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용
1998년 2월 21일, 미국 워싱턴 주 엘렌스버그(Ellensburg)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아트 벨(Art Bell)의 《Coast to Coast AM》[1] 이라는 라디오 방송에 게스트로 5차례 출연하여 존재를 주장한, 그 바닥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구멍. 엘렌즈버그 모처에 위치해 있으며 직경 9피트(2.74m) 정도라고 한다.이 구멍이 단순히 한없이 깊어서 그 바닥을 짐작할 수 없다는 정도의 이야기 외에도, 자신을 멜 워터스(Mel Waters)라고 주장한 이 남성은 몇 가지 주장을 더했다. 이 지역 토착민들에게 이 구멍은 대대손손 쓰레기 처리장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아직도 채워질 기미는 없다는 것, 자신의 엘렌스버그 사유지 언저리에 위치한 구멍 외에도 네바다에서 하나 더 발견했다는 것, 가끔 구멍에서 검은 광선 같은 것이 하늘로 쏘아올려진다는 것, 죽은 동물을 가져다 버리면 다시 살아난다는 것, 라디오를 구멍 근처로 가져가면 옛날 방송이 나온다는 것, 어째서인지 야생동물들이 이 구멍을 슬슬 피한다는 것 등등.
그 중에서도 특히 그는 2000년대 초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보기관의 추격과 협박을 받고 있으며 타코마(Tacoma) 지역에서 경찰에게 붙잡혔고, 눈을 떠 보니 자신은 샌프란시스코에 버려져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나중에는 협박을 견디다 못해 호주로 이주해야 했으며, 정부는 멜의 구멍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기록들, 문건들을 파기 및 삭제했다고도 했다. 심지어 그는 네바다에서 그가 발견한 구멍에 양을 가져다 버렸을 때는 양의 몸에 외계 생물 같은 것이 이식되어 있었는데 이 외계인은 인류가 우발적 핵전쟁으로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멜 워터스는 인근의 한 대학에서 이에 관련된 조사에 착수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멜 워터스는 두 번 다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은 불분명하지만 스스로를 붉은 엘크(Red Elk)라고 부르는 제럴드 오스본(Gerald Osborne)이라는 다른 남성은 지구공동설에 비추어 볼 때 멜의 구멍이 실존한다고 믿을 만하며, 그 자신도 여러 차례 그곳에 방문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이 8만 피트(24.384km) 길이의 낚싯줄을 구멍 밑으로 내려 봤지만 그 끝부분에 연결한 1파운드(453g) 추가 땅에 닿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외계인 가설에 힘을 실어주면서, 그곳에 정부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외계 기술 연구기지가 있다고도 했다.
#참고자료
#참고자료2
국내에서 2006년 이후 인터넷 등지로 알려졌으니 혹자는 댓글에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멜의 구멍이 있다면 전국(全國)[2]에 몰려드는 쓰레기를 공짜로 버릴 수 있는 공식 매립장으로 지정 장소로 지정되는 시간 문제일 것이다." |
2. 의문점
- 존재의 근거가 있는가?
이 경우 입증의 책임은 존재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지워진다. 그러나 멜 워터스는 자신이 발견한 그 구멍이 이제는 정부기관의 체계적인 기록말살을 겪어서 그 어떤 근거도 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매우 전형적인 음모론의 논리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가 주장한 워싱턴 주 엘렌스버그 지역을 공공기관과 협조해 가면서 이 잡듯이 뒤졌지만 그런 구멍은 발견된 바 없었다. 이 과정에서 밝혀진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해당 지역 부동산업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멜 워터스라는 인물의 소유로 되어 있는 땅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놀란 사람들이 정부에 문의해 본 결과는 더욱더 충격적이었는데, 엘렌스버그에 멜 워터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과학적 회의주의자 브라이언 더닝(B.Dunning)은 자신의 스켑토이드 팟캐스트에서 "당신이 그것을 반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지 말라" 고 간명하게 말한 바 있다. 본디 구멍이라는 것은 유형적이고 지리적인 성질을 갖기 때문에 어디로 이동할 수도 없고, 그저 구멍만 찾으면 모든 것이 끝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런 구멍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처음부터 없다는 간단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그런 구멍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지역의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언급이나 증언 등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도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워싱턴 주의 천연자원 전문가이자 지질학자인 잭 파웰(Jack Powell)은 꼭 그런 미스터리한 구멍이 아니더라도 이 지역에 깊은 구멍 자체는 실존한다고 주장했다. 엘렌스버그 지역은 역사적으로 광업으로 개발되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날까지도 많은 갱도(mining shaft)들이 엘렌즈버그 교외의 여기저기에 버려진 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또한 "역사적으로 인류가 만든 가장 깊은 갱도는 지하 12,672피트, 가장 깊은 구멍이라 해도 지하 40,230피트" 라고 상기시키며 멜의 구멍 이야기가 현실성이 없음을 지적하였다.
- 구멍은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브라이언 더닝에 따르면 워싱턴 주의 지표 지각의 두께는 평균적으로 65,000~130,000피트 정도라고 한다. 이를 위의 8만 피트라는 주장에 비교해 본다면 마그마와 접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겠지만, 이미 그 깊이에서의 온도는 섭씨 715도에 달할 것이므로 제럴드 오스본의 낚싯줄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애초에 대체 누가 대체 8만 피트의 낚싯줄을 가지고 다닌단 말인가또한 잭 파웰에 따르면 그런 깊은 구멍이 실제로 존재할 경우 입구 직경이 9피트 정도라는 것도 비현실적인데, 압력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위 지층이 공동(空洞) 쪽으로 무너져서 구멍을 막아 버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 충분히 자연스러운 설명인가?
뜬금없는 외계인 드립이나 죽었던 동물의 환생, 정부기관의 비밀 지하기지 등등은 전형적인 음모론 찌라시(…)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초 제보자인 멜 워터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이런저런 음모론적 이야기를 덧붙였다는 것은, 그가 정말로 진실을 전해서라기보다는 사람들이 호응해 주기 때문에 신이 나서 더욱 그럴싸하게 만들려고 하다가 스스로의 증언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로 망쳐 버렸다고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제보자 멜이 그 이후로 잠적했다는 것 역시 정부기관의 응징(?)을 받아서라기보다는 처음부터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사실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 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토속 민담이나 전설에 등장하며 서구권에서 이런 류의 도시전설은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멜 워터스가 주장한 내용이 삼류 중에서도 삼류의 스토리였을 뿐(…).
3. 대중매체에서
2008년에는 《Aspects of Mel's Hole》 이라는 이름으로 41명의 예술가들이 모여서 전시회를 하기도 했다.국내에서도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지옥의 구멍" 이라며 이 이야기를 소재로 삼기도 했다. #
4. 유사 사례
오리건 주에 위치한 디럭스 미스터리 홀(Deluxe mystery hole)이 있지만, 이 역시 미스터리 요소는 없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다느니, 과학자들도 모른다느니, 들어가면 중력이 뒤집힌다느니, 사유지 안에 있어서 땅 주인이 더 자세한 조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느니 하지만, 이 중에서 사유지 안에 있다는 것 딱 하나만 사실이다. 이것은 배런 마인드(Barron Mind)라는 사람이 자기 안뜰에다 만든 유쾌한 지하 구멍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는 아래쪽을 일부러 좁게 만들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밑에는 장난감과 양초, 바구니 등이 놓인 공간이 있으며, 심지어 멀쩡히 "EXIT" 라고 적힌 출구도 있다(…). 이전부터 쓰던 지하 저장고를 개인이 우스개로 미스터리 컨셉의 지하 놀이공간으로 꾸민 것에 가깝다. #[1] 여러 음모론이나 비밀기관 등에서 단골로 나오는 라디오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갑자기 웬 괴인이 전화를 걸어서 모두가 속고 있다며 뭔가를 폭로(?)한다거나, 젠틀한 목소리의 남성이 전화를 걸어서 일전의 무슨무슨 이야기는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전화를 끊는다거나 하는 등... 2008년에는 아예 대놓고 자신이 이론물리학자 고든 프리맨이며 포탈을 만드는 기술을 발명했다고 떠드는 컨셉종자(?)도 있었지만 이 쇼의 진행자는 그 어떤 제지나 경고도 하지 않고 전부 그대로 받아주었던 적도 있다.[2] 한 나라의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