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Erebus
1. 개요
남극 서쪽 로스 해(海) 로스(Ross) 섬에 있는 해발고도 3,794 m의 커다란 화산이다.2. 상세
1841년 처음 발견했으며 발견자는 제임스 클라크 로스이다. 화산의 이름은 화산에 처음 접근한 탐사선의 선명을 붙인 것. 현재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남극의 유일한 활화산이며[1] 꼭대기 화구에는 향암질 용암호수가 있다.[2] 섬의 세 화산체 중에서 가장 크고 활발하며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아마 남극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화산일 텐데, 이는 로스 섬의 해안가에 남극 최대 규모의 미국 남극 기지인 맥머도 기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천 명이 머무는 이 대규모 기지에는 하계만 되면 화산 연구가들이 모여들어 이 화산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고 있다.영국 BBC 다큐멘터리 중 Frozen Planet에 이 화산이 소개됐으며, 에레부스 화산의 화산 가스 모니터링 연구 전문가인 오펜하이머 부부가 영상에 담겼다. 동료 연구가 필립 카일의 증언에 따르면 이 5분 남짓한 영상 보여주자고 여러 달을 촬영했다고 한다. 화산 봉우리에서 활동하려면 고산 적응을 해야하는데, 남극 특유의 강추위와 산소 부족에 적응하려면 2주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남극에 한 해에 있을 수 있는 기간이 길어봐야 4달이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촬영팀은 그 해 남극 촬영 기간 내내 그 섬에 붙들려 있었던 듯하다.
이 화산에는 화산 가스가 뿜어져나오는 눈기둥들이 열주해 있으며, 수증기가 담긴 가스가 동굴 속에서 찬 공기를 만나면서 매우 아름다운 얼음 동굴이 만들어져 있다. 얼음 동굴 내부는 화산의 열에너지로 온도가 바깥보다 훨씬 온난하며 대체로는 숨쉬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공기로 되어 있어 마스크나 옷을 조금 더 벗고 돌아다녀도 무방하다. 몇 군데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높아서 그냥 접근하면 위험한 곳도 있으나 위치가 제한적이고 그런 공간이 어디에 분포하는 지는 이미 잘 연구되어 있다고. 이 얼음 동굴에는 보통 조건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아름다운 얼음 결정들이 화려하게 자라나 있다. 이 얼음 동굴 역시 Frozen Planet 다큐멘터리에 소개되어 있다.
3. 여담
- 이 화산은 의외로 항공 사건 사고와도 연관되어 있는데 바로 1979년 11월 28일에 발생한 에어 뉴질랜드 901편 추락 사고. 당시 에어 뉴질랜드는 남극 코스를 비정기적으로 배정하였는데, 오클랜드 국제 공항에서 출발해 남극을 한 바퀴 돈 뒤, 크라이스트처치에 착륙해 보급을 받고 다시 오클랜드 국제 공항으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남극을 관광시켜주는 코스였다.
DC-10 기체인 901편의 코스는 원래 맥머도 만을 통해 가는 경로였지만, 이 경로를 급하게 에레부스 화산을 지나도록 변경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그리고 컴퓨터에는 이 변경된 코스가 입력되었지만 조종사들은 이 변경점을 전달받지 못하고 그대로 비행했다.
이로 인해 원래 바다를 통과할 경우 정상적인 방식이었겠지만, 고도 13,000 피트나 되는 에레부스 산을 앞에 두고, 고도 1,500 피트라는 터무니없이 낮게 비행을 하게 된 것. 그리고 이때 발생한 화이트 아웃으로 인해 조종사들은 지형지물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결국 에레부스 화산에 비행기를 들이받아버리고 만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남극을 관광할 수 있는 합법적인 비행 루트는 전부 끊기게 되고 만다.
[1] 화산학적으로 활화산의 정의는 보다 넓은 범위이며,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미로서의 활화산은 에레부스 화산이 유일하다. 남극의 다른 화산도 최근(수천 년 이내)에 분출한 흔적이 발견되지만, 지금 이 순간 용암이나 화산재를 뱉어내는 화산은 여기가 유일하다는 뜻.[2]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분화구 안에 분화구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존재한다. 용암 호수가 활동적인 화산이 그리 많지 않아서 이런 화산이 있으면 많은 연구가들이 몰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