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골자리의 알파성 카노푸스
구분 | 항성 |
형태 | A9 or F0 II 백색 휘거성 |
지름(태양 기준) | 71 |
밝기(태양 기준) | 10700 |
질량(태양 기준) | 8±0.3 |
거리 | 310±20 광년(95±5 파섹) |
연주 시차 | 10.55±0.56 밀리초 |
표면 온도 | 7400K |
겉보기 등급 | -0.74 |
절대 등급 | -5.71 |
Canopus
1.1. 개요
용골자리의 알파성. 태양과 달, 태양계 행성을 제외한 천체 가운데 밤하늘에서 두번째로 밝은 별. 첫번째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천구상에서는 시리우스 남쪽 방향으로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 있다. 카노푸스-시리우스-리겔이 직각에 가까운 둔각삼각형을 이룬다.1.2. 태양을 제외하고 밤하늘에서 두 번째로 밝은 별
실제 밝기는 태양의 1만 700배에 달하는 황백색 초거성으로, 이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의 500여 배에 달한다. 시리우스가 더 밝게 보이는 이유는 시리우스가 현재 불과 8~9광년 정도로 태양과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절대 등급으로 따지면 밤하늘에서 보이는 일등성들 중 4, 5번째로 밝은 별이다.[1] 지구로부터 500 광년 거리 이내 있는 별 중에서 카노푸스는 독보적으로 밝다. 카노푸스의 겉보기 등급이 제일 밝았을 때는 태양에 최접근한 311만년 전으로 겉보기 등급이 -1.86이었다. 이 당시 카노푸스와 태양의 거리는 177광년으로 현재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이후로는 초속 20.3km씩 태양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310광년(96파섹)까지 거리가 벌어졌다.이 때문에 최소한 지난 400만 년 동안 3번이나 지구 밤하늘에서 제일 밝은 별이 된 적이 있다. 카노푸스는 370만년 전부터 137만년 전까지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었다. 그 이후 태양계에 최접근한 궁수자리 제타(ζ)성[2], 토끼자리 제타성에게 잠시 밀렸다가 95만년 전부터 42만년 전까지 다시 왕좌를 되찾는다. 42만년 전부터 21만년 전까지는 알데바란이, 21만년 전부터 16만 년 전까지는 카펠라가 가장 밝은 별이었다. 이후 16만 년 전부터 9만 년 전까지 다시 카노푸스가 가장 밝은 별이 되었다. 최근(?)에는 시리우스가 태양과 가까워지면서 9만 년 전부터는 밤하늘에서 시리우스가 가장 밝다.
21만 년 후에는 시리우스도 태양계에서 멀어져서 어두워질 예정이다. 대신에 태양계에 최접근하는 베가가 가장 밝은 별이 될 예정이며, 48만 년 뒤 베가도 태양에서 멀어지고 나면 지금보다 좀 더 어두워진 채로 다시 가장 밝은 별 자리를 되찾을 예정이다.(이는 상술한 바와 같이 카노푸스 또한 초속 20km씩 태양과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베가나 시리우스 둘다 절대등급으로는 카노푸스에 비하면 밝은 별도 아니다. 즉 과거부터 지금까지 카노푸스는 워낙 밝았기 때문에 다른 항성이 태양계에 접근하면 겉보기 등급 1위 자리를 내줬다가 멀어지면 다시 가장 밝은 별이 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중이다.
카노푸스의 표면 온도는 7400켈빈 (7,126.85 ℃) 정도이다. 반지름은 0.6천문단위 수준으로[3] 이는 태양 반지름의 65배에서 71배 수준이다. 만약 이 별을 태양 대신 태양계 중앙에 갖다 놓는다면, 카노푸스의 표면은 수성 궤도의 4분의 3까지 이를 것이며. 지구 수준의 온도인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이 형성되려면 120 AU 나 떨어져 있어야 한다. 태양과 지구와의 거리의 120배의 거리인데 해왕성 궤도의 4배나 되고 카이퍼벨트의 왜행성인 에리스 궤도보다 더 크다! 이러다보니 2014년 발견된 적색왜성 "카노푸스 B"는 지금까지 알려진 별인 카노푸스 A와 6.2광년이나 떨어져 있음에도, 카노푸스 A의 조석력이 미쳐서 카노푸스 A-B는 쌍성계를 이루고 있다.
카노푸스와 태양의 크기 비교
베텔게우스, 리겔, 카노푸스 크기 비교
같은 별자리의 용골자리 에타[4]별(7번째로 밝은 별)이 1843년 -0.8등급까지 밝아져 카노푸스보다 더 밝게 빛났던 적도 있지만, 현재는 많이 어두워져서 카노푸스가 두번째로 밝은 별의 지위를 되찾았다. 다만 절대등급은 용골자리 에타가 압도적이다. 용골자리 에타가 카노푸스보다 430배쯤 더 밝다.
초거성 치고는 질량이 상당히 작아 탄소까지만 융합하고 생애를 마칠 것으로 추정되며, 중심부 질량이 태양의 1.37배를 넘지 않으면[5] 행성상 성운을 형성[6]하여 산소-네온-마그네슘 백색왜성이 될 수 있다.
지구의 세차운동의 영향으로 12000년 후에는 남극성이 된다 한다.[7] 참고로 21세기 초의 시점에서 천구(天球)의 남극에는, 천구 북극의 북극성이 있는 것처럼 남극성이라 불릴만큼 밝은 천체가 존재하지 않는다(천구상의 남극에 별이 있긴 한데[8] 육안으로 보일만큼 밝지는 않다). 이런 이유로 남반구에서 밤하늘 남쪽을 찾으러면 남십자성을 기준으로 십자가 세로축 몇배 아래로... 하는 식의 방법을 쓴다.
1.3. 관측
도쿄에서 본 카노푸스[9]
밤하늘에서 두번째로 밝은 별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내에서는 남쪽하늘에 낮게 떠올라 거의 보기 힘들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다. 카노푸스의 적위는 남위 52도 41분 44초로, 이론상으로는 북위 37도 18분 46초가 관측 가능한 북방한계선이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고 화성, 오산, 원주, 삼척이 최소한의 기준으로 남중했을 때 거의 지평선에 붙었다 사라진다. 즉 광공해, 산, 건물 등의 변수를 감안하면 경기도나 강원도는 관측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정 보고 싶다면 남해안으로 가도록 하자. 한반도 남해안이나 일본열도는 북위 35도선에 걸쳐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볼 수 있다. 정확히는 비슷한 경도에 있는 시리우스가 남중하는 시간대에 정남쪽 지평선 위로 카노푸스가 살짝 올라온 모습을 볼 수 있다. 경남 통영에서 관측한 카노푸스 북위 33도에 걸쳐 있는 제주도에서는 타이밍만 잘 맞으면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다. 서귀포시 한라산 중턱에서 10월 중순 새벽에 관측한 카노푸스 이 쪽이 도쿄보다 광공해가 덜한 데다가 위도가 1~2도 낮기 때문에 카노푸스는 남중시 거의 3~4도까지 올라와 더 잘 보인다. 카노푸스의 경우 남중고도가 워낙 낮기 때문에 시야각 1~2도 차이도 꽤 크다.[10] 제주신라호텔은 아예 카노푸스를 관측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제주신라에서 운영하는 WE호텔이 서귀포천문과학관과 가까이 있기 때문.#
1월 1일 기준으로 자정 쯤 남중하며, 하루가 지날수록 4분씩 일찍 뜨는데 그러다보니 가장 관측하기 좋을 때는 2~3월경으로 초저녁에 남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10월경에는 새벽 5~6시경에 볼 수 있고, 하절기에는 한낮이라 안 보인다.
겨울에 대만이나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여행을 가면 (별 관련 지식이 있음을 전제로) 보기 쉽다.
남반구 별자리까지 포함한 카노푸스의 위치. (Crux는 남십자자리를 의미한다.)
1.4. 문화사적 의의
한자문화권에는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 또는 노인성(老人星)이란 이름으로 부르며 수명을 관장하는 별로 여겼다. 옛 기록에 따르면, 남부 지역에서 이 별을 보았다면 매우 경사스러운 징조로 여겨 나라에 고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고려 시대에는 임금이 직접 노인성을 위한 제사를 지내어 천하태평을 기원하고, 사람들이 소원성취를 위한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춘분과 추분에 소사(小社)의 예로 노인성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으나, 중종 이후 제사가 끊겼다.남극노인성을 보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어, 조선시대 관리들도 제주도에 가면 꼭 보고 싶어했다. 토정 이지함은 카노푸스를 관측하러 한라산을 세 번이나 올랐다고 한다.
도교에서 언급되는 신 중 남극노인이나, 칠복신 중 복록수(혹은 수로인)는 바로 이 카노푸스를 신격화한 존재이다.
고려시대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에도 등장한다. 묘청이 주청하여 1129년에 서경(평양)에 대화궁(大華宮)이 완공되자 인종과 함께 보러 갔다. 묘청은 그 때 김부식과 이런저런 논쟁을 벌이다가 저 산을 보라고 했다. 거기에는 별이 매우 낮게 떠 있었는데 묘청은 저걸 보고 남극성이라며 상서로운 징조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사실은 이는 남극성이 아니라 그냥 산 위에 올라가 장대 위에 높이 매달아 놓은 등불이었다.[11][12]
이슬람교의 성지인 카바의 남동쪽 벽은 카노푸스를 향하고 있다.
고대 시절부터 적도에 가까운 지역에서 카노푸스는 항법 용도로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으며, 현대에도 카노푸스는 심우주 탐사시 우주선의 현재 위치와 추진 방향을 탐지할 때 참조되고 있다. 북극성과 달리 심우주로 나아갈 때 태양과 반대 방향에 있기 때문에 태양에 가려질 염려가 없어 언제나 믿고 쓸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1964년 이후 발사된 탐사선은 대부분 카노푸스 추적기(Canopus Tracker)를 장비하고 있다.
[1] 데네브, 리겔, 베텔게우스, 안타레스 다음으로 밝다.[2] 현대에 와서는 2.6등급까지 어두워졌지만 그 당시에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그리스 알파벳으로 제타(ζ)는 6번째이지만 현재 궁수자리에서 3번째로 밝은 별이다. 궁수자리는 특히 바이어 기호와 밝기 순서가 맞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3] 각지름 0.006초각에서 도출한 크기[4] 이 별은 가까운 미래에 초신성폭발이 유력한 별로 천문학계의 큰 주목을 받는 별이다. 물론 가까운 미래라고 해봐야 우주 기준이기 때문에 수천년이 될수도...[5] 그것을 넘으면 핵이 전자 포획을 일으켜 초신성으로 폭발한다.[6] 최근 관측 결과, 초점근거성으로 진화하여 초신성 폭발로 삶을 마감한 뒤 백색왜성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7] 당연한 얘기지만 이 때문에 미래에는 제주도에서조차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반대로 에리다누스자리 알파성 아케르나르는 현재는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세차운동으로 적위가 높아져 천년쯤 지나면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관측이 가능할 것이라 한다. 카노푸스가 조만간 남극성이 될거라 하는데 아케르나르가 남극성 노릇을 했다는걸 생각하면 묘한 부분.[8] 팔분의자리 시그마(σ)별(18번째로 밝은 별)[9] 사진출처: 위키미디어 공용[10] 천구상에서 1도 사이에 대략 보름달 두 개 정도의 공간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11] 묘청 항목 참조. 묘청은 대동강에도 기름이 든 떡을 던져놓고 용의 침이라고 하는 등 이런 짓거리를 몇 번 더 했다.[12] 상술한 것처럼 카노푸스는 서울에서조차도 최대 남중했을 때 지평선 너머 간신히 보이는 수준으로, 서울에서도 남산이나 관악산, 청계산 등에 가려 안 보이고 그보다 북쪽인 개성이나 평양에서는 당연히 안 보인다. 한반도에서 간신히 보려면 적어도 37도선(수원-원주-삼척) 이남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남해안에서도 사실 보기 힘들다. 현대에는 고층 건물과 야간 불빛 때문에 한반도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그냥 못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지어 광공해가 없던 조선 시대에도 제주도에서나 제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상술한 것처럼 이지함은 한라산을 세 번이나 올랐다. 즉 서울보다 북쪽에 있는 평양 근처에서 그것도 산 위 하늘에서 카노푸스를 보기는 불가능하다. 물론 평양 남쪽에는 산이 없고 멀리 남쪽에 황해도의 산맥들이 아스라이 보이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안 보이는 건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