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삼매(三昧, 산스크리트어 samādhi)는 불교에서 ‘마음이 하나로 집중된 상태’를 가리키는 수행 개념으로, 흔히 ‘정(定)’ 또는 ‘선정(禪定)’과 유사하게 쓰인다. 그러나 삼매는 단순한 집중 상태를 넘어서, 번뇌와 망상을 여의고 깊은 통일과 평형 속에서 존재 전체와 하나 된 의식의 상태를 뜻한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균형됨’, ‘바르게 머무름’ 또는 ‘전체적인 통합’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이는 곧 산란한 마음이 고요히 하나로 모여 대상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보는 상태로 이해된다.불교에서 삼매는 보통 팔정도 중 여덟 번째 항목인 ‘정정(正定)’과 관련된다. 이는 올바른 집중 상태로, 불교에서 추구하는 해탈을 가능하게 하는 정신 상태의 최종 형태이다. 하지만 삼매는 결코 단순한 몰입이나 무감각 상태가 아니며, 오히려 의식이 매우 또렷하고 밝으며 맑은 상태로 유지된다. 즉, 감각적 대상이나 자기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완전한 자각 속에서 깨어 있는 상태다. 때문에 삼매는 흔히 ‘심일경성(心一境性)’, 즉 마음이 하나의 경계에 집중되어 동요하지 않는 상태로 설명된다.
삼매는 초기불교에서는 사선(四禪)의 구조 속에서 설명되며, 각 선정을 점진적으로 닦아 가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그러나 삼매는 어떤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수행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자비삼매, 공삼매, 무상삼매, 무아삼매 등 다양한 성격의 삼매가 존재하며, 이는 각기 다른 수행 대상과 통찰 주제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 특히 대승불교에서는 이러한 삼매의 분류가 더욱 세분화되어,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들어가는 삼매도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보현삼매’, ‘관음삼매’, ‘법화삼매’ 등이 있다.
삼매는 종종 신비한 체험이나 환상적 상태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석가모니는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였다. 삼매는 고요하고 깊지만, 거기에 집착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관(觀, 위빠사나)’, 즉 통찰과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이는 ‘정혜쌍수(定慧雙修)’의 원리로 설명되며, 삼매가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통일시키는 기능을 한다면, 지혜(반야)는 그 고요한 마음 위에서 현실의 무상성·무아성·연기관계를 직관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므로 삼매는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바탕일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가 깨달음은 아니다.
석가모니 자신도 깨달음 이전에 사선팔정(四禪八定)을 닦았으나, 그것이 완전한 해탈에 이르지 못함을 통찰하고, 오히려 그것들마저 ‘무상하고 조건 지어진 현상’으로 간파한 후, 선정에 집착하지 않는 통찰 수행으로 깨달음에 이르렀다. 이후 불교의 가르침은 삼매를 귀하게 여기되, 거기에 머무는 것을 경계하고, 그것을 디딤돌 삼아 ‘지혜로 나아가는 길’을 설하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삼매는 불교 수행에서 마음을 통일시키고 번뇌를 잠재우는 심오한 정신 상태이며, 선정과 거의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진정한 불교 수행에서는 그 삼매의 힘이 자아의 해체와 진리의 직관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함께 닦아져야 하며, 그때 비로소 삼매는 해탈로 이어지는 길의 일부로 기능하게 된다. 삼매는 목적이 아니라, 해탈을 위한 정적 기반이며, 고요함 너머의 자각과 실천으로 향하는 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