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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13 13:49:23

택견/실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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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택견은 무술인가 아닌가
2.1. 민속놀이일 뿐 무술이 아니라는 주장2.2. 무술이 맞다는 주장
3. 택견과 MMA4. MMA에서 먹히는 택견의 가능성

1. 개요

'택견의 실전성'에 대한 논의란 크게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택견은 무술인가 아닌가

현 시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불가능하다. 조선 말에 행해진 택견의 본모습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이 택견과 같이 집단적으로 향유된 무형 문화에 대해 당대의 모든 면모를 아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상식선에서나, 결련택견에 대한 회고를 비롯해, 송덕기가 전승한 형태 외에 다른 방식의 택견이 존재했음을 직·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각종 증언, 기록물[1]들에 의해서나, 조선 말의 택견을 균질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 다양성이 어느 정도 폭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역시 현재로선 알기 힘들다.

그래도 어느정도 정리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2.1. 민속놀이일 뿐 무술이 아니라는 주장

일단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 택견은 단순한 놀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견부터 무술이 맞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단순 놀이였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1983년에 나온 박종관의 책[2]에서 송덕기가 "그 당시에는 택견이라고 해서 특별한 무술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가를 이용해서 운동하기 좋은 장소에 모여서 실시하던 일종의 민속놀이였다"라고 한 증언을 근거로 든다.

2.2. 무술이 맞다는 주장

무술이 맞다고 보는 사람들은 놀이나 여흥으로서의 택견 경기와 택견 자체는 구분된다고 본다. 그 근거가 송덕기가 제자들을 가르칠 때 손으로 상대 목을 때린다거나 주먹질, 손바닥 아래 단단한 부분으로 상대의 턱을 때리는 기술(낙함)같은 상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기술들은 옛법이라며 놀이나 경기에서 사용되는 기술과 구분지어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즉 실제 싸움판에서 쓰는 택견의 기술 중 놀이에 알맞지 않은 것들을 빼고 다치지 않게 즐기는 것이 놀이로서의 택견 경기라는 것이다.[3]

그리고 위의 박종관 책에 나오는 송덕기의 말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당시의 송덕기는 '무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나 인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해온 것이 무술인지도 몰랐을 뿐 "택견은 무술이 아니다"라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같은 책에 "그 당시에는 나도 택견을 전통무술로 계승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별로 못하였고, 우리의 고유 무술에 대한 인식을 깊이 하지 못하여 큰 관심을 두지도 못했다"고 나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송덕기는 전근대적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실제로 전근대에는 무술과 놀이의 경계가 매우 모호했으며 이는 서양의 복싱[4]이나 씨름, 스모 등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송덕기 입장에서 이게 특별히 무술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 뿐이며, 당시 신문기사들을 보면 택견이 무술로 취급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1928년에 인천에서 열린 무도대회에 대한 기사에서 "각종 무도의 시합은 만장관중에 대하여 무도에 대한 자극을 여한바이 다대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최종 권충일군의 택견과 나주연군의 권투는 과연장쾌를 극하여 만장갈판을 박하고 오후 다섯시에 성황리에 폐회하였다"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택견이 권투 등과 함께 무술로 취급 받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본의 유도를 소개하는 1929년 기사에서 "이 세계에 어떠한 나라 어떠한 민족에게든 무기를 가지지 아니하고 빈 손으로 적을 대항하는 법이 있는 것이다. 그리하야 조선에도 택견이니 날파람이니 씨름이니 돌단이니 압단이니 하는 이름들이 있어서 우리도 옛날에는 나로라하든 면영을 남긴 것들이라 하겠다. 일본 유술이라는 것도 역시 맨손 혹은 단소한 무기로 적을 대항하는 무적기술인데 (후략)"라며 택견을 무술로 얘기하고 있다.

1937년의 한 기고문에서도 "조선에서 고래로 전해왔고 다른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무술로 택견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습니다."라고 택견을 무술로 얘기하고 있다.

또한 결련택견에 대한 구술 등을 비롯해 택견의 무술성을 강조하는 송덕기의 다른 증언, 송덕기가 직접 시연자로 참여한 《태견》 책에 수록된 택견 기술의 다양성, 고용우·이병한 등의 수련 회고,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조선 말에 과격한 격투기가 유행했다는 외국 기록[5]들도 있다.

3. 택견과 MMA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의 종합격투기와 견주었을 때 실전성 면에서 당연히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택견 뿐만 아니라 어떠한 기존 무술도 그 단일 무술만으로는 MMA에 견주지 못한다. 현대의 종합격투기는 권투, 주짓수, 레슬링, 무에타이 같은 기존의 무술들이 전승 지식의 집대성, 대중적 보급, 경쟁 대회 개최, 타 무술/스포츠와 교류 등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기술 체계와 훈련법을 효율화, 합리화하는 과정을 거쳐 발전하고 개량되고 종합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중요한 점은 '택견 vs MMA' 같은 게 아니라도 과연 택견 베이스의 선수가 종합격투기 경기에서 먹힐 것이냐인데, 문제는 현재 택견 경기에서는 금지되는 기술들이 많고 풀컨택트 형식의 겨루기도 아니라는 점이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에 걸쳐 무술 간의 대결이 종합격투기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격투/무술가들이 얻은 교훈은 무척 많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을 꼽자면 다음 단연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1. 서로의 얼굴에 주먹질을 주고받는 무술은 그렇지 않은 무술에 대해 매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태기권극진공수도의 교류전
당시에는 안면 타격 연습을 별로 하지 않았던 극진 측의 주요 선수들[6]이 동시대 복싱/무에타이펀치 테크닉에 한참 못 미치는 태기권 권사들의 수기에 당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 그라운드 공방을 위한 각종 기술이 발달된 무술은 그렇지 않은 무술에 대해 매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7]
호이스 그레이시 하이라이트
호이스 그레이시는 타격 실력이 타 무술가에 비해서 높지는 않았어도[8] 내로라하는 타격가들을 제압하며 UFC 초대/2대 왕좌에 오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주짓수 블랙벨트인 그레이시는 능수능란한 태클로 상대를 자신의 전장인 그라운드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반면, 테이크다운 방어법을 익히지 못한 타격가들은 그레이시에게 자신에게 유일한 스탠드업 상태를 강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면 펀치와 그라운드 테크닉이라는 MMA의 양대 필수 영역은, 공교롭게도 현대 택견의 실전성을 논할 때 항상 부재를 지적받는 지점과 일치한다.

근대화의 세례를 받기 전의 각지의 전통 무술이 1단계라면, 스포츠화·상업화·과학화를 통해 발전한 현대 무술이 2단계인데, MMA는 그 현대 무술에서 가장 유용한 기술만을 집대성한 무술 진화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택견이 2단계의 위치라도 제대로 확보하고 있으면 좋을 텐데, 전통적인 택견(1단계)보다 실전성에서 퇴보한 면모가 적지 않기까지 하다. 일례로 택견에는 원래 유도배대뒤치기와 같은 유술기가 있었으며[9], 이는 택견의 기본 기예였으나 현재는 사실상 실전 상태다. 다른 주요 두 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택견의 무술성을 강조하는 결련택견협회조차 그러하다. 수련 프로그램에 들어있건 아니건 시합에서 쓸 수 없으니 적어도 '경기 스포츠로서 택견'의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 택견에는 아래발질로 본래 무릎이나 정강이를 발바닥으로 깎아 차는 '깎음다리'[10]라는 발차기 기술이 있다. 이와 같은 발차기를 오늘날의 격투기 용어로 '오블리크킥(oblique kick)'이라고 하는데, 그 유용성은 근래 앤더슨 실바 등의 발차기 달인들이 실전에서 충분히 입증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대한택견회한국택견협회의 경기 기술에는 깎음다리는커녕 아예 하단 차기가 허용되지 않는다. '걸이'라는 하는, 상대의 발목이나 종아리나 오금을 걸어 넘어뜨리기 위한 아래발질이 허용될 뿐이다.

사실 택견의 실전성에 무엇보다도 악영향을 끼친 현대적 요소는 주요 3단체가 공히 채택하고 있는 '얼굴 차면 승리'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송덕기의 직계 제자들 상당수는 1985년 첫 택견 대회를 열기 전까지 그런 규칙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해당 규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아무도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도 원형에 없는 요소를 현대 택견인이 추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었는데, 2010년대에 들어서 "얼굴 차면 이긴다"는 것을 규칙으로 학습했다는 송덕기 직계 제자 도기현·양창곡의 증언이 확보되었다.[11] 사실 저 박상혁 논문이 인용한 관련 증언들도 송덕기가 단정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는 식은 아니고 자신들이 배울 때 그렇게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송덕기로부터 그런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사람이 그렇게 드물 정도면 "손을 땅에 짚으면 진다"에 비해서는 그렇게 확고한 규정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는데, 대회를 준비하던 이들이 빠르고 깔끔한 승부를 선호했던 것인지 이를 승패를 가리는 제2의 규정으로 채택해 버린 것이다.

이 규정으로 인해 현대 택견 경기의 상단 차기는 강한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오직 상대 얼굴을 스치기라도 해서 승리를 따내기 위한 용도로만 구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발차기 중에서도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헤드킥임을 감안하면 이는 실전성 면에서 후퇴임이 분명하다. 발차기의 다채로움을 자랑하는 택견이 정작 가장 강력한 발차기는 갖고 있지 못한 셈이다. 이미 전근대에 스포츠화를 겪으며 실전 무술로서 면모가 상당히 누그러진 택견이 20세기 후반에 다시 한 번 스포츠화를 겪으며 그나마 남아 있던 파괴력 있는 기술들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물론 꼭 그런건 아니고 택견꾼들이 유용하게 써먹고 있는 것이 후려차기[12]라고 부르는 돌려차기가 있고, 현대 종합격투기의 기본 테이크다운 방식인 레슬링의 원레그/투레그 태클과 매우 비슷해서 레슬러 출신 신한승이 들여온 것으로 추측되기도 하는 '마구잽이'는 대한택견회에서는 금지 기술이지만 허용하고 있는 한국택견협회결련택견협회 주최의 대회에서는 그것 때문에 시합 재미없어진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자주 나오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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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택견협회의 안아잽이(마구잽이) 시범

이 외에도 3대 주요 단체 경기에서 허용되는 기술의 합집합을 구하면 실용적인 발차기와 잡아넘기는 기술들이 꽤 나온다.

그리고 택견의 특징적인 킥이라고 할 수 있는 곁차기[13]는 타 무술에서 보기 힘든 예상치 못한 각도로 올라오기 때문에 충분히 효용성이 있다. 로드 FC에서도 이 곁차기로 상대의 턱을 가격해 KO가 나온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처음에 제기한 문제점 두 가지는 여전하다. 특히 명색이 입식 계열의 무술이면서, 발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상대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손/주먹을 이용한 타격이 기술이 경기에서 죄다 금지 기술인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태권체조', '발 펜싱'으로 조롱받는 WTF 태권도조차 주먹으로 몸통을 가격하는 정도는 허용하고 있는데 말이다.[14][15]

그러므로 택견이 실전성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방식을 써서라도 평소 경기 규칙 자체를 옛법들을 사용가능하게 하고 안면타격과 주먹 타격도 가능하게 바꿔야 한다.

2010년대 들어 떠오른 비주류 단체인 윗대태껸협회의 경우는, 손을 이용한 타격을 발차기 버금가는 택견의 기본 공격 기술로 여겨 집중 수련하고 있으며 "옛법은 경기에서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택견계의 통념부터 부정하고 있으므로, 기존 단체에 비해 그와 같은 부분에서 유리한 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론적인 면은 차치하더라도, 아직까지 정식 대회를 개최해서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들의 완성도를 검증받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4. MMA에서 먹히는 택견의 가능성

결련택견협회의 옛법 연구 동영상
으레 생각하는 입식타격과는 타격 방식이 많이 다르다. 또 킥복싱/무에타이에 비해 넥클린치, 니킥 등의 활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것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무술의 이론 및 기술 체계를 빌려 와서 택견을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택견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가능한가가 관건이다.

태국낙무아이들은 자신들의 무술을 실전적으로 뜯어고쳐서 오늘날의 무에타이를 만들었으며, 일본의 가라테카들은 자신들의 무술을 실전적으로 뜯어고쳐서 풀컨택트극진공수도를 만들고 그것을 한 번 더 뜯어고쳐서 대도숙 공도를 만든 바 있고, 중국의 권사들조차 현대 무술의 발전 방향과 극단적으로 떨어져 있던 자신들의 무술을 실전적으로 뜯어고쳐서 사실은 컴뱃 삼보를 적당히 주물러서 산타를 만들었는데[16], 한국의 택견꾼들이라고 그런 일을 못 해내리란 법은 없다.

택견은 기본적으로 입식 무술이므로 BJJ같은 와식 그래플링 기술들은 제외하더라도 경기 택견의 발차기, 잡아넘기기에 현대적으로 가다듬은 옛법[17]을 섞은 다음, 권투로부터 잽, 훅, 어퍼컷을, 무에타이로부터 니, 엘보우 등을 차용하여 강력한 입식타격기를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어떤 무술의 부족함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다가 해당 무술에서 그런 부분을 보완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또 이건 그 무술 아니지 않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모순적이긴 하지만 택견은 한국 정부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무형문화재이므로 내부인들에게 '고유의 정체성 보존' 또한 하나의 임무인 것도 생각해야한다.

다른 무술과 구분되는 택견의 특징이라면 단연 품밟기다. 현대 택견의 개조(開祖)라고 할 수 있는 송덕기는 생전에 품밟기가 택견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이를 강조했고, 송덕기에게 가장 오랜기간 택견을 배운 위대태껸고용우도 "품밟기가 전부다"라고 할 정도였다.

대한택견회 측은 송덕기의 그러한 진술과 "발을 品字로 놓는다는 約束이 있"다는 초기 자료[18]등을 근거로, (지속적인) 품밟기를 일종의 경기 규칙으로 해석해서[19] 자신들이 개최하는 경기에는 반드시 품밟기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택견협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품밟기가 택견의 핵심인 것은 맞는데 품밟기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단체마다 해석이 엇갈린다. 대한택견회는 품밟기가 목적발생적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면 결련택견협회는 품밟기가 자연발생적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대한택견회에서는 품밟기의 요소 중 하나로 자신들이 '능청'이라고 부르는 허리를 과하게 흔드는 몸짓을 넣고 있고 품밟기의 형태도 역품을 밟는데, 결련택견협회에서는 이것에 대해 송덕기가 언급한 적도 없는 개념이며 직계 제자들도 듣도 보도 못한 내용이라고 부정한다. 윗대태껸협회에서도 대한택견회 식의 품밟기는 품밟기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다. 흔히 대중들이 택견하면 떠올리는 춤추듯 허리를 흔들면서 과장된 몸짓을 하는 것이 바로 대한택견회 스타일의 품밟기이다.

실무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부딪힐 수밖에 없는 난관이 있다. 바로 인재 풀의 문제다. 택견계에서 옛법을 현대적으로 개량하는 연구는 주요 단체 중에서 규모가 작은 편인 결련택견협회에서 주도하고 있다. 거기서도 해당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태권도는 전세계 8000만 명의 수련 인구를 자랑함에도,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유단자쯤이면 일반인과 싸움이 붙는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기·수련 방식을 개발·보급하거나 그러한 유파를 창출하는 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20] 그러한 현실을 보건대, 택견인들이 과연 자체적인 연구만으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오늘날의 격투기 동호인들이 흡족해 할 만한 수준의 새로운 무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아니면 기존의 택견은 그 택견대로 두고 새로운 유파를 만드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실전 무도를 추구하기 위해 전통 가라테에서 갈라져 나온 극진공수도처럼 기존의 방식은 그 방식대로 보존하되 현대적인 방법론을 따르는 새로운 유파를 창출하면 된다는 것. 결련택견협회황인무가 시도하고 있는 '옛법택견'이 그런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1]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민속학자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이 쓴 《한국의 놀이(Korean Games)》 중 '택견하기' 항목(p. 39)을 들 수 있다. "XXXII. HTAIK-KYEN-HA-KI—KICKING (Fr. Savate). / Htăik kyen-hă-ki is a combat between two players, chiefly with the feat. They take their positions with their feet apart, facing each other, and each endeavors to kick the other's foot from under him. A player may take one step backward with either foot to a third place. His feet, therefore, always stand in one of three positions. One leads with a kick at one of his opponent's legs. He moves that leg back and kicks in turn. A high kick is permitted, and is caught with the hands. The object is to throw the opponent. This game also occurs in Japan, but the Chinese laborers from Canton do not appear to be familiar with it."[2] 박종관, 《전통무술 택견》(서림문화사, 1983)[3] 이때문에 1980년대 초반에 택견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당국에서 조사를 했을 때에도 낙함, 면치기, 멱치기, 항정치기, 주먹질 등의 쌈수가 있었으나 체육적 놀이로 가치가 없는 것 같아 생략한다는 내용이 나온다.[4] 고대에는 무술이였지만 근대엔 영국 노동자들의 과격한 놀이 정도가 되었다.[5] 김영만·심성섭, <조선말 외국인의 기록을 통해 본 택견>, 《한국체육과학회지》 제23권 제1호(한국체육과학회, 2014).[6] 첫 번째로 등장하는 극진 측 인물이 천재 가라테카로 이름을 떨쳐 극진회관 2대 관장 자리까지 오른 마쓰이 쇼케이(문장규)다.[7] 이는 택견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합격투기에서 그라운드는 파운딩을 제외하면 사실상 브라질리안 주짓수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MMA를 별개의 무술로 보지 않는다면, 그 어떤 무술도 그라운드 공방에서는 주짓수에 비해 취약점이 드러난다. 그리고 권투, 가라데가 그라운드 공방이 없는 입식 무술인 것처럼 대부분의 기존 무술들도 어느 한쪽만 있기 때문에 택견에 그라운드 공방이 없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 모든걸 종합하면 그게 곧 종합격투기 MMA와 똑같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기존 무술에서 모든 공방 체계를 갖추는 것을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다.[8] 아예 타 무술을 배우지 않은 것은 아니고 그도 복싱을 배우고 UFC에 나갔다.[9] 예용해, '속 인간문화재 5: 택견 송덕기', <한국일보>(1964.5.16). "무르팍치기 / 相對方이 쳐서 들어오면 손으로 그 발뒤꿉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옷을 맞붙잡아 뒤로 넘어지면서 발로 늦은배(下腹部)를 괴고는 받아 넘긴다. 발등걸이와 무르팍치기는 다같이 守勢에 있으면서 쓰는 수다."[10] 박종관의 《전통무술 택견》에서는 무릎 바로 아래를 노린 것을 별개의 기술로 분리해서 '촛대걸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11] 박상혁, <송덕기의 택견 기술과 구한말 경기규칙에 대한 고찰>, 용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2014)[12] 대한택견회에서는 '두름치기', 한국택견협회와 결련택견협회에서는 '후려차기'라고 부른다.[13] 결련택견협회에서는 곁차기, 대한택견회에서는 곁치기, 한국택견협회에서는 째차기라고 부른다.[14] <2017 태권도 겨루기 경기규칙> pp. 19-21 참조.[15] 잇따른 규칙 개정으로 경기 양상이 달라지면서 2018년 현재는 WTF 태권도 시합에서 주먹 공격의 비중이 무시하기 힘든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16] 물론 의권이라는 중국의 실전으로 유명한 권법도 있긴하다.[17] 이를테면 어설픈 스트레이트라 할 수 있는 '장못박기'를 제대로 된 스트레이트로 바꾼 것[18] 예용해 기사.[19] 이용복, <택견의 구성 원리>(대한택견협회, 1993). 이용복은 이 글에서 품밟기를 "비규정적인 관습"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엄밀히는 규칙이 아니었다는 거다.[20] 물론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라 무술로서 파괴력 이전에 대중성을 추구해야 하고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WT가 무에타이와 같이 상대를 타격하는 데 최소한의 제한만을 두는 방향으로 경기 규칙을 개정한다면 폭력성으로 인해 올림픽에서 퇴출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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