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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3-05 23:27:22

라다(인도 신화)

राधा Rādhā

1. 개요2. 기원과 신앙3. 신화

1. 개요

힌두교인도 신화에서의 등장인물. 크리슈나의 청년 시절 연인으로, 크리슈나가 유년 시절 거주하던 브린다반 지역의 여목동 처녀. 평범한 목동이지만 크리슈나와의 관계성으로 수많은 비슈누(크리슈나) 관련 종파에서 존경받고 있으며, 여신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브린다반 지역의 평범한(?) 여목동. 미녀이며 연인 크리슈나와 반대로 흰 피부를 지녔다고 한다. 상냥하고 섬세하며 크리슈나에게 한결같이 헌신적인 한편, 크리슈나와의 소유를 초월한 사랑을 관철하는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면도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라다(राधा)란 번영, 행복을 의미하는 단어로, 인도인 여성의 이름으로 자주 쓰인다. 별명으론 애칭인 '라디카', '마드하비(마드하바[1]의 사랑', '라세쉬바라(라사 릴라[2]여왕)', '베누라티(피리 연주를 즐기는 그녀)', '트릴로카순다리(삼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 등이 있다. 존경의 의미로 '스리 라다(고귀한 라다)', '라다라니(라다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참고로 마하바라타의 등장인물인 카르나의 양어머니 라다와는 이름이 같지만 아무 관련이 없다.

2. 기원과 신앙

12세기 창작된 자야데바의 연애 서사시 <기타고빈다>에서 첫 등장했으며, 이후 창작된 여러 푸라나[3]에서 크리슈나와 함께 등장한다. 크리슈나가 주역인 마하바라타에선 라다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시간대 상으론 라다 이야기가 마하바라타 이전이지만 창작 시기는 마하바라타가 먼저라서 그렇다. 1~2세기의 창작시 <가타 삽타사티(Gāthā Saptaśatī)>에서 크리슈나의 상대역으로 라다란 이름을 언급하고, 마하바라타에선 크리슈나를 따라다녔던 목동 처녀들이 언급되는데 이러한 묘사들이 라다의 모티브가 된 듯.

크리슈나와 라다는 각별한 연인 사이였지만 결혼하지 않았으며, 미혼으로 나오는 판본에서도 끝까지 결혼하지 않았고 아예 이미 결혼한 유부녀였다는 전승도 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이러한 관계는 이들의 소유를 초월한 사랑을 표현하며, 라다가 크리슈나에게 왜 결혼할 수 없는지 묻자 크리슈나가 결혼은 두 영혼의 결합이고 너와 나는 이미 한 영혼인데 어떻게 또 결합하냐고 답했단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다. 다만 일부 전승에선 라다와 크리슈나가 부부로 묘사되기도 하며, 라다가 크리슈나의 정식 배우자로서 섬겨지는 종파도 존재.

라다가 기혼이라는 판본에서도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불륜이나 성적 쾌락의 추구가 아니다. 이는 크리슈나가 밤에 피리를 불면, 기혼녀조차도 도리없이 끌려나와 모이면 함께 놀면서 춤추고 그녀들 모두를 사랑했다는 일화와 같이 신과의 초월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처럼 크리슈나가 피리를 불며 여목동들과 추는 춤을 '라사 릴라(Rasa lila)'라 부르는데, 성적인 뉘앙스는 일부 카마수트라를 중시하는 소수종파에서나 나오고 일반적으로는 영적인 성질이 강조되며 그냥 춤만 추고 들어가는 것이다. 인간의 방식으로 신과의 유대를 표현한 것이자 우주의 모든 것은 신의 애정 어린 장난이란 점을 암시한다고 한다. 라다는 크리슈나와 자주 라사 릴라를 췄고 크리슈나의 대표적인 춤 상대였다.

이렇듯 라다와 크리슈나의 관계는 초월적이고 정신적인 면이 강조되며, 이런 관계는 당시 민중에게 인기를 얻어 힌두교의 박티 신앙으로 발전했다. 박티란 신과의 영적 결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신앙으로, 힌두교 중에서도 비슈누파와 크리슈나파의 핵심 교리다. 신분이나 경전, 제례보다도 신에 대한 헌신을 강조했기에 인기를 얻었으며 비슈누 신앙의 확장에도 큰 기여를 했다. 라다는 평범한 목동이였지만 크리슈나와 깊은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서 박티 신앙의 표상이 되었고, 지고자와 합일을 열망하는 인간 영혼의 상징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기타고빈다> 역시 '연인을 사랑하듯 신을 사랑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해석되며 크리슈나 신앙의 경전이 된다.

다른 경전이지만 똑같이 크리슈나가 주역인 경전 바가바드 기타에서도 물질적인 것과 상관없이 신에게 일심으로 헌신을 바치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곳에서 크리슈나에게 헌신하는 인간 아르주나와 라다는 비슷한 포지션이다. 바가바드 기타는 도덕률을 논하는 경전의 성격이 강하지만 강조하는 것은 박티 신앙과 근본적으로 같다. 마침 아르주나는 나라야나의 쌍둥이 나라로서, 라다는 크리슈나가 가진 샥티(만물에 깃든 여성적 에너지)로서 크리슈나의 반쪽으로 여겨진다는 점도 똑같다.

인기를 바탕으로 라다와 크리슈나를 함께 모시는 라다-크리슈나 종파도 등장했다. 이 신앙에선 라다와 크리슈나를 함께 최고신으로 모시며 크리슈나는 헌신에 만족하는 신, 라다는 그런 그조차 매혹시키는 신에 대한 헌신의 모에화 의인화로 해석된다. 동시에 라다는 우주의 여성적 에너지, 크리슈나는 남성적 에너지로 표현한다. 단순히 에너지의 화신이 아니라 그 자체로 표현하는 것으로, 이 신앙에선 다른 신/여신들의 근원도 크리슈나/라다라 믿는다. 이 한 쌍은 언제나 함께 존재하며 같은 근본을 가지고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불가분적 존재라고 한다. 이들은 물질적인 요소나 명분에 상관없이 늘 함께하며, 라다를 크리슈나의 여성적 형태 혹은 그의 일부, 반쪽으로 칭하기도 한다. 즉 라다는 크리슈나의 샥티[4]인 것. 라다-크리슈나 신앙은 박티 운동을 기초로 하는만큼 다른 어떤 것보다도 신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교리를 가지며, 여기서도 또 여러 종파로 나뉜다.

아예 라다를 최고신으로 숭배하는 종파도 있는데, 라다 발라브 삼프라다야(Radha Vallabh Sampradaya)라는 신앙이다. 이 신앙에서 라다는 궁극적인 최고 존재이며, 크리슈나는 그런 그녀에 가장 가까운 자이자 최고 존재에게 가는 중간단계에 비유된다.

다만 인도 전역에서 숭배되는 것은 아니며, 라다-크리슈나 신앙은 북인도가 중심이다. 남인도에선 사원이 있는 등 신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인도에 비해선 비주류이며, 남인도에서는 라다의 존재를 부인한다는 말도 있다. 외에 라다보단 크리슈나와 정식으로 결혼한 아내 루크미니를 크리슈나와의 상대역으로 미는 종파도 있고 라다와 루크미니 모두를 인정하는 신앙도 있다.

이런 라다와 크리슈나의 사랑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줘 많은 회화, 문예 등의 작품을 탄생시켰으며, 라다나 크리슈나를 모시는 공동체에선 라다의 헌신을 본받고 신과 합일을 열망하는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라다처럼 여목동 복장을 입곤 했다. 라다와 크리슈나가 추는 춤인 라사 릴라를 모티브로 한 인도 고전무용도 몇 개 있다. 현재도 라다를 숭배하는 사원을 자주 볼 수 있으며, 크리슈나 조각상 옆에 라다 조각상이 모셔져 있는 경우도 흔하다. 브린다반 근교의 지역인 브라즈에선 인삿말로 '라데 라데(Radhe Radhe)'란 표현을 애용하는데 라다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는 것에서 시작된 말이다.

9월경 라다의 생일을 기념하며 열리는 라다스타미가 있는데, 옛 인도 달력 기준이므로 개최 날짜가 매년 미묘하게 달라진다.[5] 이날엔 꽃으로 치장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곤 한다. 홀리 축제에서도 크리슈나, 락슈미, 카마데바 등의 신들과 함께 숭배되며 여기서의 물감 뿌리기 행사도 후술한 라다와 크리슈나의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인도의 가을 수확제 샤라드 푸르니마에서도 크리슈나, 비슈누, 락슈미, 시바, 파르바티와 함께 숭배된다.

3. 신화

출생은 브린다반 목동 부부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부모가 물 위에 떠 있던 연꽃에서 아기 라다를 발견해 입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락슈미의 화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기 땐 줄곧 눈을 감고 있었는데, 어린 크리슈나가 곁에 오자 눈을 떴다고 한다.

라다는 아름다운 목동 처녀로 자라 크리슈나와 사랑에 빠졌고, 곧 연인이 된다. 이들은 늘 서로를 사랑했으며 야무나 강가에 놀러가거나 함께 그네를 타는 등 풋풋한 연애를 한다. 크리슈나는 라다를 웃겨주기 위해 스스로 공작 분장을 했고 함께 춤을 췄다. 라다가 여성에 인기가 많은 크리슈나를 보고 조바심을 내며 친구들에게 상담했는데, 그것을 몰랐던 크리슈나가 라다가 자신에게 쌀쌀맞은 것 같다며 조바심을 내는 일화도 전해진다. 라다는 크리슈나를 보면 어떤 슬픔도 잊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일화에선 크리슈나에게 라다에게 장난을 치려 일부러 며칠간 만남을 피했다. 라다는 크리슈나가 자신을 떠났을까 낙담하여 식음을 전폐하게 되는데, 그러던 중 한 여성이 라다를 찾아와 왜 그렇게 상심하고 있냐고 물었다. 라다는 크리슈나가 만나주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며 절절한 그리움을 드러냈고 이에 여성은 라다의 손을 잡았다. 라다가 손의 감촉이 크리슈나의 것임을 알아차리자 크리슈나는 변신을 풀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라다와 포옹을 나누었다고 한다.

인도의 봄 축제인 홀리의 물감 뿌리기 행사 역시 라다와 크리슈나 사이의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크리슈나는 자신의 어두운 피부색 때문에 라다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이에 크리슈나의 양어머니는 라다의 얼굴을 네가 원하는 색으로 칠해보라 조언한다. 크리슈나는 양어머니의 조언대로 라다와 함께 서로의 얼굴에 다양한 물감을 뿌리며 놀았다고 한다.

그러나 크리슈나는 지상의 악인을 벌하기 위해 내려온 비슈누의 화신이였기에 이런 나날은 오래갈 수 없었다. 친척인 폭군 캄사에게 감금된 부모를 구하고 인간을 이끌며 화신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크리슈나는 라다에게 작별을 고하고 친가족이 있는 야다바로 돌아간다. 크리슈나는 캄사를 무찌르고 야다바의 실세가 되었지만 브린다반에 두고 온 라다를 잊지 않았으며, 직접 가진 못했지만 야다바가 안정되자 전령을 보내 다시 교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라다 역시 크리슈나를 그리워했으며 계속 그에 대한 마음을 접지 않았다.

<브라흐마 바이바르타 푸라나>에 따르면 시간이 흘러 마하바라타 사건 이후, 크리슈나는 죽음을 앞두고 다시 브린다반에 찾아와 라다를 만난다. 한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후 크리슈나가 라다를 포함한 브린다반 사람들을 천국에 데려간다고 묘사되어 있다. 크리슈나 역시 얼마 후 마하바라타 사건으로 받은 저주[6]로 사망해 지상을 떠나게 된다.


[1] 크리슈나의 별명 중 하나[2] 크리슈나가 라다와 함께 췄던 춤으로, 자세한 것은 후술.[3] 힌두교 설화집[4] 힌두교에서 말하는 우주의 여성적 근원 에너지. 여신들은 모두 이 샥티의 구현이며 남성적인 에너지(남신)과 조화를 이룬다. 샥티와 남성적 에너지는 불가분한 관계이기에 서로가 없으면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다고 한다.[5] 사실 똑같이 생일 축제가 있는 크리슈나와 라마찬드라에게도 해당된다.[6] 크리슈나가 계획한 쿠룩셰트라 전쟁으로 자식들을 잃은 간다리 왕비가 내린 멸망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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