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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02 18:41:25

판후이

판 후이에서 넘어옴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FanHui.jpg
2005년 사진

파일:판후이00.jpg
2016년 당시의 모습
1. 개요2. 활동

1. 개요

樊麾(번휘) / Fan Hui

중국계 프랑스인으로 프로 二단의 바둑기사다. 1981년생([age(1981-01-01)]세)으로 중국 시안시 출신. 2013년 프랑스로 귀화해 공식적으론 프랑스 국적자이며, 현 거주지도 프랑스 보르도라고 한다.

본래는 한국에선 많이 알려진 프로기사가 아니었지만,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제작에 고문역으로 참여해 많은 도움을 주었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 심판으로 참여하며 상당히 유명해졌다.

중국어, 프랑스어,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한다.

2. 활동

1996년에 프로기사가 되었고, 1998년에 二단이 되었다. 그러다 바둑에 흥미를 잃고 2000년에 프랑스로 건너갔는데 결국 바둑을 완전히 끊을 수 없어 보급기사로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유럽권 바둑대회에 나가 다수의 상위권 성적을 거두었는데 대표적으로 프랑스 전국 바둑대회에서 2001-2005년 사이 5연패를 했고, 2013- 2016년에는 유럽 바둑 챔피언 4연패를 달성했다. 즉, 유럽권 프로 바둑기사 중 최강자로 불릴만한 실력자로 이를 인정받아 프랑스 바둑 국가대표팀에 코치를 지내기도 했다.

참고로 대회우승이 많은 프로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二단에 머물러 있는데, 그의 승단을 관리해줄 기원이 프랑스에 없어서 그런듯 하다. 물론 세계 최정상급 기사 반열에 드는 건 무리가 있지만, 경력만 놓고보면 고단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세계적인 고수다.
파일:external/britgo.org/match.jpg
알파고와 대결하는 판후이

2015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구글 딥마인드가 설계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했다. 딥마인드의 CEO이자 고위급 연구원인 데미스 허사비스의 초청을 받은게 계기라고 하는데, 처음엔 자신의 머리에 전극같은걸 심고 실험 같은걸 할 줄 알았다고 한다. 나중에 딥마인드 본사를 직접 방문해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니 알파고와 정선으로 대결해 달라는 내용이였고, 자신이 무난히 이길거라는 생각이였다고.

그러나 결과는 판의 5:0 참패였고 알파고에 대해서 "너무 강해서 벽같았다. 알파고가 컴퓨터인지 몰랐다면, 아마 매우 특색있는 수를 두는 기사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 판의 패배에 대해 알파고가 잘했다기보다는 그의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바둑계의 일반적인 평가였다.[1] 프로 바둑 기사가 AI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사람들이 판후이의 실력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의견을 쏟아내기도 해서 깜짝 놀란 판후이의 아내가 판후이에게 절대 알파고와 관련된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판과 알파고의 기보를 본 전문가들은 알파고를 프로 五단급의 실력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인 한국의 이세돌 九단이 1:4로 패하자, 판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알파고의 기력이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다는게 증명되었고 결국 판 후이도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심판겸 계산원으로 참여했으며,[2] 이세돌이 알파고에 3패후 1승을 올리자 따봉을 주기도 했다.

알파고의 핵심 개발자중 한 분인 아자 황 박사는 USGC 2016 프레젠테이션에서 왜 판 후이를 테스터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일화를 들려줬는데,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열렸던 국제바둑대회에서 한국의 바둑기사들은 술마시러 나갈 때 판 후이는 다음 대국 준비를 위해 이를 거절하는 모습을 목격해서라고 한다. 즉, 성실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

이세돌 九단이 제 4국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후 한국 기자로부터 인터뷰를 받았는데, 인터뷰 내용이 아주 담백하고 깔끔하다. 아래에 나온 내용이 바로 그 인터뷰인데, 잘보면 판 후이 언변과 매너가 아주 뛰어나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Q. 대국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A. 대국장 안에서 재미있는 것을 많이 본다. 1국 때는 이세돌이 이기고 싶다는 의지에 더 압박감을 느낀다는 인상을 받았다. 2국 때에는 이세돌이 알파고의 힘을 알게 되면서 다른 것을 시도하려 했다. 더 천천히 경기에 임하면서 수를 놓을 최고의 위치를 찾아갔다. 2국 초반에 알파고는 아주 아름다운(beautiful) 게임을 했다. 특히 37수는 인간이 둘 수 없는, 정말 아름다운 수였다. 한 중국인 해설위원은 이 수를 보고 1시간 동안 울었다고 한다. 이세돌도 많이 놀란 것 같았다. 3국 때에는 이세돌이 여기서 지면 패한다는 생각에 더 싸우기를 원했다. 대국을 바라보며 이세돌의 투지를 느꼈다. 그러나 정작 공격할 기회가 없어 아주 어려웠다. 4국 때 이세돌은 편안한 상태에서 최고의 게임을 하고 싶어했다. 이세돌은 그저 싸우려고 하지 않고 적절한 일격의 순간을 기다렸고, 마침 그 순간에 '한방'(78수)을 날렸다. 그래서 승리했다. 진짜 이세돌다운 경기였다.

Q. 이세돌이 첫 승리를 거머쥐었을 때 같은 프로 바둑기사로서 심경이 어땠나.
A. 정말 좋았다. 컴퓨터를 상대로 인간이 벌인 대국에서 내가 0 대 5로 졌고, 이세돌이 세 판을 진 상태였으니 0 대 8이었다가 1승을 거머쥔 것 아닌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본 이세돌의 미소는 내면에서 올라오는 진짜 미소였다.

Q. 처음 알파고와 대국했을 때 소감은. 알파고 5개월 만에 실력 늘었다고 보나.
A. 처음 대결 상대로 지목됐을 땐 아주 간단한 대국이라는 생각에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1국을 치르고 나서 알파고가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둘 수 있는 이상한 수를 전혀 두지 않았고 인간같이 뒀다. 2국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싸우려 했지만 시간제한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구글 딥마인드 팀이 처음에 대국이 몇 시간이 좋겠냐고 물었을 때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얘기했다. 초읽기는 30초였다. 그런데 이것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나는 시간에 쫓겨 실수를 남발했다. 이런 면에서 이 9단이 2시간을 선택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다고 본다. 3국에서 진 뒤에는 자신감도 잃었다. 하지만 이세돌은 나와 달리 강했다. 흔들림 없이 계속 싸웠다. 대단한 고수(master)다. 알파고의 실력은 5개월 전보다 분명히 늘었고 더 강력해졌다. 매일 훈련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Q. 알파고로 인해 스스로 실력이 향상됐다고 외신 인터뷰에서 밝혔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A. 바둑을 시작하면 정석, 포석 등 기본적인 것을 많이 배우는데 실력이 늘면서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잊어야 한다. 이전에 학습한 것이 우리를 가둬두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려면 여기서 탈피해야 하지만, 굉장히 어렵다. 이런 면에서 스스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알파고와 대국하면서 내가 배운 정석이 과연 옳은지 계속 자문했고 바둑돌 자체의 힘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시각(special vision)이 생긴 것이다.

Q. 알파고와의 대국에서도 바둑의 본질과 아름다움을 보았나.
A. 누군가는 단지 기계의 게임이어서 '차갑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변하기 마련이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알파고의 수는 보기엔 아름답지 않지만 힘이 느껴진다. 이것 자체가 새로운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Q. 알파고와의 대국을 계기로 바둑계의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A. 잘 모르겠다. 미래에 아마도 알파고와 더 많은 대국을 치러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야 하는 시점인데,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우리도 아직 모른다. 다만 모두가 이번 대국에 대해 생각하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더 많은 대국을 보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Q.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에 공포감을 느낀 적이 있나.
A. 한 번도 없다. 처음 대국에서 졌을 때 '정말 강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다 지고 나서는 오히려 나 자신의 실력이 두려웠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하고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백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카메라의 등장에 사진을 찍으면 영혼을 빼앗아간다며 위험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농담이 됐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100년, 혹은 50년 뒤에는 인공지능이 위험하다고 말했던 것이 농담이 될 수도 있다. 기계는 감정이 없고, 바둑을 즐긴다는 개념도 없다. 이런 기계가 왜 굳이 인간을 왜 지배하겠나. 기우라고 본다.

Q. 구글 딥마인드 팀과 수개월간 같이 일했는데 어떤 사람들인가. 알파고의 첫 대리인인 아자 황에 대한 관심도 많다.
A. 딥마인드 팀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단순히 승패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나나 이세돌 등 모두를 잘 살핀다. 아자 황은 정말 재미있고 인품이 훌륭하다. 5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않고 무표정으로 대국에 임하는 것을 보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라면 절대 못할 일이다.

Q. 딥마인드 팀과 계속 일할 생각인가. 프로 바둑기사로서 향후 계획은.
A. 딥마인드 팀과 계속 일할지는 제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없다. 프로 바둑기사로서는 토너먼트에 꾸준히 참가하고 현재 하고 있는 온라인 바둑 스쿨 운영도 더 열심히 할 계획이다.

Q. 알파고와 다시 대국할 의향이 있나.
A. 이세돌과 같은 고수도 이미 많이 졌다. 대국하고 싶어도 내게 더 이상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다.
알파고 개발에 참여한 덕분에 2017년에도 관련 컨퍼런스에 참여&발표하고, 바둑의 미래 서밋 당시 알파고와 대국했던 중국바둑계 최강자 커제 九단과 함께 복기하고 알파고의 당시 생각을 공개하는 방송에 출연하는 등 사실상 딥마인드 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 다큐멘터리의 스탭롤에서도 딥마인드 알파고 팀원 중 한 명으로 당당히 적혀 있다. 은퇴한 알파고와도 비공식적으로 여러번 대국해봤다고 한다.


[1] 사실 속기전을 포함할 경우 알파고는 8승 2패로 그 당시까지는 인간 고수를 이기긴 하지만,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었다.[2] 구글측의 요청으로 중국식 룰로 진행되었기에 판이 심판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중국과 달리 중국바둑의 계가법이 복잡해 이쪽방면에 능통한 판이 적임자였던 것. 다행이랄지 5판 모두 불계승으로 끝나 판이 계가에 나서진 않았다. 참고로 알파고와 사람의 대결에서 계가까지 진행된건 훗날에 있었던 커제 九단과의 대국에서 딱 1번 나온게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