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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30 15:40:58

제갈량 vs 왕랑



#모에백과의 문서(중국어)
1. 개요2. 빌리빌리에서의 유행3. 등장인물4. 원본 대사5. 패러디

1. 개요

1994년 방영된 84부작 삼국지의 제 69화 '강유를 거두다(收姜維)'에서 등장한 제갈량왕랑설전 장면이다. 제갈량은 당국강(唐国强)이, 왕랑은 동기(董骥, 1928~2009)가 연기하였다.[1]

원본 삼국지 연의의 묘사를 충실히 재현하여, 대사도 원본과 큰 차이가 없다.[2]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위나라의 사도 왕랑이 북벌에 나선 제갈량을 설득하려다가 도리어 제갈량의 호통을 듣고는 말에서 떨어져 분사(憤死)하는 장면으로, 적벽대전 당시 제갈량이 오나라 문관들과 벌였던 설전 이후에도 그 무서운 혀가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삼국지의 명장면 중 하나이다.

신삼국에서도 이 설전이 리메이크되어 등장하지만 #, 해당 문서에서는 구삼국의 설전을 다룬다.

이 장면은 연의에서 93회 때 나온 창작으로, 실제 왕랑은 제갈량과 만난 적도 없이 228년 11월 사망하였다.[3]

하지만 이 장면은 방영된 지 20여년이 지나고 나서 컬트적인 유행을 타게 되는데...

2. 빌리빌리에서의 유행

바로 중국의 사이트 빌리빌리에서 2015년부터 이 장면이 컬트적인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그 위상은 가히 심영 패러디에 버금갈 정도이다.

빌리빌리에서는 필수요소로 통하는데, 적절한 편집신공으로 아예 음악을 만들어버리기도 하며, 여러 애니와 다운폴의 히총통 등과 합성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다양한 패러디와 명대사가 가득하다. 여기에 제갈량이 거문고를 치는 장면(71화, 주로 음악씬에 활용)과 추풍오장원의 사망 장면(77화) 등을 적절히 합성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대사로는
"이렇게 천박한 말을 내뱉을 줄은 몰랐소! (没想到竟说出如此粗鄙之语!)"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리오? (岂不美哉?)"

"그 깊고 무거운 죄를 천지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罪恶深重, 天地不容!)

"이...제갈촌부, 감히! (你……诸葛村夫, 你敢……)"

"닥쳐라! (住口!)"

"이리도 후안무치한 놈은 처음이구나! (我从未见过有如此厚颜无耻之人!)"
특히 왕랑이 제갈량을 '제갈촌부(촌놈)'으로 부르는 장면과, 마지막 대사인 '후안무치한 사람'이 결정적인 명대사이다. 중국어 모에백과에도 '여태껏 너처럼 후안무치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로 항목이 만들어져 있다.

이 장면이 하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자, 제갈량 역의 당국강이 빌리빌리와 인터뷰까지 하게되었고, 여기에서 왕랑 역의 배우 동기가 2009년에 사망했음이 유저들에게 밝혀졌다. 즉, 빌리빌리 유저들은 뜻하지 않은 고인드립을 한 셈이지만...실존인물 왕랑도 무려 1,800여년 전에 사망한 고인이고, 드립의 대상은 해당 배우가 아니라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이며, 고인드립이라는 개념이 오래된 역사 인물들에게는 적용되기는 어려우니 다소 애매하다는 의견도 있다.

덕분에 제갈량의 별명은 '제갈촌부'가 되었고, 왕랑은 '후안무치한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어버렸다. 특히 왕랑은 본명인 왕랑보다 관직을 포함한 '왕사도(王司徒)'로 더 많이 불린다. 이전까지만 해도 왕 사도라고 하면 보통 왕윤을 뜻하는 말이었지만[4], 이 장면이 흥한 이후로 주로 왕랑을 가리키게 되었다.

빌리빌리 등 중국 사이트에서는 매우 흥하는 네타로, 구글이나 바이두에 诸葛村夫, 厚颜无耻之人 등을 검색해보면 관련 짤방이 주르륵 뜬다. 다만, 니코니코 동화 등 일본어 사이트에 비해 중국어권 이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3. 등장인물

4. 원본 대사

왕랑 문서에 있는 원본 연의의 설전 장면을 참고할 수도 있다. 볼드체 표시는 패러디에서 자주 사용되는 대사.
조진 : 제갈량이 내일 우리와 결전을 벌이자며 도전장을 보내왔는데, 어찌하면 좋겠소?
诸葛亮下来战书, 约我等明日决战, 如何对敌?

(곽회는 아무 말이 없고 왕랑은 술을 따라마신다. 한숨소리가 들리고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진다.)

왕랑 : 도독. 제갈량은 우리의 성 몇 개를 잇달아 점령하여 그 사기가 왕성하니, 내일 있을 결전은 촉군의 사기를 꺾기에 아주 좋은 것입니다!
都督, 诸葛亮连占我几座城池, 士气正旺, 明日决战, 正好挫败蜀军锐气!

도독께선 대오를 정렬하시고, 깃발을 크게 세워 군기를 높이십시오!
都督可严整队伍, 大展旌旗, 以壮军威!

내일 제가 양군 진영 앞에서 말로써 제갈량을 타일러서 항복하게 한다면, 촉군은 저절로 물러갈 것입니다!
明日在两军阵前, 老夫只须一席话语, 管教诸葛亮拱手来降, 蜀兵不战自退!

곽회 : 제갈량이 어떤 자인데, 군사께서 몇 마디 말씀하신다고 그냥 물러가겠습니까?
诸葛亮何等样人? 靠阵前数语, 岂能退敌?

왕랑 : 곽장군께선 믿지 못하시는구려. 내일 진영 앞에서 지켜보시면 분명히 알 수 있을게요.
郭将军不信, 明日可在阵前观战, 到时, 便可自见分晓。

(다음 날, 날이 밝자 위나라 진영에서는 왕랑과 조진이 말을 타고, 촉나라 진영에서는 제갈량이 사륜거를 타고 각자 앞으로 나온다.)

왕랑 : 그대가 제갈공명이오?
来者可是诸葛孔明?

제갈량 : 그렇소.
正是。

왕랑 : 공의 이름을 들은지 오래인데, 오늘에야 만나게 되니 영광이구려!
久闻公之大名, 今日有幸相会!

(웃기만 할 뿐 반응이 없는 제갈량)

공은 천명과 천시를 알고 있으면서도 어찌 명분도 없이 군사를 일으켜 우리 국경을 침범하는 것이오?
公既知天命, 识时务, 为何要兴无名之师, 犯我疆界?

제갈량 : 칙명을 받들어 역적을 치는데, 어찌 명분이 없다는 것이오?
我奉诏讨贼, 何谓之无名?

왕랑 : 천수는 변하며, 제위도 변하는 법이오. 따라서 덕이 있는 사람에게 (제위가) 돌아가는 것이 곧 자연의 이치요.
天数有变, 神器更易, 而归有德之人, 此乃自然之理。

제갈량 : 조(曹)씨가 한실을 찬탈하고, 무력으로 중원을 점거했는데, 어찌 덕이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소?
曹贼篡汉, 霸占中原, 何称有德之人?

왕랑 : 자고로 환제, 영제 이래로 황건적이 창궐하고, 천하에 전란이 일어나 사직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고, 백성들도 위급한 상황에 처하였소.
自桓帝, 灵帝以来, 黄巾猖獗, 天下纷争, 社稷有累卵之危, 生灵有倒悬之急。

이에 우리 태조 무황제께서는 천하를 평정하여 온 백성의 마음을 얻었고, 사방을 덕으로써 우러르니, 이는 권세로 천하를 취한 것이 아니라 천명이 (위나라에게) 돌아온 것이오!
太祖武皇帝, 扫清六合, 席卷八荒, 万姓倾心, 四方仰德, 此非以权势取之, 实乃天命所归也!

우리 세조 문황제께서는 문무를 겸비하시고, 대통을 계승하신 선택받은 분이시며[5], 요순을 본받으시어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데, 어찌 시대의 흐름[6]이 아니라 할 수 있겠소?
我世祖文皇帝, 神文圣武, 继承大统, 应天合人, 法尧禅舜, 处中国以治万邦, 这岂非天心人意乎?

공은 큰 재능과 뜻을 지니며 스스로 관중악의에 견주었으면서 어찌 천명을 거스르고 민심을 외면하시는 것이오?
今公蕴大才, 抱大器自比管仲, 乐毅, 何乃要逆天理, 背人情而行事?

"하늘을 따르는 자는 흥하고,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라는 옛말을 정녕 모르시는 게요?
岂不闻古人云?:"顺天者昌, 逆天者亡。"

지금 우리 위나라는 병력이 백만이며, 뛰어난 장수들도 많소.
今我大魏带甲百万, 良将千员。

그대들은 썩은 풀의 반딧불이나 다름없거늘, 어찌 하늘의 밝은 달과 견줄 수 있으리오?
谅尔等腐草之萤光, 如何比得上天空之皓月?

만약 공이 무기를 내려놓고 예를 갖춰 항복한다면 제후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고, 나라가 평안해지며, 백성들도 편안할 것이니,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리오?
你若倒戈卸甲, 以礼来降, 仍不失封侯之位, 国安民乐, 岂不美哉?

(이 말을 들은 제갈량은 크게 웃고나서 대답한다.)

제갈량 : 나는 본디 그대가 한실의 원로로써 진영 앞으로 와서 군사들과 서로 대면하니,
我原以为你身为汉朝老臣, 来到阵前, 面对两军将士。

필시 뜻깊은 말씀을 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야비한 말을 지껄이실 줄은 몰랐소!
必有高论, 没想到竟说出如此粗鄙之语!

(당황하는 왕랑과 조진)

내 한 마디 할테니, 모두들 조용히 들으시오.
我有一言, 请诸位静听。

그 옛날 환제, 영제의 시대에 한실의 권위는 쇠락하고, 환관들이 화를 부르니,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사방이 혼란에 빠졌소.
昔日桓帝, 灵帝之时, 汉统衰落, 宦官酿祸, 国乱岁凶, 四方扰攘。

황건적의 난 이후, 동탁, 이각, 곽사 등의 무리가 잇달아 일어나서 황제를 겁박하고 백성들을 잔혹하게 다스리니, 이로 인해 조정에는 썩은 자들이 관리가 되고, 궁궐에선 금수같은 것들이 녹(祿)을 먹었소.
黄巾之后,董卓,李榷,郭汜等接踵而起。劫持汉帝,残暴生灵, 因之, 庙堂之上,朽木为官;殿陛之间,禽兽食禄。

인면수심하기 짝이 없는 무리들이 조정에 넘쳐나고, 간신배들이 너도나도 정권을 잡으니, 사직은 피폐해지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기에 이르렀소!
以至狼心狗行之辈汹汹当朝, 奴颜婢膝之徒纷纷秉政, 以致社稷变为丘墟, 苍生饱受涂炭之苦!

시국이 이렇게 어지러울 때, 왕사도께서는 무엇을 하셨소?
值此国难之际, 王司徒又有何作为?

왕사도가 살아온 일생은 내 잘 알고 있소.
王司徒之生平,我素有所知。

그대는 대대로 동해의 해변가에서 살다가 효렴으로 천거되어 관리가 되었으니 마땅히 임금을 보좌하여 한나라를 안정시키고 유씨의 사직을 일으켜야 하거늘!
你世居东海之滨, 初举孝廉入仕,理当匡君辅国,安汉兴刘。

오히려 역적을 도와 함께 찬탈을 꾀하였으니, 그 깊고 무거운 죄를 천지가 용서치 않으리라!
何期反助逆贼, 同谋篡位! 罪恶深重, 天地不容!

왕랑 : 이...제갈씨 가진 촌놈이, 감히...!
你…诸葛村夫, 你敢…!

제갈량 : 닥쳐라! 이 파렴치한 늙은 역적놈아. 온 천하의 사람들이 네놈의 살을 씹어먹고 싶어하는데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서 그 혓바닥을 놀리는 것이냐!
住口! 无耻老贼, 岂不知天下之人, 皆愿生啖你肉, 安敢在此饶舌!

(감정에 복받쳐 가슴을 움켜쥐고 기침을 하는 왕랑)

다행히 하늘의 뜻으로 한실의 대통이 끊기지 않아 소열황제께서 서천에서 대통을 계승하시니,
今幸天意不绝炎汉,昭烈皇帝于西川,继承大统,

(쓰러지려는 왕랑에게 조진이 다가서나 이를 만류하는 왕랑)

내 이제 임금뜻을 받들어 역적을 토벌하고자 하는데,
我今奉嗣君之旨, 兴师讨贼,

네놈같은 아첨꾼은 몸을 숨기고 목숨 부지나 할 일이지, 어찌 우리 진영 앞에서 망령되이 천명을 논하느냐!
你既为谄谀之臣, 只可潜身缩首, 苟图衣食, 怎敢在我军面前妄称天数!

이 머리 센 필부, 수염 흰 늙은 역적놈아! 이제 곧 죽어 구천에 갈 터인데, 네 무슨 면목으로 한조의 스물 네분 열성조[7]를 뵈려 하느냐!
皓首匹夫, 苍髯老贼! 你即将命归九泉之下, 届时有何面目去见汉朝二十四代先帝!

왕랑 : 이, 이, 이...
我, 我, 我……

제갈량 : 이 역적놈아! 한 치의 공도 세운 적 없이 평생을 헛되이 살았으면서, 그저 혓바닥만 놀리며 조씨 도적들을 도왔단 말이냐!
二臣贼子, 你枉活七十有六, 一生未立寸功, 只会摇唇鼓舌! 助曹为虐!

그러고도 감히 등골이 휜 개처럼 줏대도 없이 우리 진영 앞에서 짖어대는 것이냐!
一条断脊之犬, 还敢在我军阵前狺狺狂吠。

이렇게도 후안무치한 놈은 처음이로구나!
我从未见过有如此厚颜无耻之人!

(이 말을 듣고 분노하며 "이...이...!" 하다가 "우와아아아아아아~!"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낙마하는 왕랑. 주변 장수들이 "왕사도! 왕사도!"하며 몰려들고, 왕랑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 듯 했으나 말이 옷깃을 잡아서 결국 일어서지 못하고 쓰러져 사망한다. 이를 본 위군은 혼란스러워하고, 조진과 곽회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제갈량을 쳐다보며 이야기가 끝난다.)

5. 패러디

모두 중국어로 되어있음에 주의. 사실 중국어를 몰라도 워낙 약을 빤 것들이라...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패러디가 빌리빌리와 유튜브에 존재한다.

[1] 실제 역사의 왕랑(167~228)과 제갈량(181~234)은 14세, 연의의 왕랑과 제갈량은 14년 더 차이나는 28세 차(왕랑이 152년생)이가 된다. 이는 연의가 왕랑을 76세에 졸한 노인으로 묘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배우간의 나이차는 24세이므로 연의에 더 부합하는 셈.[2] 다만 해당 장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후안무치 드립은 원작에 없다.[3] 정사에선 왕랑이 제갈량에게 서신을 보냈던 적은 있다. 223년 왕랑은 여러 대신들과 함께 제갈량에게 번국(藩國)을 칭할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으나 제갈량은 서신에 대한 답장은 보내지 않고 정의(正議)라는 반론의 글을 써, 역사의 사례를 열거하여 항복, 그런 거는 촉나라한테는 있을 수 없고, 되려 약으로 강을 제압해 통일을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한편 왕랑의 손녀 왕원희가 제갈량의 호적수인 사마의의 며느리로 들어간데다가, 그녀가 낳은 아이가 바로 다름아닌 서진의 초대 황제 사마염이기에 나관중이 이를 그냥 두지 않고 아예 왕랑이 제갈량에 의해 홧병에 걸려 즉사하는 설정을 넣은 걸로 보인다.[4] 그럴만한 것이 연의에서 왕윤은 초반에 나와 동탁을 제거하는 데에 앞장섰기 때문에 존재감이 제법 큰 인물이다. 반면 왕랑은 회계 태수를 하다가 손책에게 썰리면서 초반에 사라지며, 오랫동안 안 나오다가 한참 지난 후에 조조 진영의 중신으로 나온다. 게다가 연의가 촉한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왕랑의 존재감은 영 좋지 않으며, 사도 직위를 받은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5] 원문은 '应天合人'으로 하늘의 뜻에 응하고, 사람의 뜻에 어울린다는 뜻.[6] 원문은 '하늘의 마음과 사람의 뜻'[7] 서한 황제 중 전소제, 후소제, 창읍왕, 정안공을 제외한 11명, 동한 황제 중 전소제와 후소제를 제외한 12명, 거기다 유비를 합쳐서 24명이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