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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9 22:28:11

탈무드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Talmud_set.jpg
히브리어: תַּלְמוּד, Talmud

1. 개요2. 유래3. 내용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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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성전이 파괴되면서 예루살렘에서 더 이상 예배와 희생 제사를 바칠 수 없게 되자 사제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존재할 동기조차 사라졌다. 그러나 율법 교사들은 당시까지 구전으로 전승된 율법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해서 구전 전승인 '미시나(Mishna, 반복)'와 미시나에 동반된 주석이며 '전통적 가르침'으로 여겨지는 '게마라(Gemara, 보완)'가 생겨난다. 이 미시나와 게마라에서 탈무드(Talmud)가 생겨나는데, 탈무드는 5세기 초엽의 팔레스티나 탈무드와 7세기 초엽의 바빌로니아 탈무드로 발전한다. 히브리어 성경과 더불어 탈무드는 유다이즘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헌이다.
-박영식, 《탈출기 2》, 20쪽
탈무드는 미시나(Mischna, 반복/가르침)와 게마라(Gemara, 보완/보충)가 합쳐진 책이다.

미시나는 서전(書傳) 토라인 타낙(히브리 성경)에 대응되는 구전 토라로, AD 200년경 편집된 최초의 권위 있는 종교적 법규들 모음집이다. 게마라는 미시나에 관한 랍비들의 논구와 해설들의 전승을 지칭하며, 이 게마라가 미시나와 합쳐져서 탈무드를 형성한다.

1975년 기준으로 약 300만에 달하는 단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24.5cm x 38cm 특대판형으로 약 5400페이지에 달하는 위엄찬 분량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요즘엔 시대가 좋아져서 영어 번역을 인터넷에서 쉽게 열람할 수 있다. 앱스토어에서 Soncino-Hebrew-English Talmud를 검색하면 당장 학술 영역에서도 쓰이는 번역을 5000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본래 최초 이스라엘 민족이 공동생활을 시작함으로써 말로써 전해 내려오던 민간 교육의 내용을, AD 500년경에 최초 기술(記述)자로 이름이 알려진 랍비 아키바를 비롯하여 당대의 유명한 랍비들이 지속적으로 문서화한 것이다.

2. 유래

과거에 편찬된 탈무드는 발견된 지역별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발견되는 팔레스타인 탈무드(혹은 예루살렘 탈무드)로 4세기 말경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또 다른 하나는 메소포타미아 지식백과 참고 지역에서 발견된, 6세기경까지 편찬한 바빌로니아 탈무드(20권)가 있다. 현재 우리가 현재 흔히 아는 탈무드는 바빌로니아 탈무드로 그 내용이 팔레스타인 탈무드에 비해 더 충실하다.

'탈무드' 이름의 뜻은 배움, 한마디로 말하면 유대인 한정 위키백과와 같은 셈이며, 정확히는 법전의 판례집에 가깝다.

탈무드를 타낙(히브리 성경)처럼 '경전'으로 볼 수 있는지는 유대교 내부에서도 딱히 통일된 의견은 없지만, 그래도 타낙 다음으로 중요한 대우를 받는 건 분명하다. 특히 교육적인 차원에서 유대인이면 필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가르치는 것 자체가 전통적인 가정 교육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탈무드를 통하는 다른 이들과의 토론(헤브루타/하브루타)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다.

탈무드의 내용은 출애굽기(Exodus) 이전의 천지창조가 기록된 성경과는 다르게, 로마 제국의 지배하에 있던 당시의 이스라엘랍비에 관한 내용과 민족 대대로 구전되는 율법과 가르침이 적혀있다. 마사다 요새에서 로마에게 저항한 유대인들의 행동은 성경적 가르침의 내용으로는 이해되지 않으나, 탈무드의 관점에서 보면 말 그대로 율법에 충실한 사례 중 하나. 현대 이스라엘의 사관학교는 마사다에서 서약을 하는 것을 보면 탈무드의 가르침은 현재까지도 유대인의 생활 일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탈무드는 유대인 외에 다른 이방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지식이라 알려져 있다. 흔히 번역되어 외부로 출간되는 탈무드의 내용은 실제적인 행동 양식을 규범한 율법 자체가 나와있지 않다. 고대 로마 시기의 유명한 랍비들의 이야기, 흔히 알려진 굴뚝 청소부의 일화, 배고픈 여우와 포도밭의 이야기와 같은 우화는 실제 탈무드의 양을 생각해 볼 때 0.1% 이하에 불과하다. 탈무드가 한국에 이렇게 알려진 것은, 주일미군 군종장교로 일본에 왔다가 그곳에 눌러앉은 랍비인 마빈 토케이어가 일본어로 편역한 우화 책이 한국에 흔히 알려진 "탈무드"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한동안 현대의 자기계발서 열풍처럼 유행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신비의 책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미국에는 바빌로니아 탈무드는 72권으로, 히브리어-영어 대역판으로 나와있다. 이게 300 페이지 책 140권 분량이다. 그 외 러시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번역판도 나와있다. 일본어중국어 번역판이 없어서 한국인이 구하기 좀 힘들다는 거지, 유대인들이 이방인은 볼 수 없다며 철저히 비밀로 두는 책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실상 그럴 수도 없다.

다만 과거엔 이교도에게 보여주는 걸 꺼렸던 건 사실이다. 탈무드는 그리스도교와 유다교가 이미 분리된 이후에 형성된 책이며 예수(혹은 예수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한 부정적 언급도 곳곳에 나오기 때문이다. 유다인이 붙어사는 이웃 이교도라고 해봤자 십중팔구 그리스도인이나 무슬림인데, 탈무드 보여줬다가 서로 감정 상할 수 있기 때문.

3. 내용

흔히 우화집이나 처세훈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탈무드의 진면목은 구전 토라 및 그 해설이라는데 있다.

실제로 탈무드의 절반 이상은 일상 생활에서 지켜야 할 각종 율법인데 이 율법이 유대인을 제외한 다른 이방인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으로 되어 있다. 특히 할례를 받지 않고 안식일도 수행하지 않는 이방민족에 대하여 상당히 배타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탈무드의 중요한 핵심인 율법에 관한 내용은 스스로 외부에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방인으로부터 스스로를 구별하여 지켜낸 탈무드의 교리로 국가를 잃고 수천 년간 방황했던 유대인들이 현대에 국가를 이뤄낸 결정적인 계기는 탈무드라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 탈무드의 배타성은 외부 민족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탈무드에서 유명한 문장으로 누가 너를 죽이려 한다면, 네가 먼저 그를 죽여라라는 섬뜩한 격언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들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 이국에서 자신들 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하고 생존에 몰두해야 했을 상황을 고려한다면 심정적으로는 이해될 수 있겠으나, 거꾸로 이러한 극단적인 배타성 때문에 이국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마냥 동정심을 가지기에는 유대인들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탈무드에서 알려진 몇몇 우화로부터 유대인들이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아버지의 베개 밑에 금고 열쇠가 있어서 잠든 아버지를 깨울 수 없다며, 갑부가 될 만큼의 돈으로 다이아몬드를 산다 했는데도 그걸 거절한 자의 이야기가 효도의 표본으로 칭찬받는다. 어떤 판본에서는 효심에 감동 받은 상인이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다음날에 더 높은 값을 제시해서 아들이 그 값을 받고 팔았다는 내용도 있다.

혹은 자신의 피가 남의 피보다 붉을 수는 없다는 구절을 근거로 큰 병에 걸린 친구를 위해 약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구해주지 않아 죽게 한 일화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의사가 다른 환자를 위해 준비해둔 약이었기 때문에 주지 않은 것이다. 랍비는 단지 친구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위해 구해진 약을 친구에게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거지만 일부 번역본에선 이 설명을 빼먹어 단순히 추후에 약이 필요한 환자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근거로 친구를 죽게 만들었다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샴쌍둥이에 대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머리가 둘인 아기가 몇 명이냐는 논쟁의 해결 방법은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머리 하나만 울면 두 명, 두 머리 다 울면 한 명으로 본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한쪽을 살짝 때려보는 정도로 순화되어 알려져 있다.[1]

유대인 사회에서의 실제 판례를 수록하여 일반인에게 법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쓰레기에 섞인 돈 문제나 밭속에 숨겨진 금화 이야기를 비롯하여 에게 물레방아를 빌려주는 대신 을이 갑의 곡식을 빻아주는 계약을 했는데, 갑이 물레방아를 더 가질 만큼 재산이 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을에게 곡식을 맡길 필요가 없어 임대료를 요구하고, 을이 이걸 거부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경우. 탈무드는 을이 남의 곡식을 빻아서 임대료를 낼 만큼의 이윤을 남길 수 없으면 계약대로 하고, 남의 곡식을 빻아서 이윤을 남길 수 있으면 임대료로 내라는 답을 제시한다.

박해받는 상황에서의 처세술도 알려주고 있는데, 유대인에게 유대인을 지배하는 민족의 군인이 코셔 푸드가 아닌 음식을 먹으라고 할 때,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는 먹으라고 허용해주는 예화도 우스갯소리의 형식을 빌려 나온다.
【노아의 방주】
노아가 신에게 계시를 받고 대홍수에 대비해 방주를 건조하였는데, 신이 특별히 지시하기를 "반드시 한 짝을 이루고 있는 이들만 방주 안에 들여라"하였다. 따라서 노아는 자신과 아내, 결혼한 세 아들들도 비롯하여 동물들도 이미 짝이 지어진 것들을 골라 방주에 태웠다. 이윽고 비가 오기 시작하고 노아가 방주를 닫으려 하자, 선(善)이 찾아와 노아에게 방주에 태워달라고 간청하는데, 노아는 "신께서 짝을 지은 자들만 방주에 태우라 하셨으니 서둘러 같이 탈 짝을 찾아서 다시 오게"라 하였다. 선은 시급히 주변을 찾아봤지만 주변에는 온통 악한 사람들뿐이라 선이 짝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선이 점점 지쳐갈 무렵, 악(惡)이 나타나 자신과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선은 악과 함께하기를 굉장히 꺼렸지만 점점 비가 더 크게 쏟아지니 결국 어쩔 도리 없이 악을 데리고 방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 후로 방주 안에서는 항상 화목하지만은 않고 다툼이나 싸움도 같이 일어나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선과 악은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공존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선하지 않은 거 같은데?
【욕심많은 부자】
어느 한 마을에 엄청난 부자가 있었다. 부자는 자신이 장사하고 일하여 번 돈이라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겼고 쓰는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데 그 마을은 상당히 빈곤한 마을이라 마을 사람들은 함께 나누어 살 생각은 없이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부자를 원망했고, 날마다 수많은 걸인들이 찾아와 구걸을 했다. 하지만 마음씨 박한 부자는 찾아오는 걸인들을 족족 내쫓으며 모욕했고, 결국 걸인들에게 저주까지 받기에 이른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부자는 걸인들이 들고 일어나 재물이나 가족들을 공격하면 어쩌나 하며 점점 불안해했고, 창고에 쌓인 재물들이나 가족들의 안부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 속에 신이 나타났다. 신은 부자에게 "네가 원하는 소원을 말하라. 내가 무엇이든 이루어 주겠다"고 말한다. 부자는 크게 기뻐하며 "내 재물이 더욱 많아지며, 내 가족들이 안전하게 살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했다. 신은 "기꺼이 그 소원을 들어주겠다"라고 하며 부자는 크게 기뻐했다. 그런데 신은 "대신 조건이 있다. 내가 너의 가족들을 돌보아 주겠으니, 너는 나의 자식들을 돌보아 다오."라고 하였다. "당신의 자식들이 누구입니까?"하고 부자가 묻자 신은 이렇게 말했다. "내 자식들은 먹지 못해 굶주리고, 병들어 고통스러워 하며, 집이 없어 추위에 떠는 자들이다. 그들을 멸시하여 더이상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아다오. 그리하면 내가 지금까지보다도 더 많은 부와 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라고 당부하며 신은 사라졌다.[2] 꿈에서 깬 부자는 크게 슬퍼했으며 다음날부터 당장 창고를 열어 그동안 멸시하던 걸인들, 굶주린 자 등을 모아 그들을 위로하며 식량과 생활비 등을 지원해 주었다.
【인간창조】
반신적인 사상을 가진 로마의 황제가 랍비를 초청하여 토론을 하다가 랍비를 조롱하기 위해 창세기에서 인간을 창조한 것을 두고 "남자가 자는 사이에 함부로 뼈를 취해 여자를 만든 것이니 이 신이 도둑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공격적으로 질문했다. 랍비가 아무 말을 하지 못하자 황제는 우쭐해졌는데, 이때 랍비의 딸이 갑자기 병사 두어 명을 내어 달라는 엉뚱한 말을 한다. 황제가 무슨 일이냐 묻자 딸은 "아까 전에 집에 도둑이 들어 돈주머니를 훔쳐갔는데, 그 자리에 황금 항아리를 두고 갔으니 어찌된 일인지 조사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황제는 "그것은 오히려 감사할 만한 일이 아닌가?"라며 웃었는데, 딸은 "이와 같이 아담의 갈비뼈를 가져가셨으나 그 대신 하와를 남겨두신 것이다"라고 답하고, 황제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안 생기는 사람은요?
【제자들의 공부】
한 스승이 잠시 멀리 여행을 떠났다. 남은 제자 셋은 스승의 당부대로 공부를 하는데, 셋 중 성실하게 공부를 시작한 것은 한 명뿐이었다. 남은 둘은 하루하루를 신나게 보냈다. 그러던 중 그 둘 중 하나가 노는 것에 질려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너무 오래 놀았던 탓에 해야 할 공부가 많이 밀려있었고, 결국 그 제자는 첫번째 제자의 분량만큼 따라가기 위해 며칠은 밤을 새도록 고생하면서 공부해야 했다. 그리고 세번째 제자는 이렇게 된 거 나중에 몰아서 하자는 심산으로 아예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했었는데,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스승이 여행에서 돌아왔다. 스승이 그동안의 학업을 각각 확인하는데, 스승이 떠나자마자 공부를 시작한 첫째 제자는 막힘이 없이 스승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해 칭찬을 듣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두번째 제자는 나름 열심히 대답을 했지만 역시 시간이 밀려 미흡한 부분이 있던지라 칭찬과 함께 약간의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제자는 공부한 것이 없으니 스승의 질문에 거의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스승은 다음과 같이 훈계한다.
하루를 놀면 그 시간을 되찾는데 이틀이 걸린다. 이틀을 놀면 그 시간을 채우는데 나흘이 필요하며, 일주일을 놀면 이주일의 시간을 소비해야 하고, 1년을 놀면 그 시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2년을 바쳐야 한다. 하지만 너에게 벌을 내리진 않겠다. 앞으로 네가 공부에 소홀히 한 것의 갑절만큼 힘을 써야 할 테니까.
스승의 말대로 세번째 제자는 다른 두 친구들을 따라가는데 엄청난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바다의 왕 레비아탄】
어떤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매일 강에 나가 빵을 뜯어 던졌다. 소년은 아버지가 왜 매일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죽기 전 아들에게 '내가 죽어도 강에 빵을 뜯어 던지는 것을 잊지 마라'고 유언했고, 장성한 소년은 아버지의 말대로 매일 빼먹지 않고 강에 나갔다. 그런데 그 강에 살던 물고기 한 마리가 매일 그 부자가 던져주던 빵을 먹고 점점 몸집이 커져 동족들을 포식하기에 이르렀다. 공포에 빠진 물고기들은 바다의 왕 레비아탄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레비아탄은 부하들을 보내 그 물고기를 잡아오게 했지만 그 부하들도 잡아먹히고 말았다. 이에 레비아탄이 직접 나서 그 물고기에게 '어떻게 동족들을 잡아먹을만큼 거대해졌느냐' 묻자 그 물고기는 '매일 나에게 빵을 주던 아버지와 아들 때문입니다'라고 답했고, 레비아탄은 그럼 그 아들을 나에게 데려오라 명령한다. 물고기는 매일 청년이 찾아오는 길목에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다가 청년이 함정에 걸리자 청년을 입에 넣고 레비아탄에게 데려왔다. 레비아탄은 그 청년을 자신의 입 안에 넣고 '어째서 매일 강에다 빵 조각을 던졌느냐'고 물었고, 청년은 '아버지가 생전에 그리하셨고 저에게도 그리하라 하셨습니다'라 답했다. 레비아탄은 청년을 입 안에서 꺼내주고 축복의 입맞춤까지 해주며, 70여 개의 언어와 신의 말씀을 전수해주었고, 청년을 외딴 섬에 보내주었다. 그러나 섬에는 먹고살기에 마땅한 것이 없어 청년은 지쳐 굶어죽을 위기에 놓여 결국 쓰러지듯 잠드는데, 지나가던 까마귀 부자가 청년을 발견한다. 아들 까마귀는 자는 청년을 보고 '시체 같은데 눈알을 쪼아먹자'고 하지만 아버지 까마귀는 '만약 살아있다면 네가 위험해진다'며 아들을 말렸다. 하지만 아들 까마귀는 듣지 않고 청년에게 가까이 날아가는데, 순간 청년이 깨어 아들 까마귀의 다리를 낚아챘다. 청년은 레비아탄에게 전수받은 지혜 덕분에 까마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까마귀는 청년에게 '제 아들을 돌려주시면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애원했고, 청년은 아들 까마귀를 풀어주었다. 아버지 까마귀는 감사하며 청년에게 '자고 있던 자리를 파 보면 솔로몬 대왕의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뒤 아들 까마귀를 데리고 날아갔고, 청년이 그 자리를 파보자 과연 엄청난 보물이 묻혀있어 청년은 굉장한 부자가 되었다. 청년은 어렸을 때 아버지의 당부 한 마디를 지킨 덕분에 방대한 지식과 재산을 얻었지만 아들 까마귀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말을 잘 듣자'라는 간단한 교훈을 판타지로 푼 이야기.
【다윗 왕의 전쟁】
평소 다윗 왕은 거미와 모기와 미치광이를 쓸모없다 여겨 싫어했는데, 다윗 왕이 전쟁에 나갔다가 패전을 당하는 일이 생겼다.
* 거미
적군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다윗 왕은 급한 김에 근처의 작은 바윗 구멍 속에 숨었는데, 하필 거미가 나타나 입구에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다. 다윗 왕은 거미를 치우고 싶었지만 적군에게 들킬까 나갈 수도 없어 죽을 맛이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적군들이 바위구멍 앞까지 다다랐다. 그런데, 입구에 쳐진 거미집을 본 적군들이 '입구에 거미줄이 쳐 있으니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라며 그냥 돌아가버렸고, 다윗 왕은 처음으로 거미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 모기
또 다른 전쟁에서는 적장의 검을 몰래 훔쳐 '너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퍼포먼스로 적장을 감동시켜 항복하게 만들어 싸우지 않고 이기자는 계획을 짰는데, 적장의 막사에 잠입해보니 적장이 다리 밑에 검을 깔고 자고 있었다. 다리를 치울 수가 없어 다윗 왕이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모기 한 마리가 적장의 다리를 물었고, 순간 적장이 가려워 몸을 뒤척이면서 검에서 다리를 치우게 되고, 다윗은 검을 손에 넣게 되었다.
* 미치광이
또 다른 전쟁에서는 아예 홀로 적군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 되었다. 그 때 다윗 왕은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며 미치광이 행세를 하기 시작했고, 적군들은 '아무래도 왕이 아니라 그냥 정신병자인가 보다'하고 가 버린다. 이러한 일들로 다윗 왕은 모든 만물에는 신께서 지으신 뜻이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술】
* 포도주와 악마
한 농부가 밭에 포도나무를 심고 있었다. 이에 악마가 다가와 뭘 하는 거냐고 묻자 농부는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포도를 심는다고 답했다. 악마는 '그럼 내가 도와주겠소'하고 들에 나가서 양, 사자, 원숭이, 돼지를 잡아 그들의 피를 짜내 물 대신 포도나무에 주었다. 이윽고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농부는 포도를 한가득 거두어들이고, 곧 포도주를 만들었다. 이후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시기 시작하면 양처럼 상냥해지고, 더 마시면 사자처럼 흉폭해지며, 또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날뛰고, 또 더 마시면 돼지처럼 추잡해지게 되었다.[3]
* 술과 상인
술을 매우 좋아하는 상인이 있었다. 어느 정도냐 하니 그냥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온갖 이유를 들며 술을 진탕 퍼마시는데, 문제는 그렇게 취할 때마다 자기 가게의 물건을 헐값으로 퍼준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도 상인은 술에 완전히 취해 사람들에게 헐값에 물건을 팔다가 가게에 물건이 비어버린다. 술이 깨고 자기가 저지른 헛짓에 화가 난 상인은 화를 풀려고 또 술을 마시다 취하고, 취기에 이번엔 가게에 물건을 마련하겠다고 재산을 털어 주변 사람들의 쓸모없는 물건까지 분별 없이 마구 사들여 가게에다 잡동사니만 잔뜩 쌓아놓는 실수를 저지른다. 술이 깬 후에 상인은 또 화를 내며 술을 마시는 악순환을 계속한다. 그러다 결국 사고가 터지는데, 취기에 손님 한 사람과 시비가 붙어 싸우다가 그만 손님을 실수로 죽이고 만 것이다. 상인은 결국 살인죄로 체포되어 랍비 앞에 끌려간다. 랍비는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취기에 판 물건들을 돌려받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고, 상인은 '실수라도 돈이 오간 엄연한 거래이니 술을 이유로 취소할 수는 없습니다'라 답하고, 랍비는 '그럼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취기에 산 물건들을 다시 환불할 수 있는가?'라고 재차 묻고, 상인은 역시 똑같이 대답한다. 그러자 랍비는 마지막으로 '그럼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취기에 죽인 사람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가?\'라고 묻고, 그제서야 상인은 술의 위험함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가 늦은 후였다.
【랍비 힐렐】
* 힐렐은 집이 가난하여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이 탓에 글을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꼭 공부를 하고 싶었던 힐렐은 어느 겨울날, 한 어린이 학교의 지붕에 올라가 굴뚝으로 들려오는 선생의 수업을 들으며 몰래 공부를 했고, 비가 오고 눈이 와도 그렇게 공부를 계속했다. 그러다 폭설이 쏟아지던 어느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선생은 지붕을 보고 깜짝 놀랐다. 힐렐이 거의 얼어죽을 지경이 되어 굴뚝에 엎드려 있던 것이다. 급히 힐렐을 끌어내려 치료해 살려낸 선생은 힐렐의 사정을 듣고, 그의 수업료를 면제해 주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해 주었으며, 이렇게 공부한 힐렐은 훗날 존경받는 랍비가 되었다.
* 어느 날 힐렐이 제자 한 명을 데리고 외출했다. 제자가 어디 가시냐 묻자 힐렐은 '선한 일을 하러 간다'고 말하는데, 힐렐이 간 곳은 목욕탕이었고 태연히 제자와 목욕을 한다. '목욕을 하는 것이 무슨 선한 일이냐'고 제자가 묻자 힐렐은 '사람들은 길이나 거리의 조각상을 예쁘게 닦지만 그것보다 자기 자신부터 가꾸는 것이 더 선한 일이다'라고 답한다.

4. 기타

셰익스피어베니스의 상인이 탈무드에서 차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잣집 아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돈을 막써서 알거지가 되었는데, 장사라도 해보려고 아버지랑 옛날에 장사했던 이방인을 찾아가서 돈을 빌리는데 이 악독한 이방인은 대신 못 갚으면 심장에 가까운 살을 베어내야 한다는 각서를 강제로 쓰게 한다. 사실은 아버지가 남겨놓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이런 각서를 쓰게 한 것. 결국 못 갚아서 위기에 처했는데, 가난하다고 무시했던 친구가 피에 대한 언급을 해서 친구를 도와주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4] 그런데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오히려 악독 사채업자에 샤일록이라는 이름을 붙여 유대인으로 설정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1장에서도 선생님이 이 탈무드에 수록된 이야기 중 탈무드의 도입부에 있는 '두 명의 사람이 굴뚝 청소를 하고 나왔는데, 서로를 마주보니 한 명은 얼굴이 더러웠지만 한 명은 얼굴이 깨끗했다. 그럼 누가 얼굴을 씻겠는가?'를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

엄밀히 말해 이 문제의 정답은 알 수 없다. 실제로 탈무드 내에서도 그 질문을 받은 청년이 '더러운 사람이 씻는다'고 답했다가 랍비는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고 했고, 이후 '깨끗한 사람이 씻는다'라고 답했는데도 랍비는 원하는 대답이 아니라고 했다. 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해석은 서로를 마주봤을 때 자신의 얼굴이 서로 정반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으며, 두 번째 해석은 '사실 둘 다 굴뚝 청소를 하고 나왔는데 혼자 깨끗할 리가 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탈무드가 마치 유대인들의 필독서인 것처럼 여겨지는데[5], 실제로는 읽기는 커녕 구경조차 해보지 않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현대 동양인들이 논어맹자의 존재는 알고는 있으나, 직접 읽어보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과 동일한 이치다. 물론 랍비와 하레디같은 사람들이야 맨날 읽고 다니기는 한다.

이런 삶의 가르침을 담은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자기계발서 같은 책들의 저자들이 주장을 펴면서 근거로 탈무드를 들먹일 때도 있다. 문제는, 정작 탈무드에도 그런 내용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여성,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을 언급하였다. # 툼툼, 사리스, 아이로니트 등이 그 일부이다.


[1] 실제 샴쌍둥이는 뇌가 1개인 경우도 있고 2개인 경우도 있다.[2] 기독교에서도 비슷하게 최후의 심판에서 예수는 의인과 악인을 가르고 의인들에게는 자신이 굶주릴 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주고 나그네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이하고 헐벗었을 때에 입을 옷을 주고 병들었을 때 돌봐주고 감옥에 있을 때 찾아주었다고 상을 주고 악인들에게는 그러지 않았다며 벌을 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의인들과 악인들은 모두 동일하게 자신들이 언제 그렇게 했습니까(의인)/하지 않았다는 겁니까?(악인)이라고 말하고 이에 예수는 여기 있는 형제 중 가장 보잘것 없는 사람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 말한다.[3] 톨스토이의 단편 '작은 악마와 빵조각'에서는 마왕이 작은 악마에게 '술에 짐승 피라도 탔냐'는 말이 탈무드를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원전을 비틀어 농부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욕심을 불어넣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농부의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남아도는 곡식으로 만든 술(=욕심의 결과물)이 사람의 짐승 같은 본성을 자극시켰다는 것.[4] 참고로 이와 비슷한 얘기는 한국에서도 지주소작농의 이야기로 어레인지되어 구전 설화로서 전해지고 있다. 사람사는 데가 다 똑같아서 우연의 일치를 만든 게 아니라면, 송나라에서 원나라 시기 즈음에 페르시아중앙아시아를 통해 중국에 유입된 유대인들의 후손인 카이펑 유대인에 의해 이 이야기가 동북아시아에 전래되어 구전되었을 수도 있다.[5] 널리 알려진 마빈 토케이어의 탈무드 해설서에서, 유대인들은 지하철 안이건, 집에서건 항상 탈무드를 펼쳐들고 공부를 한다고 쓴 탓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