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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18 15:57:23

정태원(번역가)

(1954~2011)

추리 소설 전문 번역가. 대표 역서로는 셜록 홈즈 시리즈가 있다.

1960~70년대에 한국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필두로 수많은 추리 소설을 번역하고 보급했던 이가형 교수와 1980년대에 활약한 정성호에 이어 1990년대 추리 문학 번역의 거물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이들은 주로 영문 소설을 번역했으나, 시대가 시대라서 실제로는 영어 원서를 번역한 것이 아니라 일본어 번역본을 중역한 경우가 많다. 다만 중역본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는 게, 번역가로서의 역량과 내공이 뛰어나서 어설픈 직역본보다는 오히려 이들의 중역본이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정태원의 경우 그냥 일본판을 번역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영어 원서도 어느 정도는 참고해서, 영단어를 일본식으로 읽어서 번역하는 재플리시가 거의 없다. 셜록 홈즈 번역본은 실제 판본 확인을 위해 영국까지 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했을 때의 이야기고, 정태원의 번역은 오늘날에는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가 번역 원서로 삼은 중역본 그 자체의 문제점이겠지만, 크고 작은 원문 첨삭이나 이로 인한 오역이 발생하고 원서의 말투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번역이 많기 때문. 정태원의 한국어 문장력이 뛰어났다면 원서하고는 말투가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맛깔스런 번역이 탄생했을 수도 있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문장력은 보통 수준이라서 원서의 말투를 살리지 못했으면서 맛깔나지도 않은 문장이 많고, 원문 훼손을 최저한으로 하려 한 흔적은 보이지만 원서의 문장 일부가 아예 삭제되어버린 심각한 원문 훼손까지도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기에 그의 번역은 당시에는 괜찮은 번역이었다지만 오늘날에는 '좋은 번역'이라고 할 수 없어서 세월이 흐를수록 그의 번역본에 대한 평가는 낮아지고만 있다. 원서를 접할 기회도 별로 없고 원문 훼손에 관해서도 별로 민감하지 않았던 옛날과는 달리 오늘날에는 전자책 등으로 원서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 원문을 존중하는 걸 중시하는 독자층이 늘어났기 때문. 해문출판사를 통해 출판된 이가형 번역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나, 두 사람과는 관련이 없고 활동 분야도 다르지만 을지판과 서울판의 번역 비교 논란이 발생한 은하영웅전설와 비슷한 경우.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번역 퀄리티가 과거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한 오늘날 21세기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의 평가고 20세기에는 이가형이나 정태원 수준조차 안 되는 번역가가 비일비재했고 지금도(...) 그런 번역가들이 있기에[1] 과거의 정태원의 공로까지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추리 작가들 중에서도 유독 아서 코난 도일을 좋아하여 오래 전부터 셜록 홈즈 전집을 출간하고자 해왔는데, 출판사들이 난색을 표한 까닭에 번역까지 다 해놓은 원고를 10년 넘게 묵혀야 했다는 일화도 있다. 결국 이 원고는 황금가지에서 다른 번역자의 원고로 출간한 셜록 홈즈 전집이 상업적 성공을 거둔 뒤에야 빛을 발하게 된다.[2]

시간과 공간사에서 나온 정태원 역 셜록 홈즈 전집의 후기에는 번역하면서 저자의 귀신에게서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DCinside 판타지 갤러리 유저인 콘라드가 정태원 씨에게 사실이냐고 묻는 메일을 보내자 "사실 그대로입니다"라는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추리문학 뿐만 아니라 장르문학 일반에도 관심이 깊어,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번역하기도 했다. 공포특급 후반부의 세계편과 일본편은 대부분 이 사람이 소개한 외국 공포 단편선을 모은 것, 그래도 망했다. 저작권 무시의 해적판 모음집인 판타지 앤솔러지 플레이보이 걸작선도 그의 번역이다. 훗날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플레이보이 SF 걸작선과는 장르도 출판사도 전혀 다른 책이다.

번역 일 이외에도 CF감독, 영화 조감독을 하기도 했다.

말년에는 셜록 홈즈 전집 개정판을 준비하기도 하였으나 2011년 6월 10일, 오랜 지병으로 별세하였다. 지인의 회고. 얼굴사진도 나와있다.

놀랍게도 한국 위키백과에는 문서가 없는데 일본 위키백과에는 문서가 있다. #. 아마도 일본에서 번역/교류 활동을 조금 한 게 일본 추리 팬들 사이에서 알려진 게 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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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가형 번역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도 극히 일부 작품은 이후 출시된 황금가지의 완역본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단, 어디까지나 극히 일부의 작품에만 한하는 평가(기본적으로 오늘날에 이가형 번역은 황금가지판에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쓰레기 번역본으로 평가받는다)이고 오늘날에는 오히려 이들 번역본은 피하라는 의견이 많다. 이가형이나 정태원 번역이 추천되는 작품들은 이 두 사람이 번역을 잘했다기보다는 다른 출판사가 그만큼 번역을 개판으로 했다는 거다.[2] 생전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번역했다고 하나, 홈즈 때처럼 출판사에서 계속 거절을 했다고 한다. 선집 출간에는 간혹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가 있었으나 전집 출간에는 죄다 난색을 표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