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회
사람의 인생이란 반드시 대단히 특별하거나,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사건에 의해서만 바뀌는 건 아니다.
때론,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 생각보다 강렬한 힘으로 우리의 삶을 크게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공우진 내레이션
때론,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 생각보다 강렬한 힘으로 우리의 삶을 크게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공우진 내레이션
2. 2회
3. 3회
4. 4회
우서리: 그래서 아저씬 그렇게 봐야할 것도 꼭 못 보고 사시나봐요. 남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도 찬이 학생이 걱정하는 것도 다 못 보고 그렇게 마음 꽉 닫고 눈 꼭 감고 다 안 보고 사시나봐요.
공우진: 말하지 않았어요? 멋대로 해석하지 말라고. 근데 그쪽이 뭔데 또 이래요.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말을 쉽게 하는데.
우서리: 네 몰라요! 근데 다 몰라도 이거 하난 알아요. '왜 끼어들었냐, 네가 나에 대해 뭘 아냐' 이런 말 대신,
이럴 땐 그냥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면 된다는 거.
눈에 보이는 물건만 줄이면서 사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계속 마음도 그렇게 줄이고 사세요 그럼.
나는요, 나만 이상한 어른인 줄 알았는데, 아저씨야말로 진짜 이상한 어른이네요!
공우진: 말하지 않았어요? 멋대로 해석하지 말라고. 근데 그쪽이 뭔데 또 이래요.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런 말을 쉽게 하는데.
우서리: 네 몰라요! 근데 다 몰라도 이거 하난 알아요. '왜 끼어들었냐, 네가 나에 대해 뭘 아냐' 이런 말 대신,
이럴 땐 그냥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면 된다는 거.
눈에 보이는 물건만 줄이면서 사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계속 마음도 그렇게 줄이고 사세요 그럼.
나는요, 나만 이상한 어른인 줄 알았는데, 아저씨야말로 진짜 이상한 어른이네요!
5. 6회
붙잡고 싶어도, 빨리 흘려보내고 싶어도, 알아서 지나가는 게 시간이에요. 이대로 죽어버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도 언젠간 다 흘러가 버려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그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단 한 번도 떠오르게 되지 않게 되는 날이. 알아서 지나갈 시간, 흘러가기도 전에 외면해버리면, 정말 중요한 것들도 그 시간에 그냥 휩쓸려가버려요. 후회해도 그땐 이미 늦더라고요.
제니퍼가 공우진에게
제니퍼가 공우진에게
6. 7회
뭔가를 자꾸 건드려요, 그 여자가. 날 대하는 그 말들이, 그 마음들이, 그 솔직함이, 투명할 만큼 다 보여서 그렇지 못한 날 자꾸 의식하게 만들어요. 늘 한 발 빼고 도망쳐버리는 날 자꾸 돌아보게 만들어요. 못 본 척, 안 본 척 차단하고 살면 안전하다는 거 아는데, 이렇게 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상관있게 만듭니다, 그 사람이. 이상하게 그 여자 만큼은 차단이 안 되는 느낌이에요. 내가 쳐둔 안전망 밖으로 자꾸 날 불러내요. 깨부수고 뛰쳐나가고 싶게 만들어요.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그 사람이.
공우진의 심리상담 中
공우진의 심리상담 中
7. 8회
공우진: 정말 가버리네요. 이제는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붙잡고 싶어도, 빨리 흘려보내고 싶어도, 정말 알아서 지나가네요. 시간.
제니퍼: 알아서 가버리지만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도 시간이에요. 가버리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 아쉬움을 그냥 아쉬움으로 남겨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남길지, 아니면 돌아보고 싶은 기억으로 남길지. 그건 본인한테 달렸다고 생각해요.
제니퍼: 알아서 가버리지만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도 시간이에요. 가버리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 아쉬움을 그냥 아쉬움으로 남겨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남길지, 아니면 돌아보고 싶은 기억으로 남길지. 그건 본인한테 달렸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연주회 보러 다닐 때마다 전 그 시간이 참 좋았어요. '아, 다행이다. 끝난 게 아니라 아직 더 남았구나. 얼마나 또 멋진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까?' 나한테는 지금이 그 시간 같아요. 멋진 다음 무대를 기다리면 잠시 멈춰 있는 시간. 내 인생의 인터미션.
그래서 괜찮아요. 끝난 게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거니까. 두근두근, 멋진 다음을 기다리면서 잠깐 멈춰 있는 것뿐이니까.
우서리
그래서 괜찮아요. 끝난 게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거니까. 두근두근, 멋진 다음을 기다리면서 잠깐 멈춰 있는 것뿐이니까.
우서리
나이, 낯설어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나처럼 도망치지도 않고, 멈춰있지도 않고, 이렇게 잘 이겨내고 있는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어른답고, 충분히 서른다워요. 이미 일어나버린 일들, 뭐 그 어떤 말로도 감히 위로 안된다는 거 잘 알아요. 근데, 이건 하난 내가 보증할게요. 잘 해낼 거예요, 혼자서도. 최소한 나보단 어른이니까.
공우진이 우서리에게
공우진이 우서리에게
8. 9회
우서리: 제가 생각했던 서른 살은, 대표님처럼 멋진 어른이었는데.
강희수: 나요? 내가 어른?
우서리: 왜요~ 뭐든 척척 해내시고 어른스럽고 멋지시고, 뭐든 다 아는 어른 맞으시잖아요.
강희수: 개뿔. 하나도 몰라요 나도. 그냥 아는 척 하면서 사는 거지. 마음은... 독일서 대학 다니던 스무 살 때랑 똑같은데, 세상이 생각하는 서른이란 나이에 맞게 대충 어른 흉내 내면서 사는 거예요. 모르긴 몰라도, 세상 어느 서른살도 '나 어른이다!'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 없을 걸요?
강희수: 나요? 내가 어른?
우서리: 왜요~ 뭐든 척척 해내시고 어른스럽고 멋지시고, 뭐든 다 아는 어른 맞으시잖아요.
강희수: 개뿔. 하나도 몰라요 나도. 그냥 아는 척 하면서 사는 거지. 마음은... 독일서 대학 다니던 스무 살 때랑 똑같은데, 세상이 생각하는 서른이란 나이에 맞게 대충 어른 흉내 내면서 사는 거예요. 모르긴 몰라도, 세상 어느 서른살도 '나 어른이다!'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 없을 걸요?
9. 10회
공우진: 바이올린 고민이면 내가 아무 도움 못 될 거 아니까, 할 수 있는 게 걱정밖에 없으니까, 내가, 내가 너무 답답해서...
우서리: 된 거 같아요, 도움.
공우진: 누가... 내가요?
우서리: 네. 그래서 답답한 거였어! 내가 해야 되는 건 안 하고 걱정만 하고 있어서...
우서리: 된 거 같아요, 도움.
공우진: 누가... 내가요?
우서리: 네. 그래서 답답한 거였어! 내가 해야 되는 건 안 하고 걱정만 하고 있어서...
10. 12회
묵은지, 동충하초, 보이차... 세상엔 오래 묵혀둘수록 좋아지는 것들이 있어요.
하지만 사람 사이의 편치 않은 감정은 오래 묵혀둬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사람 사이의 틈이라는 건 늘 한마디를 덜 해서, 해야 될 한마디를 삼켜서 생길 때가 많아요.
삼켜버린 그 한마디 때문에 틈이 더 벌어지기 전에,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제니퍼가 공우진에게
하지만 사람 사이의 편치 않은 감정은 오래 묵혀둬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사람 사이의 틈이라는 건 늘 한마디를 덜 해서, 해야 될 한마디를 삼켜서 생길 때가 많아요.
삼켜버린 그 한마디 때문에 틈이 더 벌어지기 전에,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제니퍼가 공우진에게
우서리: 아까 누가 내 손보고 그러더라고요. 꼭 싸운 손 같다고. 재미있게 연주할 땐 물집 잡힌 손이 자랑스러웠는데. 지금 나는 내 손이 너무 창피해요. 이대로 우겨서 무대에 섰음, 내가 꼭 이 손 같았을 거예요. 창피해서 숨고 싶었을 거예요. 우리 엄마가 물려준 바이올린으로, 스스로한테 떳떳하지 못한 무대, 못 서요 나.
공우진: 그래도 나 때문에... 어쩌면 외삼촌 찾을 수 있는 기회...!
우서리: 나 어린애 아니에요. 무서워서 입 밖으로 못 뱉은 거 뿐이지, 알아요. 외삼촌이 나... 벌써 한참 전에 버렸다는 거. 그런 핑계들로 계속 우겨서 무대에 섰음, 아저씨 말대로 음악하는 게 더이상 즐겁지 않았을 거예요. 나, 싫어하게 됐을 지도 몰라요. 그리고 나도 미안해요. 내 맘만 앞서서 한 번 더 생각 못하고 그렇게 뱉어버린 거. 고마워요 나 멈춰줘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 싫어지지 않게 해줘서. 내 일에... 상관해줘서.
공우진: 그래도 나 때문에... 어쩌면 외삼촌 찾을 수 있는 기회...!
우서리: 나 어린애 아니에요. 무서워서 입 밖으로 못 뱉은 거 뿐이지, 알아요. 외삼촌이 나... 벌써 한참 전에 버렸다는 거. 그런 핑계들로 계속 우겨서 무대에 섰음, 아저씨 말대로 음악하는 게 더이상 즐겁지 않았을 거예요. 나, 싫어하게 됐을 지도 몰라요. 그리고 나도 미안해요. 내 맘만 앞서서 한 번 더 생각 못하고 그렇게 뱉어버린 거. 고마워요 나 멈춰줘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 싫어지지 않게 해줘서. 내 일에... 상관해줘서.
우서리: 명당인가봐요, 여기. 이 육교 올 때마다 좋은 일 생기잖아요. 아저씨 만나고 싶은데 어딨는 지 모를 때마다 꼭 여기서 만났잖아요, 신기하게. 앞으로 아저씨 만나고 싶을 때마다 일로 와야겠다.
공우진: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이제. 어차피 계속 같이 있을 테니까. 괜한 걸로 틈 벌어지기 싫어요, 그 쪽이랑. 이제 해야될 말 안 삼킬게요. 걱정되면 걱정된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다 말할 거예요. 그러니까 나한테도 할 말 있으면 삼키지 말고 다 해줬으면 좋겠어요.
공우진: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이제. 어차피 계속 같이 있을 테니까. 괜한 걸로 틈 벌어지기 싫어요, 그 쪽이랑. 이제 해야될 말 안 삼킬게요. 걱정되면 걱정된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다 말할 거예요. 그러니까 나한테도 할 말 있으면 삼키지 말고 다 해줬으면 좋겠어요.
린킴: 바이올린, 별로 간절하지 않은가봐요 우서리씨한텐. 그 정도 가지고 쉽게 포기되는 거 보면.
우서리: 절대 쉽게 포기한 거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간절해서 멈춘 거예요. 더 느리게 가더라도, 더 오래 좋아하고 싶어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악, 급하게 가려고 쪼개듯이, 싸우듯이 숨 막히게 하긴 싫더라고요. 잘하는 것 보단 즐겁게 하는 게 먼저니까. 진심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기회 오면 그때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우서리: 절대 쉽게 포기한 거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간절해서 멈춘 거예요. 더 느리게 가더라도, 더 오래 좋아하고 싶어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악, 급하게 가려고 쪼개듯이, 싸우듯이 숨 막히게 하긴 싫더라고요. 잘하는 것 보단 즐겁게 하는 게 먼저니까. 진심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기회 오면 그때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11. 13회
공우진: 어? (환하게 웃는 제니퍼의 사진을 보고) 다른 분인 줄 알았어요, 이렇게 웃으시는 거 한번도 뵌 적이 없어서.
제니퍼: 기쁘다고 웃고, 슬프다고 울고. 그런 감정들도 드러날 자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난, 그런 자격이 없는 사람이고. 그럼 이만...
공우진: 저도 안 될 줄 알았어요! 예전처럼 절대 편하게 웃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전까진. 무슨 일이 있으셨는 진 모르겠지만 꼭 올 거예요! 다시 그렇게 웃으실 수 있는 날.
제니퍼: 기쁘다고 웃고, 슬프다고 울고. 그런 감정들도 드러날 자격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난, 그런 자격이 없는 사람이고. 그럼 이만...
공우진: 저도 안 될 줄 알았어요! 예전처럼 절대 편하게 웃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얼마 전까진. 무슨 일이 있으셨는 진 모르겠지만 꼭 올 거예요! 다시 그렇게 웃으실 수 있는 날.
12. 14회
참 슬픈 것 같네요. 그 '만약에'라는 말. 받아들이기 얼마나 힘든 일들에 그 '만약에'가 필요한지 잘 알아서 그런지. 참 슬프게 들려요. 그 '만약에'라는 말. 내가 날 좀 더 잘 돌봤더라면. 만약에, 내가 내 감정을 감당해냈더라면. 만약에, 내가 그렇게 무너져 내리지 않았더라면.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들에 필요한 말인 것 같아서…
제니퍼가 김형태에게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들에 필요한 말인 것 같아서…
제니퍼가 김형태에게
13. 15회
{{{-1 나 다시 깨어나고 너무 다 낯설고 힘들어서. 그런 생각 한 적 있었어. 차라리 깨어나지 않았으면, 계속 잠들어 있었으면 좋았을 걸. 아니 애초
에 사고 같은 거 안 일어났으면 좋았을 걸... 수도 없이 속상해하고 뒤돌아봤었어. 근데 이미 지난 것들은 절대 안 바뀌더라. 돌아보고 후회하면 계속 나만 머물러 있게 돼. 근데 이젠 바꿀 수 있으니까, 지금부턴 뭐든 바꿀 수 있으니까 돌아보고 후회하면서 시간 낭비하기 싫어. }}}14. 16회
프로팀 관계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왜 우리 팀이 아닌, 대한체대를 택한 건지.
유찬: 속도는 저 말고, 배만 내면 될 거 같아서요. 빨리 어른 돼보려고 애도 써보고 속도도 내봤는데, 그럴 때마다 자꾸 탈이 나서리. 좀 늦어도, 저랑 더 어울리는 걸 택하는 게 재밌을 거 같아서요.
유찬: 속도는 저 말고, 배만 내면 될 거 같아서요. 빨리 어른 돼보려고 애도 써보고 속도도 내봤는데, 그럴 때마다 자꾸 탈이 나서리. 좀 늦어도, 저랑 더 어울리는 걸 택하는 게 재밌을 거 같아서요.
다들 이런 기회 놓치면 바보라니까
아마 맞을 거야, 좋은 기회.
그래. 가서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다시 바이올린 배워서 무뎌졌던 테크닉도.
아 잠깐만!
근데. 나도 방금 편지 쓰다가 깨달았는데,
나... 아무래도 안 가고 싶은 것 같애.
그래. 내가 왜 가야돼?
가면 아마 바이올린은 더 잘하게 될 거야.
테크닉도 늘 거고.
근데 그게 뭐? 이제 내가 그런 걸 별로 안 원하는데?
공우진: 뭐?
다들 이런 기회 놓치면 안된다니까 꼭 가야될 거 같고,
여기서 하고 싶은 공부 마치면 나이도 많아지고
그래서 갈까 한 건데.
어? 나 그냥 안 갈래.
공우진: 아, 안 가면?
나, 여깄는 게 더 좋아.
우리 팽도 건강할 때 하루라도 더 보고,
너랑 하루라도 더 눈 맞추고, 찬이학생, 제니퍼,
덕수해범 학생이랑 재밌게 지내고,
공원 할머니한테 연주해드리고,
즉석떡볶이 먹고 그렇게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
우진아! 나 독일 안 갈래.
공우진: 아니 그럼!
이런 기회 놓치면
바보랬는데, 아니!
지금 당장 나한테 소중한
것들 놓치는 게 훨씬 바본 것 같아!
-뒤-
공우진: 뒤?
집에서 보면 좀 머쓱할 거 같으니까, 거기서 기다릴게.
눈 뜨고 이 집 안 왔었으면, 우리 식구들, 우진이 너 안 만났었으면 당연히 갔을 거야. 근데 이젠 아니야. 바이올린 잘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어. 앞으로 내가 살아낼 시간,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옆에서 살아내고 싶어. 난 그게 훨씬 행복해. 그리고 다 떠나서, 난 니 옆에 있는 게 제일 행복해. 남들이 바보라 그래도 상관 없어. 난 내가 더 행복하고, 나한테 더 소중한 걸 택한 거야. 포기가 아니라, 선택!
우서리의 편지 中
아마 맞을 거야, 좋은 기회.
그래. 가서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다시 바이올린 배워서 무뎌졌던 테크닉도.
아 잠깐만!
근데. 나도 방금 편지 쓰다가 깨달았는데,
나... 아무래도 안 가고 싶은 것 같애.
그래. 내가 왜 가야돼?
가면 아마 바이올린은 더 잘하게 될 거야.
테크닉도 늘 거고.
근데 그게 뭐? 이제 내가 그런 걸 별로 안 원하는데?
공우진: 뭐?
다들 이런 기회 놓치면 안된다니까 꼭 가야될 거 같고,
여기서 하고 싶은 공부 마치면 나이도 많아지고
그래서 갈까 한 건데.
어? 나 그냥 안 갈래.
공우진: 아, 안 가면?
나, 여깄는 게 더 좋아.
우리 팽도 건강할 때 하루라도 더 보고,
너랑 하루라도 더 눈 맞추고, 찬이학생, 제니퍼,
덕수해범 학생이랑 재밌게 지내고,
공원 할머니한테 연주해드리고,
즉석떡볶이 먹고 그렇게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
우진아! 나 독일 안 갈래.
공우진: 아니 그럼!
이런 기회 놓치면
바보랬는데, 아니!
지금 당장 나한테 소중한
것들 놓치는 게 훨씬 바본 것 같아!
-뒤-
공우진: 뒤?
집에서 보면 좀 머쓱할 거 같으니까, 거기서 기다릴게.
눈 뜨고 이 집 안 왔었으면, 우리 식구들, 우진이 너 안 만났었으면 당연히 갔을 거야. 근데 이젠 아니야. 바이올린 잘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어. 앞으로 내가 살아낼 시간,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옆에서 살아내고 싶어. 난 그게 훨씬 행복해. 그리고 다 떠나서, 난 니 옆에 있는 게 제일 행복해. 남들이 바보라 그래도 상관 없어. 난 내가 더 행복하고, 나한테 더 소중한 걸 택한 거야. 포기가 아니라, 선택!
우서리의 편지 中
내가 뭐든 해봐야 좋겠다고 한 말 기억나지? 근데 안 해봐도 뭐가 훨씬 좋은지 알겠는 것도 있었어. 그리고 솔직히 나, 나이 겁났어. 아무리 빨리 음악치료사 돼도 서른일곱 여덟이야. 근데 그게 뭐? 서른일곱에 되면 어떻고, 오십에 되면 어때서? 너무 먼 목표 같아서 겁났는데, 나이에 등 떠밀려서 가긴 싫어. 좀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옆에서 천천히 할래!
우서리가 공우진에게
우서리가 공우진에게
행복의 문이 하나 닫히면, 또 다른 행복의 문 하나가 열린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닫혀버린 문만 보느라 또 다른 행복의 문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어쩌면 또 다른 행복의 문이라는 건, 대단히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무나 작고, 사소한,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이 우리를 향해 열려있는 또 다른 행복의 문일지도 모른다. 열리는 줄조차 몰라 늘 닫혀있던 내 방안의 이 작은 천장창이, 그녀가 여는 법을 가르쳐준 후, 내게 또 다른 행복의 문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닫힌 문 앞에 계속 주저앉아 있지 않는다면, 더 늦기 전에 활짝 열려있는 또 다른 행복의 문을 돌아봐 준다면, 그 문을 향해 한번 더 용기 내 뚜벅뚜벅 걸어간다면, 어쩌면 또 한 번, 존재하는 줄 몰랐던 짱짱한 행복들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우진 내레이션
공우진 내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