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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8:07:08

인간의 조건(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The Human Condition
파일:TheHumanCondition.jpg
<colbgcolor=#dddddd,#010101><colcolor=#373a3c,#dddddd> 장르 철학
저자 한나 아렌트
최초 발행 1958년
언어 영어

1. 개요2.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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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은 한나 아렌트가 1958년에 쓴 철학 서적이다. 인간의 조건을 정치 행위적인 측면에서 탐구한 책이다.

2. 상세

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삶(혹은 태도)을 관조적 삶(vita contemplativa)과 활동적 삶(vita activa)으로 나눈다. 관조적 삶과 활동적 삶의 개념은 아렌트가 직접 창안한 것이 아니고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내려온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아렌트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를 ‘행위’라는 관점에서 다시 고려하였다. 관조적 삶의 예는 철학자들이 사색하고 고민하는 삶을 말한다. 활동적 삶의 예는 일반인들이 하는 생계 활동, 사교 활동, 정치적 행동 같은 것이다.

아렌트는 다시 활동적 삶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라는 개념으로 나눠 설명한다.

여기서 아렌트가 말한 노동은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한 활동을 말한다. 먹을 것을 찾고 돈을 버는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숨을 쉬고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배설을 해야 한다. 또한 비바람을 피할 옷과 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은 단순히 굶주림을 면할 정도로 먹고 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았다. 아렌트는 이를 작업 개념으로 설명한다. 아렌트가 말하는 작업 개념의 대표적인 사례는 장인들의 제작 활동이나 예술 활동 등이다. 장인이나 공학자나 예술가의 작업은 생명유지(노동)와 직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영화나 게임의 가상 세계를 생각해보자. 이는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이며, 사실 기본적인 생명 유지 작업과는 별 상관이 없다. 이런 작업은 인공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아렌트를 이를 현실세계와 다른 또 다른 세계를 만든다고 묘사했다. 아렌트는 인간은 자연물을 변형시켜 쉽게 마모되지 않는 인공물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또한 작업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세계는 객관적이고 물화된 사물세계이며, 사용 가치를 지닌 유용한 세계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행위는 집단적, 사회적, 정치적 행위 등을 말한다. 행위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의사소통하면서 이루어지는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아렌트는 고대 그리스 폴리스(polis)를 노동, 작업, 행위를 구분하는 예로 들었다. 그리스에서 노동은 ‘사적 영역’에 국한된 활동이었다. 그리스의 자유시민은 자신이 해야 할 노동을 노예에게 대신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그리스 시민들은 생물학적 종속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대신 이들은 남는 시간에 아고라에서 폴리스 내 정치적 현안을 논의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들 그리스 시민들은 ‘공적 영역’에서 ‘행위의 자유’를 펼칠 권리가 있었고, 이는 동시에 의무이기도 했다. 이런 아고라에서 그리스 시민들은 자신의 ‘차이’와 ‘개성’과 ‘탁월성’을 드러내려 노력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웅변술이 발전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아렌트는 그리스 시민들이 생계활동에서 벗어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이야기가 역사에 남으면서 개별 생명의 무상성을 극복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논의되는 개념에 비춰보면, 그리스 시민들은 자신의 유기체 신체 유지시키고 생물학적 유전자를 전하는 행위보다, 밈을 전달하는 행위를 더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아렌트는 이를 통해 바로 ‘정치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아렌트는 중세 기독교 사회와 근대 이후(대략 산업혁명 이후)를 지나면서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적어지게 되었다고 보았다. 오늘날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회사원들은 직장이나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노동을 한다. 오늘날은 돈을 벌지 않으면 내 생명을 지속시킬 수 없다. 아렌트는 오늘날 모든 직업은 생물학적 필요에 종속된 노동이 된다고 말하였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통념과 반대되는 주장이다. 오늘날 우리는 현대로 올수록 문명은 진보하고 인간은 삶의 여유와 가치를 알게 되어 풍요롭게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1] 심지어는 예술 ‘작업’조차도 이미 우리에게는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이 되었다. 대중예술은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게 되었고, 이는 복고나 표절 문제로 나타나게 되었다. 아렌트는 자유와 개성이 없는 행위는 행위가 아니라 노동이라고 말한다. 근대의 평등사회에서 인간은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실천, 나만의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가 소멸된 표준화된 ‘행동’만을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렌트는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삶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삶의 가치를 찾으려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아렌트는 이런 삶의 가치는 결국 정치적 행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보았다. 아렌트가 말하는 정치는 타인과 관계맺고 소통하는 것 일체를 말한다. 결국 상호관계를 얼마나 잘 이루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인간에 조건'에 써놓은 것이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구상하기 시작한 정치철학을 나치 전체주의 정권 하에서 아렌트 자신이 경험한 것과 연관시켜 발전시켜 나간다. '왜 사람들은 전체주의에 매몰되는가?'를 고민한 아렌트는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나서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생각하게 된다.


[1] 물론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일부 계층만이 누릴 수 있던 사치다. 아렌트의 이런 구분 자체가 다분히 귀족적인 사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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