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 |
1. 개요
Piano Concerto in A minor, Op.54로베르트 슈만이 1845년에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초연은 슈만의 아내이자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슈만 그리고 페르디난트 힐러(Ferdinand Hiller)[1]의 지휘로 1845년 12월 4일 드레스덴에서 이루어졌다.[2] 이 곡은 그의 생애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낭만 시대를 관통하는 걸작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명곡이다. 총 3악장 구성이고, 2악장과 3악장은 쉼없이 이어서 연주한다. 이 곡의 원본은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 (1841년 작곡)으로 이를 1악장으로 사용하여 1845년에 2악장, 3악장을 추가하여 완성한 것이 바로 이 협주곡이다.[3]
IMSLP 링크
2. 특징
당대의 화려한 기교의 피아노만을 앞세운 다른 피아노 협주곡들과 달리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를 통한 아름다운 음색을 추구했다는 것이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이다.[4] 따라서 곡 전체에서 독주 악기와 관현악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곡 전체를 관통하는 1악장의 제1주제도 인상적인데, 다양한 변형으로 각 악장에서 등장하는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슈만 특유의 서정적이고 시적인 다수 피아노 독주곡들과는 달리, 1,3악장은 장중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피아노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는 작품으로 낭만주의 피아노 협주곡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슈만의 피아노 곡들이 대부분 그렇듯 난이도 또한 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또한 곡 안에서 클라라의 영향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슈만은 곡 전반에 걸쳐서 클라라를 향한 그의 내적 세계를 표현한다. 애초에 이 곡을 작곡할 수 있었던 것도 클라라의 덕분이었다. 슈만은 매우 소심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협주곡을 쉽게 작곡해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슈만을 클라라는 항상 격려해주었고, 덕분에 슈만은 곡을 무사히 완성해낼 수 있었다.
3. 구성
I. Allegro affettuoso (A minor)서주를 포함한 소나타 형식. 본래 환상곡을 의도하고 만들어진 악장인 연유로, 환상곡 특유의 조울증과 같은 감정 변화가 다이나믹하면서도,[5] 곡 전체에서 어느 한 부분을 뽑아내도 시적인, 보석과도 같은 악장이다. 오케스트라의 강한 화음에 이어지며 독주 피아노가 리드미컬하게 고음에서 저음으로 연착륙하는 듯한 서주에 이어, 오보에가 서정적이고 구슬픈 제1주제를 제시한다.
II. Intermezzo. Andantino grazioso (F major)[6]
3부 형식.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1악장과 3악장 사이의 간주곡과 같은 느낌의 짧은 악장이다. 첼로와 피아노를 전공하였고 시와 가곡을 좋아했던 슈만답게, 피아노와 첼로가 두드러지면서 목가와도 같이 낭만적인 악장이다. 제1부는 꿈결을 거닐며 노래하는 듯한 피아노가 사뿐사뿐 악장을 시작한다. 중간부는 약 17분부터 시작되는데, 첼로가 굉장히 풍부한 선율을 연주하면 이를 피아노가 받아들이듯이 대화하며 곡이 진행된다. 1부의 어린아이와도 같은 천진난만함에 대비되어, 중간부는 성숙한, 명상적인 낭만성을 보인다. 이후, 제1부가 재현되고(19분 15초), 곡이 꺼져가듯이 끝나갈 듯 하다가 이내 멀리서 아득히 들려오는, 희망과 성취, 목표에의 도달을 암시하는 듯한 소리에 피아노가 서서히 각성하며(20분 50초), 쉼없이 3악장으로 이어진다.
III. Allegro vivace (A major)[7][8])
소나타 형식.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비상하는 연어의 기상이 담겨있는 악장이다. 폭포를 향해 비상하는 듯한 강렬하고 기백 넘치는 제1주제가 피아노를 통하여 제시된다. 화음으로 묵직하게 전곡의 마지막 부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교향적 연습곡과 닮아 있고, 상행 음렬을 활용하여 마지막 악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자신의 교향곡 1번과도 닮아 있다. 1악장에서의 길고 장황했던 감정의 방황과, 2악장에서 차분하게 정리하고 가다듬었던 감정을, 한번에 폭발시키면서 분위기를 일순 전환하는 슈만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주제이다. 제2주제는 약 22분 20초부터 조용히 약동하는 리듬의 현악기로부터 우아하게 제시된다. 전개부는 약 23분 28초부터 제1주제가 오케스트라의 총주로부터 제시되며 시작된다. 약 25분 44초부터 호른과 목관군이 멀리서 아득히 제1주제 선율을 연주하면서, 뒤따라 오는 연어들의 기세에, 앞서 가는 연어가 사기충천하여 폭포를 거슬로 올라가는 기백이, D장조로 전조되어, 이전보다 더 힘있게 오케스트라의 투티로 재현된다 (25분 53초). 처음 주제의 제시는 피아노 홀로 고군분투인 반면, 지금의 재현에서는 오케스트라가 가세하게 해서 위 아 더 월드의 포스가 더해진다. 26분 33초 경에 제2주제 또한 재현되고, 제시부에서 전개부로 넘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 제1주제를 연주하면서 전곡은 270마디에 달하는 장대한 종결구로 치닫는다 (27분 52초). 긴 종결구는 교향적 연습곡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슈만 음악의 특징 중의 하나로, 특히 이 곡에서는 곡이 끝나가는 것이 아쉽게 하는 절박함과, 마지막에 다다른 듯한 환희가 함께 어우러져
4. 편성
독주 피아노목관 : 플룻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금관 : 호른 2, 트럼펫 2
타악기 : 팀파니
현악 5부
5. 여담
- 사실, 슈만은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피아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면 피아노 독주곡을,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면 관현악곡을 작곡하면 그만이지, 왜 굳이 둘을 합쳐서 작곡해야 하는지, 이도저도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로 만들어진, 단 하나뿐인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낭만파 시대 대표적인 피아노 협주곡의 하나이다...
결국 될 사람은 된다.
-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하나뿐이지만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단악장의 연주회용 작품이 두 개가 있다. 작품번호 92 서주와 알레그로 아파시오나토와 작품번호 134 서주와 연주회용 알레그로인데 둘 모두 서정성이 가득한 좋은 작품이다.
- 워낙 명곡이고 인기곡이라 음반사에 길이 남은 명연, 명반들이 많은데, 특이하게도 과거 LP시대부터 유독 그리그의 A단조 피아노 협주곡과 A,B면에 사이좋게 수록되어 발매되는 일이 잦았다.[9] 사실 두 협주곡은 각각 30분 남짓의 LP 한 면을 채우기에 적당한 길이인 점, 동일한 조성(A단조), 차갑고 격동적이면서도 동시에 서정성이 넘치는 낭만적 분위기, 해당 작곡가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점 등 유사점이 많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오늘날에도 2악장 이후 두 곡을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듯.
- 울트라 세븐의 최종화에서 주인공 모로보시 단이 지구에서의 오랜 싸움으로 몸도 성치 않은 상황에서 유리 안느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뒤 울트라 경비대의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변신할 때, 그리고 쌍두괴수 판돈과의 최후의 결전을 벌이고 빛의 나라로 돌아갈 때 이 피아노 협주곡이 쓰였는데, 이것이 시리즈 역사상 손에 꼽히는 희대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10]
[1]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Ferdinand Hiller에게 헌정되었다.[2] 일부 자료에서는 1846년 1월 1일 라이프치히에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멘델스존 지휘로 초연되었다고 나와있지만 1845년 초연이 맞고 라이프치히에서의 연주는 재공연이다.[3] 멘델스존의 협주곡에 자극을 받아 작곡을 했다고 한다.[4] 마치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들을 연상케 한다.[5] 비슷한 예로, 슈베르트의 환상곡 또한 감정이 자주 심하게 격변하다.[6] 첨부 영상 기준 15분 30초부터[7] 첨부 영상 기준 21분 23초부터[8] 다만, 2악장과 3악장이 이어서 연주되어야 효과가 극대화되므로, 2악장부터, 시간이 모자라다면 3부(19분 15초)부터 들으면 더욱 좋다.[9] 이 곡의 대표적인 명연으로 손꼽히는 레온 플라이셔/조지 셸, 라두 루푸/앙드레 프레빈, 크리스티안 짐머만/허버트 폰 카라얀, 머레이 페라이어/콜린 데이비스 등이 모두 그리그 피협과 한 음반으로 실려 나왔다.[10] 해당 회차에 삽입된 음반. 디누 리파티 연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