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유순하지만, 엄하고 억척스런 성품의 소유자. 화목한 가정의 맏딸로 태어났지만 국민학교 선생이었던 아버지가 화재사고로 죽고, 엄마마저 막내 동생 인애를 낳다가 돌아가신다. 경기여중 진학을 준비할 만큼 똑똑하고 꿈 많았던 소녀 인옥은 13살 어린 나이에 소녀가장이 되어 평생을 동생들을 위해 기꺼이 헌신한다.
그 중 유독 부대껴온 인수로 인해 가난한 가장의 짐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 인수가 처녀의 몸으로 사생아를 낳자 창창한 앞날을 망칠까 두려워 언니 노릇을 하느라고 하나씩 하나씩 수습을 해온 것뿐인데, 결과는 그녀를 엄청난 고난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다. 학인과 덕산이다. 학인은 고단했던 어린 시절을 지켜준 등불이자 첫사랑이었고, 덕산은 지아비로서 인옥에게 참사랑이 무엇인지를 묵묵히 보여준다. 두 남자 모두를 고맙게 여기는 인옥으로 인해, 학인도 덕산도 서로를 연적으로 치부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지켜내며 고단한 인옥의 인생에 버팀목이 되어준다.
인옥의 첫째 동생. 똑똑하고 욕심 많은 생기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 고아가 된 후에도 기죽는 일 없이, 제 할 말 제 할 짓은 다하고야 만다.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언니를 끊임없이 힘들게 하는 동생이 된다.
그 시작은 언니의 희생을 바탕으로 진학한 대학에서 병약한 선배, 우혁을 사랑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인옥은 인수의 창창한 미래를 생각해 그들을 갈라놓지만 그때 인수는 이미 우혁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 우혁이 자신을 버렸다는 배신감에, 핏덩이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체 인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간호사 취업을 떠나버린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외과 전문의가 돼 금의환향하면서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그러나 그건 겉모습일 뿐, 속으로 누구도 치유해 줄 수 없을 만큼 곪아있었다. 핏덩이를 버렸다는 죄의식은 갈수록 커져가고, 스스로 그 멍에에 짓눌려 살아가면서, 더불어 언니 인옥까지도 힘들게 만든다. 왜 이렇게 내 인생이 비참하고 환멸스러울까? 그런데 그 최초 원인제공자가 다름 아닌 언니라는 사실을 알고, 언니와 의절하는데...
학창 시절 전교 일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똑똑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남자. 가난하고 능력 없고 화목하지 못한 집안의 장남으로 자라면서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도 있고 세상을 거머쥐고 싶은 욕망도 있다.
아버지끼리 절친한 친구여서 인옥과는 어릴 적부터 가깝게 지냈고 인옥이 장차 자기 아내가 되리라는 걸 의심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인옥 아버지가 불더미 속에서 자기를 구하려다 돌아가신 이후로 모든 것이 뒤죽박죽 돼버린다. 마음속에 쌓여가는 죄책감, 부채감은 한창 사춘기 소년이었던 학인을 삐뚤어진 아이로 만들어 버리고, 그로인해 인옥을 힘들게 한다. 그러다 인옥모마저 세상을 떠나고 소녀가장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인옥을 보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비로소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 인옥을 돌봐준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은 어쩔 수가 없다. 사랑하는 여자 인옥의 곁을 평생 지키고 싶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은 그의 욕망은 끊임없이 그를 망설이게 하는데...
천성이 여리고 순하며, 눈물이 많다. 유복자로 태어나 큰언니 인옥의 헌신적이 보살핌으로 자랐기에, 인옥이 엄마이자 아버지이자 곧 하늘. 누가 행여라도 큰언니 흠집을 잡으면 참을 수가 없고, 그래서 큰언니를 힘들게 하는 인수에겐 얼음처럼 차갑다.
하지만 그녀 역시도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인옥을 힘들게 한다. 물론 따지고 보면 인애가 만들어낸 잘못은 아니다. 난동을 부리는 환자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할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준 남자, 우제. 그를 마음 깊이 사모하고, 가족 없이 외로운 그에게 수줍지만 전폭적인 사랑을 쏟아준다.
결혼 얘기까지 오갈 만큼 가까워진 어느 날, 우제가 우혁의 동생이고, 그가 큰언니 인옥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 때문에 자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큰언니를 힘들게 하는 우제에게 냉정하게 이별을 선언해 버린다.
그런데 왜 우제가 밉지 않을까? 왜 가엽다 생각되고, 자꾸만 보고 싶을까? 인옥의 품 안에서 평온하기만 했던 인애의 삶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자식을 통해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잘못된 모정의 표본.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교문 근처도 안 가본 무학. 그러나 가진 욕망이 넘쳐 눈치껏 글 읽히고 셈 깨우쳤고, 무엇보다 돈이 될 만한 일을 찾는 데는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무능하고 사람만 좋은 남편은 일찌감치 도움 안 되는 인물로 제켜놓고, 전쟁 직후 양평 강가에서 염색업을 하던 중, 미제 장사가 돈이 된다는 말에 양평 최초로 미제 보따리 장사가 되고, 일수가 짭짤하다는 말에 또 다시 사채시장까지 뛰어들고, 땅이 있어야 부자소리 듣는다는 생각에 서울 말죽거리의 땅을 사들이는 선견지명까지...
그러는 동안 듣느니 악평뿐이지만, 훗날 학규에게 제법 어엿한 건설회사를 차려줄 정도의 부를 이룬다. 허나, 인옥이라면 체질적으로 싫다. 학인을 살리자고 죽음을 맞은 인옥부 고마운 거야 왜 모를까? 허나 그 값을 대체 얼마나, 언제까지 치러달라는 얘긴가. 게다가 학인과 인옥의 결혼이라니! 그 세 자매들 뒤치다꺼리에 쓰라고 그렇게 악착같이 학인이를 길렀더냐!!
맺힌 데 없는 무골호인이며, 누구한테든 머리부터 낮춘다. 그래서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를 좋아라 한다. 딱 한 사람 아내 황씨를 제외하고! 아내 황씨에겐 만 가지가 밉상이고 어느 한 가지 존경해 줄 수 없는 무량태수 취급을 받는다. 아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거론할거 없이 사는데, 인옥에게 너그럽지 못할 때는 불같이 화를 낸다.
그래 봤자 거센 폭포수 앞에 지펴진 모닥불마냥 피시식 기운을 잃고 마는 김주사. 그런 자기 꼴이 한심해 차라리 죽고 싶을 때도 있다. 인옥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 더구나 인옥부는 아들 학인을 불구덩이 속에서 구해놓고 죽음을 맞았다. 그래서 더더욱 인옥네에겐 죄인 같고, 고생하는 인옥을 보며 괴로워한다. 유일한 약점은 술. 한번 입에 댔다 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술버릇 때문에, 가뜩이나 대접 못 받는 아내에게 무참하게 망신을 당한다.
남편을 쥐잡 듯 하는 마누라 꼴 보기 싫어서라도 내 이 술을 끊고야 말리라, 다짐에 다짐을 하지만, 그러나 몸에 밴 술 주사가 어디 다짐 한번 한다고 될 일이더냐... 그저 인옥네 괴롭히는 아내를 더는 봐줄 수 없을 때, 술 한 잔을 들이키고 마음껏 큰소리 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거지...
김승희(한소정) 학인의 여동생. 남보다는 자기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몸에 밴 여자. 욕심 사나운 엄마 황씨와 일면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치스럽고 낭비벽이 심하는 등, 돈으로만 키운 자식의 실패한 표본. 황씨가 대학입학은 물론 졸업까지 돈으로 해결한 덕분에 겨우 졸업장은 쥐었고, 나름대로 뼈대있는 집안의 대학교수와 중매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취미, 지적수양, 관심사 등 어느 하나 남편과 시댁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자, 견디지 못하고 도망을 나와 친정에 기거한다. 자기 인생을 개척해간 인수를 보며 질투심이 솟지만, 내면에는 인수가 부럽고 자기 자신에 대한 열패감이 커가는 등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제물포 상인의 맏딸로 태어나 일본유학까지 다녀온 모던걸. 유학시절 만난 남편을 따라 귀국, 시댁인 양평에 자리잡았다. 외지로만 떠돌던 남편을 대신해 시아버지를 도우며 목재소 일을 배웠고, 뛰어난 경영수완으로 근동에선 가장 탄탄한 사업체로 키워낸 여장부. 속심을 털어놓을 만큼 편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마음 씀씀이가 넓고 큰 여인이다. 딱 부러지지 못한 큰아들 덕산이 홀아비인 것도 근심인데 이제는 남의 아내인 순임에게 관심을 보이는 듯싶어 걱정이던 차, 학인 모친 황씨가 인옥을 소개한다.
안씨의 막내 여동생으로, 드라마에 웃음을 주는 인물. 전주 근처의 '닭실' 이라는 곳으로 시집갔다고, 시어머니가 연화라는 이름대신 '닥실'이라 부른다. 아이를 못 낳아 후 첩을 들였는데, 토란 같은 아들만 넷 낳아준 후실에게 남편의 맘까지 뺏겨서 여자로서 맺힌 한이 많다. 속 끓일 때마다 부르르 올라오더니, 남편 죽고는 아예 눌러 산다. 눈에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내뱉고 보는데, 말이 앞서다 보니 앞 뒤 안 맞는 얘기나 우스갯소리, 엉뚱한 속담 등 을 인용해 끝은 늘 웃음으로 마무리된다.
형 덕산과 함께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서울도 싫고 실력도 모자라 양평으로 내려와 겨우 고등학교를 마치고, 사업에 관심 없는 형 대신 목재소 일을 도맡아 한다. 사무를 보던 영순의 잦은 실수를 막아주다 결혼에까지 이른다. 술만 마시면 “내가 미쳤지, 내 인생 돌리도”를 외치지만 아내 영순을 사랑하고 위해준다. 형이 밖에서 안고 온 자식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목재소를 남에 손에 넘기게 되자 형을 원망하기도 하지만 그건 잠시뿐. 타고난 천성이 곰살 맞고 잔정 많은 남자다.
배영순(이매리) 덕기의 아내. 중학교 졸업 후, 목재소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다 덕기와 결혼까지 이른다. 인옥과 학인의 관계를 덕산에게 알리고, 순임에 대한 존재를 집안에 떠벌리고, 시이모를 대동해 순임에게 아들 낳아달라는 해프닝까지... 그러니 인옥에겐 크고 작은 분란만 만들어 주는 철없는 여자다. 인수와는 국민학교 동창 사이. 인옥도 인애도 숨기는 집안 일을 인수에게 전달하는 등 크고 작은 풍파를 일으키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여자다.
김기태(이철민) 덕산의 동네친구이자 사업가. 양평 제일의 사채업자 김만수의 아들. 세상 모든 가치는 돈으로 매겨진다는 물신제일주의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기보다는 한방에 승부를 거는 한탕주의자. 아버지의 돈을 믿고 벌인 사업이 망해 양평으로 내려오면서 덕산과의 인연을 맺어간다. 어느 구석으로 보나 덕산과는 친구가 될 수 없는 성품. 허나 부자친구 둬서 나쁠 거 없다는 생각에 먼저 덕산을 찾아 다니는 것이고 다행히 내치지 않는 덕산으로 인해 친구처럼 지내고는 있다. 좁은 양평이 답답해 어떻게든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한탕거리를 찾고 있고, 뜻대로 되지 않아 그 화를 순임에게 풀고 산다. 그런데 개똥도 약에 쓴다더니 순임 덕에 소원풀이를 하게 생겼다. 덕산이 태생도 모르는 갓난쟁이를 맡아 달라하자, 올커니, 작정하고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다. 아이를 맡아주는 대신 자신의 사업에 보증을 서달라는 것. 결국 안씨의 목재소를 훌러덩 날려 인옥네 집을 가난 속에 몰아넣고, 자신도 도망친다.
이순임(이승신) 덕산의 친구 김기태의 부인. 서울의 조그만 무역회사에서 경리로 일하다 그곳에 드나들던 기태에게 찍혀 결혼까지 하게 됐다. 한탕주의로 허황된 꿈을 쫓던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자 빚쟁이에 몰려 시댁인 양평으로 내려오지만, 그것이 진정한 고생의 시작일 줄은 몰랐다. 돈에 눈멀고 기본 도리도 모르던 남편. 그 남편에게 존중 받지 못해도 늘 씩씩하게 살려 애쓰지만 끝없는 남편의 욕심과 학대에 지쳐가던 중, 남편 친구인 덕산에게서 위안을 얻는다. 그러다 학인과도 인연이 이어진다. 못된 짓만 한 남편을 대신해 세상에 속죄하듯 베풀며 살아왔고, 지금도 분식집을 해 번 돈 대부분을 세상에 내놓는다. 학인 병원에 무연고자 환자를 간병해주다 학인과의 만남이 쌓여가고, 씩씩하고 속 깊은 그녀로 인해 학인도 조금씩 인옥을 지워가는데...
강우혁(이동규) 인수의 첫사랑. 전쟁후유증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한 아버지가 집을 나갔고, 아버지를 찾으러 나간 어머니마저 소식이 끊어지자, 동생 우제만이 우혁에게 유일한 가족이다. 병약한 몸으로 외롭게 자란 우혁이기에 항상 밝고 씩씩한 인수를 만나자마자 첫 눈에 반하게 된다. 인수를 만나면서 비로소 우혁은 사랑과 정이라는 감정에 눈에 뜨게 된 것. 하지만 인수 장래를 걱정한 인옥 때문에 우혁은 사랑을 꽃 피우지도 못한 채 외롭게 죽어갈 위기에 처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