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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철퇴의 현대적 재현 | 16세기 스타일로 제작되어 19세기 중후반 독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청되는 군용 사슬철퇴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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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냉병기의 한 종류로, 손잡이에 철퇴가 사슬이나 가죽끈으로 연결된 무기이다. 사용자는 손잡이를 잡고 무기를 휘둘러 철퇴 부분을 날려 적을 타격할 수 있다."사슬철퇴"라는 명칭은 비공식적인 표현으로, 우리말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아니다. 주로 일부 판타지 소설이나 비디오게임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로 볼 수 있다. 정확한 명칭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일반적으로 철퇴나 도리깨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올바른 표현은 아니다.
2. 상세
오늘날 "서구 중세시대 무기"를 떠올릴 때 롱소드 못지않게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다. 하지만, 이 무기가 실제로 중세 전장에서 사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 오늘날 박물관에 전시된 이른바 "실물" 사슬철퇴는 그 제작 시기가 17세기에서 19세기 사이로 추측되며, 진정한 제작 시기와 출처가 불분명하다. 만약 사용되었다면, 주로 1000년대에서 1500년대 사이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추정될 뿐이다. |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묘사된 마리 전투(Battle of Mari) 삽화 킬리키아 아르메니아 왕국의 전사들이 맘루크 전사들에게 패배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킬리키아 아르메니아 병사들 중 한 명이 사슬철퇴를 허리춤에 차고 있다. |
16세기 무렵의 회화작품에서 종종 등장하지만, 이는 모두 "사라센들이 이런 무기를 쓴다더라", "마르코 폴로가 봤다더라" 등의 카더라식으로 등장한다. 중세 어느 문헌이나 기록에도 "우리가 사슬철퇴를 쓴다"는 명확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colbgcolor=#f5f5f5,#2d2f34><colcolor=#373a3c,#dddddd> 언어별 명칭 | |
영어 | Mace and chain(사슬 메이스) |
프랑스어 | Fléau d'armes(전투 도리깨) |
독일어 | Kriegsflegel(전투 도리깨) |
이 무기의 신빙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소로는 일관된 명칭 부족을 들 수 있다. 사슬철퇴는 어떤 언어에서도 고유하거나 확립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러 기록과 표현에서는 "사슬 메이스"나 "전투 도리깨"와 같이 기존 무기에 단순히 '사슬' 또는 '전투'라는 특징을 덧붙인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이 무기가 실제로 병사들 사이에서 널리 보급되었다면 당연히 고유한 명칭이 부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사슬철퇴는 효과적인 무기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치명적이다. 긴 사슬에 매달린 철추를 빙빙 돌리면 가장 위험한 것은 사용자 주변의 병사들이다. 사용자 자신에게도 위험하다. 사슬의 길이 때문에 철추 부분을 적에게 명중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훈련을 통해 숙달되면 가능하지 않겠냐 싶겠지만 그럴 시간에 그냥 메이스나 롱소드 사용법을 훈련시키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사슬철퇴가 전투에서 실질적으로 비효율적인 무기였다는 점이다. 긴 사슬 끝에 철추를 달아 회전시키는 방식은 오히려 사용자 주변 병사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사용자인 병사 본인마저 위험에 노출된다. 또한, 사슬의 길이로 인해 철추가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하지 않는 일이 빈번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극복하려면 상당한 훈련이 필요할 것이지만, 이런 시간과 자원을 메이스나 롱소드 같은 효과적이고 검증된 무기 훈련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이에 따라 중세 무기 전문가들도 "사슬 부위가 너무 약해서 실제 전투에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형인 것 같다"고 평가하는 등 해당 무기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슬철퇴와 유사하게 후대에서 창작된 물건이 중세 시대의 유물 또는 장비로 둔갑한 사례는 적지 않다. 예컨대, 중세 고문 기계라 알려진 '아이언 메이든'은 사실 19세기에 구경거리 용도로 제작된 허구에 불과하며, '정조대' 역시 그 기원이 중세가 아니라 후대의 상상에서 비롯되었다. 20세기에는 중세를 '암흑시대'로 부르며 야만과 폭력으로 점철된 시기로 오인하는 경향이 컸는데, 이런 왜곡된 통념을 이용해 흥미를 자아내려는 상업적 목적으로 다양한 허구적 물건들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사슬철퇴 또한 이 같은 허구적 창작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3. 유사한 실존 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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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스 헥토르 마이어(Paul Hector Mair)의 〈De arte athletica〉에서 묘사된 도리깨 |
- 철추로 적을 공격하는 무기로는 철퇴가 존재한다. 철퇴는 사슬이 아닌 손잡이에 고정된 무기이며, 여러 문화권에서 보병용 냉병기로 널리 사용되었다.
- 철추에 철침이 달린 무기로는 모닝스타가 있다. 이 무기는 주로 기사를 제압하기 위해 고안된 둔기로, 긴 손잡이가 특징이다. 모닝스타 역시 사슬이 아닌 긴 손잡이 끝에 철추가 고정된 형태를 띤다.
- 사슬철퇴와 가장 비슷한 실존 무기로는 일본의 전통 무기 사슬낫(쿠사리가마)이 있다. 긴 사슬로 낫과 작은 철추를 연결한 형태로, 철추를 휘두르거나 던지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슬낫의 철추는 주로 적의 무기에 휘감아 공격을 방해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며, 적을 직접 타격하는 것이 주된 용도는 아니었다. 물론 적의 얼굴처럼 보호되지 않은 부위를 정확히 맞출 수 있다면 효과적이겠지만, 이는 보조적인 역할일 뿐이었다.
- 만력쇄도 사슬철퇴와 비슷한 일본의 전통 무기로, 사슬낫에서 낫을 제거하고 철퇴를 하나 더 추가한 형태다. 주요 목표는 적을 위협하거나 무기를 사용하지 못 하게 만드는 데 있었다.
- 유성추는 고대 중국의 무기로, 사슬낫과 유사하게 사슬철퇴와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긴 끈에 철추를 연결해 휘두르거나 던져 공격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사슬철퇴와 마찬가지로, 유성추 역시 실제 전투에서 사용되었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실전 상황에서 아군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지는 무기로 평가받는다. 원래는 무술 수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구였으며, 이러한 목적에만 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 묵직한 추를 유연한 끈에 매달아 휘두른다는 점에서 블랙잭(코쉬)과 사슬철퇴는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 다만, 블랙잭은 사슬철퇴와 달리 끈이 매우 짧고, 추 역시 작고 가벼운 편이다. 일반적으로 50~200그램 정도의 무게로 제작되었기에 다루기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본래 블랙잭은 전쟁용 무기가 아닌, 비무장 상대를 억제하거나 일시적으로 기절시키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다. 언뜻 보기에는 위력이 약해 보일 수 있지만, 뒤통수를 가격할 경우 성인 남성도 쉽게 기절했고, 때론 사망사고도 발생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특히 영국에서는 경관의 무기 소지가 제한적이고 무력 사용이 엄격히 규제되었는데, 과거 험악한 지역에서 경관들이 호신용으로 블랙잭을 몰래 휴대했던 사례가 있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과 영국에서는 손수건과 동전으로 이런 무기를 즉석에서 만들어 쓰는 이들이 있었다. 동전과 손수건은 주머니 안에 있어도 의심받지 않는 물건이라, 즉석에서 만들어 휘두른 뒤 풀어서 다시 주머니에 넣으면 증거도 소멸되니 편리했기 때문이다(경관의 블랙잭 휴대가 금지된 후 특히 성행했다). 위력이 없을 것 같지만 머리를 노리고 휘두르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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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잭의 변형된 형태로는 원숭이 주먹 매듭(Monkey's Fist Knot)을 활용한 슬링샷이라는 짧은 호신용 무기가 있다. 원래 이 매듭은 밧줄 끝에 무거운 물체를 달아 멀리 던지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으나, 이를 응용해 매듭 안에 볼 베어링이나 쇠구슬처럼 무거운 금속 재질을 넣어 초소형 철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겉보기에는 귀여워 보일 수 있지만, 내부에 금속이 들어있는 만큼 작은 크기에 비해 상당히 파괴적인 특성을 지닌다.
위급 상황에서 빠르게 제작 가능한 변형 형태도 존재한다. 중량감 있는 추(예: 너트, 자물쇠, 쇠고리, 밸브 손잡이, 열쇠 다발 등)를 끈에 묶거나 걸어서 소매듭(cow hitch) 방식으로 고정하면 간단하게 휘두를 수 있는 호신용 도구가 된다. 이러한 방식은 CIA 요원들조차 위급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호신무기로 소개할 만큼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