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동물의 사체에서 분리한 가죽의 지방, 털 등을 제거하고 일단의 처리를 거쳐 피혁 제품으로 가공하는 과정.가죽은 각종 의류와 끈을 비롯한 여러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는 유용한 물질이지만, 가공되지 않은 생가죽은 악취도 나고 단백질과 지방, 염분, 털 등이 남아있어 쉽게 썩어버리기에 무두질은 필수적이다. 선사 시대 때부터 전해 내려온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2. 과정
2.1. 원피 처리
2.1.1. 도축과 박피
살아있는 동물을 도축하고 기계나 수작업을 통해 가죽을 고기에서 분리하는 박피 작업을 거친다.이렇게 도축된 동물에게 막 벗긴 가죽은 원피 (Raw hide 또는 Raw skin)이라 칭한다.
가죽은 죽은 동물에게서 박피하는 것이 원칙이나, 간혹 이런저런 이유로 동물을 죽이지 않고 산 채로 가죽을 벗기는 경우가 있어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2.1.2. 보존 Curing
막 벗겨낸 원피에는 수분과 각종 생물조직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박테리아가 번식해 부패/산패되기 매우 쉽다. 따라서 원피를 즉시 처리할 것이 아니라면 보존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보통 원피에 소금을 잔뜩 뿌려 몇 주간 보관하거나, 고농도 소금물에 십수시간을 담그는 방식으로 보존 처리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원피의 수분 함량이 크게 감소하고 잔존 박테리아도 삼투압으로 인해 사멸하므로 원피를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고농도 염분을 함유한 폐수가 다량 발생하므로 환경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 때문에 염분 사용을 최소화하는 건조와 냉장을 통한 보존 방식도 있고, 혹은 보존 처리를 간단히만 하고 신속하게 후처리를 진행하여 부패할 시간을 주지 않는 방법이 대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2.2. 가공 전처리
Pre-tanning 단계. 원피를 세척하고 무두질 약품이 잘 침투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2.2.1. 수적 Soaking
원피를 물에 담가 세척하고 후속 처리를 준비하는 공정.보존 처리로 인해 수분이 빠진 원피의 상태를 복원하고 염분과 혈액, 흙 등의 오염물을 제거한다. 과거에는 하천이나 호수에서 뒤집거나 주물러 수적 처리를 진행했고, 현대에는 회전 드럼이나 교반 설비가 달린 수조에서 기계를 통해 처리된다.
기본적으로 물을 사용하며, 원피의 상태나 처리 목적에 따라 계면활성제, 산도조절제, 살균제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 20세기 이전에는 여기서 인체와 환경 모두에 굉장히 해로운 펜타클로로페놀이나 수은계 살균제를 쓰기도 했으나, 이런 독한 살균제의 사용은 20세기 후반에 세계적으로 금지되었다.
2.2.2. 제육 Fleshing
원피 내에 붙은 살점과 피하지방 등의 불필요한 조직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과정. 전통적으로는 원피를 펼치고 수작업으로 긁어냈으며, 현대에는 제육기라는 전용 기계가 회전 칼날로 원피를 긁어낸다.2.2.3. 탈모 Unhairing
보통 아래 석회침과 함께 이뤄지는 공정. 모발 단백질인 케라틴을 분해하는 황화계 탈모제와 보조제를 이용해 털과 각질을 제거해는 공정이다.약품을 좀 세게 써서 털을 다 녹여 제거하는 방식도 있고, 털이 약화될 정도로만 약품을 쓰고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식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약품 투입 순서와 반응 조건 관리가 더 까다로워지는 대신 공정 폐수의 유기물 함량을 줄일 수 있다.
2.2.4. 석회침 Liming
보통 함께 이루어지는 공정. 수산화 칼슘(소석회) 용액으로 가죽을 처리하는 작업이다.소석회 처리로 인해 가죽 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 섬유 다발의 구조가 느슨해지며, 본래 중성에 가깝던 콜라겐의 pH가 4 중반의 약산성으로 내려가게 되어 이후 처리 과정에서 효소가 작용할 수 있게 된다.
2.2.5. 할피 Splitting
나피 분할이라고도 하는 공정으로, 석회침 공정 이후 원피의 층을 분리하는 작업이다.두꺼운 가죽을 용도에 맞는 두께로 만드려는 목적도 있고, 가죽의 상부층과 하부층을 다른 용도로 쓰려는 목적으로 수행하기도 한다. 공정에 따라서는 크롬 무두질 이후에 할피를 하기도 하고, 할피 이후 분리된 층에 추가로 석회 처리를 하기도 한다.
2.2.6. 탈회 Deliming
석회침이 끝난 원피는 강알칼리성을 띄는데, 탈회 과정에서 이를 중화하여 효소 처리에 적합한 pH로 만듦과 동시에 소석회를 제거 또는 회수하게 된다.탈회에는 염화암모늄이나 황산암모늄이 주로 쓰이며, 질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유기산 계열을 이용한 비암모늄계 탈회나 CO2 탈회 공법도 쓰인다.
2.2.7. 효해 Bating
단백질분해효소(Protease)를 이용하여 원피에 남은 비구조성 단백질과 모근, 표피 등을 제거하고 콜라겐 성분을 일부 분해해 조직의 유연성과 표면 상태를 조절하는 과정이다.일부 전통 무두질 기법에서 똥물을 썼다는 것이 바로 이 과정에서 쓰인 것으로, 분변에 포함된 미생물이 만드는 효소를 이용해 효해 작업을 수행한 것이다. 다만 소화기관에서 얻은 효소를 쓰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체한 경우도 많았으니 모든 전통 무두질이 똥물을 썼다고 오해하지는 말자.
현대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제된 효소제를 얻을 수 있으므로 성분과 활성도를 관리하며 효해 공정이 진행된다. 효해 공정까지 마쳐 무두질 준비가 완료된 가죽은 나피 (Pelt)라고 부른다.
2.3. 무두질 Tanning
유성 단계라고도 하며, 콜라겐 조직을 변성 및 안정화하여 실용적인 가죽으로 만드는 공정이다.2.3.1. 크롬 무두질
2.3.2. 식물성 무두질
2.3.3. 명반 처리
2.3.4. 기름 무두질
2.3.5. 기타 무두질 방법
2.4. 후처리
3. 역사
3.1. 고대
고대부터 각 지역에서 저마다 독자적으로 무두질 기술을 개발해내고 계승하였다. 가장 오래된 가죽 가공품 유물은 영국에서 발견된 40만 년 전 유물이고, 알프스 산맥에서 사망한 기원전 3,200년 경의 고대인 외치의 미라가 가죽 상하의와 가죽끈이 포함된 신발을 착용하고 있던 것을 보면 가죽 가공 기술이 굉장히 오래 전에 성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구체적인 무두질 방식은 각 지역의 기후와 자연물 특성에 따라 상이했다. 이집트에서는 탄닌 무두질, 히타이트에서는 명반을 이용한 무두질, 중국에서는 연기 무두질, 몽골에서는 동물의 뇌나 골수를 이용한 무두질이 발전하였다.
고대인들은 가죽을 보존하기 위해서 뼈칼과 돌을 이용하여 지방을 먼저 제거하고, 털을 빠지게 하는 효과가 있는 잿물, 혹은 탄닌[1], 명반 등을 사용하여 털을 제거한 뒤, 밀폐된 천막 안에 넣고 수일간 불을 때어 훈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공된 가죽을 얻었을 것이다.
3.2. 중세
중세도 지역 나름이지만, 유명한 똥물 무두질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도축 직후 털가죽을 벗겨 안쪽에 소금이나 모래를 뿌리고 말려 부패를 늦추고 가죽을 단단하게 한다.
- 털가죽을 물에 적셔 먼지와 피를 닦고 부드럽게 만들고 남은 살점을 깨끗이 제거한다.
- 전처리를 마친 가죽을 가축의 분변에 담가 밟고 치댄다. 이 과정에서 남은 잔여물이 물리적으로, 혹은 박테리아의 분해로 제거되며 가죽 자체도 부패...에 가까운 발효로 인해 부드러워진다.
- 활엽수인 참나무나 밤나무의 껍질을 잘게 썰어 끓여 얻은 탄닌 용액에 가죽을 담그고 몇 주간 농도를 올려간다.
3.3. 현대
현대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가죽들은 대다수가 크롬 제혁(Chrome Tanning)으로 처리된다. 방식은 간단하게 생가죽을 크롬이 포함된 염료에 담가 대형 세탁기 비슷한 설비에 넣고 돌돌 돌리는 것. 내구성이 어마어마한 가죽을 양산할 수 있다. 이를 크롬 제혁이라고 한다.탄닌을 이용한 과거의 방식으로 무두질한 가죽을 보통 베지터블 가죽이라 부르는데 이는 크롬을 사용한 양산 가죽보다 물에 약하고 내구성과 생산력이 떨어져 가격이 비싸다. 그렇지만 가죽 고유의 색과 무늬를 살릴 수 있고 크롬에 비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어 물이 닿을 일이 없는 소품에 한해서는 베지터블 가죽도 사용된다.
그 외 방식과 자세한 특징은 가죽 문서 '무두질별' 문단 참조.
4. 부작용
가죽 도구와 의복, 갑옷, 양피지는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었지만, 소변, 똥물, 탄닌, 가공 중 나온 폐기물[2], 그리고 가공중인 가죽 자체에서 나는 악취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무두장이 집 근처에는 아무도 살지 않으려 하는 이야기가 이솝 우화 등 서양 옛이야기에 자주 나온다. 어느 고대 유대인 랍비는 양피지 작업장은 마을 성벽에서 최소 50큐빗(23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야 안전하다고 선언한 바 있고, 프랑스의 도시 그라스는 중세 시기 가죽 산업이 주력이었는데, 무두질 과정에서 나는 악취를 없애기 위해 조향 기술이 발달하기도 했다.악취 문제는 지금이라고 별다를게 없어서 가죽 가공 공장에 들어가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악취 얘기를 꺼낼 정도다. 또한 오늘날의 크롬 제혁은 악취 외에도 크롬 자체가 환경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금속이라 작업자들이 이런저런 산업재해에 휘말리는 문제가 자주 터지며, 대량의 중금속 오염 폐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방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악취방지시설, 폐수처리시설, 산업재해 예방규칙 등은 모두 있고 이게 모두 철저히 지켜진다면 별 문제가 없어야 하나 여느 공업분야나 그렇듯 현실은 시궁창.
옛날 무두장이들은 탄저병에 걸려 죽는 경우가 많았다. 탄저병에 걸려 죽은 동물 사체도 대량의 탄저균을 방출하기 때문에 동물의 털, 가죽 등을 다루는 직업은 탄저병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5. 매체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는 전문 기술 중 하나로 무두질이 있다. 약초채집/채광과 함께 채집류 전문 기술이다. 실제와 마찬가지로 짐승을 죽인 시체로부터 가죽을 얻을 수 있다.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에서는 생가죽(hide)과 무두질한 가죽(leather)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방어구 또한 생가죽 갑옷과 가죽 갑옷이 따로 있다. 생가죽을 가죽으로 바꾸려면 대장간에 있는 거치대에서 직접 무두질을 해야 한다. 무두질을 할 경우 미리 준비된 동물의 가죽에서 칼로 살점과 지방을 긁어내는 모션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