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작(二期作)
일식이수작(一植二收作)
1. 개요
한 농지에서 1년에 같은 작물을(예: 쌀 + 쌀) 두 번 재배하는 것이다. 흔히 이모작과 많이 헷갈리지만 이는 엄연히 구별되는 개념으로, 서로 다른 작물을 연중 2번 재배하는 것을 이모작이라 한다. 한국 남부지방에서 대개 여름 쌀-겨울 보리(메밀) 순으로 이모작을 하기 때문에 이기작과 많이들 헷갈리는 부분이다.국내에서는 겨울 날씨가 춥기 때문에 노지 이기작은 작물을 막론하여 어렵고, 비닐하우스에서 특정 품종(조생종 등)만 이기작이 극히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이고, 그나마 주식인 쌀은 현실적으로 이기작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래도 이모작은 빈번하게 시행되고 있어, 보리같은 작물은 벼의 수확이 끝나고 가을에 심어져 다음 해 봄에 수확되기는 한다.
2. 상세
한국에서는 주식인 벼의 2기작이 주 관심사인데 이는 기후에 맞지 않아 불가능하다. 이기작은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은 곳에서 이루어지는데, 후자는 저수지나 댐 등으로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지만 한국의 '혹독한' 겨울 기후에서 전자가 되는 지역이 극히 드물다. 그나마 앞으로 기온 상승과 농법 개발 등이 있다면 이기작 시도를 해볼 만한 기후인 곳은 제주도가 있지만 제주도는 지질상 논농사가 부적합하여[1] 이기작은 커녕 벼농사 자체가 어렵고, 그다음으로 온난한 지역인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남부 지역이 벼 이기작을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정도이다. 그래도 벼 이기작이 성공하여 보급만 된다면 한국은 쌀 자급을 넘어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지금도 남아도는 쌀이 문제가 될 터인데 일단 이기작이 전국에 보급되어 겨울쌀 천지가 되어도, 도정을 안 하고 보관하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니다. 물론 수확 시점에 따른 부가가치도 덜하고 밥맛도 조금 떨어지는 등 후기작 쌀의 처치가 곤란해진다는 점이 여전히 문제가 되긴 할 것이지만 그래도 장점이 더 크기에 농업 연구소에서 매달려 연구하고 있는 과제이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장춘 박사 역시 죽을 때까지 이기작을 연구하였기도 하다.해외에서 벼의 이기작이 주로 이루어지는 곳은 쌀이 주식이며 열대 기후인 지역이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대만, 중국 남부, 인도 대부분의 지역,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에서 이기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적도에 가까운 지역은 연중 고온다습한 기후 덕에 벼의 생육이 활발하여 이기작은 물론 삼기작도 가능하다. 의외로 가까운 일본도 오키나와와 규슈 남부 지역[2]은 이기작이 가능하다.
베트남은 이기작이 역사를 바꾼 곳인데, 도이머이라 불리는 개혁개방 정책 이전 베트남 농민들은 협동농장의 턱없이 높은 생산목표와 턱없이 낮은 수매가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탈법적으로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았는데 이 때 주 판매 대상이 된 것이 겨울 농작물이었다(...). 2기작이라도 어차피 여름 농사가 주가 되니 겨울 농작물의 처분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관대했고, 그 틈을 노려 농촌이 겨울 농작물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이미 1970년대 말부터 시장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3]
3. 국내에서
2009년 처음 국내에서 시도하였으나 가을이 별로 덥지 않아 후기작을 망치거나 이상하게 찾아온 꽃샘추위로 이기작을 염두에 두고 빨리 심은 전기작을 망치는 일이 계속 일어나며 실패했다. 2013년 원래부터 조생벼를 재배해 햅쌀로 팔고 그뒤에는 한약재 택사를 재배하는 이모작을 실시하던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 마을에 8월초 한약재 대신 벼를 심는 이기작에 도전하였는데, 후기벼는 전기벼의 절반 정도밖에 생산되지 않았으며 질도 크게 떨어졌다. 그래도 후기벼를 가공용 벼로 팔면 일기작을 한 것보다 수익성은 낫지만, 기존에 하던 방식인 한약재와의 이모작보다는 수익이 떨어졌다.2014년에는 경남 고성군에서도 이기작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는 벼를 수확하자마자 모내기를 하는 방법으로 시도했다.
여러 이기작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은 이기작이 어렵다고 보는지 농업연구소들은 이기작 보급 대신 벼와 귀리, 풀사료 작물 등을 생산하는 삼모작 보급을 주로하고 있다.
2019년에 충남 농업기술원에서 극조생종인 '빠르미'가 개발되어 이기작 실험에 들어갔고 2021년에는 빠르미의 농가보급을 시작하여 8월초 전기 벼의 수확을 마쳤다. 후기 벼는 11월에 수확된다고 한다. 다만, 기존 1기작 벼보다 생산성이 낮고 후기 벼의 품질이 떨어지며 도열병에 취약한 등의 단점이 있다고 한다.충남농업기술원 자료
4. 참고 문서
[1] 땅이 다공질 투수성이라 물이 잘 빠지므로 물을 가둬놓는 논을 만들기가 어렵다. 제주도에서 논농사가 가능한 지역은 극히 적다. 대표적으로 하논이 있고 이 외의 지역에서는 밭벼를 재배한다.[2] 아마미 군도 한정으로 규슈 본도(本島) 특히 가고시마시와 그 주변은 제주도 처럼 현무암 지대라 쌀농사가 힘들어서 고구마같은 구황작물 위주이며 겨울에는 눈이나 한파가 오기도 한다.[3] 1970년대 말 베트남 농촌에서의 자력갱생 노력을 보면 토지의 소규모 분배 및 계약 초과 물량의 자유로운 시장 판매 등에서 2013년 현재 들려오는 북한 협동농장에서의 개혁 움직임과 여러모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문제는 베트남에서는 겨울에도 여름만큼 농작물을 수확해 이를 판매할 수 있는 반면 한참 북쪽에 위치한 북한에서는 여름 농사조차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