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사이에 나가와 인간 사이에서 한 차례 더 발생한 전쟁을 말한다. 제2차 대확장 전쟁이 끝난 시점으로부터 15년 후~22년 후 사이 즈음의 어느 기간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1]작중에서는 이미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전쟁의 발발 원인과 결과, 그리고 전쟁 중 일어난 몇 가지 일화만이 언급된다. 따라서 세부적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는 모두 팬들의 추측의 영역이다.
2. 전개
2.1. 전쟁의 원인
나가의 수호자들은 2차 대확장 전쟁이 끝나고도 한동안 여신의 힘을 다룰 수 있었는데, 발자국 없는 여신은 훗날 원시제가 되는 그리미 마케로우가 성년이 될 때까지 카린돌 마케로우의 육에 머물어 그리미의 어머니로 지내며 자신의 힘을 회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던 수호자들은 언제 힘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또한 나가들은 전쟁에서 패배한 뒤 분풀이 대상을 필요로 했고, 특히 제2차 대확장 전쟁 중 중립 선언을 하고 중계 무역으로 돈을 쓸어담는 시모그라쥬에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텐그라쥬가 멸망한 이후 한계선 남쪽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을 가진 지도그라쥬였지만 시모그라쥬가 쌓고 있는 엄청난 황금의 양은 충분히 위협적이었고, 이 때문에 지도그라쥬에서는 시모그라쥬의 중립을 무너뜨리고 본인들의 권력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결국 이들은 힘이 사라지기 전에 한 방 먹이기로 했고 시모그라쥬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보단 신 아라짓 왕국을 공격하기로 결정한다. 중립이라는 시모그라쥬의 독특한 정치적 위치로 인해서 지도그라쥬가 타 세력을 공격하게 되는 일종의 내전의 성격도 띄고 있다.2.2. 아라짓 왕국의 상황
당시 신 아라짓 왕국은 대호왕 사모 페이가 원시제에게 아라짓의 지배자 자리를 넘긴 일로 여론이 분열된 상태였다. 특히 2차 대확장 전쟁의 공신인 괄하이드 규리하는 원시제에게 몹시 비판적이었다고 한다.[2] 그래서 괄하이드가 1차 침공을 막아내고 전사하기 전까지 북부는 단합된 반격을 시도하지 못했다.또한 지난 전쟁에서 나가 수호자들의 능력에 대응할 수 있는 특수 전력이었던 뇌룡공 륜 페이와 아스화리탈은 서로 동화해 나무가 되었고, 자신을 죽이는 신의 화신인 시우쇠는 어르신이 되어 전력에 큰 공백이 난 상태였다. 어떤 의미로는 2차 대확장 전쟁보다 더욱 위험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다만 아라짓 왕국은 전쟁에 대해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 실제로 눈마새 종료 시점에서 라수 규리하는 이미 전쟁을 예상하고 있었고, 키베인이 귀띔해 주기 전부터 하늘누리를 요새화하거나 비밀 보급소를 건설하고 티나한과 하늘치 발굴단에게 제 2의 하늘누리가 될 만한 하늘치를 찾아다니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또한 나가 측에는 도시를 수장시킨 갈로텍 같은 걸출한 수호장군이 다시 나오지 않았으며 나가란 존재 자체가 신화에서 튀어나온 불사의 괴물이었던 제 2차 대확장 전쟁과 달리 전투 교범도 충분히 마련된 상태였을 것임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신력이나 영웅의 비중이 감소하고[3] 전략과 전술이 맞부딛히는 싸움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2.3. 나가측의 상황
일단 대장군 갈로텍과 전략가 주퀘도 사르마크의 부재로 인해 마땅한 지휘관이 전무한 상태였다. 제2차 대확장 전쟁으로 나름대로 전쟁 경험을 쌓은 수호장군들이 있었지만 희대의 전략가였던 주퀘도만은 못하고, 수력에 관한 부분에선 제2차 대확장 전쟁 말기까지도 갈로텍을 따라올 자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한 공백이다.[4] 또한 발자국 없는 여신이 힘을 거두지 않았기에 수호자들은 여신의 힘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반대급부로 지난 전쟁으로 잃은 수호자들을 새로 충원할 수는 없었다.설상가상으로 나가들은 이전 전쟁만큼 단합하지는 못했던 상황이었다. 2차 대확장 전쟁에서 뇌룡공과 아스화리탈에 의해 페로그라쥬와 악타그라쥬의 심장탑이 파괴되었으니 두 도시는 성인 인구 전원이 사망한 상태였고, 하텐그라쥬는 어디에도 없는 신의 분노로 인해 심장탑을 제외한 모든 집과 건물이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다. 여기에 더해 시모그라쥬의 칸비야 고소리 의장은 천일전쟁 발발과 동시에 북부에 충성을 맹세했다. 그리고 초대 대수호자 키베인은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지원할 생각이 없는 반전 세력이었다. 설령 천일전쟁 전에 그가 물러나고 강경파 대수호자가 집권했다 치더라도, 초대 대수호자라는 막강한 권위를 가졌던 키베인과 그의 지지파를 전부 몰아냈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면서 전쟁의 목표 자체도 지난 전쟁처럼 여신을 해방시킨다는 명확한 명분이 아닌 단순한 주도권과 부를 위한 것이었으니 나가들의 전쟁 의욕은 그리 높지 않았을 것이다.
3. 결과
충의공 괄하이드 규리하가 훗날 '죽은 채로 싸웠다'[5]고 전해질 정도의 사투를 통해 나가군의 1차 북진을 막고, 그 일을 계기로 북부가 하나로 뭉쳐 결국 승전을 끌어내었다고 전해진다. 도깨비 감투를 쓴 빌파 가문의 세 남자도 대단한 활약을 보였다고 한다.티나한 역시 이 전쟁에서 맹활약했다는 추측이 있다. 티나한은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는 사람들 앞에서 딱히 실력을 발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훗날 역사상 가장 강한 레콘이라 불리며, 이 시점에서 물을 극복한 유일한 레콘이니 나가 수호자들을 상대로도 대활약을 펼칠 수 있고, 천일전쟁이 끝난 이후에야 승천했으니 성격상 참전했을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북부군은 단합하여 남부의 공격을 물리쳤다고 하며, 이 전쟁이 끝난 후 세력에서도 밀리고 여신의 힘도 잃은 나가들은 북부, 즉 아라짓 제국을 세계의 지배 세력으로 인정하게 된다.
여담으로 북부군에는 새로운 전통이 생겼는데, 바로 나무 이름을 따서 군단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전통이다. 2차 대확장 전쟁 시기부터 나가 군대는 나무 이름을 군단명으로 사용해왔는데, 이 관습을 이용해 나가들을 혼란시키기 위해 똑같이 나무 이름을 군단명으로 붙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가들도 약간 혼동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이와 별개로 이미 시작된 전통은 추후 아라짓 제국 제국군까지 계승된다. 그리하여 피를 마시는 새 시점에서는 인간 군단은 나무 이름을, 그리고 새롭게 모집된 레콘 여단은 풀 이름을 부대명으로 사용하게 된다.
[1] 눈마새에서 2차 대확장 전쟁이 끝난 시점에 태어난 아이저 규리하가 15살 때 아버지 괄하이드가 전사했는데, 이것이 전쟁 초반의 일이었다고 한다. 또한 22년 후에는 그리미 마케로우가 성인식을 치르며 발자국 없는 여신이 힘을 거두었기 때문에 나가들이 전쟁을 더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2] 세간에는 대호왕이 북부에게 자리를 위양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괄하이드는 케이건이 사모를 지명한 그 순간부터 충성을 바쳤고, 왕위를 북부인에게 물려준다는 약속은 타 군웅들을 설득하기 위한 명분이었기 때문에 이 약속 때문이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괄하이드는 그리미가 왕위를 잇게 되면 서른을 못넘기고 죽게 된다는 걸 라수에게 전해듣고 반대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대호왕을 옹립하기 위해 만든 조건이 이후 심각한 분쟁요소가 될 줄은 괄하이드도 라수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도 급한 상황에서 만든 조약이 후대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3] 실제로 천일전쟁의 수훈자는 이전 제 2차 대확장 전쟁에서 활약했던 자들이 다시 언급될뿐, 새로운 인물은 얘기되지 않는다.[4] 반면 북부군에서는 특수 전력 역할을 하던 뇌룡공과 시우쇠가 사라지고 괄하이드가 초반에 전사했지만, 참모 역할을 하던 라수 규리하나 각지의 군웅들로 구성된 고급 지휘관들이 상당수 건재했다.[5] 피를 마시는 새에서 북부가 남부의 침략을 받았을 때 그 전황을 뒤집는 발단인 폭우를 불러오는 '첫번째 빗방울(= 분열된 북부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로 영웅의 존재를 이야기하는데, 대확장 전쟁 때의 극연왕, 2차 대확장 전쟁 당시의 대호왕 사모 페이, 그리고 천일전쟁 당시의 죽은 채 싸운 괄하이드 규리하라고 언급되면서 전쟁의 판도를 뒤엎는 영웅적인 활약을 했음을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