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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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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설명
2.1. 양자 진공 요동

1. 개요

/ Vacuum, Free space

고전적인 진공은 "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가리킨다.

2. 설명

영어 등에서 진공을 가리키는 단어인 베큐움(vacuum)은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 단어 '바쿠스(vacuus)'에서 유래한 것[1]이며, 우리말과 한자의 '진공(眞空)'은 '진짜로 텅 비었다'는 의미.

일반인들도 진공관이나 진공 청소기, 진공 보온병 같은 용어를 통해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단어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공은 진짜 진공이 아니다. 진공 청소기는 진공은커녕 대기압의 80퍼센트 정도이며, 대개는 1/1000 mmHg 정도 이하의 저압이면 진공이라고 불러준다. 과학 실험이나 정밀공학 등을 위해 초저기압 상태를 만드는 경우에도 완전한 0기압이 아니며 대개 100나노파스칼 정도의 기압이 존재한다. 이처럼 고전적인 의미로도 진정한 진공은 만들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진공은 더더욱 만들기 힘들다. '진공' 내에서도 입자들이 마구 생겨나기 때문이다.

흔히 진공은 공간 내에 '공기'가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오해하는데, 공간 내에 '물질'이 없는 상태가 진공이다. 즉 산소, 질소 같은 기체 분자만 없다고 진공인 것이 아니다. 기체 이외의 입자, 예를 들어 철이나 규소 입자 같은 게 있어도 진공이 아니다.

진공도는 저압 상태의 공기의 압력을 그대로 이용하여 표현한다.

진공도는 압력, 기체 분자의 유동 양상, 남아있는 기체 종류에 따라 저진공(Low vacuum 또는 rough vacuum), 고진공(High vacuum), 초고진공(Ultrahigh vacuum)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2][3]. 진공을 뽑게 되면 가장 먼저 산소나 질소 등 공기를 이루는 주요한 가스와 분자량이 높은 가스들이 먼저 빠져나가고 (저진공), 그 뒤로 챔버에 붙어 있던 가스들[4] 과 챔버 안에 미량 남아있던 수분[5]을 포함한 다른 가스들이 빠져나오고 (고진공), 마지막으로 수소나 헬륨같이 매우 가벼운 기체들이 빠져나오는데 (초고진공), 사실 수소랑 헬륨 가스는 너무 가벼워서 펌프만 가지고 빼내기 쉽지 않다. 쉽게 말해 진공을 잡게 되면 무거운 기체 원소, 수분과 챔버에 붙어 있던 기체 분자들, 가벼운 기체 원소 순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그 결과 진공도에 따라서 챔버 안의 기체 분포(분압)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진공은 저진공으로 주로 건조, 보존에 활용되며 산업군에서는 저진공과 고진공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전자현미경 같은 분석 장비는 고진공을 주로 사용하며, 전계방출형 전자현미경의 전자총이나 X선 광전자 분광 분석기 같이 매우 정밀한 장비의 경우 초고진공 범위까지도 진공을 잡는다. 극초고진공은 주로 우주환경 실험실이나 특수한 목적의 실험실 등에서 활용된다.

진공도가 높아질수록 기체 분자들은 공간에 골고루 퍼진 상태에서 챔버 표면 쪽에 몰려있는 상태가 되며, 저진공에서 고진공 상태로 넘어가게 되면 기체의 거동도 점성 유동에서 분자 유동으로 변화한다. 점성 유동은 일반적인 대기 환경처럼 압력차가 있으면 기체 분자가 상대적으로 저기압인 진공 펌프 쪽으로 이동하는 거동을 보이지만, 분자 유동부터는 펌프로 압력차를 발생시켜도 기체 분자가 이에 반응하지 않고 제멋대로 떠돌아 다니는 거동을 보인다. 이런 까닭에 기계적 펌프만 가지고는 고진공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6], 압력을 측정할 때도 고진공에서 쓸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압력계를 써야 한다.

0.01Pa 이하의 압력에 안정적으로 도달하려면 기계적 펌프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고진공 펌프가 추가적으로 장착되어야 한다[7]. 고진공 펌프는 챔버 안을 마음대로 떠돌아 다니는 기체 분자가 펌프 주변을 지나갈 때 강제로 분자를 펌프 쪽으로 끌어내리거나(확산펌프, 터보 분자 펌프)[8], 기체 분자가 돌아다니지 못하게 응결시켜 가두거나(크라이오(극저온) 펌프, 극저온 트랩 등), 다른 물질과 반응시켜서 무력화시키는(이온 펌프) 방법을 사용해 잔류 기체 분자를 제거한다.

압력계도 진공 펌프만큼이나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대체로 저진공 대역에서 사용하는 진공 게이지는 진공에 의해 유발되는 기계적 압력이나 열전달 특성 변화를 기준으로 진공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동작하며, 고진공 대역에서 사용하는 게이지는 열이나 전기를 통해 이온화 시킨 기체 이온들을 가지고 진공도를 측정하는 식으로 동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알갱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에는 연속된 물질이 가득차 있다. 그러므로 자연에는 진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추론한 이래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라는 믿음은 중세까지 이어져 왔으나, 1643년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제자 토리첼리가 실험을 통해 진공의 존재를 재연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의미의 진공이지 상술했듯 진정한 의미의 (고전적인) 진공은 존재할 수 없다. 양자요동을 생각하면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는 말 자체는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보일과 홉스의 논증을 통해 진공의 존재를 학계에서 인정하게 됐으며, 실험론에 입각한 과학이 온전하게 자연철학과 분리되는 계기가 되었다.

물리나 화학 및 관련 공학 분야에서 이론상실험용 샘플 혹은 제품을 제작할 때에 진공 상태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물질이 극히 낮은 농도로 존재하는 상태인 진공에서는 당연히 불순물의 농도도 0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불순물로부터 자유로워 샘플의 제작 및 보관에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산화되지 않기 때문에 산소라는 불순물이 들러붙지 않는다. 이는 금속의 접합으로도 매우 유용한데, 산소가 풍부한 지구에서는 용접을 해야 금속끼리 붙지만 진공 상태에서는 금속 표면이 산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금속끼리 붙이면 접합된다.

진공은 식품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는데, 주로 건조와 포장에 활용된다. 진공 같은 저압 환경은 물질의 끓는점을 낮춰서 물질의 증발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의 경우엔 저진공 펌프만으로도 물의 끓는점을 상온 이하까지 낮추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진공을 이용하면 물체를 가열하지 않고도 급속 건조하는 게 가능하며, 이를 활용한 기술 중 하나가 바로 동결건조이다. 진공 포장은 기본적으로 포장 대상이 산소에 노출되는 정도를 현저히 줄여주기 때문에, 식품이 산패되는 것을 억제해 주고, 외부에서 세균이 유입될 위험도 크게 줄여주어 식품의 보존력을 크게 향상시켜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혐기성 세균이 살아가기엔 좋은 조건이 되므로, 식품이나 포장지를 통해 혐기성 세균이 포장 과정에서 유입되는 경우엔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설령 이러한 세균 오염이 없었다고 해도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발생하는 식품의 변질을 완벽하게 막아내지는 못하므로 진공 포장을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진공 포장을 비닐같이 유연한 용기로 하는 경우, 용기 속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포장지라 포장 대상 물체에 딱 달라붙어서 포장이 되기 때문에 포장 용기가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 하는 것이 가능하며, 대기압에 의한 압축 효과가 더해져 침구류나 의류같이 빈 공간이 많고, 푹신푹신한 재질의 물체를 작게 압축해서 보관할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우주 공간이 진공상태인지라 과학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진공상태와 무중력 상태를 자주 혼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해가 부족한 영화나 만화 등에서 진공 상태라며 사람과 물체가 마구 떠오르는 묘사를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

진공 엔진이라는 외연기관이나 진공 청소기는 상대적 기압차를 이용하는 물건이다. 진공관 역시 유리관 속을 진공에 가깝도록 기압을 낮춰놓고 전기를 흘려 전자 방출 현상을 이용하는 물건이다.

통상 압력의 대기 중에서 물체가 매우 빠르게 움직일 때도 기압차가 발생해서 소리가 나거나, 음속을 넘어설 만큼 속도가 높아지면 국소적으로 순간적인 진공 상태가 발생하여 큰 파열음과 함께 충격파가 발생한다. 이것이 소닉붐이다. 이 정도로 빠른 속도를 인간이 손에 든 무기로 발생시키는 건 채찍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는 무리지만 창작물 등에서 검이나 주먹을 휘둘러 충격파를 내는 연출은 꽤나 간지가 나기에 자주 활용되곤 한다.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창작물 속 기술 이름이나 무기 이름에 종종 '진공'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흔히 진공상태에 사람이 노출되면 낮은 압력 때문에 터져죽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진공이래봐야 1기압에서 0기압으로 줄어든 것뿐이니까. 단순한 비교로, 수심 10m에[9] 살고 있던 물고기를 대기 중에 꺼낸다고 해서 물고기가 터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10] 외려 수백 기압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는 수압이 더 무섭다. 자세한 건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나가면 터져 죽는다 문서 참고.

그런데 반대로 대기 중에서 용기에 진공이 과도하게 방생하는 경우에는 내파(implosion)[11]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현상은 사막 같은 더운 지역을 통과하는 화물열차의 탱크용기차 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데, 데워진 공기가 냉각되면서 용기 내부의 기체가 수축하게 되고 압력 차이로 인해 그 탄탄한 탱크용기가 찌그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빈 생수병에 입을 대고 강하게 숨을 마시면 패트병이 찌그러지는데 이것이 과하면 내파라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길게 써놨지만 진공도 양자역학으로 오면 많이 달라지는데...

2.1. 양자 진공 요동

양자진공을 이해하는 가장 유명한 방법 중 하나는 우선 에너지-시간 불확정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일단 절대 불확정할 것 같지 않은 두 변수의 불확정성을 배우는 것부터 힘들다)

에너지-시간 불확정성을 이해하고 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해진다. 우선, 진공 속에서 입자가 갑자기 생겨난다. (이런 입자를 가상입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진공을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에너지-시간 불확정성에 위배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 동안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호킹 복사는 여기서 입자와 반입자쌍이 생겨났을 때 입자 또는 반입자중 한 개가 빨려들어가 블랙홀의 에너지가 줄어드는(수명이 줄어드는) 현상을 예측한 것이다.
[1] 공중화장실에서 보이는 Vacant(비었음)라는 단어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 Vacance 역시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다.[2] 상황에 따라 점성 유동과 분자 유동이 섞여서 나타나는 진공도를 중진공(medium vacuum 또는 intermediate vacuum)으로, 초고진공 중에서도 10^-10 Pa 미만의 극도로 낮은 진공도를 극초고진공(Extreme ultrahigh vacuum)으로 세분화해서 부르기도 한다.[3] 해당 진공도에 대한 용어가 지칭하는 압력 범위는 업계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저진공과 고진공을 구분하는 압력 정의가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압력 범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용어는 압력 범위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기 보단, 특정 동작 방식의 진공 펌프로 도달할 수 있는 압력 한도, 해당 분야에서 주로 이용되는 압력 범위에 따라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4] 진공으로 인해 챔버나 물체 표면에 붙어 있던 기체 분자들이나 기화된 물질들이 챔버 안으로 뿜어져 나오는데, 이를 outgassing 이라고 한다. 고진공 시스템에서 outgassing이 발생하면 도달할 수 있는 압력이 제한되거나 만족스러운 수준의 진공도에 도달하는 데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고진공 장비는 outgassing이 최대한 적게 발생하도록 장비 관리를 신경 써서 해야 한다.[5] 기체의 분자량이 작을수록 진공펌프를 사용해서 분자를 밖으로 완벽하게 배출해내기 어려워진다. H2O의 분자량은 18로 분자량이 32인 O2나 28인 N2보다 가벼워서 저진공 시스템 만으로는 수증기를 완벽하게 배제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가벼운 기체들을 거의 100%에 가깝게 제거하는 게 어려운 것이지 저진공 펌프로 해당 기체들이 배출되지 않는 게 아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옷에 묻은 얼룩처럼 세탁해서 대부분 지워지긴 했는데, 세탁하고 희미하게 남은 자국은 아무리 세탁기를 돌려도 잘 지워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6] 가장 이상적인 조건에서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진공 압력도 0.01 Pa이 한계고, 실사용 환경에선 잘 해봐야 1 Pa ~ 0.1 Pa 정도 나온다[7]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진공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우수한 밀폐도가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8] 이 펌프들은 압력차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빗자루로 먼지 쓸어 담듯이 펌프를 구성하는 요소가 기체 분자와 직접 충돌해서 기체 분자를 펌프 안쪽으로 강제로 끌어모으는 식으로 동작한다. 이렇게 고진공 펌프 안으로 끌어들여진 기체 분자들은 고진공 펌프에 연결된 저진공 펌프에 의해 바깥으로 배출된다. 이 유형의 펌프들은 구조적으로 펌프 안으로 끌어당겨진 기체가 다시 챔버 안으로 되돌아가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어 고진공을 달성할 수 있다.[9] 10m 깊이의 물 속에서 작용하는 압력은 대기압 1기압+수압 1기압으로 2기압이 된다.[10] 다만 아주 깊은 심해 환경에 적응한 심해어를 대기 중에 꺼내면 수십 기압에 달하는 압력 차이 때문에 물고기의 몸이 부풀어 오르거나 눈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블로브피시가 있다.[11] 반대되는 의미로는 폭발(Explosion)이 있다. 폭발은 팽창해서 터지는 것이고 내파는 수축해서 터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