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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7:35:04

알레이시아(재혼 황후)/작중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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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본편3. 외전
3.1. 동대제국 황실 생활3.2. 동대제국에서의 추방, 그리고 포로 생활3.3. 클로디아 왕제와의 만남3.4. 클로디아 왕제비의 대역3.5. 클로디아 왕제비의 이름을 빼앗다3.6. 클로디아 저택 화재 사건3.7. 클로디아 왕제비의 자리를 빼앗다3.8.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3.9. 가짜 클로디아 대공비임이 밝혀지다3.10. 몰락

1. 개요

네이버 웹소설 겸 웹툰 재혼 황후의 등장인물 알레이시아의 작중 행적을 정리한 문서. 작중에서 알레이시아의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인 만큼 작중 핵심적인 스포일러를 가득 서술하고 있으므로 열람 시 주의.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2. 본편

알레이시아는 과거의 인물이기에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만 언급이 된다. 본편에서는 분명 언급은 간간히 되나 자세히 밝혀지는 것이 거의 없으며 심지어 직접 등장한 것도 최초 언급 시점에 비하면 매우 늦다.

최초로 그녀가 언급한 것은 투아니아 공작부인이 개최한 파티다. 그녀의 이름이 나오자 에르기 공작라스타에게 알레이시아는 라스타의 선배격이 되는 인물이라며, 그녀가 선대 황제의 정부였다는 것과 그녀의 비참한 말로까지 알려주면서 은연 중에 라스타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었다.[1]

알레이시아가 쫓겨나게 된 것은 당시 어렸던 소비에슈가 굶고 있던 나비에가 불쌍해[2] 어머니가 숨겨둔 낙태약이 들어간 쿠키를 준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 낙태약 쿠키는 소비에슈의 모친, 즉 동대제국의 선대 황후가 정부들의 불임과 유산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는데, 물론 소비에슈는 쿠키에 낙태약이 들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고, 그저 쿠키가 놓여져있길래 나비에에게 가져다 준 것 뿐이다.

얼마 가지 않아 소비에슈가 쿠키를 가져간 것이 선대 황후에게 들통나버리면서 선대 황후는 아들을 호되게 꾸짖었고, 그는 나비에가 파혼당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3] 나비에를 보호하기 위해 알레이시아가 쿠키를 줬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 해서 알레이시아는 누명을 쓰고 동대제국 황실에서 쫓겨났다.[4]

라스타의 사망 직후 에르기와 소비에슈의 독대 당시 소비에슈의 독백으로 다시 알레이시아가 언급되었는데, 알레이시아에 대해 자살했단 소문도 돌았지만, 알레이시아의 부모가 자살로 위장해 딸을 바다에 버렸단 소문도 돌았다고 한다. 일종의 명예살인인듯.

라스타가 죽은 이후, 에르기가 오랜만에 블루 보헤안으로 귀국한 이후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얼굴 한 쪽을 머리로 가린 모습으로 클로디아 대공가 저택에 도착한 에르기를 '아들'이라고 불렀다. 알레이시아를 본 에르기는 인상을 찡그리고 고개를 들지만, 알레이시아는 2층 난간 위에 서있다가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에르기의 옆에 다가와 활짝 웃으면서 언제 왔냐며 다정한 태도로 대한다. 이어 웃으면서 "엄만 네가 보고 싶어서 너무 힘들었어. 편지라도 해주지 그랬어?"라고 말하며 에르기의 팔을 잡는다. 하지만, 에르기는 재빨리 팔을 빼낸다. 에르기의 태도에 '아직도 엄마한테 화났냐'고 애처롭게 묻지만 이에 에르기는 알레이시아를 지나쳐 걸어가려한다. 하지만 클로디아 대공이 뭐하는 짓거리냐고 에르기를 질책한다.

이어서 클로디아 대공은 사람이 부르는데 대답 정돈 하라고 재차 에르기를 질책하지만, 에르기는 마치 더럽고 불결한 뭔가를 본 것처럼 불쾌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클로디아 대공을 쳐다본다. 에르기의 태도에, 클로디아 대공은 험악한 표정을 짓고서 경고조로 에르기를 부르지만, 에르기는 누구에게도 대답하지 않은채 돌아서서 저택 뒤쪽에 위치한 별원[5]으로 간다. 그런 에르기의 반응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서글프게 "여보, 대체 에르기는 언제 날 용서할까요?"라고 흐느낀다.[스포일러]

한편 클로디아 대공이 에르기에게 알레이시아에 대해 언급하는데 에르기가 알레이시아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클로디아 대공은 알레이시아는 에르기를 구하려고 목숨을 건 사람이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에르기는 안 된다고 질책했다. 에르기는 알레이시아를 두고 "어머니에게서 이름을 빼앗아 절망으로 몰아넣은 여자"라고 비유했다.

저택 문을 열고 들어온 에르기가 클로디아 대공비부터 찾자, 에르기를 애정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며 클로디아 대공비는 지금은 괜찮아졌다며, 그녀는 항상 상태가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지 않냐고 말한다. 물론 에르기는 알레이시아를 무시하고 별채로 간다.

에르기와 클로디아 대공의 대화에서 클로디아 대공비에 관련해 편지를 보낸 사람이 알레이시아이고, 대공이 그걸 중간에 끊지 않은 게 한두 번이 아님이 드러난다. 클로디아 대공은 에르기부터도 한 두 번이 아닌데 그만 좀 하고, 에르기가 좋든 싫든 알레이시아는 에르기의 은인이라고 말했으나, 에르기는 '어머니의 원수'라고 딱 잘라 말하며 증오를 표출했다.

3. 외전

3.1. 동대제국 황실 생활

본편에서 나온 것처럼 알레이시아는 에르기의 친모가 아니라 에르기의 친모(진짜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타인에 불과했다. 발단은 알레이시아가 오시스 3세의 정부였을 시절에 어린 소비에슈가 낙태약 쿠키 사건 때 황후궁에 낙태약을 들인 범인이 알레이시아라고 거짓말을 한 것부터 시작되었다.

마침내 264화부터 소비에슈의 회상을 통해 알레이시아의 과거가 밝혀진다. 그리고 그녀의 실체는 만악의 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본작 최악의 악녀였다.

알레이시아가 오시스 3세의 정부가 된 계기는 과거 동대제국의 무도회에서 춤을 추던 알레이시아의 미모에 오시스 3세가 눈독을 들이면서 시작되었다.[7] 이마와 목덜미가 땀에 젖을 정도로 신나게 춤을 춘 덕에 몹시 즐거워하며 "아, 재미있었어."라고 맑게 웃으면서 베란다에 나간다. 이렇게 가볍고 신나게 노는 분위기는 딱딱하고 보수적인 크롬 공국에서는 참으로 드문 일이여서 더욱 재미있어한다. 이내 자신도 동대제국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툴툴거리며 드레스 단추에 말려 들어간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그러나 머리카락이 빠지는 순간 단추가 같이 뜯어지면서 바닥에 떨어뜨리자, 볼멘소리로 "으, 또 떨어졌어."라고 하며 단추를 주으려고 한다.

그 순간 한발 앞서 다른 사람이 먼저 단추를 주워준다. 상대가 허리를 숙이는 바람에 앞에 선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가볍게 "고마워요."라고 인사부터 건넨다. 그러나 상대가 허리를 드는 순간 그가 동대제국의 황제인 오시스 3세인 걸 눈치채고 몹시 놀라서 말문이 막히고 만다. 이에 얼떨떨해서 "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두 손으로 단추를 받아든다. 자신의 조국인 크롬 공국의 군주도 절대 누구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데, 최강대국인 동대제국의 황제가 자신에게 허리를 숙이자 어쩔 줄 몰라 허둥거린다. 그런 알레이시아의 모습에 오시스 3세가 낮은 소리로 웃자 "바보처럼 보였을 거야."라고 자신을 탓하며 눈을 질끈 감는다. 그리고는 속으로 몇 번이나 "나는 바보인가."라고 중얼거리다가 슬그머니 눈을 뜬다. 오시스 3세는 여전히 까만 눈동자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고 그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사람들이 오시스 3세에 대해 떠들던 걸[8] 떠올린다. 그 소문을 들었을 때 개소리라고 생각하며 "그냥 생 바람둥이란 걸 뭘 그렇게 돌려 말해?"라고 믿지 않았지만, 오시스 3세의 얼굴을 보자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가 존재할 수가 있다는 걸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그에게 홀리고 만다.

하지만 오시스 3세와 처음으로 동침할 때 소비에슈의 어머니인 선대 황후에 대해 알싸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자신의 발등에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오시스 3세를 보며 그 죄책감을 옆으로 밀어두고, "어차피 이 남자는 바람둥이잖아. 내가 아니어도 이 남자는 다른 여자를 계속 사랑했을 거야."이라며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른 자신에 대해 합리화한다. 심지어 자신 역시 오시스 3세의 옆에서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이유로 그와 짧고 강렬한 불같은 사랑을 나눌 것이고, 계속 옆에 있을 수는 없겠지만 있는 동안에는 온 힘을 당해 그를 사랑하고 사랑받기로 결심하면서 선대 황후에 대한 죄책감마저 밀어낸다.

그렇게 오시스 3세의 정부가 된 후 눈이 내리는 날에 오시스 3세를 깜짝 놀라게 해주기 위해 몰래 선물을 들고 찾아갔다가, 그 곳에서 처음으로 황태자인 소비에슈와 소비에슈 옆에 있는 어린 시절의 나비에를 목격한다. 좀 더 따뜻한 인상이고 눈동자가 회색이라는 것 외에는 오시스 3세를 많이 닮은 소비에슈를 보자마자 바로 황제의 아들이란 걸 눈치챈다. 나비에는 오시스 3세에게 '오늘 폐하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봤다'고 말하고 오시스 3세도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린다. 오시스 3세가 "까마귀라거나 그런 건가?"라고 물어보자 나비에는 "아니에요. 그 동물은 이렇게-이렇게-이렇게 생겼어요."라며 애매모호하게 표현한다. 이에 오시스 3세는 나비에의 말을 전혀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몰래 지켜보던 자신도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전혀 모르겠다는 오시스 3세의 반응에 나비에는 "폐하는 폐하인데 그걸 왜 몰라요?"라고 당돌하게 말하고, 오시스 3세는 시무룩해하며 "그러는 너도 이름을 몰라서 '이렇게 이렇게' 이 말 밖에 안 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지적한다. 이에 나비에가 "전 아직 어려서 그래요. 제가 폐하의 나이라면 분명 이름을 똑부러지게 알았을 거예요."라고 말하자, 오시스 3세도 "네가 내 나이가 되면 내게 알려다오. 그러면 되겠다."라며 손가락을 내민다. 나비에도 손가락을 마주 걸더니 오시스 3세의 손등을 찰싹 치며 "약속!"이라고 외치자 오시스 3세는 웃으면서 뒤로 넘어간다. 그런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나무 뒤에 숨은 채로 넋이 나가 구경하며 부러워한다.

어느 날 오시스 3세의 그림을 그리던 중 열어둔 창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오자 붓을 내려놓고 두 손을 감싼채 손을 분다. 자신에게 다가온 오시스 3세는 망토를 덮어주며 감기걸릴거라고 말한다. "여기에 폐하를 넣고 싶었다"며 오시스 3세에게 애교를 부린다. 오시스 3세가 '난 여기 있는데 굳이 거기까지 넣을 필요가 있냐'고 대답하자 "여기 있는 폐하는 곧 사라질테니, 여기에 넣어서 가고 싶다"며 재차 애교를 부린다. 오시스 3세는 벽난로가 있는 따뜻한 곳에서 하라며, 창문도 닫아두라는 대답을 하고서 망토로 자신을 감싸안은채 그대로 안아올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자신을 안고 방으로 간다. 가슴에 빰을 대며 따뜻함을 느끼던 중 옆에서 충격받은 눈으로 보며 자신을 혐오하는 소비에슈를 보고서 '폐하의 품은 다정하네요'라고 중얼거린다.

어느 날 오시스 3세가 빌려주었던 목도리에 자신이 좋아하는 향수를 뿌린 뒤 이걸 오시스 3세의 목에 감아주고서 "제가 폐하의 곁에 있다고 생각해주세요."라고 말할 생각을 하다가, 자신이 이런 말을 하는 걸 알면 크롬 공국에 있는 친구들이 뒤집어질 거라는 생각에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서 배시시 웃으며 방을 나선다. 그런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본다. 그곳에는 소비에슈의 어머니인 동대제국의 선대 황후가 울고있었고, 그런 어머니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똑같이 울면서 위로하고있는 소비에슈가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언젠가 자신도 오시스 3세와 자신을 나누어 닮은 그런 아이를 가지게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다가, 그건 좀 어색하다며 머쓱해진 기분이 들어 돌아서려고 한다. 그 순간 남편의 불륜에 슬퍼하는 선대 황후에게 소비에슈가 음침한 목소리로 "제가 황제가 되면 어머니를 아프게 한 사람들,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를 포함해 그 누구도."라고 말하자 우뚝 멈춰서서 소비에슈를 돌아본다. 오시스 3세 앞에서는 그토록 순종적으로 웃고있던 소비에슈가 뒤에서 저런 말을 한다는 것에 당황스러워 한다. 그 사이에 소비에슈는 여전히 눈을 매섭게 빛내며 "소피아 백작부인, 알레이시아, 그런 정부들 모두 다 감옥에 가둬놓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겠어요. 그러니 어머니, 제발 울지 마세요. 어머니가 울면 제가 속상해요."라고 말하며 알레이시아를 비롯한 오시스 3세의 정부들에 대한 복수를 맹세하자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는 느낌을 받는다.

이내 소비에슈가 동대제국의 황태자이자 장차 막대할 권력을 쥐게 될 아이라는 걸 상기하고, 그런 소비에슈의 말을 그냥 어린아이의 치기로 웃으며 흘려들을 수 없어한다. 게다가 자기 아버지에게마저 복수의 칼을 가는 아이라면 충분히 자신에게도 칼을 들이밀 수 있을 거라며, 오시스 3세의 하나뿐인 아이인 소비에슈가 정말로 미래에 자신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현실을 파악한다.[9][10] 그때 소비에슈가 자신을 쳐다보고 놀란 표정을 짓다가 혐오스럽단 듯이 인상을 쓰자, 사랑하는 오시스 3세를 꼭 닮은 얼굴을 하고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눈동자로 시선을 보내는 소비에슈를 그 순간 몹시 미워하게 된다. 이내 선대 황후도 소비에슈를 따라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자, 두 모자의 눈동자가 놀랍도록 닮은 걸 깨닫고 두 사람을 모두 싫어하게 된다. 소비에슈가 자신과 말도 섞기 싫다는 듯 고개를 휙 돌려버리자 그 모습을 잠시 보다가 화가 나서, 저 건방진 애에게 왜 자기한테 그따위로 말하냐고 퍼부을 심상으로 소비에슈에게 다가간다. 속으로 "네 아버지는 나와 연애하기 전부터도 이미 수많은 여자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녔는데, 왜 나만 그렇게 미워하냐?"라고 따질 생각으로 계속 다가간다.

그러나 가까이 가기 전 선대 황후가 "그 이상 다가오면 위협으로 간주하고 감옥에 가두겠다. 멈추어라."라며 차갑게 경고하자 우뚝 멈춰선다. 실제로 아까까지 보이지 않던 기사 몇 명이 근처에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자 더 다가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빙그레 웃고서 소비에슈에게 "예쁜 황태자님, 내가 네 동생을 만들어줄게."라고 악담을 퍼붓는다.[11] 그 말에 소비에슈가 미쳤냐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아까의 더러운 기분이 조금 나아져서, 더욱 활짝 웃으며 선대 황후에게까지 "그거 아세요, 황후 폐하? 어린 아이는 빨리 죽는대요.", "황제 폐하께도 황태자 전하의 동생이 서넛쯤 더 있는 게 좋을 거예요."라고 폭언을 내뱉는다. 이에 그치지않고 속으로까지 "황제가 된 후에 날 감옥에 가둔다고? 아직 한참 남았단다, 꼬마야. 사실 난 네가 황제가 되기 전에 이미 이 나라를 떠날 가능성이 높고."라고 생각하며 소비에슈를 비웃는다. 이렇게 알레이시아는 오시스 3세의 총애만 믿고 황태자인 소비에슈와 소비에슈의 모후인 선대 황후를 조롱하는 황실 모독죄를 저지른다.[12][13]

심지어 다음날 소비에슈와 선대 황후에게 한 방 먹인게 시원하다며 대놓고 늦잠을 자버리는 등, 뻔뻔하게 행동한다. 그 시각 자신을 노려보기만 하는 힘없는 황태자라고 생각했던 소비에슈가 오시스 3세에게 "저 여자예요! 저 여자가 어머니에게 낙태약을 섞은 쿠키를 선물했어요! 실수로 제가 그걸 먹었어요, 아버지."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방을 가리키며 울고 있단 것도 모른채.

3.2. 동대제국에서의 추방, 그리고 포로 생활

결국 동대제국 황궁에서의 꿈같은 나날들은 선대 황후에게 낙태약 섞인 쿠키를 먹이려 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깨져버린다.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외쳐봤지만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결국 그대로 누명을 쓰고 동대제국에서 추방당해 쫒겨나다시피 크롬 공국으로 돌아간다.[14]

하지만 부모님마저 울면서 돌아온 자신에게 "네가 가문에 먹칠을 했구나."라며 차갑게 비난한다. 그 태도에 충격을 받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며칠 뒤에 딸이 안쓰러웠는지 부모님은 부드러운 태도로 자신을 감싸주며, 함께 오시스 3세와 가증스러운 선대 황후, 동대제국의 귀족들, 작은 악마나 다름없는 소비에슈를 실컷 욕해준다. 하지만 부모님은 이 일이 국가 간의 문제로 비화되는 건 곤란하니, 이런 일로 오해가 생겨서 안타깝다는 편지를 적자고 제안한다. "그런 오해를 계속 사고 있을 수는 없잖니."라고 설득하는 부모님에게 "제 편지를... 폐하께서 받아주실까요?"라고 머뭇거린다. 그러나 부모님의 "안 보내는 것보단 나을 거야.", "게다가 동대제국 황후에게 낙태약을 먹이려다가 쫒겨났단 소문이라도 돌면, 여기 사교계에서도 네 입장이 난처해져."라는 말을 듣고서 편지를 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억울하다', '난 그저 사랑을 했을 뿐이다', '황태자와 말을 섞은 적도 없는데[15] 어떻게 황태자가 내가 황후에게 준 음식을 먹었겠나', '황후가 내가 준 음식을 받을 리도 없고, 그걸 받아서 황태자에게 줄 리도 없다' 등등, 온갖 변명과 자기합리화로 점철된 내용의 편지를 쓴다.

편지를 다 쓰고 나니 동대제국 황궁에서 지낼 때의 즐겁던 추억이 떠올라 더욱 슬퍼져서 또 운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아버지가 "이걸 마시거라."라며 따뜻한 초콜릿을 가져다주자, 지독하리만큼 단 냄새가 나는 초콜릿을 마시고 훌쩍거리며 "이젠 동대제국엔 발도 안 들일 거예요, 아버지."라고 다짐한다. 이에 "...그래."라고 대답한 아버지에게 "두 분을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해요."라고 사과하고, 단 걸 먹으니 조금 기운이 난다고 생각하며 눈물을 닦는다. 이내 아버지가 다정한 목소리로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린 널 믿는단다. 넌 그런 짓을 할 애는 아니냐."라고 말하며 두 팔을 벌려 꼭 안아주자 깊은 잠에 빠진다. 너무 울어서 그런 거라며 내일 일어나면 오늘 일과 동대제국에서 있던 일도 다 잊어버리고, 앞으론 괜히 남의 가정에 얽히는 일 따위 절대로 하지 말자며 앞으로는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자신을 노려보던 원망 가득한 소비에슈의 눈동자를 끝까지 외면하고 기억 밖으로 밀어낸 뒤 잠에 든다.[16]

그러나 일어났을 땐 이미 나룻배에 옮겨탄 채로 바다 한가운데에 있었다. 사실 알레이시아의 부모는 처음부터 추문을 일으키고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한 딸을 버릴 생각으로, 알레이시아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재운 뒤 몰래 바다에 내다버린 것이었다. 즉, 알레이시아의 부모가 자살로 위장해 딸을 바다에 버렸다는 소문은 비록 와전됐지만 어느 정도 사실이였던 것.

빛이라고는 하늘 위에 떠오르는 달과 별 뿐이고 찰박거리는 소리가 없었더라면 바다란 것도 모를 정도인 새까만 바다를 향해 울면서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친다. 나룻배를 꽉 잡고 "살려주세요! 누가 좀!"이라며 다시 소리치다가 눈물을 왈칵 솟아낸다. 이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트리며 "날 믿는다면서."라고 생각하면서 부모님을 원망한다. 하지도 않은 일을 덮어쓰고 쫒겨날 때도 슬펐지만, 부모님이 자신을 버렸단 생각에 더욱 슬퍼한다. "이대로 물에 빠져 죽거나 물을 못 마셔 죽거나 둘 중 하나일까."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쪽이든 두렵다며, 몇 시간을 연거푸 울다가 동이 틀 때쯤 해가 솟는 걸 보면서 가까스로 잠이 든다. 깊은 잠 속에 빠져들어가면서 만약 살아난다면 그땐 아무에게도 이용당하고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후 다시 눈을 뜨지만 해적에게 구출 겸 붙잡혀 해적선 안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주위에는 험악한 인상을 한채 온 몸이 칼자국으로 상처투성인 해적들이 있었고, 펄럭거리는 해적기를 보고서야 그제야 자신이 해적선 안에 있다는 걸 눈치챈다. 공포에 질려있던 중 한 소년은 자신에게 다가와 커다란 빗자루를 내밀며 일어났음 일하라며 여기저기 다 쓸고, 그 다음에 물걸레로 닦고, 그다음엔 다시 마른걸레로 닦으라고 말한다. 이후 해적의 하녀로 살게 된다.

2년 사이에 키가 쑥 커서 청년이 된 소년은 잔소리가 늘었는지 2년이나 됐는데도 여전히 쓸모가 없다고 자신을 놀린다. 이 말에 자신보다 반 년 먼저 해적선에 구조된 청년을 쏘아보며 "방해할거면 닥쳐줄래?"라고 따진다. 청년이 늘어난 건 욕 솜씨밖에 없다고 대꾸하자 손에 든 커다란 부엌칼을 흔들며 "혼자 힘으로 닥치기 힘들면 내가 닥치도록 도와줄까?"라고 쏘아붙인다. 청년이 낄낄 웃으면서 몸을 피하자 짜증스럽게 몸을 확 돌려버리며 해야할 일이 산더미인데 왜 또 방해냐고 어이없어한다.

그 순간 자신이 얼핏 이상한 걸 본 걸 떠올리고, 다시 몸을 돌려 청년의 허리춤에 찬 것을 본다. 아니나다를까 청년의 허리춤에 못 보던 무기가 있는 것에 그거 뭐냐고 묻는다. 청년이 단도라고 대답하자 아는데 그걸 왜 가지고 있냐고 따진다. 오늘부터 자기도 데려가준다고 했다는 말에 해적질에냐며 당황해한다. 청년은 씩 웃으며 허리춤에 찬 단도 위를 두드리면서 농담이라며, 그냥 위협용으로 찬거라고 대답한다. 싸우는 건 아니냐고 묻지만 싸우는 건 아니지만 싸우는 시늉을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는다. 무슨 소리냐고 묻지만 블루 보헤안의 해군대장이랑 만난다는 말을 듣는다. 해적들 사이에서 지내는 사이 원치 않아도 여러가지 이 바닥에 관한 소문을 들었고, 그 중 블루 보헤안의 해군대장에 관한 소문을[17] 들었기에 속으로 그런 사람이랑 만나는데 따라가는 거냐고 기겁해하며 얼굴이 파래진다. "넌 싸움도 못하는게 가서 뭐하려고! 가지 마!"라고 소리치며 청년을 말려보려하지만 그냥 서 있기만 한다는 말을 듣는다. 서 있는 게 갑판 위가 될지 교수형 대 위가 될지는 어떻게 아냐고 따지지만 청년은 해군대장이라고 해서 항상 해적과 싸우는 건 아니고 가끔 교류도 한다고 말한다. 이 말에 귀족은 못 믿을 족속들이라고 따지며 말려보려 하지만 청년은 듣지도 않는다. 다음 날 청년이 혼자서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3.3. 클로디아 왕제와의 만남

그러나 며칠 후 해적들과 함께 장을 보러 갔다가 청년이 "악명높은 해적단의 3인자"라는 간판이 세워진 채 목에 하얀 줄이 걸려진 채로 교수형 대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 광경을 보고서 멍해하던 찰나 같이 장을 보러 나온 해적은 청년을 데리고 이것저것 다니면서 해적질을 가르쳐주었기에 지금 상황이 탐탁치 않다는 눈치로 멍청한 놈이라며 옆에서 혀를 찬다. 그 해적의 팔을 붙잡고 왜 청년이 갑자기 3인자가 됐냐, 해군대장은 저 말을 믿는거냐, 보기에도 멍청해보이는데 청년이 3인자란 말을 믿는거냐고 따진다. 하지만 해적은 해군대장은 안 믿지만 클로디아 왕제(현 클로디아 대공)이 해적이 잘 소탕되나 확인하러 왔으니 적당히 우리에게 속아주는거라며, 죽이고 나면 앞에서 3인자인지 뒤에서 3인자인지 알 도리가 있냐고 대꾸한다.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치지만 해적은 선장이 아끼는 부하를 차마 죽일 순 없으니 그냥 청년을 내보낸것이라고 설명한다. 얼굴이 창백해진채 혼자 달아난 게 아니었냐고 생각한다.

그 순간 교수형이 집행되고, 청년은 버둥거린다. 그 모습을 보며 공포에 질려 비명을 삼킨다. 자신이 울 때마다 옆에서 과일이나 과자를 챙겨주며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남아서 다행이야. 죽은 것보단 사는 게 낫지. 난 네가 살아나서 기뻐."라고 위로해주던 청년이 이제는 갑판 위 생선처럼 파닥거리고 있고, 그 모습을 해군대장과 클로디아 왕제가 따분하게 바라만 본다.

그때 해적은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은채로 달아나라고 작게 말한다. 그 모습에 놀라서 옆을 보지만 해적은 일부로 옆을 쳐다보지 않고서 청년이 순순히 죽을테니, 알레이시아만은 자기 꼴 나기 전에 좀 빼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한다. 말을 못하던 찰나 해적은 '악착같이 살아남아'라는 청년의 유언을 전해준다. 이 말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교수형대 위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청년의 모습을 바라본다. 정작 사람들은 그 청년을 손가락질하며 "해적질을 하니 저 꼴이 나는거지.", "사회가 한층 더 깨끗해지겠구만."라고 비난한다. 사람들의 말에 "아니야. 쟤도 나처럼 그냥 구출되어서 거기 잡혀 있던거야."라고 고함을 지르고 싶어하지만, 말을 하는 순간 해적과 한 패가 되어서 교수형대에 같이 목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술을 꾹 깨물고 주먹만 쥔다. 그러고 있던 도중 해적은 자신을 슬쩍 밀며 못 본 척 해주는 것도 잠깐이니 가라고 말한다.

얼떨결에 사람들을 해치고서 앞으로 앞으로 걸어가게 되지만, 청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청년을 한 번 보아야겠다는 생각 외엔 들지 않은채 교수형대로 걸어간다. 마침내 교수형대 코 앞에 걸어오고, 청년과 눈이 마주치지만 이미 교수형이 집행되어 버둥거리던 몸이 축 늘어진 모습에 교수형대를 잡고 비명을 지르며 해군대장을 노려본다. 자신의 원한 가득한 눈빛을 본 해군대장은 상황을 눈치채고 일어나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병사들에게 '저 여자를 끌어내'라는 눈짓을 보내고, 상황을 파악한 병사들은 달려들어 자신을 붙잡는다. "놔! 놓으라고!"라고 소리치며 발버둥쳐보지만, 병사들의 힘을 이기기 어려웠다.

그때 해군대장의 옆에서 무료하게 앉아있던 클로디아 왕제가 손을 들며 '잠시'라고 말한다. 몸이 한 바퀴 돌면서 죽은 청년의 눈과 다시 마주치게 된다. '악착같이 살아남아'라는 청년의 유언을 떠올려 병사들을 뿌리치고 클로디아 왕제의 앞으로 달려가 "해적들에게 납치되어있었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외친다.

이성을 되찾은 후 뒤늦게 공포에 질린다. 해군 대장은 해적들과 거래하는 사이였기에 그는 가짜 해적을 처형했다는 걸 숨기기 위해 자신을 해적으로 몰 거고, 왕제는 당연히 해군 대장의 말을 믿을 것이며, 설령 해군 대장이 나서지 않더라도 왕제가 자신의 말을 믿어줄리 없는데다, 이런 변명이 통한다면 해적들이 잡힐때마다 "나는 포로예요!"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얼떨결에 자폭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낯빛이 질린다. 해군 대장은 얼른 클로디아 왕제에게 "죄송합니다, 클로디아 왕제님. 저 여자도 해적입니다. 얼른 잡아들이겠습니다."라고 사과하고서 부하들에게는 차갑게 '저걸 치워'라는 눈짓을 보낸다. 부하들보다도 먼저 그 눈짓을 읽고 좌절한다.

그러나 클로디아 왕제는 차갑게 '잠시'라고 말했다고 대꾸한다. 이 말에 해군 대장은 아주 잠시 표정이 일그러졌다가 곧 웃는 미소를 짓는다. 클로디아 왕제가 자신의 얼굴을 샅샅이 살펴보는 걸 느끼며, 자신의 얼굴에 관심이 있는거냐고 생각한다. 자신도 귀족이지만, 이미 귀족이니 왕족이니 하는 이들에게 학을 뗐음에도 클로디아 왕제가 자신의 얼굴에 반한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왕족들이 '반했다'는 건 자신이 생각하는 '반한다'는 것과는 좀 더 무게가 가볍다는 걸 안다고 생각하고서, 대신 속으로 "내 얼굴이 마음에 들어? 그럼 날 구해! 당장!"이라고 외친다. 자신의 속마음을 듣기라도 한 듯 클로디아 왕제는 해군 대장에게 "가엾군. 해적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라고 묻는다. 해군 대장은 못 먹을 것을 먹은 얼굴로 웃으면서 "그럼요. 제 눈에도 그렇게 보입니다."라고 말한다. 클로디아 왕제는 일어서며 "저 여자를 내게 보내라."라고 지시한다. 이렇게 해서 알레이시아는 클로디아 왕제(에르기의 친부)의 눈에 띄어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에 의탁하게 된다.

옷을 갈아입고 깨끗하게 씻은 자신을 보며 해군 대장의 두 하녀들은 키득거리며 "해적질을 하고 다녀도 얼굴이 반반하니 용서받는구만.", "동료가 죽는데 자기 살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꼴 봐.", "왕제님도 참 너무하시지, 왕제비께서 집에 계신데 뭐 하러 이런 범죄자를."라고 자신을 조롱한다. 그들의 조롱을 듣다가 '왕제비'라는 말에 이번에도 아내가 있는 남자라고 한탄한다. 이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건지, 아니면 아내 있는 왕족들은 대부분 양심이 없는거냐며 진심으로 궁금해질 지경이라고 생각한다.[18]

마차에 올라타고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으로 가는 내내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하는지 고민한다. 자신의 정체를 밝힐지를 고민하다가 차라리 그렇게 하면 이쪽이 귀족이고, 진짜로 해적들에게 잡혔단 걸 알 거라고 판단하지만, 이내 자신이 살아있단 걸 알면 부모님이나 크롬 공국의 군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며, 다들 동대제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다고 아내가 있는 남자 옆에 있긴 싫지만, 무작정 도망치는 것 역시 여의치 않는 건 마찬가지이고, 신분이 없으니 혼자 도망가서 살 방도도 막막한데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자신의 신분을 증명해야한다고 판단한다. 결국 "납작 엎드려서 지내자. 없는 사람처럼 지내자. 그러면 나한테 관심이 식을 때쯤 새로운 신분과 돈을 좀 챙겨줄지도 몰라."라고 생각해 자존심을 굽히고 살기로 판단한다. 그와 동시에 자존심을 굽히더라도 무조건 끝까지 살아남을거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클로디아 왕제를 따라 저택으로 가고, 그곳에서 소비에슈 황태자 또래의 어린 시절의 에르기를 목격하게 된다. 에르기를 보게 된 순간 본능적으로 공포에 질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소비에슈 황태자 때문이다. 그 어린 소년이 울면서 내게 누명을 씌웠다."[19]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해 적반하장으로 굴며 소비에슈에게 책임전가를 한다. 이내 "이번에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상황이 더 나빠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공포에 질려 저택 입구에 선채 들어가지 못한다. 에르기에 대해서는 어린 소년이지만, 자신의 눈에는 지옥문을 지키고 선 수문장처럼 보인다고 생각해 그를 두려워한다.

그때 저택으로 오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클로디아 왕제는 에르기를 부르느라 처음으로 말을 꺼낸다. 하얗고 털이 풍성한 고양이를 안고 있던 에르기는 클로디아 왕제가 부르자 순순히 다가와 "이 레이디는 누구인가요? 아버지?"라고 묻는다. 그 목소리에는 적의가 없었고, 오히려 조그만 아이임에도 다 큰 청년 귀족들 말투를 흉내내는 게 귀여워보인다고 생각한다. 에르기의 질문에 클로디아 왕제는 소리없이 자신에게 눈짓한다. 2년 동안 눈칫밥만 먹고 살아서인지 바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라는 의도임을 눈치챈다. 최대한 온화한 목소리로 "알레이시아입니다, 도련님."이라고 대답한다. 에르기는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레이디."라고 말하고서 다가와 손을 뻗는다. 얼결에 에르기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린다. 손을 올리자 에르기는 귀족 남자들이 하듯 그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손을 뗀다. 2년 동안의 고된 허드렛일로 자신의 손은 이전처럼 곱지 않았고, 거칠어진 수세미 같았는데도 개의치 않는 에르기를 보며 그제야 에르기가 작은 천사처럼 생겼음을 깨닫는다. 갈색과 금색이 섞인 곱슬머리가 이마 위로 귀엽게 내려오고, 그 아래로 드러난 초록색 눈동자는 아주 커다랗게 귀여웠고, 온순한 눈매와 통통한 뺨 등 이 모든 분위기가 에르기가 그간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한 눈에 보여주었고, 동화 속에 나오는 모든 소녀들의 첫사랑 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클로디아 왕제는 그런 에르기가 자랑스러운 듯 애정에 가득 찬 눈길을 보낸다. 그제야 클로디아 왕제가 어린 에르기를 보는 눈길이 오시스 3세가 소비에슈와 손을 잡고 선 어린 나비에를 보는 눈길과 비슷하다는 걸 눈치챈다.

클로디아 왕제는 에르기에게 "알레이시아 양은 해적에게 포로로 잡혀서, 많이 힘들게 지냈다."라며 자신의 사정을 설명한다. 자닌의 이야기를 들은 에르기는 동정심이 가득한 얼굴로 표정이 우울해진다. 그런 에르기를 보고서 조금 안심해 "이렇게 착한 아이이니까, 소비에슈 황태자처럼 그런 거짓말을 하진 않을거야. 내가 자기 아버지의 정부가 되면 저렇게 고운 눈길로 보진 않겠지만, 그래도 거짓말로 누명을 씌울 아이는 아닐거야."라고 애써 자기합리화를 한다. 속으로 에르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 표정을 본 에르기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밀며, "마음껏 우세요, 레이디. 그대가 더 아프지 않을 때까지. 제가 곁에서 늘 눈물을 닦아드리겠습니다."라고 위로한다. 애기 같은 얼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말투에 손수건을 받아들다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다. 그걸 본 에르기는 덩달아 따라 웃는다. 그 순간 어째서인지 원망스러운 눈길로 이쪽을 보던 어린 소비에슈를 생각하게 된다. 속으로 "절대로 네게 그런 상처를 주진 않을게. 난 그냥 살려고 온 거야. 그러니까 살길을 찾으면 바로 떠날게. 그러니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조금만, 조금만 더 날 덜 미워해줘."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본인의 다짐과는 달리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가버리고, 이로 인해 왕제가 자신에게 반한 게 맞는거냐는 의심을 품게 된다. 하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에르기와 놀아주다가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클로디아 왕제의 방 문을 쳐다본다. 방 문 너머로 아직 들어가보지 못했고, 그 후로 클로디아 왕제와는 따로 대화조차 못했는데다, 자신은 정말로 이 집 안에서 손님처럼 지내고 있었기에 고개를 기웃거린다. 에르기는 "왜 그러나요, 레이디?"라고 묻는다. 아니라고 둘러대보지만 에르기는 고민이 있다면 자신에게 말하라고 대답한다. 고민은 아니고, 이상한 게 있다고 대답한다. 에르기가 무엇이냐고 반문하자 "넌 말투가...... 왜 이렇게 혼자 세월을 앞서가니?"라고 질문한다. 하지만 에르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말투가 이상한거냐며, 다른 영애들은 어른스럽고 듬직하다고 했다고 대꾸한다. 이 말에 속으로 "네가 말하는 그 영애들도 다들 꼬꼬마 애기들이니까 그렇지..."라고 생각해 어색하게 웃는다. 어린 아이의 허세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긴 하더라도 귀엽긴 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에르기는 어머니를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질문을 던지면서도 딱히 이유가 있어서 저런 말투는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제대로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에르기는 "어머니는 날 아가처럼 취급합니다. 이만큼이나 컸는데. 난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그래서 저런 말투를 쓰는 것임을 눈치채지만, 이내 하지만 그래도 아가는 아가라고 생각해 웃고 만다. 그 순간 클로디아 왕제비를 떠올린다. 그와 동시에 해군 대장의 하녀들도 분명 클로디아 왕제에게 부인이 있다고 말했고, 에르기도 자기 어머니가 곁에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왕제비는 단 한 번도 여기서 본 적이 없음을 눈치챈다.

그때 집사가 다가와 자신을 부른다. 그 바람에 놀라 고양이를 놓치게 되고, 고양이는 에르기의 품 안으로 파고든다. 벌떡 일어나면서 어느새 온 거냐고 생각한다. 왜 그러냐고 질문하지만 집사는 클로디아 왕제가 할 말이 있으니 응접실로 오라고 말했음을 전한다. 클로디아 왕제의 부름에 "이제야 왕제가 본색을 드러내려나보다. 분명 정부가 되라고 요구하겠지.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면 쫓겨날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응접실로 간 순간 아님을 알게 된다. 클로디아 왕제는 제복 차림으로 활짝 열려있는 창문 앞에 칼 같이 서 있고, 응접실 중앙에 놓여있는 이젤은 그림 위를 천으로 덮어 가려두었고, 집사는 이젤 앞에서 한쪽 손을 구부린 채 서 있는 광경에 뭐냐고 생각한다. 이젤에 대해서는 저건 또 뭐냐고 생각한다.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클로디아 왕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 대신 집사에게 눈짓한다. 신호를 받은 집사는 얼른 그림을 덮은 천을 치우고, 클로디아 왕제비의 초상화가 드러난다. 초상화가 드러난 순간 자신과 몹시 닮은 클로디아 왕제비의 모습에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뜬다. 집사는 클로디아 왕제비의 초상화라고 설명한다. "왕제비.....님?"이라고 조심스레 물으면서도 클로디아 왕제비는 분명 있는데 집 안에 흔적이 없는 사람이였으나, 자신과는 동일인이라 착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촌이나 자매라고는 우겨볼만큼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제야 클로디아 왕제가 자신의 얼굴을 샅샅이 살펴봤던 게 자신의 외모가 클로디아 왕제비와 닮아서였음을 눈치챈다. 클로디아 왕제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얼굴과 클로디아 왕제비의 얼굴이 닮은 게 자신을 구한 이유라면, 닮은 얼굴을 어디에 사용하고 싶은거냐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클로디아 왕제는 설명하지 않고, 대신 집사가 시킨 일을 잘 해낸다면 새 신분과 정착비용을 주겠다고 설명한다. 이 말에 이제 크롬 공국의 알레이시아나 해적의 포로 알레이시아가 아닌 다른 알레이시아로 죽을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단 뜻이냐고 생각한다. 집사에게 정말이냐고 물으며 기쁨을 드러낸다. 이후 집사로부터 클로디아 왕제비의 사정을 듣게 된다.

3.4. 클로디아 왕제비의 대역

방으로 돌아와 집사가 설명해준 클로디아 왕제비의 사정과[20] "몇 년째 블루 보헤안과 은근한 기싸움을 해온 서왕국이 귀한 손님을 보내 화해의 분위기를 일구겠다고 나섰으니, 서왕국 귀빈을 접대하는 자리에 알레이시아가 나가 '몸이 약한 왕제비' 흉내를 내며 적당히 참석만 해주고 가라"는 클로디아 왕제의 명령을 상기해본다. 대화도 할 필요 없고 춤도 출 필요 없으며, 왕제비가 병약한 건 다들 알고 있으니 그냥 참석만 하는 정도면 된다는 집사의 설명과 클로디아 왕제 말로는 이번 자리에 왕제비가 얼굴을 비춘다면, 이후로는 몇 년간 귀족들이 잠잠해질거라 생각한다는 말을 상기한다. 즉, 클로디아 왕제가 알레이시아를 데려온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아내와 외모가 동일인물 수준으로 닮았기에, 건강 문제로 안주인 역할을 못 하던 왕제비를 대신해 대역을 맡기기 위함이였던 것. 초조하게 창문을 바라보며 클로디아 왕제비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클로디아 왕제가 양해를 구해둔다고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흉내를 낸다는 것에 괜찮겠냐고 걱정한다. 그때 나뭇잎에서 스스스 하는 소리가 나고, 반이 부러진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 모습에서 해적의 죄를 덮어쓰고 죽은 청년을 떠올려 오싹해진다. 주먹을 꽉 쥐며 속으로 "해야 돼. 살아남을거야."라고 다짐한다.

서왕국에서 온 귀빈이 온 날,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마차에 타려던 중 집사는 파티는 일주일동안 계속되니, 자신은 그냥 클로디아 왕제 옆에서 오면 된다며, 클로디아 왕제는 적당히 머물다 나올거라고 재차 당부한다. 고개를 끄덕이고서 문 앞에 선 에르기를 바라본다. 고양이를 안은 채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자신이 클로디아 왕제비처럼 꾸며서 그렇다고 생각해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에르기는 고양이의 발을 잡고서 같이 인사하는 시늉을 해준다. 마차에 올라 호흡을 가다듬는다. 마차가 이동하는 사이 클로디아 왕제에게 작은 목소리로 "잘할게요."라고 중얼거리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답하지 않는 클로디아 왕제의 반응에 씁쓸하게 웃으면서, 속으로 "뭘 보고서 이 사람이 나한테 반했나 생각했는지 몰라. 아예 나와 말 섞기조차 싫어하는 사람인데."라고 서운해한다. 마침내 마차가 도착하고, 최고급 향수와 감미로운 음악으로 가득 찬 홀 안에 2년만에 들어서게 된다. 홀 안에 들어가자마자 "잘할 수 있을까?"라는 긴장했던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연회장 안 모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매력적인 자신감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클로디아 왕제님과 왕제비님 드십니다."라는 기사의 외침에 홀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던져진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우아한 미소를 띤 채 연회장 안으로 들어간다.

최대한 클로디아 왕제비와 비슷하게 꾸미기 위해서 거의 다섯 시간 가까이 공을 들였지만, 막상 연회장 안에서 머무른 시간은 10분정도가 고작이였다. 아직까지도 귀에 맴도는 미뉴에트 소리에 심취해 마차 창문에 기댄다. 옛날 일, 평화로운 과거, 엄하지만 상냥한 부모님, 다정하던 친구들을 떠올린다. 그때 클로디아 왕제는 원래 귀족이냐고 질문하며 처음으로 말을 건다. 놀라 얼결에 맞다고 인정하며 진실을 털어놓게 된다. 털어놓고 나서야 아차 싶은 마음에 혹시 어디 귀족인지 물어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휩싸인다. 하지만 클로디아 왕제는 더 묻지 않는 대신 그런데도 출신을 밝히지 않고 버티다니 꽤 기구하게 살아온 모양이라고 말하고서,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창밖만 바라본다. 클로디아 왕제의 옆모습만 바라보다가 문득 클로디아 왕제비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한다. 에르기는 어머니 이야기를 자주 하지만, 에르기 속 클로디아 왕제비는 거의 사람이 아닌 수준으로 미화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이내 "오시스 황제와 엮이지 않았더라면..... 나도 이렇게 평화롭게 살았을텐데.[21]라고 생각하며, 새삼 생각하니 옛날 일이 원망스러워진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2년만에 다시 맛본 귀족의 삶에는 안락하고 달콤한 느낌을 느낀다. 애써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다음 날 두번째 파티에 가려고 준비하던 중 에르기에게 "도련님은 왜 파티에 가지 않아?"라고 질문한다. 이 말에 에르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건강이 상한다고 대꾸한다. 안색이 창백하지만 몸이 약하진 않은 모습에 에르기를 샅샅이 살핀다. 에르기는 "대대로 내려오는 병이 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사람 많은 덴 가지 말라고 해요."라고 태연하게 대꾸한다. 이 말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혹시 클로디아 왕제비와 같은 병이냐고 생각한다. 클로디아 왕제비도 부모를 일찍 여의었다는 걸 상기해 먼 친척들 사이를 전전한 걸 보면 가까운 친척도 없던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속으로 "위험한 병일지도..... 가엾어라."라며 에르기를 가여워한다. 하지만 에르기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활짝 웃으면서 어차피 자기 또래는 거의 안 왔다고 대꾸한다. 이 말에 거의 안 왔다고 수긍해준다. 에르기가 수긍하자 딱 한 명 있었다고 알려준다. 에르기는 자신의 또래라는 말에 신경이 쓰이는지 누구냐고 묻는다. 서왕국에서 왔다는 귀한 손님인데, 그 중에 에르기의 또래가 한 명 있었다고 설명해준다. 에르기가 "어떤 애예요? 여자 애예요 남자 애예요?"라고 질문하자 서왕국의 둘째 왕자라고 설명하면서도 자신도 얼핏 보기만 해서 자세히는 못 봤다고 대답한다. 이 말을 하면서 자신이 봤던 서왕국의 둘째 왕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연한 금발 머리카락과 신비한 보라색 눈동자를 지녔고,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만 반짝반짝 빛나서, 근처를 지나갈 때면 모두들 입을 벌리고 쳐다보았던 모습이였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쪼그만게 벌써부터 분위기가 거만해서, 온 몸으로 이 자리가 지루하단 걸 드러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확신을 가지고 네가 멋지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 말에 에르기는 "만나보고 싶네요. 어떤 앤가."라고 대답해 기대감을 드러낸다.

하루 이틀 파티가 계속될 수록 사람들은 알레이시아를 "단 10분씩만 모습을 드러내고 감쪽같이 사라지는 신비로운 왕제비"라고 부르며, 그녀에게 푹 빠진다. 이후 사람들은 "왕제비님께서 이젠 많이 건강해진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그동안은 왜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셨던건가요?", "지금부터라도 종종 우리를 불러주세요.", "연회를 여는 게 힘드시면 저택으로 불러주셔도 괜찮아요."라는 등 호응을 보낸다. 사람들의 반응에 "병약한 왕제비" 흉내를 내는 게 쉽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서 집사가 알레이시아에게 설명해준 것처럼 사람들은 정말로 클로디아 왕제비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고, 블루 보헤안의 왕은 알고 있었으나, 애초에 이 일은 블루 보헤안의 왕이 모른 척 해주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비의 대역 역할을 잘 해내자, 클로디아 왕제는 단순히 얼굴이 닮아서 데려온 해적 포로가 생각보다 일을 잘 처리해내는 것에 만족해해 잘해주고 있다며 그래도 혹시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까 염려했는데 그런 사람도 없다고 칭찬한다. 감사하다고 대답한다. 클로디아 왕제는 특히 서왕국의 즈멘시아 공작부부가 많이 칭찬했다고 알려준다. 자신이 보았던 즈멘시아 공작부부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부부가 호랑이 같은 인상이였고, 즈멘시아 공작부인 쪽도 무서운 인상이였으나, 즈멘시아 공작(현 즈멘시아 노공작) 쪽은 정말로 많이 무서워보였다고 생각한다. 즈멘시아 공작에 대해서는 어쩌면 자기 나라 둘째 왕자를 순간순간 무섭게 쳐다보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그런 어린애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렇게 노려본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22] 이내 그렇게 까다로워보이는 사람들까지도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에 마음이 붕 뜬다.

마차가 거의 저택에 다다르자 용기를 가지고서 클로디아 왕제에게 말을 건다. 클로디아 왕제는 마차에서 나가려다가도 다시 앉으며 왜 그러냐고 질문한다. 이번에는 본체 만체했을텐데 많이 발전한 태도에 용기를 가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지금처럼 꼭, 아주 필요한 일에만 클로디아 왕제비의 대역을 하고, 평소에는 일을 하면서 지내면 안 되냐고 부탁한다. 이 말을 하면서도 클로디아 왕제가 바로 '안 된다'고 말할 줄 알았고, 그냥 못 먹는 감이라도 찔러보잔 식으로 제안한 것이라며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클로디아 왕제는 잠깐 생각하다가 "생각해보지."라며 부정도 긍정도 아닌 애매한 대답을 내놓는다. 깜짝 놀라 정말이냐고 묻지만 클로디아 왕제는 대답 대신 밖으로 나가버린다. 마차에 남은채 발을 동동 구르며 주먹을 쥔다. 속으로 "만약 여기서 왕제비 대역을 하면서 살 수만 있다면...... 제발! 제발 그럴 수 있기를!"라고 생각하며 다시 욕심을 품는다.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비의 대역임을 알게 된 에르기는 당연하게도 클로디아 왕제에게 싫다고 소리친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자신을 편들리라 여겼던 에르기가 반대하는 것에 깜짝 놀라 에르기를 쳐다본다. 에르기는 울상을 짓고서 "레이디 알레이시아는 좋은 사람이지만, 어머니가 여기 멀쩡하게 계시잖아요. 그런데도 레이디 알레이시아에게 대역을 시키다니요. 싫어요. 아버지."라고 외치며 완강히 반대한다. 하지만 클로디아 왕제는 대역이랄 것도 없고, 지금처럼 꼭 얼굴을 비추어야할 때, 일 년에 한 두번이면 된다며 에르기를 설득하려한다. 이에 에르기는 재차 싫다고 소리친다. 클로디아 왕제는 이번엔 에르가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에르기는 찬성하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어머니를 두고 수근거린다니까 한 번이라 생각하고 참은거라고 대꾸한다. 클로디아 왕제는 알레이시아가 대역을 해준다면 어머니를 두고 수근거릴 사람은 없다며 재차 에르기를 설득하려한다. 이에 에르기는 그건 이미 어머니가 아니라고 팩폭을 날린다. 애정 표현이 많진 않아도 늘 신뢰와 미소를 가지고 대하던 부자가 처음으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에 한 구석에 서서 초조하게 클로디아 왕제와 에르기를 번갈아 쳐다본다. 클로디아 왕제는 에르기를 설득하다가 머리가 아픈지 손을 저으며 "이건 너 같은 어린 아이와 의논할 일은 아니야. 네게 괜한 이야기를 했군. 나가거라."라고 대꾸한다. 순간 고양이를 안은채 클로디아 왕제와 자신을 번갈아 쳐다보는 에르기의 눈에서 소비에슈 황태자의 눈동자와, 그의 원망 가득한 시선을 느끼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내딛으며 에르기를 불러보지만 에르기는 휙 돌아서서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가 클로디아 왕제에게로 돌아본다. 심각한 얼굴로 팔짱을 낀채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에 불러보지만 클로디아 왕제는 방으로 가 있으라고 대꾸한다. 우물쭈물거리며 방으로 돌아온다.

3.5. 클로디아 왕제비의 이름을 빼앗다

다음 날이 되어서도 클로디아 왕제는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에르기는 아예 자신을 피해다니는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다시 파티에 가게 된다. 즈멘시아 공작부부가 다가오자 얼른 어지러운 마음을 감추고 웃는 낯을 띈채 즈멘시아 공작부부를 상대한다. 10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리고, 다시 돌아갈 시간이 된다. 왕제비에서 해적 포로였다가 구출된 '가엾은 알레이시아'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웃으면서 오늘도 돌아갈거냐고 질문한다. 이에 대답하려다가 즈멘시아 공작부인을 한 번, 클로디아 왕제를 한 번씩 빠르게 번갈아 돌아본다. 직후 "사실...... 집 안에 절 많이 닮은 해적 포로가 있어요. 남편이 구해온 가엾은 해적 포로예요. 그런데 남편이 너무 그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서요. 가엾어서 데리고 있긴 한데, 신경이 쓰이네요."라는 폭언을 내뱉는다.[23]

알레이시아가 내뱉은 폭언에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화난 얼굴로 정말이냐고 묻는다. 이에 대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가엾은 사람을 쫓아내지도 못하겠고 이래저래 골치아프겠다며 수긍한다. 옆에 있던 블루 보헤안의 귀족은 말을 걸지도 않았는데도 불쑥 대화에 끼어들어 "왕제님도 참 너무하시지. 세상에 그런 일이 있나."라고 수근거린다. 이어서 사람들도 "그러고보니 저도 들었습니다. 이번 순방 때 왕제님이 웬 해적 포로 하나를 구해냈다고.", "세상에.", "반해서 구해주신걸까요?", "너무하는군, 그러면 왕제비님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습니까.", "실망입니다."라며 하나 둘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한편 10분이 지나도 알레이시아가 돌아오지 않자, 몇 분이 지나서야 가까이 온 클로디아 왕제는 한 두 명이 아닌 사람들이 알레이시아가 내뱉은 폭언에 대해 떠들어대는 걸 듣고 깜짝 놀란다. 그런 클로디아 왕제의 허리를 감싸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거 다 들었지요, 당신? 나와 닮은 여자가 있다고 해서, 그 여자에게 흔들리거나 하면 안 됩니다?"고 자기가 클로디아 왕제비인 마냥 다정하게 묻는다. 이 말에 클로디아 왕제는 한여름의 더위에도 녹지 않을 그런 얼음처럼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이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어느 날, 내가 아닌 다른 여자가 나타나 왕제비라 주장한다거나, 내가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는다면......"라고 가엾은 척을 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이에 사람들은 "설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말도 안 되지요. 염려 마세요, 왕제비님.", "가엾으신 분."이라며 동조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클로디아 왕제비는 알레이시아를 내보내려고 결심하게 된다. 며칠 내내 밝았던 마차 안은 싸늘한 정적에 휩싸이고 자신도 그 분위기를 읽어 내내 클로디아 왕제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다가 중간까지 왔을 쯤에 클로디아 왕제는 "대역은 더 이상 필요없다. 짐을 싸서 떠나."라고 딱 잘라 말한다. 지금이냐고 묻지만 클로디아 왕제는 내일 날이 밝자마자 가라고 통보한다. 이에 대해 싫다고 소리지르며 여기서 순순히 떠난다면 이도 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다 왕제는 자신에게 새로운 신분을 줄리 없고, 오히려 비밀을 감추기 위해 해코치를 하려 들 수도 있다며 부모님이 한 짓을 생판 남이 하지 못하겠냐고 판단한다. 클로디아 왕제는 어이없어하며 싫냐고 차갑게 묻지만 마차 손잡이를 꽉 붙잡고서 만약 이대로 쫓아낸다면,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왕제가 해적의 포로에게 반해 아내를 쫓아냈다"고 말하고 다닐거라고 협박한다. 이에 대해 클로디아 왕제는 사람들이 믿어줄성 싶으냐고 대꾸하지만, 왕도 왕제도, 모두 다 자신을 며칠이나 그대로 두었고, 자신의 얼굴을 본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닌데 믿어줄 사람이 과연 없겠냐고 재차 협박한다. 마차가 멈추고 클로디아 왕제가 주먹을 쥐고서 당장이라도 분노에 차서 쓰러질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자 먼저 마차 밖으로 나가버린다.

한편 이 사건을 들은 에르기는 "다 아버지 때문이예요. 당장 사람들에게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밝히세요!"라고 울면서 항의했다. 하지만 클로디아 왕제는 바로 그러지는 못한다며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을거고 블루 보헤안 뿐만 아니라 온갖 나라들이 우리를 조롱할거라고 말했다. 에르기는 그게 어머니보다 중요하냐고 따졌으나, 클로디아 왕제는 어머니의 체면도 같이 상한다고 대꾸했다.

그날 저녁, 에르기와 둘이서 고양이와 놀던 장소로 에르기를 찾아가지만 에르기는 "왜 왔어요? 여기 오지 마세요."라고 차갑게 대한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도련님."이라고 말해보지만 에르기는 난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이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애원해보지만 에르기는 말없이 일어나서 떠나려한다. 이에 대해 "전에 그거. 내 얘기야."라며 황급히 에르기를 부른다.[24] 이를 기억한 에르기가 인상을 찌푸리자 아까 에르기가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 해적을 만난 일, 죄 없이 죽은 청년 이야기 등 잊고 싶었던 2년 전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마쳤을 때 얼굴이 눈물로 흠뻑 젖은채 "살고 싶어서 그래. 살고 싶어서."라며 변명을 한다. 에르기는 "그걸 왜 꼭 내 어머니 이름으로 살아야 되는데요?"라고 지적하지만 "아니야. 절대 그런 게 아니야. 집 안에서 없는 사람처럼 지낼게. 정말로. 아주 가끔씩, 그냥 일을 하듯 왕제비 역할만 수행하고 올게. 네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완벽한 왕제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 궤변에 에르기는 "제 어머니는 어머니라 어머니인거지, 완벽할 필요도, 남들이 칭송할 필요도 없어요. 레이디 알레이시아는 무슨 수를 써서든 내 어머니가 될 수 없어요."라고 팩폭을 날리고서 돌아서서 달려간다. 에르기를 쫓아가며 계속 "잠시만! 잠시만!"이라고 외치다가, 에르기의 방 문 앞까지 쫓아와 숨을 헐떡이며 다리를 짚고 허리를 숙인 채 "우리 계속 사이 좋았잖아. 나도 네게 잘했고, 너도 내게 잘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네가 막판에 내게 이래? 네가...... 그렇게 반대하지만 않았으면 나도 홧김에 그런 말은 안 했어!"라며 에르기에게 책임전가를 한다!!![25][26][27]

알레이시아의 태도에 당연히 어이없어한 에르기는 "그러는 레이디는 내가 계속 잘 대해주었는데, 마지막에 반대했단 이유만으로 어떻게 이렇게 나와요?"라고 정곡을 찌른다.[28] 이 말에 놀란 찰나, 에르기는 "아버지가 뭐라 하건, 내가 내일 직접 연회장에 나가 진실을 밝힐겁니다. 떠날 기회를 줄게요. 남들이 뭐라 하기 전에, 오늘 짐을 싸서 나가요. 그럼 나쁜 꼴 안 보고 나갈 수 있을겁니다."라고 통보한다.

3.6. 클로디아 저택 화재 사건

과거 낙태약 쿠키 사건의 누명을 뒤집어 쓸 때 "황후 폐하를 음해하려 했다! 잡아!"라는 천둥처럼 외치던 목소리, 안락한 침실에서 우악스럽게 끌어내는 병사들, 무서운 사람이라면서 쯧쯧거리던 귀족들, 사람들의 손가락질, "널 믿는다"면서 마지막까지 좋은 얼굴만 하던 부모님의 배신, 새까만 바다, 그곳에서 홀로 깨어난 공포, 보이지도 않던 저 바다 아래에서 물을 튀기던 이름모를 물고기들, 차가운 밤바람, 망망대해 위에서 죽어가던 공포, 얼어붙은 손을 녹이지 못한채 하루 종일 쉴 틈도 없이 일하던 해적선에서의 2년, 결국 목이 매달려 죽은 청년 등 과거를 떠올려 방 안을 서성이다 창틀을 잡고서야 멈추어서서 "순순히 당하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창틀을 주먹으로 쾅 내려치고서 눈에 힘을 주며 "절대로."라고 생각한다.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창가로 걸어간다. 높지 않음을 확인한 후 예전 해적 선장이 붙잡힐 위기에 처하자 사용한 방법을 떠올려 그 방법을 응용하려 한다.

그때 누군가가 방 문을 두드린다. 얼굴을 두 손으로 꾹꾹 눌러 표정을 가다듬고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누구냐고 생각해 문을 열려던 찰나 동대제국에 있을 적, 궁전 침실에 있다가 갑자기 끌려나온 일이 떠올라 주춤하고 만다. 혹시 그때처럼 될까봐 바로 문을 여는 대신 문가에 귀를 대고 재차 "누구세요?"라고 묻지만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 한참만에야 "문을 여시오. 마님께서 찾으시니."라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왕제비란 말에 "잠시만요."라고 말한 뒤 문을 열지 않는 대신, 높이를 확인한 후 근처의 나무로 뛰어내린다. 순식간에 몸이 바닥에 떨어지고, 나뭇잎에 걸려 옷이 약간 찢어지지만 다친 곳이 없는 것에 얼른 손바닥을 털고 일어서서 "잘 됐네. 일을 더 극적으로 만들 수 있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대로 저택 내, 자신이 머무는 방에 불을 지른다!!!

이로 인해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에 불이 나게 된다. 한편 에르기는 집사의 도움으로 마차에 탔으나 "왕제비가 알레이시아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에르기는 알레이시아의 방을 쳐다보지만 익숙한 인형[29]이 창틀 끝에 아슬아슬 걸쳐져있는 것을 목격해 알레이시아의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에르기가 알레이시아의 방 안에 들어왔을땐, 에르기가 목격했던 창틀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있던 그 인형은 홀로 의자 위에 예쁘게 앉아 있었다.[30] 에르기는 누가 여기에 가져다 놓은건지 의아해해 방으로 걸어가 인형을 집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는 것에 안심해서 돌아선다. 그때 불길에 약해진 마루가 우지끈 하고 부러지고, 에르기는 그 마루를 피하려다 넘어지고 만다. 그 순간 그 위로 불에 탄 문짝이 '기이이익' 하는 스산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기울어 에르기를 덮치려한다. 불붙은 문이 에르기를 덮치기 직전, 알레이시아는 "안 돼!"라고 소리치고서 에르기를 자신의 몸으로 확 덮어 구르며, 자신의 얼굴 한 쪽을 완전히 그을림과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에르기를 구하는 쇼를 벌인다.

그대로 기절한 에르기를 품에 안은 채 저택에서 걸어나온다. 한편 파티를 늦게까지 즐긴 후 야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잠시 궁전에서 떠났던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걸음을 돌려 마차를 타고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으로 오는데, 얼굴 한 쪽을 완전히 그을린채로, 타다 만 인형을 안은채 기절한 에르기를 품에 안고 비틀비틀 걸어나오는 알레이시아와 알레이시아가 걸어나올 때마다 알레이시아를 본 저택의 고용인들이 겁에 질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즈멘시아 공작부인을 본 알레이시아는 울면서 "공작부인. 내가, 내가 내 아들을 구해냈어요."라고 말하며 에르기를 내민다.[31][32] 이런 알레이시아의 모습을 본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그녀가 몹시도 기괴하고 무서웠으며, 사람이 사람을 구한 모습이 이처럼 섬뜩할 수가 있겠냐고 평했다. 즈멘시아 공작부인 왈 연회장 안에서 밝은 봄볕같던 왕제비는 지금은 광기에 찬 것처럼 보인다고.

알레이시아의 말에 놀라움이 가신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곧 분노해 "몹쓸 사람들."이라고 차갑게 호통치고서 왕제비를 모시라고 지시한다. 호위들이 다가오자 알레이시아는 에르기를 꼭 끌어안고 뒤로 주춤 물러났다. 이 모습을 본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가엾어라."라고 한탄하고서 얼른 모시라고 지시한 후 본인이 직접 알레이시아에게 다가간다.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알레이시아를 감싸며 "자, 왕제비님. 이제 괜찮아요. 얼른 안전한 곳으로 가시지요."라고 말한다. 언니 같은 목소리에 알레이시아가 그제야 울음을 터트리자,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자자. 얼른."이라고 다정하게 말하고서 알레이시아가 마차에 타는 걸 돕고, 에르기는 자기가 안아든다.[33] 이 광경을 지켜보는 저택의 고용인들이 서로 '어쩌지?'라는 시선을 주고받으며, 머뭇거리는 사이[34] 즈멘시아 공작부인, 알레이시아, 에르기를 태운 마차가 출발한다.

3.7. 클로디아 왕제비의 자리를 빼앗다

한편, 알레이시아를 파티에서 빼내기 위해 연회 도중 집으로 떠났던 클로디아 왕제는 알레이시아가 외국 귀빈들 앞에서 자신이 왕제비라고 말한 일에 대해서 블루 보헤안의 왕과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하기 위해 궁전으로 돌아가 블루 보헤안의 왕을 만나고 있었던 중,[35] 심부름꾼에게서 소식을 듣게 된다. 클로디아 왕제는 심부름꾼에게서 관련 소식을 듣자마자 당황해해 그게 무슨 소리고, 누가 누굴 데려갔냐고 소리쳤으나, 심부름꾼으로부터 즈멘시아 공작부인이 알레이시아를 데려갔다는 사실과 알레이시아가 에르기를 구했으며, 에르기가 알레이시아에게 갔다는 사실, 에르기가 기절했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에르기가 알레이시아의 방에 가서 위험에 빠졌는데 알레이시아가 에르기를 구했다는 사실, 알레이시아가 큰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36]을 보고받는다. 이러한 심부름꾼의 보고에 심부름꾼이 온 이래 내내 침묵을 지키던 블루 보헤안의 왕마저도 "곤란해지겠구나. 클로디아. 즈멘시아 공작가는 서왕국에서도 명망이 높은데, 이대로 가다간 빼도 박도 못하게 그 여자가 왕제비가 되게 생겼는 걸."라고 중얼거리며,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비"가 되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알레이시아와 에르기는 즈멘시아 공작부부가 머무는 임시 저택에서 머무르게 된다. 이후 클로디아 왕제도 새벽에야 알레이시아, 에르기, 즈멘시아 공작부부가 머물고 있는 임시 저택에 와 알레이시아를 찾아간다. 클로디아 왕제가 알레이시아를 찾았을 때, 서왕국에서 데려온 의사가 진료를 보고 있었고, 즈멘시아 공작부인의 하녀가 알레이시아의 옆에서 시중을 들어주고 있는 상태였다. 알레이시아는 클로디아 왕제를 발견하고 웃으면서 "여보."라고 친근하게 클로디아 왕제를 부른다. 그 힘없고 가엾은 목소리에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혀를 차며 아직 아무 것도 못 먹었다며, 배가 많이 고플거라고 말한다. 클로디아 왕제가 알레이시아의 얼굴 한 쪽이 붕대로 감싸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자, 의사는 치료는 했고 응급처지도 잘 됐지만, 흉터가 남을거라고 말한다. 이런 알레이시아의 모습을 본 클로디아 왕제는 적어도 자신의 눈에는 얼굴 반쪽을 저렇게 하고 있으니 알레이시아는 왕제비와 닮아보이지 않지만, 얼굴 반쪽을 저렇게 하고 있으니 알레이시아는 다른 이들에게 당연히 왕제비로 여겨지는 듯 하다고 평했다. 의사의 언급에 따르면 사람들은 알레이시아의 행동에 대해 "왕제비가 참으로 용감하다. 자식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하러 들어가는 건 부모라 한들 절대로 쉽지 않다. 영웅 중에 영웅이다."라고 칭송했다고. 이 의사 역시 정말로 용감하고 대단하신 분이라고 알레이시아를 칭송했다. 물론 의사의 칭찬은 클로디아 왕제에게 들리지 않았다. 클로디아 왕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알레이시아는 피곤하다며 눈을 감는다.

잠시 알레이시아의 모습을 보던 클로디아 왕제는 즈멘시아 공작부인에게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냐고 질문하지만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어딜 말하는 겁니까? 저택에? 저택이라면 그래요. 다들, 담벼락에 다닥다닥 붙어 구경하는 중이죠."라고 대답해준다. 클로디아 왕제는 임시 저택에 다녀갔냐고 질문하지만 즈멘시아 공작부인은 임시 저택에도 사람들이 몇 명 다녀갔다고 대답해준다. 이 말에 클로디아 왕제는 눈을 질끈 감고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구하려다 크게 다친 왕제비"의 모습을 보았음을 알아차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알레이시아를 쫓아내더라도 사람들은 왕제가 "아내가 얼굴에 화상을 입으니 버렸다"고 수근거릴 것이고, 절대로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직감해 속으로 이를 어쩐단 말이냐고 한탄한다. 알레이시아는 일부로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에 불을 지른 후, 자신의 얼굴에 화상을 입힘과 동시에 에르기를 구하는 자작극을 벌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클로디아 왕제비"임을 인식시켰던 것.[37]

그때 에르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의사는 얼른 클로디아 왕제에게 다행히 에르기는 다친 곳이 많이 없다며, 에르기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려한다. 그러나 의사가 말을 잇기 직전, 에르기는 곧장 클로디아 왕제에게 다가와 "사람들에게 말하세요! 저 사람은 제 어머니가 아니라고, 사람들에게 얘기해주세요!"라고 따진다. 사실 에르기는 기절했다 깨어난 후 자신을 구하고 치료받는 이 "클로디아 왕제비"가 자신의 친모가 아닌 알레이시아임을 알고 있었기에 문제를 제기하려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그런 에르기의 모습을 안쓰럽다는 듯 보면서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라며, 자꾸 어머니 얼굴을 못 알아보고 저런 말을 하신다고 말한다. 에르기는 "아니에요! 전 충격을 받아서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에요! 아버지, 아버지가 말해요! 저 사람은 가짜고 대역일 뿐이라고!"라고 외친다. 그러나 충격을 받아 기절했던 에르기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더욱이 클로디아 왕제마저도 에르기를 안쓰럽게 쳐다보았기에, 사람들은 다들 에르기가 기억에 문제가 생겼거니 하고 생각했다. 결국, 사람들은 그 어느 누구도 에르기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알레이시아는 클로디아 왕제비의 이름 및 신분, 얼굴을 빼앗는데 성공한다.[38]

이 사건으로 인해 "클로디아 왕제비"가 된 알레이시아는 자신의 시중을 드는 즈멘시아 공작부인의 하녀를 통해 에르기를 자신이 머무는 방으로 부른다. 에르기가 알레이시아가 머무는 방에 오자, 알레이시아는 침상에 앉아있다가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으면서 "아들. 이리와보련?"이라고 말한다.[39] 즉, 이때부터 알레이시아는 에르기를 '아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알레이시아는 이때부터 클로디아 왕제비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른 후인 현 시점에서 알레이시아는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하고 있었다.

알레이시아의 악행으로 인해 에르기는 알레이시아와 친아버지를 포함해 자신의 어머니의 인생을 망치는데 기여한 소비에슈와 동대제국 황실에 원한을 품고 복수를 계획하게 되었다. 결국, 에르기는 라스타를 이용해 동대제국 황실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키는 복수귀로 타락하고 만다. 에르기의 복수극으로 인해 동대제국은 황실의 명예와 위신이 추락하는 등 그야말로 혼란에 빠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기게 되었다. 말 그대로 "진정한 만악의 근원이자 모든 비극의 원흉"이었던 것이다.[40]

3.8.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

다시 현재 시점에서 등장. 에르기를 찾아온 에인젤이 "별원에 지내는 '진짜 모친'이 블루 보헤안 밖으로 나가는 걸 돕겠습니다. 그 일에 치유 마법사가 필요하다지요?"라고 말하며 치유 마법사를 빌려주겠다고 거래를 제안함과 동시에 "인의적인 마법사 배양과 마력 감소 현상, 둘 중 어느 쪽이든 좋으니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걸 시녀와 함께 듣는다.
에르기와 에인젤이 사라진 후, 바닥에 거의 붙을 듯 몸을 웅크리고 있던 시녀는 일어나며 심각한 일인거냐고 묻는다. 팔짱을 끼고서 고개를 기웃하며 "글쎄. 어쩔까."라고 중얼거린다. 시녀는 에인젤이 뭔가 아는 것 같은데 괜찮겠냐고 묻는다. "괜찮지. 그 부분은 걱정할 거 없어."라고 대꾸한다.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서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에르기와 에인젤이 나눈 대화를 떠올린다. 에르기는 여전히 자기 어머니를 빼내려한다고 생각하며 씁쓸해한다.[41] 지금은 그런 개인적인 감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서 "어느 쪽이 나을까."라고 중얼거린다. 의자의 손잡이 나무를 손톱 끝으로 벗기며, "데리고 밖으로 떠나게 두는 게 나을까. 여기에 계속 있도록 잡는게 나을까."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나 시녀는 펄쩍 뛰며 당연히 못 가게 해야한다고 소리지른다. 그 말에 왜냐고 반문한다. 시녀는 "왜냐니요, 왕제비께서 밖으로 나갔다가 혹시라도 비밀이 새어 나가면......."라고 말하다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입을 다물고 막는다.[42] 시녀의 반응에 웃으며 "그래. 다른 사람 입을 조심하기보다, 자기 입부터 조심해야 해. 빠르게 깨달았다니 다행이다."라고 경고한다. 죄송하다는 시녀의 말에 벗겨낸 의자의 나무 껍질을 손 안에서 부수다가, 입으로 불어 바닥에 떨어뜨리며 "이거 꼭 살껍질 같네."라고 중얼거린다. 그 말에 시녀는 놀란다. "내 아들은 입이 무거워. 은혜를 아는 착한 아이이니 내 눈치를 안 볼 수 없지.[43] 하지만 그 기사단장은...... 딱 보기에도 가볍게 생겼으니 대처를 해야겠다."라고 중얼거린다.

이후 '클로디아 대공비'의 이름으로 나비에에게 편지[44]를 보낸다.[45]

새로 구입한 책을 읽고 있던 중, 하녀에게서 에르기가 여자와 함께 저택에 왔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에르기의 애인인거냐고 묻는다. 하녀는 덩달아 웃음을 터트리며, 기분이 좋아보인다고 말한다. 이에 "바람둥이라고 안 좋은 소문만 들려오잖아. 한 사람과 진지하게 만나면 좋지."라고 대꾸한다. 얼른 일어나 옷장을 연다. 하녀가 가려는거냐고 묻자, "가봐야지. 인사하고 싶어. 어떻게 입어야하지? 점잖게 입어야하나?"라고 말한다.

준비를 마치고 얼른 계단을 내려간다. 환한 얼굴로 근처에 있던 집사에게 다가가 에르기가 여자를 데려왔다는데,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그러나 집사는 시선을 피한다. 집사의 반응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설마 그 여자가 결혼한 여자이기라도 한 거냐고 묻는다. 집사는 얼른 손을 내저으며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냐고 질문하다가 몇몇 하인들이 커다란 여행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가고 있는 걸 목격한다. 그들을 쳐다보다가 집사에게 저건 뭐냐며, 짐은 왜 챙기냐고 묻는다. 집사가 입을 뻐끔거리자 대답 듣기를 포기한다. 불안해하며 별원으로 달려간다. 여기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알레이시아는 별원이 없는 구역인 것처럼,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발길도, 시선조차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별원에서 하인들이 짐을 옮기고, 에벨리와 함께 있는 에르기를 목격한다. 에벨리는 진중한 얼굴로 에르기에게 뭔가 설명하고 있고, 그럴 때마다 에르기는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중, 에벨리의 말을 듣고 있던 에르기는 시선을 느낀 것인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분노를 드러내며 자신에게 다가와 '이곳은 당신이 올 곳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 여자는 누구냐고 질문한다. 에벨리는 어리둥절해하며 이쪽을 쳐다보다가 다가와 인사한다. 그 순간 에르기가 클로디아 대공비를 저택 밖으로 빼내려고 하고 한다는 걸 눈치챈다. 슬픈 얼굴로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고 묻는다. 에르기는 에벨리를 붙잡고 같이 가자고 말하고서 자신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몸을 돌리고, 에벨리는 별원 안으로 들어간다.

에르기의 뒷모습을 보다가 주먹을 쥐고서 별원을 빠져나온다. 클로디아 대공비가 저택에서 나간다는 것에 에르기는 자신에게 목숨빚을 졌다는 죄책감, 클로디아 대공비의 이름에 대한 평판, 클로디아 대공비의 건강 등 여러가지 다양한 이유가 얽혀서 저택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저택에서 나가면 이후로는 어떻게 나올지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에르기야 자신에게 진 목숨빚 때문에 입을 다물더라도, 치료를 받아 건강해진 클로디아 대공비는 어떻게 나오냐고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클로디아 대공비는 결혼한 이후로 친척들과 교류없이 살았지만, 나서서 찾으면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신분이 높아졌으니, 이전에 냉대한 게 걸려 먼저 다가오지 못한 이들도 클로디아 대공비가 손을 내밀며 다가와 도울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한다.

그대로 클로디아 대공을 찾아가 에벨리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으나, 이미 집사에게서 사정을 다 들은 클로디아 대공은 다 들었다고 말한다. 클로디아 대공의 팔을 흔들며, 어떻게 할 거냐며, 이대로 보낼거냐고 따진다. 그때 집사는 클로디아 대공에게 에르기와 대화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하지만, 클로디아 대공은 '에르기는 '그 일' 이후로 내 말을 단 한 번도 듣지 않는다'고 대꾸한다. 이후 한참동안 각자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때,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던 클로디아 대공은 "아들은...... 다시 낳으면 되겠지."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뱉는다. 이 말에 눈을 커다랗게 뜨고 클로디아 대공을 쳐다보다가, 대번에 그 뜻을 이해하고서 "죽이다니! 안 돼요!"라고 비명을 지른다. 즉, 에르기를 죽이겠다는 뜻이었던 것. 그러나 클로디아 대공은 "네가, 에르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진 알고 있다, 알레이시아, 굳이 이런 식으로 티를 내지 않아도 돼."라고 대꾸한다. 그 말에 속으로 "아니야."라고 대답함과 동시에 클로디아 대공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신만 알고, 대공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르기의 죽음은 클로디아 대공과 자신 사이의 미묘한 끈이 끊어지고, 자신의 입지가 애매해진다는 뜻이라고 판단함과 동시에 '아들도 제 손으로 죽이는 와중에, 아들의 은인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클로디아 대공이 자신을 버릴 것이라고 불안해한다. 그와 동시에 에르기와 클로디아 대공비가 죽으면 클로디아 대공은 분명 다른 여자와 재혼할 것이고, 자신을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고 판단한다. 순순히 돌아서면서도 무섭게 눈을 빛내며 속으로 "그렇게 둘 수는 없지."라고 분노를 표출한다.

이후 클로디아 대공에 의해 에르기와 클로디아 대공비, 에벨리가 타고 있던 배가 침몰했을 때 밝혀진 바에 의하면 한 선원에게 '아무 일이 없으면 그냥 선원으로서 할 일을 하고, 혹시 일이 터지면 에르기 공작을 구해내라'라는 명령을 내리고 배에 승선하게 했다고 한다.

이후, 에르기, 에벨리, 클로디아 대공비는 바다에 빠지지만 이후 구출되어 원래 가려던 도시에 도착한다. 하지만 하필 그 배에 타고 있던 다르타가 실종되는 바람에,[46] 그 소식을 안 에인젤은 매우 분노해[47] 블루 보헤안에 남아 철저하게 조사하고, 마침내 모든 사실을 알아낸다. 이로 인해 에인젤은 완전히 분노해 알레이시아의 친부모와 클로디아 대공비의 친척을 모셔오고, 블루 보헤안의 왕에게는 '에르기 공작을 구해줬으니, 그 보답으로 파티라도 열어달라'고 전하라고 지시한다. 졸지에, 알레이시아는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게 생겼다.

에르기와 클로디아 대공비, 에벨리는 무사히 구출되었고, 다르타가 바다에 빠져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에르기가 살아난 건 다행이지만, 클로디아 대공비를 데리고 떠난 건 절대로 다행이 아니라고 여겨 며칠 내내 속상해한다. 그러던 중, 클로디아 대공이 연회에 갈 채비를 하라고 지시한다. 황당해해, 무릎 위에 덮어둔 담요를 움켜쥐고서 이럴 때 하하호호 웃고 싶은거냐고 따지며, 속으로 미쳤냐고 어이없어한다. 하지만 클로디아 대공은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라며, 이 연회 자체가 에르기와 블루 보헤안의 사람들을 구해준 초국적 기사단에게 보답하는 자리라고 알려준다. 이에 그럼 클로디아 대공만 연회에 참석하라고 대꾸하지만, 클로디아 대공은 자신은 상관없지만, 대외적으로 클로디아 대공비인 알레이시아가 참석하지 않으면 말이 나올거라고 일갈하며, 그간 밀어온 "클로디아 대공비"의 이미지와는 다를거라고 협박한다. 클로디아 대공이 나가자마자 담요를 옆으로 던져버린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시녀는 자신이 좀 진정된 것 같자, 담요를 집어들며 연회에 참석할거냐고 묻는다. 수긍하고서 의자에서 일어서며 밝은 분위기에 가면 머리가 좀 트일테니, 앞으로의 일을 고민해봐야겠다고 중얼거린다. 이후 연회에 참석한다.

3.9. 가짜 클로디아 대공비임이 밝혀지다

연회장은 내내 밝은 분위기였고 사람들은 클로디아 대공이 일으킨 선박 사고 때 에인젤이 중간에 나타나 구조를 한 덕분에 인명 피해가 없었고, 에르기까지 도움을 받았다는 것에 다들 기뻐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대신 에르기를 구해준 에인젤에게 감사인사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헤치고 돌아다니면서 에인젤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딱 보기에도 눈에 확 띄인다는 에인젤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 있는거냐고 생각하며, 계속 에인젤을 찾아다니지만, 오히려 에르기의 일로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참 다행이지요?", "외국인이라던가? 하여튼 그 사람 한 명을 제외하곤 다 무사하단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릅니다.", "우리 집사의 친척도 그 배에 탔다던데, 안전하다니 참 다행이지요.", "듣자하니 에르기 공작도 다른 사람들을 여럿 도왔다던데."라는 등 인사를 건내기 시작한다. 그 '다른 사람들' 중에는 클로디아 대공비도 있었기에 내내 억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몇 시간을 버티고 버틴 끝에 제풀에 지쳐서 대공가의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사람들에겐 '너무 놀랐다가 긴장이 풀리니 힘이 빠진다'고 말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서 힘없이 돌아선다. 자신에게 누군가가 다가옴에도 쳐다보지도 않은채 속으로 "제발 말 좀 걸지 마. 지금 너무 피곤해."라고 생각한다.

그때 자신에게 말을 걸려던 알레이시아의 친부모는 자신을 보고 놀라서 말을 걸지 못한다. 자신 역시 친부모를 보고 놀란다. 사실 에인젤이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하며 참석한 연회에 그녀의 친부모와, 클로디아 대공비의 친척들을 초대했던 것이었다.

덕분에 알레이시아는 연회장에서 친부모와 마주치게 된다. 당연히 알레이시아의 친부모는 그녀를 보자마자 놀라서 "네가 여길..."이라고 중얼거린다. 알레이시아도 자신에게 약을 먹여 바다에 버린 부모님과 몇 십년만에 블루 보헤안에서 재회하게 되자 경악한다. 이내 아버지가 자신의 팔을 붙잡고 돌려세워 "알레이시아? 너니?"라고 말하며 진짜 알레이시아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하지만, 속으로 "눈치 없는 부부 같으니라고! 못돼처먹었으면 눈치라도 있어야지!"라고 마구 욕을 퍼부으며, 그 팔을 뿌리치고 무슨 말이냐고 소리친다. 아버지는 다시 자신을 붙잡지만 재차 뿌리치며 그런 사람 아니라고 소리친다. 이로 인해 알레이시아의 정체가 드러난다. 게다가 이미 너무 큰 소리가 나 버린 바람에 몇몇 사람들이 자신들을 쳐다보기 시작한다.

얼굴을 가리는 모자를 눌러쓴 채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던 에인젤은 부하에게 눈짓하고, 이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에인젤의 부하가 진짜 클로디아 대공비의 친척에게 다가가 "아니, 저 사람들은 왜 대공비를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지? 대공비 이름이 알레이시아던가?"라고 말하며 은근슬쩍 분위기를 몰아간다. 진짜 클로디아 대공비의 친척들은 대공비가 요양차 다른 별장에 지내게 된 후 교류가 거의 없었던지라 어색하게 자기들끼리만 모여있었는데, 갑자기 대공비를 엉뚱한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이 나타나자 무슨 일인가 싶어 알레이시아 쪽으로 가본다.[48] 하지만 가서 보니 대공비라고 서 있는 사람은 대공비가 아닌 상황을 본 친척은 황당해서 "이분이 대공비 전하라고요? 내 친척과 많이 닮긴 했지만 전혀 다른 사람인데요?"라고 말한다. 이에 알레이시아의 부모는 "그쪽은 누굽니까?"라고 물어보고 친척도 망설임없이 대공비 전하의 친척이라고 대답한다. 이 상황에 당황해하며[49] 클로디아 대공을 찾지만 그는 블루 보헤안의 왕과 대화할 게 있어 다른 방으로 가있었기 때문에 아예 연회장 안에 없었다.

짧은 사이에 무언가 이상하단 걸 느낀 대공비의 친척이 "당신 누구야? 당신 누군데 대공비 전하인 척하고 있어?"라고 날카롭게 묻는다. 이로 인해 그간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 목소리가 너무 높고 커서 주위 사람들이 다 조용해지고, 평소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한 귀족이 놀라서 다가와 "무슨 소리예요? 이분이 대공비 전하인데."라고 말한다. 이에 "이상한 사람들이야. 무시해요."라고 상황을 무마시켜보려고 하지만 그 말에 자기들이 진짜 희한하게 취급되자 더욱 발끈한 친척이 다가온 그 귀족에게 "대공비 전하의 존함이 로코레드 말로노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그 귀족이 움찔해서 맞을 거라고 대답하자 대공비의 친척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로노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패를 꺼내 보여주며 "우리가 말로노 가문 사람들입니다. 대공비 전하께선 우리 가문의 방계셨고, 나와도 먼 친척 사이이지요."라고 본인들의 신분을 증명한다.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대공비의 다른 친척도 화가 나서 "대공비 전하와 결혼 후 왕래가 많진 않았지만, 성장할 때까지 함께 지내서 얼굴은 똑똑히 기억합니다. 당신은 전하와 많이 닮았지만 다른 사람이야!"라고 자신에게 항의하며 알레이시아가 가짜 클로디아 대공비임을 확인사살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부모 역시 무언가 이상하단 걸 알고서 자신을 붙잡았던 손을 내린다. 갑작스럽게 정체를 들키게 되자 등골이 쭈뼛해지고 목덜미가 서늘해하며, 아직 에르기와 진짜 클로디아 대공비가 입을 열 틈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냐며 혼란스러워한다.

상황을 지켜보던 블루 보헤안의 귀족, 정확히는 에인젤의 명령을 받고서 대기 중이던 귀족 하나가 이때다 싶어 알레이시아의 부모에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까 당신들이 대공비를 보면서 '알레이시아'라고 부르지 않았소? 당신들은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라고 물어본다. 이에 알레이시아의 부모가 흠칫하자[50] 에인젤의 또다른 부하가 "무척 친한 척 말을 걸던데."라고 말하며 연이어 바람을 넣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알레이시아의 아버지는 안 되겠다 싶어서 얼른 "그러니까! 바다에 몸을 던진 내 딸이 왜 여기에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우리 얼굴도 못 알아보다니."라고 거짓말을 한다. 알레이시아의 어머니도 재빨리 말을 받아 "우리를 못 알아보는 걸 보니 기억을 잃은 것 같은데, 왜 자신을 대공비라고 알고 있을까요?"라며 알레이시아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알레이시아의 아버지도 그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아이가 기억을 잃었나? 그렇더라도 당신들 중 하나라도 내 딸에게 대공비가 아니라 말해주었다면, 자신이 대공비라 알진 않았을텐데?"라고 중얼거린다.

부모가 또다시 자신을 버리면서 맞추기라도 한 듯 주고받는 이야기에 탈출구를 찾기 위해, 두 손으로 팔을 감싸고서 혼란에 가득 찬 두려운 얼굴로 "아들, 내 아들은 어디 있어요?"라고 외치기 시작한다. 자신의 얼굴에 난 화상 자국을 보이자 사람들은 알레이시아가 에르기를 구하기 위해 화재가 난 클로디아 대공의 저택에까지 뛰어들었단 걸 떠올리고, 이를 본 귀족 한 명이 멍하니 "세상에. 미쳐서 자기가 대공비라 생각하나 봐."라고 혼잣말을 한다. 혼잣말이라지만 제법 큰소리였는데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서 가장 그럴 듯하게 들렸고, 다른 귀족들도 이에 "그런건가?" 하고 혹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가짜 대공비라는 게 기정사실화 된다. 그러던 중 다른 귀족 한 명이 예리하게 "아니, 이 사람은 불 나기 전에도 자기가 대공비라고 했잖아? 그래 지금은 미쳐서 그렇다지만 대공은? 대공은 자기 아내 얼굴도 몰라? 이 여잘 처음 여기 데려온 것도 대공 아니었어?"라고 이상한 점을 지적하며 클로디아 대공도 함께 의심한다.

에인젤이 사람들을 구해준 일을 축하하기 위해 주최던 파티였지만, 이 소란에 다들 원래의 목적을 잊어버린지 오래였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파도를 탄 듯 여기저기서 작아졌다 커지길 반복한다. 그때, 에르기와 진짜 대공비와 관련해 블루 보헤안의 왕과 의논한 클로디아 대공이 연회장 안으로 막 들어선다. 평소처럼 무심한 얼굴로 안에 들어온 클로디아 대공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우르르 쏠리자, 흠칫해하며 멈춰서고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눈치챈다. 이에 자신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하염없이 에르기를 찾으면서, 가짜 대공비 행세가 클로디아 대공의 독단적인 행동인 척 그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운다.[51]

이 사건으로 인해 명예와 평판이 하루아침에 추락한 클로디아 대공은 알레이시아의 배신에 분노해 "알레이시아의 정체가 밝혀졌으니, 망신당한 채로 사는 것보다 모국을 떠나는게 더 낫다"며 외국으로 도주한다.

클로디아 대공이 먼저 연회장에서 떠난 뒤 홀로 남아 휴게실에서 부채를 부치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던 중, 부모님마저 알레이시아가 가짜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해온 걸 단번에 눈치채고, 자신에게 "부족함 없이 컸는데, 넌 항상 남의 것만 탐내는구나.", "우리를 부끄럽게 하다니."라고 일갈하며[52] 함께 크롬 공국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그 말에 부채를 내려놓고서 뻔뻔하게 "동대제국에서 있었던 일은 내 잘못이라 쳐요. 하지만 공국에선 아니지."라고 말하며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부정한다. 속으로까지 자신의 부모는 자신을 동대제국에서의 일로 혼낸 뒤 받아주었어야 했고 받아주지 않더라도 그냥 떠나게 두었어야지 자살을 위장해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랬다면 더 이상의 비극은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부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자기합리화로 일관한다. 생각을 마친 뒤 이번엔 자신이 부모를 버리기로 결심하자마자 두 손으로 머리를 막 헝클어대면서, "날 또 물에 떠밀려는 거야? 하지마! 그러지마! 난 내 아들을 지켜야 해!"라고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치며 기억을 잃고 미친 척을 한다. 이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휴게실에 들어와 자신과 부모를 떨어뜨려놓고 부모도 도망치듯 달아나자, 그 모습에 우선 "됐어. 여기까지 다시 쳐들어오진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안심한다. 크롬 공국에 돌아가는 순간 부모는 자신을 또 죽이려 들고도 남을테니 절대 따라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이들이니 아마 오늘 이후로 블루 보헤안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살 거라고 여김과 동시에 클로디아 대공이 에르기를 죽이려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진 않았을거라며 또다시 모든 책임을 클로디아 대공에게 전가한다.

3.10. 몰락

필사적으로 기억을 잃고 미친 척을 하며 연회장에서의 위기를 모면하고, 아침에 되어서야 마차를 타고 클로디아 대공의 저택으로 돌아온다. 이와중에 저택으로 돌아가 얼른 침대에 엎드려 쉬고 싶고 아로마 향을 뿌린 욕조에 들어가, 피로를 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했다는 걸 파악하지도 못하는 건 덤.[53]

그러나 클로디아 대공은 이미 알레이시아를 버리고 외국으로 도망친 뒤였다. 심지어 클로디아 대공은 본인에게 모든 걸 뒤집어 씌운 것에 대한 복수로 알레이시아를 저택에서 완전히 쫒아낸다. 평소라면 자신이 타고 간 마차를 보자마자 미리 대문을 열어둘 호위들이 문조차 열어주지 않은채 버티고 있고, 원래는 밤에도 등이 환하게 켜져있을 대공가의 저택에 모든 등이 다 꺼져있을 정도. 평소와는 다른 저택 분위기에 여기 왜 이러냐며 빨리 문 안 여냐고 소리친다. 자신과 함께 연회에 참석했던 시녀도 당장 문을 열라고 소리치지만, 호위는 클로디아 대공은 밤에 외국으로 떠났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제야 클로디아 대공이 자신을 버리고 혼자 외국으로 도주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속으로는 분노하면서도 알았으니 열라고 침착하게 지시하며 피곤하다고 말하지만, 호위는 "대공 전하께서 '가짜'가 찾아와도 절대 열지 말라 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아예 대놓고 자신을 박대하기까지 한다.

그 말에 기가 막혀서 뭐라고 말하려고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하녀 한명이 다가와, 자신의 여행가방을 문 앞에 내놓고 호위가 그 가방을 자신에게 건넨다. 입 밖으로 욕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고 가방을 열어보지만, 당연히 그 가방 안에는 앞으로 먹고살만한 돈이나 옷, 보석은 커녕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가짜 대공비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하루아침에 제대로 된 신분도 사라지고, 재산도 없는 채 쫒겨난 상황에 기가 막혀하며 웃음을 흘린다. 이내 가방을 움켜쥐고서 속으로 "이 개새끼.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라고 클로디아 대공의 배신에 분노를 표출하며 돌아선다. 덩달아 저택에서 쫓겨나게 된 시녀는 이젠 어떻게 하냐고 걱정한다.[54] 이에 "어쩌긴. 도망간 놈 멱살을 잡고 도로 끌고 들어와야지."라고 대꾸한다.

곧장 민가로 가, 어느 집에 도착한다. 문을 두드리자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오고, 남자는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듯 의아해하면서도 경계한다. '릭'이라는 남자를 찾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은 후, 지금 배가 침몰한 일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데 알고 있냐고 묻는다. 이에 릭이 수긍하자, 조사받을 때, 자신이 에르기를 구하라고 의뢰한 걸 솔직히 말하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릭은 지금 선원 몇 명이 배를 침몰시키고 다른 선원들을 일부로 재운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데 최대한 입을 다무는게 좋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그와 동시에 이 와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한 패로 몰릴 수도 있다고 걱정하며 자신을 '대공비'라고 말하려다가 말을 얼버무린다. 잠시 움찔했으나, 아무 것도 모른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수상한 돈을 받은 정황만 나온다면 더 의심받을거라고 설득한다. 그 말에 릭은 돈을 받은 걸 어떻게 알겠냐고 반문한다. 이에 자신이 선수금으로 준 보석이 대공가의 저택에서 나왔다고 반박하고서 배를 침몰시킨 건 그 선원들이 맞으며, 이는 클로디아 대공의 지시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에 시녀와 릭은 동시에 놀라서 자신을 쳐다본다. 웃으면서 '알레이시아가 수상한 기미를 눈치채고 에르기 공작을 구하기 위해서, 선원에게 부탁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지시하며, 이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알레이시아가 가짜 클로디아 대공비라는 소식이 퍼지고, 에인젤에 의해 클로디아 대공이 아들 에르기를 사고사로 가장해 살해하려 했다는 사실마저 폭로되면서 블루 보헤안 전체가 발칵 뒤집힌다. 결국 블루 보헤안의 왕[55]마저 분노해[56] 클로디아 대공과 알레이시아를 잡아오라고 명령하고, 이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수도에 머무르고 있던 알레이시아는 바로 투옥된다. 하지만 클로디아 대공이 외국으로 달아난 상황에서 알레이시아만 체포되자, 대중에게는 대공이 주범인데 만만한 사람만 잡아넣는다고 인식되어 알레이시아에 대한 동정과 클로디아 대공 및 왕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결국 왕이 알레이시아를 감옥에서 빼내주면서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블루 보헤안의 왕과 시림 왕제[57]는 어떻게든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클로디아 대공은 추방시키고 유폐하는 대신 사람들에게 동정받는 에르기를 감싸안는다.[58] 애초에 왕실과 어떤 인척관계도 없던 알레이시아는 가차없이 외면하는 건 덤. 이로 인해 모두에게 버림받아 완전히 무일푼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59] 시림 왕제의 말대로 이미 옛저녁에 동대제국에서 추방당한데다 가짜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가 만천하에 밝혀져 귀족으로도 돌아갈 수 없을테니, 정황상 범죄자로 전락해 돈 한 푼도 없는 채 남은 평생을 손가락질 당하며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60]


[1] 이 두려움은 전혀 다른 의미로 적중해, 라스타는 알레이시아보다 더욱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만다.[2] 당시 나비에는 큰 행사를 앞두고 체중 조절을 혹독하게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3] 그도 그럴게 황태자비가 불임이라는 게 알려질 경우, 당연히 황실 측에서 파혼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황태자비가 곧 차기 황후임을 감안하면, 황후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가 후계자의 생산인데 불임인 황태자비를 그대로 황후로 올릴리가 없다.[4] 소비에슈는 이 일을 계기로 두고두고 나비에가 불임이 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이후 라스타가 자신의 정부가 되자마자 바로 임신하자 나비에의 불임을 확신하고, 라스타의 아기를 적통으로 만들기 위해 나비에와 이혼하고 라스타를 새 황후로 맞이한다. 즉, 소비에슈에게 나비에를 내칠 명분을 준 셈. 하지만 훗날 나비에가 하인리와 재혼한지 얼마 안 있어 불임을 치료할 수 있는 침대로 인해 임신할 수 있게 된 걸 생각하면 소비에슈의 행동은 말 그대로 헛짓거리였다.[5] 별원 안에 진짜 클로디아 대공비인 에르기의 친모가 있었다.[스포일러] 외전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이는 알레이시아의 악행으로,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의 인생을 망친 사건이었다. 당연히 이 사건은 '용서'라는 말조차 내뱉어서는 안 되는 매우 악질적인 악행이었다. 알레이시아의 극한의 이기주의적인 사고관과 뻔뻔한 태도, 후안무치함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7] 무도회 중앙에서 춤을 추는 알레이시아를 오시스 3세가 대놓고 웃으면서 쳐다봤다. 무도회에 참석한 귀부인들과 오시스 3세의 정부인 소피아 백작부인까지 그 모습을 보고, 오시스 3세가 알레이시아를 또 다른 정부로 삼을 것을 예감한다. 또한 이로 인해 그들 모두 오시스 3세와 함께 앉아있던 소비에슈의 어머니인 선대 황후를 안타까워하며 동정한다.[8] 오시스 3세는 악마와 거래해서 아름다움과 능력을 얻었고, 그와 눈이 마주치는 여자들은 모두 심장을 빼앗긴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시스 3세를 두고 '악마와 거래한 황제'라고 떠들어댔다고.[9] 실제 역사에서도 선왕의 총애를 받은 애첩이나 후궁들이 그 뒤를 이어 즉위한 후대 왕(당연히 후궁 소생이 아니라 정실 소생의 적자)에게 쫒겨나거나 최악의 경우엔 처형당하는 건 동서고금으로 흔한 일이었다. 어느 정도 법적인 보호망은 있었던 후궁과 달리 아무런 법적 보호망이 없는 정부가 후대 왕에게 잘못 보이면 어떻게 될 수 있을지는 뻔한 일.[10] 알레이시아의 추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소비에슈는 알레이시아를 죽이지도 않고 감옥에 가두지도 않았지만 누명을 씌워 동대제국에서 추방시키고, 친가족들에게마저 버림받게 만들고, 이후 해적의 하녀로 살게 만드는 등, 죽느니만 못한 신세로 만들었다.[11] 자세히 보면 알레이시아가 소비에슈에게 반말을 하는 걸 알 수 있다. 아무리 왕의 총애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일개 귀족 영애가 별로 친하지도 않은 황태자에게 반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례한 행동이다.[12] 문자 그대로 완전히 정신나간 짓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알레이시아는 황제의 일개 정부에 불과한 주제에, 신분이 천지차이인 황후와 황태자를 능멸하는 대역죄를 저지른 셈이다. 동아시아였다면 역모죄나 다름없는 말이다.[13] 후궁이라도 국왕과 공식적인 부부관계로 인정되고 어느정도 대우받는 동양 왕실에서도 후궁과 자녀들의 상하관계가 명확한데, 정부는 무조건 내연녀로 취급한 서양 왕실에서 황태자에게 악담을 퍼붓는 건 죽여달라고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14] 작중에서의 모습만 보면 오시스 3세는 알레이시아를 꽤 총애했는데, 정작 그녀가 누명을 쓰고 쫒겨났을 때 옹호해줬다는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아마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알레이시아와는 달리 오시스 3세는 그녀를 일개 정부로만 생각했거나, 알레이시아를 사랑했긴 했지만 황후와 황태자를 위협한 그녀의 만행을 결코 용서하지 못해 이런 처분을 내렸는지도 모른다.[15]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명백한 거짓말이다. 이미 알레이시아는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황태자인 소비에슈는 물론, 선대 황후에게까지 폭언을 내뱉고 비웃은 전적이 있다.[16] 알레이시아가 끝까지 소비에슈와 선대 황후에게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외면하기만 하며 자기합리화만 일삼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17] 칼처럼 매섭고 차가운 성정의 소유자라 해적들을 붙잡은 족족 목을 매달아 처형한다고 한다.[18] 물론 아내 있는 왕족들이 다 양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작중 소비에슈의 행적을 보면 소비에슈 한정으로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아내가 있는 황제"였던 오시스 3세의 정부였던 시절, 황제의 정부가 된 걸 즐겼던 과거가 있는 알레이시아는 이딴 생각을 할 처지가 결코 아니다.[19] 그야말로 말 그대로 적반하장 격인 망언이다. 애초에 소비에슈가 알레이시아에게 낙태약 쿠키 사건의 누명을 씌운 이유는 알레이시아 본인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황제의 일개 정부 따위가 감히 황태자와 황후를 의도적으로 대놓고 모욕하고 능멸하는 "매우 중대한 반역죄 겸 역모죄 겸 황족 모독죄 겸 황실 능멸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부지한 것은 그야말로 가히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20] 클로디아 왕제비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먼 친척 집에서 지내다가, 나중에는 시골 별장에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클로디아 왕제비는 몸이 너무 약했던 탓에 요양 겸 사람도 피할 겸 사교계에 데뷔조차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중 클로디아 왕제가 일 때문에 근처로 왔다가 비를 피해 왕제비의 별장에 가게 됐고, 이러한 인연 덕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이후에 왕제비도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으로 옮겨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택으로 온 이후 클로디아 왕제비는 더욱 몸이 약해졌고, 애초에 사람 만나기를 싫어했다보니 저택 안에서 조용히 살았다고 한다. 사실 클로디아 왕제비는 결혼식 직후에는 지금만큼 몸이 약한 건 아니었으나, 젊고 건강한 동생을 견제했던 블루 보헤안의 왕은 왕제비가 병약하고 가문도 한미한 걸 오히려 마음에 들어해 이 상황을 방치해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클로디아 왕제비는 정말로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되어버리고, 저택 밖은 커녕 방 밖으로 나오기조차 힘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그 즈음에 블루 보헤안의 왕비와 왕이 크게 다투고, 화가 난 왕비가 모국으로 돌아가버리면서 문제가 터지게 되었다. 왕비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이 사교계를 이끌어야하는데 당시 왕자와 공주는 사교계 데뷔는 커녕, 사교계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였기에 그 다음 순서인 클로디아 왕제비가 사교계를 이끌어야했다. 하지만 클로디아 왕제비는 저택에 틀어박혀 밖에 나오지 않은 바람에 사교계는 몇 년간 거의 방치되었다. 이로 인해 감히 왕비에게 화를 낼 수 없었던 귀족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데다, 힘이 되어줄 친정이 없는 왕제비에게 불만을 표출했다고.[21] 상술했듯이 애초에 알레이시아가 소비에슈에 의해 낙태약 쿠키 사건의 누명을 쓰고 동대제국에서 추방된 건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황제의 총애만 믿고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며 처신을 등한시하고 뻔뻔한 태도로 굴었기에 스스로 자초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뻔뻔하게 오시스 3세의 정부가 된 것을 매우 즐기기까지 했던 건 덤.[22] 정황상 하인리를 좋아했던 크리스타가 워턴 3세와의 결혼을 앞두었을 때 왕세자비가 되기 싫다며 울고불고 난리쳤기 때문으로 추정. 그로 인해 즈멘시아 노공작이 하인리를 안 좋게 보게 된 듯 하다.[23] 더욱 큰 문제는 알레이시아가 이런 망언을 내뱉은 이유가 다시 맛본 귀족 생활에 심취해 계속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거다. 즉, 순전히 자신의 욕심을 위해 타인의 명예와 신분을 능멸하는 죄를 저지른 것. 더군다나 그 귀족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순전히 본인이 자초했다는 게 더욱 큰 문제다. 가장 큰 쟁점은 알레이시아는 이미 동대제국에서 황족 모독죄 및 황실 능멸죄를 저질러서 추방되기까지 했다는 전적이 있다는 것이다. 즉, 이미 비슷한 경험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은 커녕 전혀 태도가 달라지지 않은 것. 알레이시아의 추악한 본성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24] 예전에 알레이시아는 에르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동대제국 황실이 얼마나 화려하고 아름다운지, 하루에 금과 은을 장난감처럼 얼마나 쏟아내는지 등, 동대제국 황실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25] 그야말로 적반하장 수준을 넘어선 망언. 자신의 친어머니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생판 타인이 어머니의 대역을 하고 다니는 걸 받아들일 사람 따위는 없다. 애초에 에르기와의 관계가 틀어진 이유는 알레이시아 본인이 자초한 짓이라는 걸 따져보면, 알레이시아는 결코 이딴 망언을 지껄일 처지가 아니다. 알레이시아는 순전히 자신의 욕심을 위해 이런 정신나간 망언을 지껄였다. 문자 그대로 적반하장격의 화풀이인 셈.[26] 자세히 보면 소비에슈 때와 마찬가지로 알레이시아가 에르기에게 대놓고 반말을 지껄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르기는 클로디아 왕제의 하나뿐인 아들이자 적자인 블루 보헤안의 왕족인 반면에, 알레이시아는 손님이라곤 해도 엄연히 해적의 하녀이고 그 실체는 동대제국에서 추방당하기까지 한 죄인이다. 한마디로 신분도 불분명한 평민이 왕족에게 반말을 하는 예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저지른 것.[27] 아이러니하게도 알레이시아가 내뱉은 이 정신나간 망언은 파랑새 사건 당시, 라스타가 나비에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고 책임을 전가하며 내뱉은 망언과 유사하다.[28] 매우 의미심장하게도 알레이시아가 저지른 만행이 다름아닌, 라스타의 결혼식 날 퍼레이드에서 서왕국의 왕비 신분으로 결혼식에 참석한 나비에를 대놓고 냉대하던 동대제국 평민들의 태도와 매우 유사하다. 에르기는 당시, 나비에에게 동대제국 평민들의 태도를 지적하며 알레이시아의 만행을 언급한 바 있다.[29] 이 인형은 클로디아 왕제비가 휠체어에 앉을 때, 에르기가 늘 데리고 있어 달라며 클로디아 왕제비에게 만들어준 인형이였다. 당시 에르기는 어설프게 천을 꼬아 만들었다고.[30] 정황상 알레이시아가 일부로 인형의 위치를 바꿔놓은 것으로 추정된다.[31] 이 발언이 매우 의미심장한데, 보통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어머니라면 "아이의 상태부터 봐달라", "아이를 살려달라"라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게 정상이다. 즉, 알레이시아가 진짜 클로디아 왕제비이자 에르기의 친모가 아님이 은연중에 드러난 셈.[32] 이때 에르기가 안고 있던 인형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데, 인형이 히죽 웃고 있는 소름끼치는 장면이 연출된다.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에 대한 알레이시아의 속마음이 묘사된 것으로 보인다.[33] 이 과정에서 히죽 웃고 있던 인형이 사람들의 발에 밟혔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34]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의 고용인들은 즈멘시아 공작부인이 챙겨가는 알레이시아가 진짜 왕제비가 아니라는 것도,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의 묵인 하에 왕제비 흉내를 내고 있단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사람은 마님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진실을 밝히면 클로디아 왕제의 명예가 실추되는데다, 고용인인 입장으로서는 클로디아 왕제가 진실을 지킬지 명예를 지킬지 짐작하기 어려웠다고.[35] 애초에 알레이시아가 며칠 동안이나 클로디아 왕제비의 대역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클로디아 왕제가 독단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 블루 보헤안의 왕이 며칠씩이나 모른 척 눈감아주고 있었던 상황이였기에 가능한 일이였으니, 클로디아 왕제로서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웠다.[36] 이때 심부름꾼은 클로디아 왕제에게 보고하면서도 알레이시아의 부상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하지 못했는데, 사실 이 심부름꾼은 당시 즈멘시아 공작부인이 바로 알레이시아를 챙겨 떠나버린 바람에, 알레이시아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37] 하인리는 에르기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해 듣고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의 저택에 불을 질렀다는 사실을 사실상 눈치챘다.[38] 알레이시아의 치밀함이 드러난 부분. 알레이시아는 스스로 자작극을 벌여 "아이를 구하려다 크게 다친 왕제비"의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서 클로디아 왕제로 하여금 알레이시아를 내쫓을 경우, 사람들이 "클로디아 왕제는 아내가 얼굴에 화상을 입으니 아내를 버렸다"고 클로디아 왕제를 비난하게 만들 상황을 제공해, 클로디아 왕제가 함부로 알레이시아를 내쫓지 못하도록 만듦과 동시에 클로디아 왕제에게 입막음을 시켰다. 에르기의 경우에는 입막음은 물론 에르기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는 빚을 지웠다. 뜻밖에도 알레이시아에게는 행운이 있었는데, 하필 알레이시아를 목격한 사람들 중 서왕국의 즈멘시아 공작부인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비의 대역을 하고 있는 상황을 묵인하고 있었던 블루 보헤안의 왕마저도 진실이 밝혀질 경우 서왕국과의 외교 문제나, 블루 보헤안의 위신 추락, 왕실에 대한 비난 여론을 우려했기에,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왕제비"로 둔갑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설령 진짜 클로디아 왕제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들, 이미 알레이시아는 진짜 클로디아 왕제비를 해적 포로로 둔갑시켰고, 자작극을 벌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클로디아 왕제비"라고 인식시켜놓았기에 사람들은 진짜 클로디아 왕제비를 해적 포로로 생각했을게 뻔했을터라 소용이 없었다. 즉, 알레이시아는 진짜 클로디아 왕제비마저도 절대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39] 그야말로 적반하장 수준을 넘어선 망언이다. 알레이시아는 순전히 자신의 추악한 욕심을 위해 에르기의 가정을 파탄내고, 에르기의 친어머니인 클로디아 왕제비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매우 악질적인 악행을 저질렀다. 그래놓고 도리어 뻔뻔하게 자기가 클로디아 왕제비인 마냥 행동하고, 뻔뻔하게 에르기를 "아들"이라고 부르는 것. 심지어 일말의 죄책감이나 죄의식 따위는 아예 보이지조차도 않는 건 덤이다. 아예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실격인 알레이시아의 극한의 이기주의적인 사고관과 뻔뻔한 태도, 후안무치함, 추악한 본성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단적인 대사.[40]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악행을 저지른 바람에, 에르기는 어머니의 인생이 망가진 책임을 동대제국 황실과 소비에슈에게로만 돌려 원한을 품고 복수를 계획했고, 라스타를 이용해 동대제국 황실의 명예와 위신, 소비에슈를 망가트리는 최악의 복수귀로 타락했다. 그러나 에르기가 저지른 악행은 한 나라의 황실과 황제를 망가뜨린 국가내란죄 겸 황실 능멸죄 겸 반역죄였다. 거기다가 그 복수극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졌으니 실상은 에르기도 알레이시아와 다를바가 없는 악랄한 인간이다.[41] 적반하장 격인 망언이다. 알레이시아는 건강 문제로 저택에 칩거하던 클로디아 대공비를 아예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심지어 세상에 '없는 사람' 취급당하게 만들기까지 한 장본인이다. 당연히 에르기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진짜 클로디아 대공비인 어머니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어할 수 밖에 없다.[42] 이 발언으로 보아 이 시녀는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한다는 것, 진짜 클로디아 대공비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43] 말 그대로 적반하장 그 자체인 망언이다.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의 저택에 화재를 내고 에르기를 구하는 자작극을 벌인 건 '클로디아 대공비의 대역으로 살며 호의호식을 누리고 싶다'는, 순전히 본인의 추악한 욕심을 위해 저지른 짓이었다. 이 화재 사건 때문에 클로디아 대공비는 정실부인임에도 별채에 감금되다시피 살아야하는 것도 모자라 세상에 '없는 사람' 취급당했다. 에르기는 알레이시아가 벌인 자작극으로 '생명의 은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불명예를 지면서 복수조차 하지 못했는데다, 매우 어처구니없게도 알레이시아가 대외적으론 클로디아 대공비'가 되어버렸다. 에르기의 가정이 파탄난 건 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알레이시아 본인은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대해 "은혜"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알레이시아의 추악한 본성이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난 단적인 대사.[44] 에르기가 에인젤에게 접촉했다는 것, 에인젤은 서대제국의 비밀에 관해 듣고 싶다며 조건을 내걸었고, 에르기는 그 조건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 이를 알아야 할 듯 해서 보낸다는 내용이였다. 이에 대해 '다른 연합에 속해있지만 완전히 멀어지고 싶지 않다', '서대제국과 척을 지는게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긴다'는 이유를 댔다.[45] 아이러니하게도, 나비에의 남편인 하인리는 알레이시아가 클로디아 대공비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즉, 알레이시아는 자신의 정체를 아는 사람의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 셈.[46] 실종되었다고 알려져있었을 뿐, 사실은 하인리가 보낸 새대가리 일족 사람들에게 구출되었다.[47] 다르타는 극도로 희귀한 치유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였기에, 에인젤은 그녀를 포섭하기 위해 매우 공을 들였다. 그런 다르타가, 클로디아 대공이 일으킨 선박 사고에 휘말려 실종되었다고 알려졌으니,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48] 이참에 대공비와 말을 잘 섞어서 이전의 어색한 분위기를 털고 싶단 욕망도 있었다고 한다.[49] 진짜 클로디아 대공비는 친척들과 교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클로디아 대공과의 결혼식 이전에도 친척들과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50] 이들은 자신들의 명예를 위해 딸 알레이시아를 바다에 버리고 죽었다고 거짓말 할 정도로 체면을 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였다. 그런데 자신들이 버린 딸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사건에 엮여 있는 듯 보이자 미쳐버릴 것 같아한다.[51] 문제는 이게 여러가지로 축약됐지만 엄연히 사실이라는 것.[52] 딸이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바다에 내다버린 알레이시아의 부모도 정상은 아니지만, 알레이시아의 작중 행적을 볼 때 "남의 것만 탐낸다"는 이 말만큼은 정확하다.[53] 블루 보헤안의 거의 모든 귀족들과 국왕에게까지 자신의 정체가 들켜 목숨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알레이시아가 상황 파악은 커녕 주제 파악조차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54] 이 시녀는 귀족이라고는 하지만 영지가 없는 자작의 여섯째 딸로 부유하지도 않고 작위 계승권도 없었다고 한다. 이후 표면적으로 대공비인 알레이시아의 시녀가 되면서 팔자가 핀 줄 알았으나, 정작 알레이시아가 몰락하자 자신도 최측근으로 여겨져 덩달아 쫓겨나게 된 것.[55] 클로디아 대공의 조카이자 에르기의 사촌.[56] 이미 라스타와 관련된 에르기가 벌인 짓으로 동대제국과 사이가 틀어져 이가 갈리는데, 이젠 그 아버지까지 왕실을 수치스럽게 만들자 친척이고 뭐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한다.[57] 블루 보헤안 왕의 여동생이자 에르기의 또다른 사촌.[58] 시림 왕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가짜를 용서해주는 게 아니라 클로디아 대공을 벌주는 거라고 조언하고 블루 보헤안의 왕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숙부인 클로디아 대공을 버리면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도 잠깐이고 또다시 숙부를 버린 박정한 패륜아라며 자신을 비난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고민에 빠진다. 이에 시림 왕제는 이전부터 알레이시아가 가짜 대공비라고 주장한 에르기에 대한 동정여론이 강해지고 있으니, 클로디아 대공을 버리는 대신 에르기를 끌어안으면, 왕에게 혈육의 정이 없다 말하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고 여론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59] 시림 왕제의 언급에 의하면 알레이시아가 가엾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말만 그렇게 할 뿐, 자기 돈을 내가면서 알레이시아를 챙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어차피 풀어줘도 알레이시아는 귀족으로 돌아올 수도 없을 것이라 그냥 내버려두어도 된다고.[60] 클로디아 대공 역시 왕족으로서의 지위마저 빼앗긴 채 추방되고 유폐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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