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아는 오로라를 비롯한 우주 식민지 가운데서 마지막으로 개척된 행성이다. 다른 우주 식민지들처럼 이곳도 로봇이 인간을 보조하는 사회인데, 특이한 점은 로봇이 무지하게 많다는 점이다. 정확하게는 인간 대 로봇 비율이 1대 수천에 달한다.[1] 로봇이 널리 쓰이기 때문에 우주 식민지 중에서도 가장 발달된 로봇을 생산하는 행성이다.
솔라리아는 인간 대 로봇 비율이 극단적으로 되어서 한 명의 인간을 수천, 수만명의 로봇이 받들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각 개인이 수많은 로봇을 소유하고, 로봇들의 생산물에 의지하여 별다른 노동없이 생활을 영위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극단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사회이다. 심지어 일라이저 베일리가 잠시 방문했을 때 그 한 명만을 위한 로봇들과 건물을 마련했을 정도. 그가 떠나고서 그 로봇들과 건물들은 폐기되었다.[2]
이렇게 된 것은 본래 솔라리아가 애초에 오로라 인들의 '휴양지'로서 개척되었기 때문이다. 무인 혹성을 오로라 인들이 와서 조금씩 개척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휴양지로 하다보니 듬성듬성 만들고 물자 생산용, 물자 가공용 로봇만 듬성듬성 뿌려놓았다. 그대로 놔두었다면 행성이 점차 번성하면서 도시가 생기는 등의 변화가 생겼겠지만, 발달된 로봇 기술을 무기로, 이런 개인 중심적 생활 양상을 인정받고 유지하게 된다.
솔라리아 사람의 개인 점유 토지는 매우 넓어서 거의 한 '나라'나 한 '지방'에 필적한다. 그리고 서로의 영토를 침범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 결혼을 하려고 배우자와 만나는 잠깐 동안을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서로를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솔라리아 사람은 인간이라고는 없는 곳에서 거의 일평생동안 로봇 하인들에게만 둘러싸여 살아간다. 소수의 인간 영주가 로봇 농노들에게 부양을 받는 봉건제 국가라고 할 수 있을듯. 작중에서는 고대 스파르타에 비유를 한다. 스파르타에서는 소수의 스파르타인이 수많은 노예를 거느렸고, 솔라리아에서는 소수의 인간이 수많은 로봇을 거느린다는 것. 다만 스파르타에서는 그 사회 유지를 위해[3] 스파르타인이 강력한 전사가 되어야 했지만, 솔라리아에서는 로봇이 로봇 공학 3원칙에 묶여있기 때문에 인간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차이라고 한다. 다만 골란 트레비스가 방문한 시점에 권력은 가지고 있다. 장원의 에너지 공급을 유일한 주인인 인간 한 사람의 생체가 책임지기 때문에 로봇의 가동도 그 인간에게 달렸다.
이렇듯 극단적으로 개인주의적인 솔라리아 사람의 삶은 거의 개인만 있고 사회는 없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이다. 너무 이렇게 살다보니 다들 사회성이 퇴화해버렸으며[4] 모든 사람이 히키코모리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과언이 아닌 게, 이 사람들은 다들 홀로그램으로 대화하고 실제 면대면으로 대화하는 일이 없다. 일라이저 베일리가 지구에서 하던 버릇대로 면대면 방문을 하자 하나같이 끔찍하게 거북스러워하며 질색을 한다.[5] 그리고 결정적으로 로봇 시리즈에서 솔라리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마지막에 흑막[6]이....[7]
살인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사회인지라[8] 솔라리아 역사상 유일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가 없어서,[9] 오로라에 부탁을 하여 지구인 형사 일라이저 베일리를 불러와야 했다.[10]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로봇과 지구에서는 솔라리아는 고립주의를 채택.[11] 엄청나게 오랜 시간동안 우주의 역사와는 완전히 단절되었다. 이제는 아주 행성 자체가 히키코모리.
파운데이션 시리즈에 이르러서는 결국 서로 만나는 것조차 싫어하던 솔라리아인들이 아예 자웅동체로 스스로를 개조하고,[12] 다소의 초능력을[13] 지니게 되어 자칭 전인(全人)이라는 새로운 생명체로 변해버렸다.[14]
파운데이션과 지구는 주인공 골란 트레비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은하계의 운명을 건 자신의 선택을 두고 고심하다가, 인류라는 단일 집단 내부의 문제를 다루는 심리역사학만으로는 감당 못할 위협이 인류 외부로부터 닥칠지 모른다는 변수를 아주 문득 깨닫고 난 직후, 그동안 원치 않게 데리고 다녔던 솔라리아인 고아 팰롬에게 강한 미시감을 느낀 뒤 하늘 높이 먼 별들을 올려다보는 장면으로 결말을 맺는다. 이때 트레비스가 인류의 정신적 단일화를 끝끝내 받아들인 이유가 모호하게만 그려져 일부 독자들은 황당함을 느끼기도 하고, 뜬금없이 인류가 혹시 은하 밖 외계인 문명에 맞서게 되냐는 설까지 제기하는 팬들도 있었다. 비록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다음 권에서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해리 셀던의 일대기를 다룬 후 작가의 사망으로 막을 내리지만, 로봇과 제국에서 사라져버린 솔라리아인들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며 은하 문명의 숨은 공헌자가 남긴 메시지, 그리고 팰롬을 돌연 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트레비스의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어쩌면 아시모프는 수만 년에 걸쳐 강력한 초능력을 얻고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고립화를 거친 솔라리아인들을 파운데이션과 갤럭시아가 상대해야 할 진정한 인류 '외부'의 적으로 묘사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들이 단절된 사회를 택한 이유는 단지 교류를 꺼려서만이 아니다. 언젠가 현 은하 문명이 서로 소모전을 벌이다가 쇠락하는 그 날이 오면 마침내 자신들이 나서서 주인 없는 은하계를 차지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솔라리아가 고립주의를 택한지 2만여 년이 흐르는 동안 이웃 우주인 행성 49개국이 전멸하고, 크고 강대한 은하 제국이 나타났다가 무너지고, 해리 셀던이 낳은 파운데이션이 그 이상의 제2제국을 꿈꾸며 500년 간 번영하는 내내 행성 근처를 지나다니는 우주선들 통신을 도청하며 기다리고만 있는 것을 보면 고립주의의 산물인지 폐해인지 인내심이 엄청난 모양. 어쨌든 그들에게는 갤럭시아를 능가하는 초능력이 있으므로, 트레비스로서는 이미 통상 인류와는 거리가 먼 이들에 맞서 온 인류가 하나로 결합하여 맞서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 또한 어쨌거나 추측일 뿐이지만, 아시모프가 각 시리즈 결말마다 꼭 솔라리아인 떡밥을 엮은 데에는 이유가 있을지도.
솔라리아인 중 나중에 오로라로 귀화한 글래디아가 유명하다.
[1] 참고로 솔라리아 다음으로 로봇이 많은 오로라 행성은 1:50 정도의 비율이라고 나온다[2] 지구 계열 미생물의 유입을 경계하는 측면도 없진 않긴 했다.[3]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반란 같은 것을 억누르기 위해[4] 솔라리아 유일의 사회학자, 그것도 교육 받은 것도 아닌 자칭 사회학자는 "사회학에 방정식 따위가 왜 필요함?", "내 마음과 정신은 내가 제일 잘 알음. 기계적 측정 따위 필요 없음." 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5] 자칭 사회학자의 경우 몇 마디 나눈 뒤 바로 옆방으로 도망치고 홀로그램으로 대화하기 시작했다.[6] 범인은 아니다.[7] 흑막은 솔라리아 기준으로도 극단적으로 사람의 존재를 기피하는 사람이라, R. 다닐 올리버가 자기를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자살했다. 물론 이 흑막은 R. 다닐 올리버가 사람인줄 알고 있었다.[8] 만날 수도 없고, 만날수 있다 한들 로봇이 위험요소를 모조리 배제한다.[9] 이 것은 살인에 쓰인 흉기가 발견되지 않는 등, 범인이라 단정지을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10] 다만 일라이저 베일리가 불려온 진정한 이유는 솔라리아와 인류의 안보에 관한 음모 파악. 피해자와 직접 대면이 가능한 인물이 1명이고, 그 인물이 살인 현장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된지라 그 인물을 범인으로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도 가능은 했다. 물론 음모 파악을 위해 지구인을 필요로 하긴 했지만.[11] 다른 행성과의 모든 교류를 완벽하게 끊는 것은 물론이고, 솔라리아에 착륙한 타 행성의 우주선은 솔라리아인만 인간으로 인식하는 로봇을 파견하여 무조건 파괴했다.[12] 다만 이 것이 이상적 모습이라는 발언이 로봇 시리즈에 나온다.[13] 엄밀하게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는 과학기술로, 원격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조절하는 대신, 다른 곳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이 것을 전문으로 하는 뇌 부위가 생겼다. 가이아도 이런 능력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솔라리아인 한 명보다도 약하다.[14] 파운데이션과 지구에서 주인공이 이런 솔라리아인을 보고 it으로 지칭한다. 가이아는 she로 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