설 이유가 없고 나서서도 안 된다. 그 은행을 그냥 망하게 두는 것이 낫다. 문제는 금융위기가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서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대규모의 경제 위기가 지나간 다음에는 "XX 은행은 방만한 경영을 했는데도 면죄부를 받았다", "YY은행은 건실하게 운영되는 은행이었는데 억울하게 지원을 못 받아서 망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각종 매체로부터 흘러나오게 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들은 'SIFI(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e, 체제상 중요한 금융기관)'로 지정해서 따로 관리한다. 이들은 더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요구받으며, 위험자산 비율도 규제를 받는다.

국가적인 디폴트나 모라토리엄 선언 같은 일이 일어나서 누가 봐도 뱅크런이 코앞인 상황이 오면 정부가 공권력으로 은행의 문을 막아버리는 것이 통상적인 대응법이다. 뱅크런 자체가 예금주들의 불안한 집단심리로 인해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장 며칠이라도 은행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며, 은행이 자금을 어떻게든 조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 다만 부산저축은행처럼 영업정지 소식을 내부자 정보로 얻어들은 높으신 분들이 일반 고객들의 발이 묶인 사이 자기들끼리만 먼저 돈을 빼가는 비도덕적인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뱅크런은 은행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현상이기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아닌 개별 은행 자체적으로도 항상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예금자가 채무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 예금자가 예금을 해둔 그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이자율을 비 예금자보다 낮춰주는 혜택 등 말이다. 이른바 꺾기.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시도하려는 은행 직원이 있으면 무시하고 끈질기게 달라붙으면 그냥 신고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 세계의 모든 은행은 본능적으로 보수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 확산 이전의 한국의 은행들은 한때는 가난한 사람들의 피서지로 각광받을 정도로 지점마다 에어컨을 펑펑 틀어 주는 이미지를 쌓고 있으며, 그런 지점이 폐쇄되는 것은 은행 이미지에 엄청나게 타격이 크기 때문에 은행은 지점 개설과 폐쇄에 상당히 보수적이다. 이런 은행 특유의 행동특성이 넓게 보면 예금자들에게 절대 돈을 떼먹지 않겠다는 신뢰를 심으려는 처절한 노력이기도 하다는 것.

5. 사례

세계 대공황 때 뱅크런이 너무 자주 터져서 대부분의 중소형 은행이 깡그리 몰락해버렸다. 대형 은행도 파산 직전까지 갔을 정도. 하지만 열강들에선 겨우겨우 버텨내기라도 했지 국력이 약한 2~3류 열강들은 국가가 파산 직전까지 간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의 경우 중앙은행까지 파산했을 지경이었다.[8]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위기 상황에 놓인 은행에게 일시적 영업 정지를 때린 것이었다. 안 그러면 예금자들이 모조리 예금을 빼가서 파산할 게 뻔했다. 이때 국민들에게 라디오로 난로 앞에서 담화를 했다고 '노변담화'라고 부른다. 최초의 현대적인 예금자 보호 정책도 이렇게 은행이 망해가는 상황이던 미국에서 시행됐다.
파일:Shanghai-1948.jpg
1960년 라이프지에 게재된 사진. 1948년 국공내전이 한창이었던 중화민국의 패색이 짙어지며 화폐 가치가 폭락함에 따라 국민정부가 국민 1인당 금 40g의 재산을 분배하기로 결정하여 은행에 쇄도한 상하이 시민들. 이 날 10명이 질식사하였다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미국에서 대규모 뱅크런이 일어날 뻔했으나,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버냉키 연준의장의 거의 20조 달러에 달하는 지급 보장으로 겨우 막았다. 그래도 미국 최대의 저축은행 쌍두마차였던 인디맥과 워싱턴 뮤추얼의 자산규모는 거의 4,000억 달러여서 뱅크런의 규모가 워낙 어마어마해 미국 정부와 연준의 구제 한도를 초월했다. 인디맥과 워싱턴뮤추얼에 뱅크런이 쏠린 이유는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가 레버리지를 당기기 위한 은행권 대출 한도가 다 차버리자 접근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곳들은 초거대 저축은행이었고 경영이 견실했으므로 파산보호법원에서 확인했을 때 분식회계 의구점이 거의 없었다. 사실상 제1금융권에 준하는 신용도와 대출여력이 있던 곳이었다. 그래서 리먼이 여기에서 헤지펀드 투자용 대출을 대규모로 당겼고 결국 뱅크런이 터진 지 2개월이 된 2009년 1월 나란히 두 회사가 파산하고 말았다. 파산 이후 저축은행들을 파산보호법원이 관리하며 잘게 분할해 각 지방의 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사 등에 팔아서 2016년 회사가 공중 분해됐다.
파일:부산저축은행_뱅크런.jpg
2010년 대한민국에서 부산저축은행이라는 상호저축은행에서 부도덕하고 방만한 경영을 한 사실이 들통나 뱅크런이 터진 적이 있다.# 제2금융권에서 터진 일이라 제1금융권으로 불길이 옮겨붙진 않았다. 그렇지만 대규모 인출 후 파산, 그리고 비슷한 신용도의 저축은행의 연쇄도산이라는 교과서적 패턴을 보여주었다. 그 한해에만 무려 14개의 저축은행이 추가적으로 파산했다.

원래 국내 은행의 일반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으로 5천만원까지는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저축은행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도산한 은행에 일반 예금을 예치한 고객들은 대부분 약정이자의 일부를 받지 못하는 수준의 피해로 끝났지만, 저축은행들이 발행한 '후순위채권'를 매입한 고객들은 달랐다. 후순위채권은 일반 예금보다 이율을 좀 더 높게 받는 대신, 은행이 도산할 경우 고객이 채권의 변제를 요구할 권리, 즉 순위가 상당히 낮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상환을 모두 마치고, 이후 여유 자금까지 생기면, 그 때가 되어서야 고객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즉 뱅크런에 의한 도산으로 생긴 저축은행의 자금 고갈은, 이런 고객들이 장기간 떠안게 되었다. 특히 후순위채가 단순히 이자를 더 주는 좋은 예금이라고 오인하고 적극적으로 매입한 사람들은 저축해둔 돈이 사실상 전부 소멸됐다.
2015년 6월 말 그리스 경제위기 와중에 구제금융 협상 결렬에 따른 디폴트 및 유로존 이탈 우려, 일시적인 은행 영업 중단에 따라 뱅크런이 일어났다. 영업 정지 처분 당한 은행에 돈을 뽑으려는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인출은 재개되었지만 하루에 인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100유로(약 14만원)로 제한하여 사람들은 매일 긴 줄을 서야 했다.
2021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공세의 결과 탈레반 과도정부가 수립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모두 철수하자 불안을 느낀 국민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은행에서 돈을 모두 빼려 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본격화되고, 이에 따른 각국들의 제재가 강화되자 불안에 빠진 러시아 국민들이 곳곳에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미국의 실리콘밸리 은행이 뱅크런이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은행 규모 14위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도 파산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은행 파산 규모로는 2번째로 큰 파산이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스마트폰이나 PC로 예금을 인출 할수 있는 시대가 되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돈이 빠져나갔다.

2023년 7월에는 대한민국에서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위기와 기타 문제가 터지며 뱅크런이 발생했다.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여론에 사태가 더욱 심각화될 조짐도 보이는 중.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뱅크런 덕분에 새마을금고는 흑자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

6. 뱅크런에 대한 오해

1. 뱅크런의 원인은 예금주들의 조급함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뱅크런은 은행의 신용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은행의 신용도가 바닥을 쳐 내 돈을 돌려주지 못할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고객이 믿고 기다려 줄 의무는 전혀 없으며, 은행에 돈을 찾으러 오는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도 경제학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법적으로는 단순한 계약상 의무이행청구권 행사이고, 경제학적으로는 단순히 기대 비용의 변화로 인한 또 다른 합리적 투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은행은 채무자의 대출 연체시 신용이 상실된 것으로 간주하고 담보물건을 경매로 넘기는 등의 강력한 회수조치에 착수한다.
2. 뱅크런은 죄수의 딜레마다.
게임이론적으로 뱅크런과 죄수의 딜레마는 다르다. 죄수의 딜레마는 상대가 어떤 전략을 취하든지 간에 반드시 상대적으로 이득이 되는 우월 전략이 정해져 있고, 내쉬 균형도 하나밖에 없다(=자백). 다만 그 내쉬 균형이 모두에게 영 좋지 않은 상황을 가져오는 것 뿐.
반면 뱅크런 자체는 일종의 조정 게임(coordination game)으로서 상대가 두 전략('돈을 찾는다' 와 '돈을 찾지 않는다') 중 돈을 찾는다고 예상하여 이에 맞는 전략(똑같이 돈을 찾는다)을 선택한 것이다. 조정 게임의 내쉬 균형은 둘('둘 다 돈을 찾는다'=뱅크런 / '둘 다 돈을 찾지 않는다'=일반적 상황)이므로 죄수의 딜레마와 완전히 다른 상황임을 알 수 있다.[9] 은행 시스템이 만약 죄수의 딜레마라면 출금이 예금보다 항상 이득이라는 말인데, 이는 은행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말이다.
다만 세계 기준으로는 드물게 출금이 예금보다 항상 이득이라서 은행이 무력화되는, 죄수의 딜레마 같은 경우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국가에서는 은행에 저금해봐야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큰 손해를 보게되므로 예금보다는 금이나 미국 달러 등 기축 통화로 환전해서 보관하는 것을 선호하며, 북한의 경우 은행이 입금은 받는 주제에 출금은 거절해서[10] 특권층을 제외하면 아무도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다.[11] 뱅크런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는 은행의 신용이 붕괴하면서 돈이 은행에서 빠져나간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결과라는 점에서 뱅크런과 근본 원인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7. 관련 문서



[1]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은행을 통한 신용창출이다. 예금 → 은행 → 대출 → 다시 예금으로 이어지는 이 구조가 무너지면 바로 시장경제는 붕괴하게 되어있다. 이것이 최악의 형태로 현실화한 것이 1929년 대공황이다.[2] 대한민국의 법정 지급 준비율은 7%다. 은행은 현금으로 4%p 정도를 준비하고 그 중의 절반을 한국은행에 예치금 형태로 상납한다. 나머지 3%p는 신용도 A+ 이상의 상업 어음이나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3] 물론 이 대출에도 이자가 붙으니 은행으로서는 손실이 나기는 한다.[4] 아래문단의 후순위채권 관련 내용이 이러한 예이다.[5] 실명전환 유예기간을 주고, 적용 첫날에는 아예 몇 시간 은행 영업을 안 하는 방식으로 뱅크런에 대비했다.[6] 은행의 은행이라는 뜻이다. 은행이 더 이상 긴급 자금을 수혈받을 형편이 안 되면 은행의 자산(대출채권)을 담보로 중앙은행한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시중은행한테 적용되는 대출금리가 바로 재할인율이다. 기준금리로 재할인율을 채택하는 국가도 많이 있다. 당장 대한민국만 해도 1997년 외환 위기 이전에는 기준금리가 재할인율로 표시되었다.[7] 선뜻 이해가 어렵다면 저당권을 생각해 보면 된다. 1억짜리 토지를 가진 갑이 A은행에 돈을 5천만 원을 빌릴 때, A은행은 갑이 가진 1억짜리 토지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별 걱정 없이 돈을 빌려줄 수 있다.[8] 이는 훗날 벌어진 안슐루스에 영향을 준다.[9] 균형이 둘이라는 것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이쪽 균형에서 저쪽 균형으로 옮겨 탈 수 있다는 의미로서, 평상시에 "모두 돈을 찾지 않는다"가 균형이라고 한다면 자기실현적 기대로 인해 돈을 찾는 전략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상황이 왔을 땐 얼마든지 다른쪽 균형인 "모두 돈을 찾는다"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디빅 모형 참조.[10] 거절도 모자라서 조선로동당의 귀중한 자금에 쓰인다는 이유로 예금을 아예 압류해버린다.[11]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2009년 북한은 화폐개혁을 실시했지만 부작용이라는 쓴 맛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