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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5 08:00:37

불충실한 선거인단


1. 개요

Faithless elector

미국 대통령 선거선거인단 중에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소속된 정당의 대통령 후보 대신 다른 후보(입후보하지도 않은 사람 포함[1])에 표를 던지거나 기권하는 선거인을 뜻한다.

불충실한 선거인단을 법으로 원천 금지해 놓은 주도 있고 배신투표를 해도 1만 달러 상당 벌금을 내면 땡인 주도 있다.[2] 불충실한 선거인에 대해 법적으로 명시해 놓은 주는 33개 주(추가로 워싱턴 D.C.)에 이르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실질적으로 불충실한 선거인단을 처벌하지는 않는다. #

이런 선거인단들은 매 대선마다 몇 명씩 나오지만 역사상 단 한 번도 불충실한 선거인단 때문에 결과가 뒤바뀐 적은 없다. 선거인은 철저히 자기 당에 충성심이 강한 당원으로 뽑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16년 대선의 뉴욕주 민주당 선거인단 면면을 보면 전 대통령이자 대선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부주지사 캐시 호컬, 뉴욕시장 빌 드블라지오와 같이 민주당 전·현직 유력 정치인들이다. 배신투표하라고 거금을 싸들고 애걸복걸을 하든 위협을 하든 절대 넘어갈 리 없는 사람들로 짜는 것이 바로 선거인단이다.

다만 183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지니아주 선거인단 23명 모두가 선거 결과에 따라 마틴 밴 뷰런을 대통령으로 찍고도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인 리처드 멘터 존슨(Richard Mentor Johnson)을 찍지 않아 부통령을 결정하는 권한이 상원으로 넘어간 적이 있는데[3] 상원에서 리처드 멘터 존슨이 부통령으로 결정되면서 선거 결과 자체가 뒤집히지는 않았다.

현대 미국에서 불충실한 선거인단이 선거 결과를 바꿀 정도로 나오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미국 연방정부의 공식적인 견해는 제시된 바 없다. 다만 2020년미국 연방대법원은 불충실한 선거인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각 주의 조치들을 옹호하는 판결을[4] 내리면서 선거인단이 '배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기사

2. 발생 이유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당은 따르지만 해당 후보는 싫다는 사람이 당연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당이라도 계파갈등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서로 으르렁거리고 사이가 나쁜 경우는 상당히 많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선거인단 투표는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누가 배신표를 행사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당에 충성심이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접전 상황에서 상대 당 후보나 제3의 인물에 투표해 버리는 선거인단은 나온 적이 없다. 불충실한 선거인단들이 나오는 상황은 선거의 승패가 명백해질 때다. 결과가 뻔하다면 어차피 대세는 정해졌으므로 나 하나쯤 내 마음대로 투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선거인단 격차가 매우 미미한 선거나 각 선거에서 대립구도가 명확한 경우에는 불충실한 선거인단이 발생하기 어렵다. 이 때는 반란표가 나왔다간 그 선거인은 영영 정치인생이 끝장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차후에도 두고두고 욕먹는 역적이 될 것이고 아무리 자당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들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는 봐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반란을 일으키긴 어렵기 때문이다.

정말 당 내에서도 후보자에 대한 반감이 크거나 계파 갈등이 격화됐을 때 혹은 정치 혐오가 극에 달해 차악조차 뽑기 싫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럴 때는 그 전에 이미 분당이 일어나거나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매우 충실한 콘크리트 당원 내지 정치인을 선정할 거라 여러모로 불충실한 선거인단으로 선거 결과가 뒤집히긴 어렵다.

3. 사례

3.1.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기 유리한 지역 선거인단에게 힐러리 클린턴에 투표할 것을 청원했다. 힐러리 지지 연예인들은 배신투표하라고 홍보영상까지 찍은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 협박 전화는 물론 증오 메일, 살해 협박까지 받는 경우도 있었다.#

2016년 12월 19일 치러진 선거인단 투표에서 트럼프 쪽에서 반란표 2표가 나왔긴 한데 클린턴 쪽에서도 무려 8표의 불충실한 선거인단이 나왔다. 트럼프 측의 배신투표는 텍사스에서 나왔는데 각각 론 폴[5]존 케이식에 투표했다. 클린턴 측 반란표 중 4명은 워싱턴 주에서 나왔는데 1명은 여성 원주민 환경운동가 페이스 스포티드 이글[6]에 투표했으며, 3명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에 투표했다. 파월은 공화당원이다.[7] 1명은 하와이에서 나왔고 버니 샌더스에 투표했다. 메인 주, 미네소타 주, 콜로라도 주에서도 각각 1명씩의 배신투표가 나왔지만[8] 이 주들은 배신투표가 원천 금지된 주였기 때문에 선거인단이 교체되어 클린턴에게 투표했고 결과적으로 5표가 트럼프측으로 넘어갔다.

총 538명 중 힐러리 클린턴은 232명, 도널드 트럼프는 306명이었으나 양측에서 반란표가 나왔다. 즉, 결과적으로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후보가 가져간 선거인단 수는 531표로, 총 7표가 반란표로 사라졌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트럼프가 대선에서 74명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데다가 힐러리 진영에서 반란표가 더 많이 나왔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3.2.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11월 3일 유권자들의 투표로 선출된 각 주의 선거인단은 2020년 12월 14일에 투표했다.

2020년 대선에서 만약 트럼프가 선거인단에서 바이든에게 패할 경우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이 당선된 지역 선거인단에게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라는 운동과 증오 메일, 협박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2020 대선은 지지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부부가 이혼하고 부모&자식도 갈라서고[9] 친구하고도 절교할 정도로[10] 양 진영간의 갈등이 치열한 만큼 선거인단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더라도 불충실한 선거인단이 발생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었다.#

한때 바이든 후보가 270(바이든) vs 268(트럼프) 라는 아주 근소한 격차로 승리할 가능성도 점쳐져 불충실한 선거인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기도 했다. 단 한 표라도 바이든 후보에게서 이탈할 경우 동수가 되어 선택권이 하원으로 넘어간다.[11] 이 경우 미국 연방대법원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11월 기준으로 대법관들은 9명 중 6명이 보수 내지 강경보수 성향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판결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었다.

다만 아무리 연방대법관들이 트럼프에 우호적인 보수 성향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것도 아니고 대통령을 선출하는 민주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에서 엄연히 유권자의 민의의 총의인 대통령 선거를 통해 선거인단이 결정된 상황에서 패자인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었다면 미국의 민주주의 자체가 무너지는 대붕괴와 혼란이 왔을 것이기에 결국은 승자 편을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12]

11월 3일 선거인단 선거에서 바이든이 306석을 획득했으므로 트럼프의 재역전은 힘들다는 점, 설령 재검표 등으로 다시 한 곳 정도 뺏겨도 여유폭이 충분히 남기에 소수 반란표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으며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다수의 미 언론은 배신하는 선거인단이 없으리라고 보았다.

실제로 12월 14일 선거인단 선거 결과에서 불충실한 선거인 없이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되었다.#

물론 트럼프 측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위스콘신, 네바다, 미시간 주의 선거 결과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대립 선거인단을 구성해 연방하원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 이 때문에 대선에 출마하지 않은 사람도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당연히 0에 수렴한다.[2] 2016년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마이클 무어 감독이 "힐러리에게 투표하면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한 바 있다.[3] 당시 전체 선거인단 수가 294명이기 때문에 버지니아주의 '배신'만으로도 선거 결과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4] 사건명은 Chiafalo v. Washington이다.[5] 자유당 소속이다.[6] 미국 대선에서 최초로 선거인단 득표를 얻은 아메리카 원주민이며 동시에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최초로 선거인단 득표를 얻은 여성으로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7] 워싱턴주의 배신투표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교차투표였다. 정확하게는 완전 최초까지는 아니고 1872년 자유공화당(저때 민주당이 후보를 못 냈다) 호레이스 그릴리 이후 최초인데 그릴리가 국민투표 직후 선거결과에 멘붕하고 사망하면서 그릴리의 선거인단들이 다 다른 후보나 심지어 율리시즈 그랜트(공화당)의 이름을 적어내기도 했다. 즉, 이 때는 원래 지지해야 할 후보가 사망했으니 진정한 의미의 교차투표라 하기는 힘들다. 콜린 파월이 공화당적을 갖고는 있지만 아들 부시 8년 동안 실망을 많이 했는지 2008년에는 오바마를 공개지지했고 2016년에도 고민 끝에 힐러리에 투표했다고 밝히며 트럼프만은 안 된다고 했다.[8] 메인 주, 미네소타 주버니 샌더스에게, 콜로라도 주존 케이식에게 투표했다.[9] 당장 2016 대선부터 민주당 지지자 알렉 볼드윈이 트럼프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동생 스티브 볼드윈이 알렉 볼드윈을 깠다.[10] 참고로 정치극단주의가 생기기 전인 20세기에는 극 민주당 지지자인 헨리 폰다와 극 공화당 지지자인 제임스 스튜어트가 치고박고 싸운 적은 있어도 죽을 때까지 친하게 지냈다. 그러나 정치극단주의가 심화된 21세기에는 공화당 지지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완전히 갈라서서 마치 견우와 직녀 사이에 은하수가 깔린 것과 같은 상황이 되었다.[11] 동수의 경우 주별 1표씩으로 대통령을 정하기 때문에 민주당 하원 의석이 더 많음에도 공화당 측이 유리하며 따라서 표결시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12] 당장 2017년의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도 박근혜가 임명한 보수 성향 헌법재판관들이 수적 우위를 점하는 보수 성향 재판부였지만 보수 대통령인 박근혜에 대한 파면 결정을 했다. 게다가 미국 역시 이전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도 닉슨이 임명한 법무장관과 차관이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 특별검사 해임을 거부했을 정도로 민주주의 수호 정신은 투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