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도타 2 프로씬에서 가장 역사적인 순간. 도타 2 세계 대회 The International 2013의 승자조 2라운드에서, 매치포인트 상황에 놓인 'Natus Vincere(이하 NAVI)'[1]와 'TongFu'의 경기 도중 나온 플레이다.
2. 경기 내용
NAVI는 늘 그랬듯 갱킹 후 타워를 빠르게 미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고, 첸과 연금술사를 선픽으로 빠르게 가져감으로써 빠른 푸쉬를 미리 예고했다. TongFu는 상위 중국 팀이 그러하듯 전선 굳히기를 매우 잘하는 팀이었으며 NAVI의 전략에 맞불을 놓으면서도 후반을 보장받기 위해 어둠 현자, 루빅, 자이로콥터를 가져갔다. NAVI는 닉스 암살자 이후에 비장의 카드로 퍼지를 픽함으로써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으며 NAVI는 강력한 캐리없이 연금술사, 퍼지를 코어로 잡고 게임을 진행한다.당시 퍼지는 일반 게임에선 가장 인기가 많은 영웅이었지만, 투사체를 던져 맞은 상대를 끌고오는 스킬, '고기 갈고리'의 의존도가 높다는 단점 때문에 프로 경기에선 전혀 픽되지 않는 영웅이었다. 때문에 당시 NAVI의 선택은 무척이나 의외였다.
TongFu는 비사지, 자이로콥터, 파멸의 사도같은 강력한 한타 라인업을 가져갈 수 있었던 대신, 핵심 영웅인 자이로콥터가 퍼지의 갈고리에 맞아 원콤에 죽을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NAVI는 퍼지의 훅과 첸의 푸쉬에 모든 것을 걸게 된다.
TongFu는 NAVI의 연금술사만 말려 죽이면 NAVI의 푸쉬 또한 자이로콥터로 쉽게 막을 수 있었다. NAVI는 TongFu의 비사지와 루빅의 백업 속도 때문에 답답한 레인 페이즈를 이어나갔고, Dendi는 CS 1위로 레인전을 이기고 자이로콥터를 솔로 킬하기도 했지만 어둠 현자의 라인 압박 때문에 갱킹을 갈 수가 없었다.
NAVI는 게임 시간이 10분이 경과하는데도 타워 하나 밀지 못하고 있었고, 오히려 미드 3:5 싸움에서 대패하고 파밍하던 XBOCT[2]마저 죽음으로써 2분만에 NAVI는 TongFu에게 처참하게 밀리기 시작했다. TongFu는 봇 1차를 밀고 가차없이 2차까지 밀고 있었고 NAVI는 5:5 한타에서 이길 방도가 없었기 때문에 다이렉트로 모든 타워가 털리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2.1. 우물 훅
퍼지의 파일럿이었던 Dendi는 당장 뭔가 하지 않으면 게임이 끝날 것을 직감하고, 첸 파일럿에게 Puppey에게 뭔가를 제안한다. 그 후 Dendi는 봇 2차 타워에서 TongFu의 최중요 영웅 자이로콥터에게 갈고리를 맞힌다.그런데 갈고리에 맞은 자이로콥터는 단순히 퍼지가 있던 나무 뒤가 아닌, 저 멀리 맵 끝에 있는 NAVI의 본진 우물로 끌려 가게 된다. 끌려간 자이로콥터는 NAVI의 본진 우물에 공격받아 삭제당하고, TongFu는 한타에서 대패한다. 두려움을 느낀 TongFu는 공격적으로 라인 압박을 하지 못하고, 덕분에 XBOCT의 연금술사는 고대 크립 스택도 먹고 느리게나마 파밍을 진행할 수 있었다.
TongFu는 자이로콥터가 계속 훅에 죽어나가고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킬도 5개나 앞서 나갔고, 수입 차도 5천 골드나 앞서있었다. 이후 기회를 얻은 TongFu는 로샨을 처치해 불멸의 아이기스를 얻는 데 성공한다. 아이기스는 소유자가 죽어도 그 자리에서 부활하게 해주는 아이템으로, 이는 자이로콥터가 두 개의 목숨을 가진 채 한타에 참여한단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로샨을 처치하고 적진으로 향하던 TongFu는 NAVI의 첸과 퍼지를 마주친다. TongFu는 우물 훅을 막기 위해 다급히 NAVI의 첸에게 파멸을 걸어 스킬 시전을 막지만, 이미 퍼지는 우물 훅이 준비되어 있던 상황, 자이로콥터에게 훅을 맞혀 다시 본진으로 끌고 간다. NAVI의 본진에서 죽은 자이로콥터는 적 본진에서 그대로 부활하고, 적 우물에 맞아 두 번 죽게 된다. 영상
끊임없는 자이로콥터의 사망으로 TongFu는 패닉에 빠지게 된다. TongFu의 조합은 파멸을 아무리 잘 쓰든, 진공을 얼마나 잘 쓰든 자이로콥터의 DPS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 조합이었고, 한타에서 승리해 적의 병영을 파괴하지 않으면 NAVI의 연금술사가 성장해 게임을 역전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15분 만에 경기를 끝냈어야 할 TongFu의 한타 조합은 연전연패를 반복하고, 충분히 파밍을 끝낸 XBOCT의 연금술사는 TongFu의 병영 3라인을 박살내 완전히 승기를 거머쥔다.
2.2. 어떻게 한 것인가?
퍼지의 '고기 갈고리(Meat Hook)'는 투사체를 던져 맞은 적을 퍼지의 위치로 데려오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때 '퍼지의 위치'는 훅을 던졌을 때가 아닌 훅을 맞혔을 때가 기준이었기 때문에, 이론상으론 훅을 던진 사이에 다른 곳으로 움직여 적을 어디로든지 데려갈 수 있었다.그런데 첸의 '신념의 시험(Test of Faith)'은 아군을 3초의 지연 시간 후에 본진 우물로 귀환시키는 기술이다. 때문에 신념의 시험이 걸린 퍼지가 귀환 지연 시간동안 상대에게 갈고리를 맞히면, 상대는 본진으로 귀환한 퍼지를 따라 퍼지의 팀 본진까지 끌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신념의 시험은 자기가 원하는 타이밍에 집에 보내는 기술이 아니고, 지연시간도 애매한데다, 당시엔 신념의 시험의 남은 지연 시간도 안 보여줬다. 게다가 당연히 훅이 빗나가면 쓸데없이 퍼지만 우물로 보낸다. 그래서 성공하면 유튜브 영상에 직행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웠고, 실제로는 입도타나 공방 예능 파티에서나 가끔 보였지 프로급 경기에서는 시도된 적이 없었다.
즉 이 경기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던 전략을 Dendi가 즉석에서 생각해낸 것이고, 그걸 세계구급 대회, 그것도 도타판의 최강이라 부를만한 중국 팀을 상대로 사용한 것이다. 심지어 게임이 터지기 직전의 상황에서.[3]
3. 그 후
우물 훅은 큰 이슈가 되었고 곧이어 많은 논란을 낳았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해설가 뮤크는 "저런게 아직 게임에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드네요."라며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내보였고, Alliance의 Loda는 선수 대기실에서 저게 말이 되는 거냐며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은 Navi가 아닌 도타 2 게임사 Valve를 향한 분노였고, 그저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기적인 콤보를 냅둬도 되는거냐는 식이었다.[4]까놓고 말해서 우물 훅은 사실상 버그 어뷰징이다. 고기 갈고리는 미드 한복판에 있는 적을 집까지 끌고 오라고 만든 기술도 아니고, 신념의 시험은 더더욱 그런데 쓰라고 만든 기술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놔둬도 된다, 안 된다 식으로 싸웠지만 선수들은 모두 없애길 원했고, 실제로 그 콤보를 사용한 Dendi와 Puppey도 "지나치게 강한 콤보긴 하죠."라며 인정했다. 결국 TI3가 끝난 뒤 고기 갈고리는 '훅을 맞혔을 때'가 아닌 '훅을 던졌을 때'의 퍼지의 위치로 끌고 오도록 바뀌었고, 우물 훅은 게임 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후 Valve는 조금이라도 우물 훅과 비슷한 성격의 테크닉이 나오면 빠르게 픽스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면 마그누스+이오의 '꿰뚫기+재배치"나[5] 첸-요술사의 "우물 임페투스" 등.
2021년 비슷한 사례가 또 발생했는데, 강제 이동으로 끌려가는 중 죽은 후 바로 골드 부활하면 강제 이동의 도착지점에서 부활하는 버그가 있다. 마찬가지로 몇 년 동안 지속된 버그이나, 메이져 대회에서 타이니 던지기를 맞고 죽은 메두사가 골드부활 버그를 사용해 그 자리에서 나타나 1대5 한타를 즉시 역전한 장면을 보여주었고, 강제이동 골드부활 버그도 다음 패치에서 즉시 수정되었다.
4. 여담
간혹 타이니의 '아발토스'[6] 등을 예시로 "우물 훅은 버그가 아니라'스킬'로서 인정받고 있었으나 너무 강해서 밸런스 패치된 것이다." 라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전부 잘못된 이야기다. Valve에선 그런 발언을 한 적도 없을 뿐더러 버그 자체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가장 대표적이면서도 황당한 사례가 바로 봄정리 패치인데, 요술사의 불가촉과 원소술사의 얼음 장벽의 둔화가 마법 면역으로 정화되지 않는 것을 정화 가능하도록 너프한 것을 밸런스 담당자가 '버그 픽''라고 칭한 것이다. 정작 유저들은 다른 정화 불가 디버프처럼 개발진이 의도한 성능으로 알고 6년 동안 잘만 써먹고 있었는데, 그랬던 것을 이제와서 버그였다고 밝힌 것.
도타에 수많은 버그와 사기스킬이 존재해왔지만 굳이 우물 훅만 6년 넘게 집중관리 받고 밸브가 직접 재조명 영상까지 만들어서 보여주는 이유는 이정도로 사기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버그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메세지이기도 하다. 유저들 또한 밸런스를 위협하는 버그를 좋아하진 않기 때문에 유명한 도타 유튜버들은 오로지 밸브를 향한 신고를 목적으로 버그가 악용된 영상이나 버그의 구체적인 사용법을 정리해서 지금까지도 올리고 있다.
[1] 나투스 빈체레(나비)라고 읽는다.[2] '흐보스트'라고 읽는다.[3] 실제 경기를 보면 미드 타워가 깨졌을 때 봇에서 우물 훅을 연습하는 Puppey와 Dendi를 볼 수 있다.[4] 선수들이 우물 훅의 존재를 몰랐던 건 아니다. 단지 경기에서 쓰기엔 리스크도 크고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연습한 팀이 없었을 뿐이다.[5] 마그누스의 꿰뚫기 도중 이오의 재배치를 받으면 꿰뚫기를 맞던 적이 마그누스랑 통째로 같이 재배치 구역으로 딸려온다. 당시 우물 훅의 귀환이란 이름으로 프로게임에서 3번 정도 나왔다가 부랴부랴 픽스받았다.[6] W 스킬(Toss)로 띄운 적에겐 Q 스킬(Avalanche)의 피해가 두 배로 들어갔다. 버그였지만 정식으로 인정 받아 현재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