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벌이나 개미와 같이 군집 생활을 하는 사회성 곤충은 무리의 번식을 담당하는 산란 전담 개체[1]가 따로 있는데 이를 여왕으로 칭한다. 따라서 차세대 여왕[2]으로 선택된 곤충은 다른 곤충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제공받아, 크고 강하게 자란다. 수명 역시 일이나 병역을 담당하는 개체보다 여왕 개체가 가장 긴 편이다.대부분의 군락에서는 여왕 곤충이 군락 내 모든 개체들의 어머니이다. 따라서 창작물에서 어떤 이종족 캐릭터가 여왕이라는 콘셉트로 나오면, 그 종족의 어머니라는 속성도 제법 덧붙는다.
이름만 보면 엄청나게 대단해보이는 꿀빠는 직책 같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에서 바라본 모습이며, 실상은 진짜 여왕처럼 받들여지는 것도 아니고[3] 그냥 알 낳는 노예에 가깝다. 일꾼 개체들이 여왕 개체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고 먹여살리며 목숨까지 바치는 것은 그냥 번식에 있어 그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며, 여왕 개체가 노쇠하거나, 장애를 갖고 태어나거나, 부상을 당해 본연의 알을 낳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차세대 여왕 개체가 준비되는 즉시 일꾼 개체의 손에 죽임당하거나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다. 물론 후대 여왕도 마찬가지로 숙청당하거나 죽기 전까지 평생을 알만 낳으며 보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일을 하는 일벌이나 일개미가 실세이고, 여왕은 씨받이인 셈.
2. 사례
2.1. 여왕벌
벌집의 하단부에 왕대(王臺, queen's cell)라는 구조물이 몇 생기며, 여기에는 기존 일벌보다 신진대사량이 활발한 새 여왕벌의 알이 들어가고 일벌들은 꿀과 꽃가루 대신 로열젤리라는 특수한 영양액을 공급한다.[4] 당연하지만 하나의 벌집에는 단 1마리의 여왕만이 허용되기 때문에, 새로운 처녀 여왕벌이 탄생하기 며칠 전에 어미 여왕벌은 미리 한 무리를 이끌고 새로운 집을 지을 곳을 찾아 떠난다. 이를 분봉[5]이라고 부른다. 양봉업자들은 분봉철이 다가오면 날아간 무리를 도로 잡아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6]맨 처음 성장한 새 여왕벌은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다른 왕대를 부수고 동생 여왕벌들을 전부 독침으로 찔러 죽인다. 만약 2마리 이상이 동시에 성장하면 가장 강한 한 마리만 살아남을때까지 독침을 이용한 죽음의 결투가 벌어지는데 둘이 싸우더라도 더블 KO가 나와서 생식개체가 없어지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7] 이후 마지막 1마리인 여왕벌이 밖으로 나가 수벌들과 최후의 교미비행을 한 뒤 돌아와 계속 알을 낳는다. 여왕벌은 교미비행을 할 때 수벌로부터 받은 정자를 몸 속에 저장해두고 평생 그 정자를 이용해 알을 수정시킨다. 이때 유정란(2배체=2n)은 암벌이라 일벌이나 여왕벌로 자라고, 무정란(=n)은 모두 수벌로 태어나기에 여왕벌은 자식의 성별을 낳기 이전에 결정할 수 있다. 드물게 분봉 시기 양봉업자가 벌 무리를 벌통에 이주시키는 과정에 두 여왕벌 세력이 섞여들어서 페로몬을 공유하는 경우 격왕판 위아래에 여왕이 있다면 공존할 수도 있다.
다만 생식을 위한 수벌들은 교미비행 시기를 제외한 평소엔 그저 하는 일도 없으면서 군체의 꿀만 좀먹는 애물단지로서, 군체의 먹이사정이 나쁘면 퇴출 1순위의 잉여 취급을 받고, 심하면 그냥 죽이기도 한다. 다만 호박벌의 경우 수벌도 일하러 나간다.
간혹 여왕벌은 고유의 소음을 낸다. 빠른 매미울음 같은 G#~A음을 발산하는 여왕벌. 12초, 37초 부분에서 들을 수 있다. 일종의 전투 함성 같다는 의견이 있다. 갓 우화한 동정 여왕벌은 다른 왕대를 찾아가 우화하지 않은 여왕벌에게 이 소리를 내고 번데기 안의 여왕벌이 역시 소음으로 화답하면 침으로 찔러 죽인다. 교미한 여왕벌 역시 이 소리를 낼 때가 있다. 자신의 무리를 이끌기 위한 신호라는 이야기가 있으나 정확한 이유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양봉하다가 갑자기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고 겁먹지 말자.
여왕벌도 암컷이기 때문에 일벌과 마찬가지로 독침을 가지고 있으며 독액을 분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2.2. 여왕개미
자세한 내용은 개미 문서의 여왕개미 부분을
참고하십시오.생식 개미들은 다른 개미들과는 달리 날개를 가지고 태어난다. 번식철이면 한꺼번에 이 여왕개미들과 수개미들이 날아올라 결혼비행을 한다. 근처 포식자들에게는 살이 통통히 오른 단백질덩어리들이 그냥 날아다니는 진수성찬으로 보인다.[8] 그 밥상에서 살아남아 곳곳으로 퍼진 여왕개미들은 날개를 떼고 새로운 개미집을 세운다. 개미집을 세운 이후에는 알을 낳고 필요 없어진 날개 근육을 녹여 만든 이유식으로 애벌레를 길러 일개미를 만든다.
대부분의 군체가 딱 1마리의 여왕만이 있으나, 복수의 여왕개미가 나올 수도 있다. 생식을 위한 수개미들이 있지만, 존재 의의는 수벌처럼 그저 정액셔틀일 뿐인 가엾고 딱한 자로서, 군체의 먹이사정이 나쁘면 퇴출 1순위의 잉여 취급을 받고, 심하면 그냥 죽이기도 한다.
여왕개미는 가만히 누워서 알만 낳는 반면, 일개미들은 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한다. 이 모습에 빗대어 여왕개미가 독재자와 비슷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여왕개미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산란 능력이 떨어지면 바로 버려지거나 죽임을 당한다.
개미매니아들의 은어로서 '신여왕'이라는 말이 있는데, 짝짓기를 해서 생식능력을 획득한 시점부터 첫 일개미를 탄생시키기 전까지의 여왕개미를 말한다. 길가에 날개가 떨어진 흔적이 남아있는 커다랗고 뚱뚱한 개미가 지나가고 있다면 그것이 신여왕개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2.3. 흰개미
어느정도 비행이나 이동이 가능한 벌과 개미의 여왕과 달리 몸의 대부분이 거대한 난소로 되어있어 몸을 가누지도 못한다. 대신 매우 오랜시간 생존하며, 알 또한 개미나 벌 여왕보다 많이 낳는다.개미나 벌과 달리[9] 흰개미의 수개미는 왕개미라고 불리기도 하며, 결비 때 짝을 정하면 인간 마냥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평생 같이 산다.[10] 참고로 흰개미는 일개미도 암수가 있기에 개미보다 훨씬 평등하다. 만약 여왕이 죽으면 일개미라도 여왕개미를 할 기회가 있다. 물론 흰개미들도 다른 곤충처럼 본능에 따라 움직일 뿐, 사람처럼 선거를 해서 여왕을 뽑을정도의 지능은 없기 때문에 유시약충들 중에서 랜덤한 개체들이 2차여왕으로 성장하고 그마저도 없으면 일개미나 병정개미중에서 랜덤으로 3차여왕이 된다.[11]
보통 이름만 여왕인 알낳는 노예로 부려지는 벌목 곤충들의 여왕과는 달리 이쪽은 그나마 인간이 생각하는 여왕&왕에 가까운 대접을 받는 편이다.[12]
1차여왕, 2차여왕, 3차여왕이 있는데 2차여왕은 규모있는 군체에 수백 마리가 있지만 전체가 1차여왕의 출산력을 못 따라간다. 웬만한 여왕개미들과 비교해도 1차여왕의 출산력은 넘사벽이라서[13] 흰개미의 군체가 개미의 그것보다 크다. 3차여왕은 일개미 출신의 개미다.
흰개미의 여왕개미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먹을 만하기에, 흰개미의 주 습성지중 일부에선 여왕개미들을 잡아서 먹기도 한다.[14]
2.4. 非곤충
곤충에서의 여왕이 유명하지만 의외로 곤충 이외에도 여왕 번식을 하는 동물들이 극소수 있다.[1] 개미의 경우 사실 여왕개미와 일개미는 유전적으로는 똑같은 암컷이다. 그러나 일개미들이 알을 낳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생식 기관이 발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여왕개미가 그들이 알을 낳지 못하도록 화학적으로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여왕물질(Queen substance)이라는 일종의 페로몬을 분비하여 생식기능이 발휘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개미는 여왕이 낳은 알을 키우는 육아와 집안 살림을 담당한다. 간혹 군체가 매우 큰 경우 여왕물질의 영향권 밖에 있는 개체가 수개미와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발각되면 바로 처형된다.[2] 문헌에 따라서는 아직 자신만의 개체군를 거느리지 못한 여왕 개체를 공주, 즉 공주개미나 공주벌이라고 칭하기도 한다.[3] 개미나 벌들도 다른 곤충들처럼 어디까지나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일 뿐이지 사람처럼 특정 개체를 상관으로 받들거나 하인으로 부려먹으면서 군림할 지능은 안된다.[4] 로열젤리 내부의 로열락틴(MRJP1) 단백질이 이 애벌레를 여왕벌로 성장하도록 유도한다.[5] 봉건제에서 봉토를 나눠주는 분봉이 아니다. '봉분'이라고도 하는데 무덤과 혼동되어서인지 분봉 쪽이 더 널리 쓰인다.[6] 벌들이 날아가다가 임시 베이스캠프 격의 벌 무더기를 만들고 잠시 쉬다가 다시 날아가기를 반복하는데, 이때 무더기로 달려있는 벌 무더기를 인공 벌집 위로 떨어뜨리면 알아서 인공벌집으로 기어들어간다고 한다.[7]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양봉하는 사람들에게는 제일 무서운 무왕군이 나와서 그대로 벌집을 버려야 한다. 사실 양봉의 경우 실제로 왕대가 2개 이상 깨어날 기미가 보이면 바로 한 왕대를 떼어내어 제거하거나 한창 싸우다 무왕군이 되어버린 다른 무왕군에 이식해 벌통을 살리기 위해 써먹으므로 자연에서와 달리 이런 더블 KO가 발생하는 경우는 없다.[8] 특히 여왕개미는 지방, 수개미는 단백질(정액)이 풍부해서 새들이 일개미들보다 더욱 선호한다.[9] 흰개미는 이름만 개미일 뿐 개미보다 바퀴벌레와 가까운 족속이다. 반대로 개미들은 벌과 가까운 족속이다.[10] 이는 흰개미의 근연종인 갑옷바퀴도 마찬가지다.[11] 그래서 흰개미를 제거할 때 타 벌들처럼 여왕 모가지만 따면 안 되는 이유이다.[12] 그저 하루하루 먹이만 축내는 벌과 개미의 수컷과 달리 흰개미의 수컷은 비생식 개체인 일꾼도 존재하고 생식 수컷 개체도 왕이라는 말이 허울이 아니라고 증명하듯 군체의 일개미가 적다면 혼자서 군체를 먹여 살리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충실하게 지킨다.[13] 외국에는 하루에 4만 개의 알을 낳는 종족도 있다. 하루 종일 낳는다고 가정하면 2.16초당 하나씩 낳는 꼴이다.[14] 바퀴벌레 친척답게 살이 많고 영양가가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