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오리아나(리그 오브 레전드)
1. 장문 배경
다양한 가게가 줄지어 있는 필트오버의 상점가에는 유명 기능장인 코린 레벡의 작업실도 있었다. 놋쇠 의족, 의수 제작의 장인으로 알려진 코린의 작품은 너무나도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가끔은 실제 팔다리보다 더 뛰어나 보이기도 했다. 코린의 딸, 오리아나는 작업실의 견습생이었다. 친절하고 호기심이 많았던 오리아나는 가게 운영에 타고난 소질을 보였고, 실력 역시 뛰어나 자라면서 장인의 모습을 갖춰갔다. 오리아나는 모험심이 강했지만, 딸의 안위를 걱정했던 코린은 오리아나가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가끔 극장에 데려갔다. 그곳에서 무용수들은 뛰어오르고 빙글빙글 돌며 먼 나라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언젠가 이 신비롭고 낯선 땅을 방문할 날이 오기를 꿈꾼 오리아나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시계태엽 장치 무용수들을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도시 자운에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폭발로 인해 파열된 화학물질 운송관에서 유독 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오리아나는 사고 피해자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지만, 코린은 허락하지 않았다. 자운은 너무나도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오리아나는 장비를 최대한 챙겨 밤에 몰래 빠져나와 마법공학압식 하강기를 타고 지하도시로 향했다. 사고의 참상은 상상을 초월했다. 거리에는 폭발 잔해가 가득했고, 자운 시민들은 누더기만으로 얼굴을 가린 채 독가스 속을 걷고 있었다. 오리아나는 밤마다 호흡기를 수리하고 기계 식도를 달아 주었다. 심지어 숨쉬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마스크까지 양보했다. 집으로 돌아온 딸을 보고 코린은 분노했다. 하지만 얼마 후 폐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오리아나는 심한 병에 걸리고 말았다. 딸을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코린은 일생일대의 과업에 매달렸다. 실제와 같은 인공 폐를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몇 주간 밤을 새우며 연구한 끝에 결국 코린은 인공 폐를 만들어 직접 딸의 몸에 이식했다. 그리고 오리아나가 또다시 먼 길을 떠나지 못하도록 폐의 태엽을 감을 수 있는 열쇠를 자신의 금고에 보관했다. 오리아나는 작업실로 돌아왔지만, 독은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부녀는 열성적으로 새로운 인공 장기와 삽입물을 만들어 기능을 잃은 장기들을 대체해 갔다. 오리아나의 신체는 점점 기계로 변했고 결국 멀쩡한 건 심장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었지만, 코린은 딸을 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두 사람은 행복했다. 시간이 갈수록 오리아나는 예전의 모습을 잃어갔다. 옛 기억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번뜩였던 기지는 점차 무뎌졌다. 한때 즐겨 만들었던 시계태엽 장치 무용수들도 예술 작품이 아닌 정교한 기계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시간이 멈춘 듯한 오리아나와는 달리 코린은 세월의 무게를 피할 수 없었다. 사업이 오랫동안 부진하자 코린은 가슴 통증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오리아나가 아버지를 부양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오리아나는 인형을 만드는 데 점차 능숙해졌다. 무용수 인형을 만드는 일은 비록 예전처럼 즐겁진 않았지만, 큰돈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도 돈이 부족해 아버지를 살리는 데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없었던 오리아나는 그 지역의 한 화공 남작을 찾아갔다. 그자가 '어떻게' 마법공학 수정을 손에 넣었는지 오리아나는 묻지 않았다. 그저 달라는 대로 값을 치를 뿐이었다. 하지만 수정을 사용하기도 전에 화공 남작은 다시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 남작이 세 번째 다녀간 후 돈이 다 떨어지자 오리아나는 문제가 곱게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마법공학 수정으로 만들던 장치를 바라봤다. 아직 완성되지 않아 인간의 몸에 넣기에는 너무 투박하고 강력했다. 오리아나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심장이 필요했던 코린에게 '자신'의 심장을 주기로 한 것이다. 오리아나는 몇 주에 걸쳐 마법공학 수정을 넣을 수 있는 시계태엽 구체를 만들어 자신의 신체에 이식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수술을 시작했다. 그렇게 코린은 사랑했던 딸의 마지막 남은 부분을 자신의 몸속에 품었다. 오리아나는 일정하게 뛰는 아버지의 심장 소리와 아름다운 구체 속 마법공학 장치가 내는 낮은 울림에 밤새도록 귀 기울였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인간다운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두려움이나 후회는 없었다. 그저 그 사실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오리아나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 시계태엽 소녀로 거듭나 있었다. 이제 세상이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자신이 들어갈 곳을 찾아야 했다. 새벽이 되자 오리아나는 폐를 작동시키는 태엽 열쇠를 꺼내 구체로 등에 단단히 용접했다. 그리고 영원히 집을 떠났다. 코린은 눈을 떴다. 작업실 안에는 수백 개의 인형이 있었다. 그중 절대로 팔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인형도 보였다. 바로 태엽 열쇠로 감지 않아도 끝없이 빙글빙글 도는 금빛 무용수였다. |
간단하게 바뀐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 오리아나가 챔피언 훈련을 받다가 사망했다. → 자운의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다가 스모그 때문에 장기가 망가졌다.
- 필트오버가 여러 장인 가문들이 군림하는 과두정으로 묘사되면서 오리아나의 가문 또한 설명이 추가되었다. 특히 자동인형 계열에 탁월한 성취를 보인 가문이라고 한다.
- 죽은 딸을 기계 인형으로써 되살린 아버지 → 병들어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유일한 자기 장기인 자신의 심장을 이식하는 것, 그리고 자기가 끼고 있던 방독면을 망설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은 동화 행복한 왕자에 등장하는 왕자가 생각나는 대목.
- 원래 스토리에서는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적이지 않은 기계 인형 → 인간이 아닌 완벽한 기계 인형이지만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기계 인형
2. 피어램
어느 어둑어둑한 저녁, 오리아나는 고요하고 텅 빈 놀이공원을 걷고 있었다. 자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파이스털리 경의 환상적인 박람회’가 이곳에서 열렸는데, 1년에 두 번 밖에 열리지 않았으므로 오리아나는 이를 볼 수 있는 이번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녀는 날이 어두워져 모든 사람들이 자리를 뜰 때까지 기다렸다.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와 아코디언 소리는 곧 사라졌다. 정적을 깨는 것은 화학공업 지구를 지나가는 근처의 증기 배출 파이프 라인이 낮게 울리는 소리뿐이었다. 땅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색색의 리본과 밝은 빛의 풍선, 그리고 달콤한 잼이 든 파이를 감싸고 있었던 종이 포장지가 구겨진 채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오리아나의 시계태엽 구체는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오리아나는 장미가 가득한 가판대와 심벌즈를 들고 있는 원숭이 태엽 인형, 그리고 설탕에 절인 사과를 파는 손수레를 지나쳤다. 자운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었으나 오리아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녀의 시선은 놀이공원 한 켠에 있는 유리 상자에 꽂혀 있었다. 달빛 아래 금속의 희미한 빛이 윙크하듯 반짝였다. 유리 상자 안에 앉아 있는 기계 소년에게서 나온 빛이었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오리아나는 호기심이 생겨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소년은 어두운 푸른 색의 정장 차림에 실크 모자를 쓰고 있었다. 하얀 도기로 된 피부가 정교한 시계태엽장치를 덮고 있었다. 눈은 은색 실처럼 가늘게 번쩍였다. 오리아나가 다가오자 소년의 입술이 움직여 미소를 띠었다. “비밀을 지켜줄래?” 소년이 물었다. 그 목소리는 부드러운 종 소리를 연상시켰다. “당연하지.” 오리아나가 대답했다. “거래를 할까? 내 비밀을 말해줄 테니 이름을 알려줘.” “좋아. 내 이름은 오리아나야.” “오-리-아-나.” 소년이 따라 했다. “소리가 부드럽다.” 오리아나는 소년의 도자기 뺨이 붉어졌다고 확신했다. “내 차례군. 내 이름은 피어램이야. 내 비밀은, 바깥 세상이 너무 무섭다는 거야. 사실은 저 멀고 먼 곳에 있는 해변과 산이 보고 싶지만 말이야.” “그래서 상자 안에 사는 거야? 무서워서?” “여기 있으면 세상이 날 보러 와.” 피어램이 말했다. “이 안에 있으면 안전해. 난 부서지기 쉽거든.” 피어램은 가느다랗게 금이 간 팔뚝을 가리켰다. “이것 봐. 난 나이 먹고 있어.” 소년의 입이 움직여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웃음을 지었다. 오리아나는 킥킥 웃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오리아나는 이 제스처를 최근에 알았는데, 자신이 이 동작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 내 마술을 아직 못 봤지?” 피어램이 말했다. 그는 소매에 손을 가져가더니 활짝 핀 데이지 꽃다발을 만들어냈다. “짜잔! 그리고…” 피어램은 모자를 벗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대여섯 마리의 기계 비둘기가 모자에서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그가 박수를 한 번 치자 유리 상자 전체가 불투명한 붉은 연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졌을 때 비둘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오리아나는 즐거워하며 박수를 쳤다. 구체도 감탄해서 윙윙 소리를 냈다. “멋있어! 마법 같아.” 그녀가 외쳤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소매를 약간 더듬거렸어.” 소년이 실수를 인정하며 손을 쥐었다. “어쨌든 내 장기는 이런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내는 거야. 네가 이 거대한 도시에서 나한테 찾아 온 것처럼!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네가 말야.” “나한테 윙크했지?” 오리아나가 물었다. “왜?” “우리는 같은 부류야. 너도 알고 있었지? 그래서 여기로 온 거지, 그렇지?” 피어램은 약간 초조한 듯 발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오리아나는 그의 동작의 세밀함에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너 같은 사람은 처음 봐서 여기 왔어.” 오리아나가 말했다. “난 독보적인 존재야, 그렇지 않아? 너처럼 말야.” 피어램은 오리아나의 기계 프레임을 가리키며 다시 윙크했다. 오리아나가 미소를 지었다. 피어램이 유리에 대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네 미소는…” “가짜 미소라고?” 오리아나가 말했다. “나도 알아. 아직도 몇몇 표정은 연습하고 있어.” “… 참 예쁘다.” 피어램이 말했다. “어머, 이젠 내 얼굴이 빨개지네.” 오리아나의 구체가 왼쪽 어깨 위를 맴돌며 그녀를 부드럽게 찔렀다. “지금 말고.” 그녀가 구체에게 말했다. 그녀는 가까운 가판대에 있는 원숭이 인형을 들고 태엽을 감았다. 원숭이는 눈에 빨간 불이 들어온 채 허둥지둥 걸어가며 세 걸음마다 심벌즈를 쳤다. 그리고 점점 느려지더니 마침내 멈춰 섰다. “피어램, 너는 저 원숭이랑은 다르지? 태엽을 감아야 움직이는 저 인형과는 달라. 너에겐 정신과 생각이 있어.” “비록 톱니와 바퀴로 만들어졌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꿈이 있지.” “이곳을 떠나고 싶은 꿈이지? 이 유리 안에 있으면 외로울 것 같아. 나와 함께 가자. 같이 떠나면 돼.” 오리아나가 말했다. “떠난다고?” 피어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운의 쉴 새 없이 북적거리는 활기나 필트오버의 웅장하고 멋진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거 아냐? 그렇지?” 피어램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나는 하루가 끝나갈 때 마지막 햇살을 보기 위해 솟아오르는 포효를 타는 걸 좋아해.” 오리아나가 말했다. “꼭대기에 가면 바다 관문들 너머로 항구가 보이고 반짝이는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어. 그곳에서 멀고 먼 다른 나라의 냄새를 상상할 수 있지.” 구체가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면서 오리아나를 또 찔렀다. “난 지금이 좋은 기회인 것 같아. 피어램,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아? 같이 가자. 내가 보호해줄게.” “그보다 더 멋진 걸 상상해본 적이 없어.” 피어램이 말했다. 오리아나는 유리 상자 주위를 돌며 입구를 찾았다. 상자 바닥 쪽의 작은 문에 쇠로 된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주먹으로 자물쇠를 내리쳐 부쉈다. 경비원이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이봐! 멈춰!” 오리아나가 한 번 흘깃 쳐다보자 구체가 경비원 쪽으로 날아들었다. 구체는 쾅 소리를 내며 경비의 헬멧에 부딪히더니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공중에서 맴돌았다. 오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구체는 번쩍이는 빛을 사방으로 쏘아냈다. 에너지 파장에 사로잡힌 경비는 몽둥이를 들고 구체를 때리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구체는 공중에서 돌다가 다시 경비원에게 날아갔다. 또 다른 경비가 나타나 오리아나에게 달려왔다. 그녀는 문으로 피어램을 꺼내려고 했지만 그의 의자가 입구를 막고 있었다. “피어램! 아까 그 마술 다시 할 수 있어?” 구체가 에너지로 가득 차 떠나갈 듯한 소리를 내며 첫 번째 경비원의 주위를 돌았다. 경비의 금속 헬멧에 불꽃이 튀면서 쉭 소리가 났다. “마술?” 피어램은 오리아나가 경비로부터 돌아서자 소매에서 꽃다발을 꺼냈다. “아니, 그거 말고!” 피어램은 꽃다발을 다른 꽃다발로 바꿨다. “제일 마지막 마술 말야. 서둘러!” 피어램은 소매에서 또 다른 꽃다발을 꺼냈다. 오리아나는 두 번째 경비 쪽으로 돌아섰다. 그녀의 금속 드레스 자락이 여러 개의 날카로운 검날처럼 팽그르르 돌자 경비는 방망이를 든 채 뒤로 물러섰다. “떨어져!” 경비원이 외쳤다. “너는 우리 소유물에 손을 대고 있다!” “여기 있으면 세상이 날 보러 와.” 피어램이 말했다. 그가 모자를 살짝 들어올리자 비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비는 오리아나의 머리를 노리고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그녀는 피어램이 박수를 친 순간 피했다. 방망이는 대신 유리 상자의 옆쪽을 쳤고, 그 깨진 틈으로 붉은 연기가 흘러나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첫 번째 경비원은 구체의 전기 공격에 화가 나 방망이에 온 체중을 실어 되는대로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구체는 수그러들지 않았고, 마지막 에너지 공격을 그의 헬멧에 날렸다. 경비원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구체는 만족스럽게 웅웅거리며 오리아나에게 돌아갔다. 구체는 두 번째 경비원에게도 전기파를 쏘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리아나는 연기가 자욱한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피어램을 의자에서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그의 다리는 일어서려 하지 않았다. “피어램! 피어램, 우린 떠나야만 해.” “떠난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기계 비둘기 한 쌍이 깨진 유리 틈으로 날아갔지만 얼마 못 가서 땅에 떨어졌다. “피어램, 일어나. 그래야 가지.” 오리아나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제발.” “아! 내 마술을 아직 못 봤지?” 피어램은 소매에서 꽃다발을 끄집어냈다. 오리아나는 모자를 들어올리려는 피어램을 무시하고 그를 잡아 끌었지만, 피어램은 앉은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바깥에서는 구체가 쓰러진 두 번째 경비원을 구석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소매를 약간 더듬거렸어.” 피어램이 말했다. “너 설마… 그냥 반복 재생되는 목소리였어?” 피어램의 머리가 어색한 각도로 꺾이자 오리아나는 그의 머리를 붙잡아 똑바로 놓았다. “내 비밀은, 바깥 세상이 너무 무섭다는 거야.” 오리아나는 피어램의 옷에 수 놓여진 글씨를 발견했다. 파이스털리 경의 환상적인 박람회 친근한 피어램 그는 볼 거리를 제공하는 단순한 로봇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난 네게 정신이 있는 줄 알았어. 생각이 있는 줄 알았다고. 나처럼 말이야.” 오리아나가 말했다. 피어램은 은빛으로 빛나는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난 독보적인 존재야, 그렇지 않아?” 그는 초조한 듯 발을 움직였지만, 발은 허공을 맴돌았다. “너처럼 말야.” 구체가 오리아나에게 돌아와 부드럽게 웅웅거렸다. “가자.” 오리아나가 구체에게 속삭였다. 그녀는 깨진 유리 상자 밖에 의자를 놓고 그 위에 피어램을 앉혔다. “잘 지내길 바래.” “내 장기는 이런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내는 거야. 네가 이 거대한 도시에서 나한테 찾아 온 것처럼!” “안녕, 피어램.” 오리아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두 경비원은 의식을 잃은 채 땅에 쓰러져 있었다. 오리아나는 구체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오리아나는 높이 솟은 공원의 문에서 완전히 멀어진 후에야 뒤를 돌아보았다. 뒤로 돌았을 때, 그녀는 저 멀리서 금속 빛의 윙크를 본 것 같았다. |
3. 구 설정
3.1. 구 배경 1
옛날 옛적에 오리아나라는 소녀가 살았다. 그녀는 필트오버 사람 코린 레벡의 딸이었으며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오리아나는 매우 아름다웠고 춤 솜씨도 무척 뛰어났다. 그러나 그녀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아름다움도, 춤 솜씨도 아니었다. 그녀의 단 한 가지 소망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전사들처럼 막강한 챔피언이 되는 것이었다.그러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왔던 오리아나에게 혹독한 전투 훈련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써보았지만 시원치 않았던 오리아나는 급기야 무모하고 불필요한 모험을 벌이게 되었다. 어떤 모험이었는지 설명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그저 그 끝이 매우 끔찍하고, 비극적이었다는 것만 기록하면 될 것이다. 코린 레벡의 딸 오리아나는 창창한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딸의 죽음은 레벡의 삶에 커다란 공백을 만들었다. 너무 괴로워서 견딜 수 없었던 그는 리그에 참가하고 싶다는 딸의 꿈을 대신 이뤄줄 존재를 만들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살상용 시계태엽 기계에 딸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코린은 오리아나를 더 강하게 만들고 그녀의 곁을 언제나 지켜줄 수 있는 구체 모양의 무기도 하나 만들었다. 공생체에 가까운 이 구체는 오리아나의 몸과는 달리 시계태엽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마법기계공학이 적용된 전기의 힘을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다.
오리아나와 구체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종종 기존 가치관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오리아나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결코 인간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오리아나에게선 뭔가 어색하고 기묘한 분위기가 풍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다른 챔피언과 친하게 지내려 해도 오리아나의 특이한 본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그녀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렇듯 다른 이들의 눈에는 속이 텅 비고 영혼이 없는 위험한 살인 태엽 인형일 뿐이지만, 아버지의 눈에 오리아나는 어디까지나 완벽한 딸이다.
"나랑 춤추자 구체야, 모두 잊고 춤을 추는 거야."
근대에 실제로 등장해 많은 유럽인들에게 충격을 준 자동 인형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과 영감을 남겼으며,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이야기는 희극이건 비극이건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준다. 오리아나의 배경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 피노키오 이야기를 성전환한 후 호러화하면 나올 법한 스토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1]
오리아나와 비슷하면서도 유명한 이야기를 꼽자면 프로이트 선생이 불쾌한 골짜기의 예시로 들었던 E.T.A.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이다. 작중 등장하는 '올림피아'라는 자동인형은 매우 인간과 닮았으나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는 위화감을 지닌 인형으로, 콘셉트는 오리아나와 유사하다.[2] 그밖에도 기본 설정이 거의 겹치는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까뜨린느[3]와 여러모로 비교해 볼 만한 캐릭터.
정확히는 오리아나의 춤동작이나 행동이 발레와 관계있기 때문에 '모래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프랑스 발레극 '코펠리아'에 나오는 인형 코펠리아를 콘셉트로 잡았다. 다만 이명은 발레와는 관계 없어보이는 시계 태엽 소녀이다. 영어로는 "The Lady of Clockwork." 사실 시계태엽을 뜻하는 영단어 clockwork는 넓게 보면 단순히 "시계의 작동장치"를 뜻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정교하고 세밀한, 또는 거대한 기계 장치 또는 구동 방식을 포함하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엄밀히 말해서 오역은 아니지만 번역 과정에서 어느정도 뉘앙스가 바뀌었다고 보면 될 듯 하다.
3.2. 구 배경 2
오리아나는 첨단 기술의 결정체로서, 시계태엽으로 작동하는 기계인간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한때는 그녀도 평범한 인간이었다. 필트오버 태생의 어린 소녀 오리아나는 건강을 잃었고, 그녀의 죽어가는 장기는 하나씩 인공 기관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결국은 완전히 기계화된 최초의 인간이 되기에 이르렀다. 오리아나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는 그녀가 자신의 보호자이자 친구로 삼고자 직접 만든 기계 구체이다. 세상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늘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오리아나는 자신의 진정한 목적을 찾고 있다.오리아나는 필트오버의 부유한 지역에서 자라났다. 오리아나의 아버지 코린 레벡은 딸을 잔인하고 불공평한 바깥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며 키웠다. 레벡은 유명한 발명가로서, 그가 만든 정교한 장치들은 너무나 세밀하고 아름다워서 심지어 의학적으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이들조차도 레벡의 시계태엽장치와 기계 증강체를 가지고 싶어할 정도였다. 고객들은 레벡이 만들어낸 기계가 생체와 너무나도 비슷해서 그가 마치 톱니와 기어에 마법을 부린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아버지의 기술을 배우고 싶었던 어린 오리아나는 견습으로서 열심히 일했다. 뛰어난 발명가였으나 은둔자의 성향을 지니고 있었던 레벡은 고객들을 대할 때면 오리아나에게 의지했다. 사교적이고 친근한 오리아나는 곧 가게의 얼굴이 되었다.오리아나가 감히 자신이 사는 마을을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그녀는 가끔씩 몰래 극장에 가서 공연을 관람하곤 했다. 공연의 무용수들은 한 발로 서서 빙글빙글 도는 피루엣, 도약 등의 춤 동작으로 필트오버 밖 여러 나라의 이야기를 표현해냈다. 모험의 대서사시가 오리아나의 눈 앞에 펼쳐졌다. 나이를 먹지 않는 마법사가 100년 전 잃어버린 마법을 찾아 사막을 헤맨 이야기, 마법의 정글에서 바위로 위장한 소녀의 이야기, 까마득히 높지만 정상에 오르기만 하면 모든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신비의 산에 오르려고 하는 순례자의 이야기 등… 멀고 먼 이국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리아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공연의 이야기에 도취된 오리아나는 언젠가 이 신비롭고 먼 나라들을 방문해 볼 날을 고대했다. 그녀는 극장 발코니에 앉아 무용수들의 몸짓 하나하나를 관찰한 뒤, 아버지의 작업장으로 돌아와 작은 기계 인형을 만들어서 그 화려한 공연을 재현하곤 했다.
어느 날, 오리아나는 가게에서 나이 든 여성 고객의 기계 손을 맞춰주고 있었다. 그녀는 오리아나에게 필트오버 아래에 있는 도시 자운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사고에 대해 들려주었다. 큰 폭발이 일어나 유독 가스가 주변 거리의 공기를 오염시켰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아무런 대처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스의 화학물질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고통 받으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으며, 자운 중심부의 의료 시설로부터도 격리되어 있다고 했다.
오리아나는 자신과 아버지의 기술이 오염된 공기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자운으로 가자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레벡은 딸을 만류했다. 그와 같은 독성에 노출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을 이미 굳힌 오리아나는 새벽이 오기 전 몰래 집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호흡장치를 챙기고 방독면을 쓴 채 자운으로 내려가는 마법 압력식 하강기에 올라탔다.
자운에 도착한 오리아나는 참혹한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건물의 잔해가 폭발 현장 주위의 거리에 널려 있었고, 자운 사람들은 누더기로 얼굴을 겨우 가린 채 독성 물질이 자욱한 연기 속을 걸어 다니고 있었다. 오리아나는 평생 이런 고통을 목도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연기에 가장 심하게 중독된 이들부터 보살피기 시작했다. 또한 밤마다 고장 난 호흡장치를 수리하고 환자들에게 기계 식도를 달아주어 그들이 안전하게 숨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눠 줄 호흡장치가 바닥난 어느 날, 오리아나는 힘들게 숨을 쉬고 있는 어린 아이를 발견했다. 그녀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자신의 방독면을 벗어 아이에게 씌워주고 손수건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며칠 후 오리아나는 병이 들었고, 집안의 깨끗한 공기로 숨쉬는 것조차 힘들게 되었다. 폐의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숨 쉬는 매 순간이 오리아나에게는 고통이었고,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직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딸의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자 레벡은 절망에 빠졌고, 결국 지금껏 진행했던 것 중 가장 야심 찬 목표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바로 오리아나의 폐를 자동화된 기계 폐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레벡은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단골 고객들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최상급의 생체역학 여과장치를 사용했다. 몇 주 동안 밤을 새워 마침내 정교한 시계태엽 폐를 만들어 낸 레벡은 이 장치를 오리아나의 가슴에 이식했다. 그는 오리아나가 또 위험한 일을 찾아 나서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 기계 폐에 동력을 공급하는 태엽은 오직 자신만이 돌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새로운 폐는 완벽하게 작동했고, 오리아나는 곧 가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슬프게도 오리아나의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달 간은 건강을 유지했지만, 병마가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퍼지면서 오리아나의 상태는 다시 나빠졌다. 오리아나와 레벡은 열성적으로 시계태엽으로 움직이는 다양한 장기를 만들고, 오리아나의 장기가 부전에 빠질 때마다 기계 장기로 하나씩 대체해나갔다.
신체가 가차없이 기계로 계속 대체되면서 오리아나의 정체성은 점점 모호해졌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몸은 윙윙대는 톱니와 기어로 바뀌어갔다. 완벽한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은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이전의 자아에 대해서는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레벡 또한 딸의 변화를 알아챘다. 늦은 밤 아버지가 우는 소리가 오리아나에게까지 들리곤 했다. 레벡은 오리아나의 기운을 북돋워 주기 위해 필트오버 극장의 공연 티켓을 사주었지만, 오리아나는 다 아는 공연이라며 중간에 자리를 뜨기 일쑤였다. 인간적인 모습을 점점 잃어가는 딸을 보며 절망한 레벡은 오리아나의 옛 추억과 과거의 행동방식을 기억나게 해주려고 노력하면서, 그녀가 과거와 너무 다르게 행동하면 이를 바로잡아주곤 했다. 오리아나는 잠자코 아버지의 지시에 따랐지만 속으로는 아버지의 간섭에 대한 불만이 커졌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오리아나의 신체는 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계로 바뀌었다. 심장은 신기하게도 독성에 영향을 받지 않은 채였다.
오랜 기간 오리아나의 건강 문제로 씨름하면서 레벡은 오직 딸에게만 집중하며 부유한 여러 고객들을 방치해두었고, 그 결과 단골 손님 대부분을 잃게 되었다. 사업을 지속할 더 이상의 자금이 없었기에, 오리아나와 레벡은 가능한 한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자운으로 거처를 옮겨야만 했다. 그들은 어느 화학공학 실험실 위에 가게를 열고 악명 높은 스모그 자운 그레이를 여과할 수 있도록 호흡장치를 개조하는 사업을 했다.
시계태엽장치를 만들어내는 오리아나의 기술은 이전보다 훨씬 향상되었다. 세밀한 작업에도 손이 더 이상 피로하지 않았고, 인간과는 다르게 마음의 여유를 위해 휴식을 취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품을 한 번 보기만 하면 정확한 치수를 알 수 있었기에 측정도구도 필요하지 않았고, 보통 수 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계산도 몇 초 내에 해낼 수 있었다. 오리아나는 부품에 기름칠을 하고 닳은 부품을 교체하며 멈춘 시계태엽장치를 고치는 등 자신의 몸도 스스로 관리했지만, 기어가 돌아가는 속도가 느려질 때 시계태엽을 감는 작업만큼은 아버지에게 의지해야만 했다.
오리아나의 몸의 기계장치는 쉬지 않고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었으므로 그녀는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불만스러웠다. 세월이 감에 따라 레벡의 이마에는 주름살이 늘어가고 관자놀이 주변에는 흰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반면 오리아나의 기어들은 지속적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그녀에게는 거의 아무 변화도 없었다. 오리아나는 자신의 삶이 이렇게 꾸준하고 변함 없는 모습으로 영원히 지속될 것인지 궁금했고, 자신이 경험하지 못할 모든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한편 레벡의 가게는 자운 사람들이 화학물질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 숨 쉬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손님이 줄었고,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벡의 건강 또한 나빠졌다. 자운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된 가슴 통증 때문에 그는 이제 작업 중에 휴식을 자주 취해야만 했다.
어느 날, 오리아나는 가게 앞을 자주 지나다니던 어린 거지 소년이 오후 내내 기계 인형을 만드는 모습을 발견했다. 소년이 태엽을 감자 조그마한 시계태엽 신사가 모자를 들고 인사했다. 소년은 기뻐했다. 자운에 좀더 기쁨이 넘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리아나는 정교한 기계 인형을 여럿 만들었다. 자운에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물건들이 대다수였기에, 그녀의 인형을 본 많은 자운 사람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인형은 오리아나가 만드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팔려나갔고, 레벡의 가게의 명성도 높아졌다. 덕분에 다시 값비싼 재료들을 사용할 여력이 생겼는데, 심지어 희귀한 마법공학 수정까지도 구할 수 있었다.
가게의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방문객도 많아졌지만, 그 중에는 달갑지 않은 손님들도 있었다. 하루는 위세 당당한 화공 남작 페트록 그라임이 고용한 불량배들이 가게에 들러, 도둑이나 악당의 위협으로부터 가게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겠다며 레벡에게 돈을 요구했다. 레벡은 범죄자들을 달래기 보다는 그들에게 맞서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그날 밤, 레벡의 가게는 습격을 당했고 모든 돈을 도둑맞았다. 오리아나는 그 후 한 달을 꼬박 들여 그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해 목표물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청동 구체였다. 레벡은 오리아나가 일할 때면 구체가 자동으로 그녀를 돕는 것을 알아차렸다. 둘이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레벡의 건강이 악화됨에 따라 오리아나는 그의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해 값비싼 물약을 구해 나르는 등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간호했다. 자운의 의사는 화학물질로 가득한 공기가 레벡의 혈류에 침투해 심장을 병들게 했다고 진단했다.
생체역학 시계태엽장치 제조기술에서 레벡과 오리아나는 엄청난 진보를 이루었지만, 둘 다 복잡하고 정교한 인간의 심장을 재현하는 기계 장치는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리아나의 자신의 건강한 심장은 이미 그 회복력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그 심장은 아직도 생각하면 소름 끼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오리아나는 레벡이 딸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은 더 이상 그 소녀가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심장을 아버지에게 주면 딸과의 추억을 계속 살아 있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오리아나 자신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오리아나가 스스로를 위해 마법공학으로 움직이는 기계 심장을 만들면, 폐 때문에 시계태엽을 감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다면 시간이 다시 흐를 수 있을 것이다.
오리아나는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최근에 입수한 마법공학 수정을 사용하여 자신의 시계태엽 심장을 만들었다. 섬세하게 만든 기계 심장은 자체적으로 계속 재생되는 수정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움직이면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냈다. 이 작품은 오리아나나 레벡이 만든 모든 장치의 범주를 뛰어 넘는 것이었다. 구체의 도움을 받아 오리아나는 등 뒤의 태엽을 제거하고 새 심장을 이식했다. 이제 마법공학의 힘으로 움직이는 심장이 있으니 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리아나는 레벡의 가슴을 열어 꺼져가는 그의 심장을 오리아나의 심장, 그가 알았고 사랑했던 딸의 마지막 부분으로 대체해 넣었다.
밤새 아버지의 심장이 고르게 잘 뛰는 것을 확인한 오리아나는 다음날 새벽, 집을 영원히 떠났다. 아버지를 여전히 사랑했지만, 세상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전적으로 새로운 시계태엽 소녀가 되었고, 완전한 기계 인간이 된 지금 그녀는 자유였다.
레벡은 수백 개의 기계 인형으로 가득 찬 가게에서 깨어났다. 작은 시계태엽 인간들이 줄타기를 하고, 민요를 부르고, 작은 은빛 공으로 저글링을 하고 있었다. 재고가 이렇게 많은 상태에서 당장 필트오버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레벡이 절대 팔지 않겠다고 다짐한 인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태엽 없이 한 발로 서서 피루엣 동작으로 끝없이 돌고 있는 금빛 무용수였다.
3.3. 리그의 심판
원문 링크후보: 오리아나
날짜: CLE 21년 5월 31일
관찰
연구실은 난장판이다. 제작 장비 근처에는 부품이 너저분하게 굴러다니며, 신비로운 물질과 재료가 연구실 곳곳에 나뒹군다. 방 구석에는 먹다 남은 음식 몇 접시가 곰팡이를 기르고 있다.
만약 연구실 안에 거울이 있었다면, 코린은 자신의 비춰진 모습을 보고 경악했을 것이다. 헝클어진 생김새에 휘둥그래진 눈, 그리고 반쯤 미쳐버린 표정의 코린은 지금 자신의 작품을 마무리짓고 있다. 한 여자아이의 모습을 시계태엽으로 복사한, 아름답고 섬세한 작품이다.
이제 남은 건 생명을 불어넣는 것 뿐이다. 무한동력 기어라는 개념은 여태까지 이론에 불과했지만, 코린은 그것을 이만큼이나 현실에 구현한 첫번째 사람이다. 코린은 기어를 촉진제 용액에서 꺼내는데, 그 기어는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아주 큰 미소를 지으며 코린은 기어를 자신의 작품 안에 집어넣었고, 그 즉시 반응이 나타났다.
시계태엽 소녀 속에 있는 톱니바퀴들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생명이 팔다리 끝까지 닿으면서 코린의 작품은 경련하기 시작한다. 마치 죽어가는 자의 경련을 역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다.
코린은 아름다운 한 소녀의 사진을 가슴에 품은 채,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회고
시계태엽 소녀는 전쟁기관에 처음으로 들어온 인공체는 아니었다. 몇 년 전, 거대한 증기 골렘 블리츠크랭크가 바로 그랬으니까. 하지만 블리츠크랭크가 행동하는 바에서는 어떤 숭고함, 어떤 진심으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이 작품은 속으로 죽어있는 느낌이다. 기계가 생명을 흉내내려고 하는 느낌이었고, 보는 사람은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몬트로스 고위소환사는 스스로를 오리아나라고 칭한 기계를 주시했다. 그녀는 비정상적으로 유연한 동작으로 자신의 등 뒤에 있는 태엽을 감았다. 오리아나는 표정이 없는 게 아니라,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갖고 있었다. 뭔가 하는 행동마다 어긋나 있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고, 그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리아나를 인간으로 취급하기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그녀 주변을 따라다니는 구체가 있었다. 얼핏 보면 그냥 애완동물 수준의 것으로 간주하기 쉽지만, 둘 간의 관계는 그보다 더 복잡하다. 둘은 공생 관계에 더 가까워 보였다. 구체는 말그대로 그녀 주변을 떠다니는 공으로, 시계태엽 기술과 마법 전기기계공학이 융합된 물건이었다. 가끔씩 구체 내부에서는 막대 끝에 달린 요상한 눈이 나타나 주변을 살펴보고는 했다.
오리아나는 인간의 목소리와 어렴풋이 비슷한 소리로 말했다.
"챔피언이 되고 싶어요. 재미있겠네요."
카린 소환사는 고위소환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거 가능하긴 한 겁니까?"
오리아나는 시선을 고정한 채 몸을 회전시키며 말했다.
"가능합니다. 전 좋은 챔피언이 될 거에요."
대답한 건 몬트로스였다.
"오리아나, 너를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들여보내기 위해서는 너의 기억을 탐구해야 한다. 그런데 그대에게 우리가 탐구할 수 있는 기억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오리아나는 다시 몸을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되돌렸고, 오리아나의 치마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렇다고 말하시네요. 저에게는 기억이 있습니다. 구체가 괜찮다고 말하면 하세요." 구체는 여러 소리를 내지만 적대적으로 여기지는 않는 듯하다.
한순간에 바람이 지나갔고, 그 다음에는 어둠, 그리고 그 다음에는 빛이 있었다. 그곳에는 발레리나의 옷을 입은 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관중 앞에서 춤을 췄다. 척 보면 재능이 출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 기억은 정신적으로 어떤 교감도 없는, 분리된 기억이었다.
다음 순간, 전쟁기관으로 다시 돌아왔고, 몬트로스 고위소환사가 물었다.
"오리아나, 이것이 너의 기억인가?"
오리아나는 웃었다. 장난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기계의 웃음소리였다.
"이것은 오리아나의 기억입니다. 저는 오리아나입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네요."
카린은 몬트로스의 지시를 기다렸다. 몬트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해보도록."
그림자, 빛, 색. 누군가가 소환사의 협곡의 한 레인을 재건한 모습이 보였다. 그 소녀는 이제 더 성장해 있었고, 뛰어난 유연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근처에는 완전무장된 한 포탑이 있었다.
외눈박이 조교는 걸걸한 목소리로 그녀를 설득했다.
"오리아나, 이제 타워다이브 기술을 익혀볼 시간이다. 포탑의 위력을 하향시켰지만, 맞으면 여전히 아플 거다."
소녀는 순진하게 웃으며 유연하고 침착한 자세로 준비했고, 포탑이 발포하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뭔가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 명확했다. 포탑이 발사하는 탄환은 전혀 약화되어있지 않은 듯이 오리아나 주변의 땅을 박살냈다. 오리아나는 특유의 유연함으로 탄환을 피하고 있었지만, 발포하는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조교는 오리아나에게 뭔가를 소리치며 포탑의 작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 긴박한 표정으로 조종간을 미친 듯이 두들기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는데 집중하고 있던 오리아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마침내 한 탄환이 그녀에게 적중했고, 오리아나는 쓰러졌다. 일어서려고 하는 오리아나의 몸에 또 한 방이 적중했다. 그녀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세 번째 탄환이 날아온 후에는 일어서지 못했다.
다음 순간, 그들은 다시 전쟁기관에 돌아와 있었다.
"네, 저는 죽었습니다." 오리아나의 말이었다.
카린은 격식을 차린 채 물었다.
"오리아나, 우리는 너의 기억을 살펴봤다. 어떤 느낌인가?"
시계태엽 소녀는 인간의 소리가 아닌 소리로 웃었다.
"재미있네요. 전 기억을 좋아해요. 당신들은 어떤가요?"
몬트로스 고위소환사는 헛기침을 했다.
"그대는 왜 리그 오브 레전드에 합류하고 싶어하는가?"
"제가 항상 원하던 것이니까요. 제 아버지가 그 목적을 위해 저를 만드셨으니까요. 구체가 정의의 전장에서 뛰놀고 싶어서 안달이 났으니까요."
그 말에 대답하듯 구체의 표면에 에너지가 흘렀다. 오리아나는 몸을 돌려 구체를 쓰다듬었다.
몬트로스는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 들어오는 것에 조건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가?"
"네. 저는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입니다. 좋은 소녀가 될 겁니다."
구체가 회전하면서 소리를 냈다. 이에 오리아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구체도 마찬가지로, 좋은 구체가 될 겁니다."
방금 전의 체험 덕분에 기분이 뒤숭숭해진 카린은 침묵을 지켰다. 몬트로스 역시 기분이 묘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체통을 지키며 대답했다.
"그러면 너를 챔피언으로 인정한다, 시계태엽 소녀. 절차를 밟을테니 그리 알도록."
오리아나는 소녀의 기뻐하는 소리를 요상하게 뒤틀어놓은 소리를 내며 구체를 끌어안았다. 원래는 그런 것을 보며 감동을 느껴야겠지만, 이것은 그저 괴기스러울 뿐이었다.
[1] 사실 피노키오는 그로테스크 소설에 구원 요소를 집어넣어 아동화 + 교훈화한 이야기라 작중의 여러 구원 요소 혹은 지점 가운데 한 군데만 빼버려도 훌륭한 호러 혹은 그로테스크 소설이 된다. 당장 초판본 결말만 봐도 할아버지 말 안 듣던 피노키오가 멋대로 돈 훔쳐서 집 밖을 싸돌아 댕기다가 2인조 부랑자에게 걸려서 돈 뺏기고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목매달려 죽은거다.[2] 다만 이 소설에서 주인공 나타나엘은 그 인형을 인간으로 생각하고 사랑에 빠진다.[3] 스토리는 실존 인물 르네 데카르트가 하녀로부터 얻은 딸 프란시느를 5살 어린 나이에 잃고 딸의 모습을 쏙 빼닮은 자동인형을 제작하여 외국 출강을 나갈 때마다 데리고 나갔다는 소문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