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流動性陷穽 / liquidity trap케인즈 경제학에서 이자율이 매우 낮아져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금과 같은 유동성을 금융상품과 같은 이자를 얻을 수 있는 자산보다 선호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다.
흔히 거시경제학의 IS-LM 모형에서 LM곡선이 수평이 됨에 따라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으로 묘사된다.
2. 원인
IS-LM모형에서는 일반적으로 IS곡선은 우하향, LM곡선은 우상향하는 것으로 나타난다.[1]이 중 LM곡선의 기울기는 화폐수요의 소득 탄력성과 화폐수요의 이자율 탄력성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이 때 화폐수요의 이자율 탄력성이 무한대에 가까워지면 LM곡선의 기울기가 수평이 된다. 이렇게 LM곡선의 기울기가 수평이 되면 통화정책을 실시하여도 LM곡선이 이동하지 않으므로 소득과 금리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된다. 통화정책은 통화량, 곧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유동성을 아무리 증가시켜도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에서 유동성 함정이란 이름이 생긴 것이다.
금리가 아주 낮은 상황에서는 경제주체는 곧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금리가 인상되면 증권의 가격이 하락하므로[2] 경제주체는 낮은 가격에 증권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을 보유한다. 따라서 화폐의 투기적 수요가 증가하여 화폐수요의 이자율 탄력성이 매우 커지고, 이에 따라 통화공급을 늘려도 통화수요의 증가에 흡수되어 금리가 하락하지 않아 정책의 효과가 없게 된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math( M ^ s = L(Y,r) )]
[math( \quad=kY-hr )]
[math( r = \frac{k}{h}Y - \frac{1}{h} M ^ s )]
(단, [math(M ^ s)]은 화폐공급, [math(L)]은 화폐수요, [math(Y)]는 소득, [math(r)]은 이자율, [math(k)]는 소득의 이자율 탄력성, [math(h)]는 화폐수요의 이자율 탄력성)
이를 [math(r)]을 수직축, [math(Y)]를 수평축으로 하는 평면에 나타내면 [math( \frac{k}{h} )] 가 바로 LM곡선의 기울기가 되는데, [math(h=\infty)]이면 [math( \frac{k}{h}=\frac{k}{\infty} = 0 )]이므로, LM곡선이 수평이 되는 것.
수직축으로부터 LM곡선이 꺾여 올라가는 부분까지가 유동성 함정에 해당한다. |
3. 해결방안
사실 유동성 함정의 해결방안으로 뚜렷하게 제시된 것은 없다. 이론적으로는 화폐수요의 이자율 탄력성을 낮춰 LM곡선의 기울기를 상승시키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위한 마땅한 정책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대침체 이후 세계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시기 미국, 일본, EU 등이 금리를 거의 0%에 가깝게 유지하면서 통화공급을 대량으로 늘리는 양적완화를 실시하였으나 그 효과는 달러 기축통화국인 미국을 제외하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3]
2000년대 초 9.11 테러, IT버블붕괴 등 대내외적 경기불황으로 인하여 미 연준은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였다.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이 저렴한 이자율을 바탕으로 주택시장에 투자를 집중하였다. 금융권에서도 주택시장이 활발해지자 MBS와 같은 주택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하였다. MBS가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일반대출, 채권들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CDO가 생겨나고 CDS, 합성CDO 등의 상품이 등장하며 주택, 금융시장의 버블을 형성하였다. 누적된 버블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변동금리 금융상품으로 대출을 받은 가계는 상승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여 기초자산의 디폴트로 이어졌으며 주택가격이 폭락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폭락하였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되었던 MBS, CDO의 투자자가 큰 손실을 떠안게 되었고, 한편 합성CDO, CDS 매도포지션에서는 전자보다 훨신 큰 손실을 야기하여 리먼브라더스 등의 투자은행이 파산하게 된다.[4] 이런 사태가 지속되자 추후 연준은 금리인하를 시행하였지만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였으며, 예상대로 금리인하의 효과는 미미하였다. 즉, 그 어느 때보다 투자심리가 최악인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였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효과는 없었고, 파생상품 손실, 뱅크런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준이 정부발행 신규 국채를 대규모 매수하고 부실 위험이 있는 투자은행 채권을 인수하는 유동성 공급정책을 시행하며 금융시장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통화+재정정책은 달러 기축국이라는 지위로 인하여 실행가능한 정책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동성 함정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은 효과가 없으며 재정정책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인데,[5] 최근에는 재정위기[6]로 인하여 재정지출을 크게 늘릴 수 없는 관계로 재정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을 추가적으로 징수하거나 국채발행을 통해 재정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국채발행량이 증가할 경우 시장이자율을 상승시켜 기업의 투자의욕 하락과 부채 롤오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재정정책과 더블어 통화정책을 동시에 실시하여 통화공급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 기대를 촉진시킴으로써 소비와 투자를 증진시켜 소득증가를 유발하는,[7] 이른바 비상식적 통화정책이 주목받고 있다.[8]
[1] 고전학파는 IS곡선은 -투자는 이자율의 감소함수이므로-우하향하고 LM곡선은 수직이라고 본다. 반면 케인스학파는 IS곡선은 수직, LM곡선은 수평이 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유동성 함정은 수평의 LM곡선을 주장하는 케인스학파의 이론으로, 유동성 함정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무력하며 재정정책을 통하여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2] 증권은 저축(이자소득)의 대체재이므로,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소득이 증가하여 증권의 수요가 감소하게 되어 증권가격이 하락한다.[3] 제로금리를 넘어서 유럽권에서는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달했지만,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다.[4] MBS, CDO등 구조화된 유동화증권은 명목투자금액과 실질투자금액이 일치하지만 파생결합상품인 합성CDO, CDS는 실질투자금액이 원금의 100%가 되지 않는다. 즉 설계에 따라 몆 배의 레버리지 효과 발생이 가능하며, 이 특징은 손실이 발생할 때 레버리지만큼 손실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5] 재정정책은 IS곡선을 이동시켜 소득증가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6] 대한민국의 GDP대비 부채비율은 45%(2020)이며, 일본은 220%을 넘어가며, 미국도 110%수준으로 대한민국의 부채비율이 낮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미, 일은 기축통화국이며 내수시장이 극강한 만큼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은 재정악화 - 투자자 이탈 - 외환위험 - 실질외화부채량 증가로 이어지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7] 명목이자율은 실질이자율과 기대인플레이션의 합으로 나타나므로, 명목이자율이 일정할 때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실질이자율이 하락하여 소비와 투자가 촉진된다. 하지만 채권가격은 실질이자율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는 함정이있다.[8] 현대화폐이론 같은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게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