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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12 14:20:35

김민수 vs 김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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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 서울 토너먼트 8강
경기장 서울 올림픽 공원 제 1체육관
경기일 2006년 6월 3일
선수 김민수 김경석
판정 김민수 만장일치 판정승
승패

1. 개요2. 배경3. 선수 프로필4. 경기 내용5. 왜 이런 경기가 나왔나?6. 후일담7. 기타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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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3일, K-1 World GP 2006 서울에서 벌어진 희대의 개그매치. 유도 선수 출신 파이터 김민수와 씨름 선수 출신 김경석의 입식룰 경기로, 그 막장성으로 인해 한국의 격투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다른 의미로 레전드 매치로 불리게 된 경기이다.

2. 배경

당시 한국에서는 최홍만이 K-1에 진출한 이후, 2005년 서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격투기 붐이 불고 있었다. 특유의 큰 덩치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화끈한 KO 행진을 이어갔던 최홍만은 국민적 인기를 얻었고, K-1에서도 스타성을 인정받아 야수 밥 샙[1], 챔피언 레미 본야스키 등 유명 파이터들과 대결하는 등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었다.

이러한 최홍만의 활약에 수많은 엘리트 스포츠인들이 너도나도 격투기 무대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K-1에서도 한국에서의 흥행을 위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씨름 협회의 파벌 싸움으로 씨름판이 막장이 되자 이태현, 김영현 등 씨름선수들이 최홍만을 따라 사각의 링에 도전해왔고, 김경석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2] 소속되어 있던 씨름 팀이 해체되자, K-1과 계약을 체결한 김경석은 2006년 6월 K-1 World GP 서울 대회에서 데뷔전을 갖게 되었다. 상대는 유도 출신의 종합격투가인 김민수였는데, 당시 김민수는 입식 경력이 없었다. 즉, 두 선수는 국내에서 열린 K-1 토너먼트에서 서로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르게 되었다.

3. 선수 프로필


참고로 이 경기에서 평범한 복장으로 입장한 김민수와 달리 김경석은 사극에서나 볼 법한 장군 코스프레에 칼까지 차고 나왔다.

4. 경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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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시작하자마자 김경석이 180kg의 육중한 몸으로 뒤돌려차기를 시도하다 넘어졌고, 이후 서로 로우킥을 주고 받으며 탐색전을 벌였다. 김경석이 링 중앙을 차지하며 압박하고 김민수가 링을 빙빙 돌면서 아웃파이팅을 펼치는 양상이었는데, 데뷔전이라 그런지 두 선수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견제만 하는 다소 지루한 장면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어서 도저히 프로 경기라고는 볼 수 없는, 온갖 막장스런 상황들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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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는 김경석의 돌진에 등을 보이고 달아났고, 김경석은 니킥을 하겠답시고 멀리서 무릎만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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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치 상황에서는 김경석이 김민수의 머리를 좌우로 두들겼다. 또한 김민수는 플라잉 니킥이나 날아차기를 시도하다 슬립다운되었고, 김경석은 넘어진 김민수에게 사커킥을 시도하다 저지당하고, 막판에는 테이크다운까지 나오는 등 차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더욱 기가 막힌 건 그렇게까지 해 놓고 양쪽 모두 상대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것.[3] 이렇게 3분 3라운드 동안 서커스를 벌인 끝에, 결과는 그나마 더 공격적이었던 김민수의 심판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끝났다.

5. 왜 이런 경기가 나왔나?

사실 이러한 개그매치가 나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당시 김민수는 몸을 혹사한 탓에 부상이 많았는데, 경기가 있기 일주일 전 훈련 도중 안와골절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아야 했다. 즉, 도저히 경기를 뛸 수가 없는 상태였으나, 계약 경기 수를 채우라는 K-1 측의 요구에 의해 땜빵으로 출전하게 되었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실명을 해도 좋다는 각서를 쓰고 경기에 나서게 된 것이다.[4]

즉, 안면에 부상이 있던 김민수는 안면 타격을 우려해 접근전을 피하고 극단적인 아웃파이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200cm/185kg의 거구인 김경석은 김민수와 체급 차이도 제법 났기에, 당시 김민수는 상당한 위압감을 느꼈다고 한다. 김경석은 그런 김민수를 열심히 몰아붙였지만, 아직 사각의 링과 타격기에 적응이 안 되어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고, 결국 서로 헛심 공방을 벌이다 끝나는, 희대의 개그매치가 나와버린 것이다.

6. 후일담

김민수는 김경석에게 승리한 후,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해 토너먼트 결승까지 진출했다. 특히 이어진 4강전에서 피터 아츠의 제자 무라드 보우지디를 제압하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5] 결승전에서는 후지모토 유스케[6]에게 KO패를 당했지만, 입식에 처음 출전한 것 치고는 괜찮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팬들은 이런 멋진 모습들은 기억 못 하고 김경석과의 개그매치만을 기억하고 있다. 하긴 김민수 본인도 2009년 엠파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그 경기는 내가 봐도 웃겼다."라고 인정했다.

김경석은 이후 입식 격투기에 적응하기 위해 185kg의 체중을 150kg대까지 감량했으며,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호리 하리쿠, 마이티 모, 후지모토 쿄타로, 다카하기 츠토무 등에게 연달아 패배하며 총 5전 5패를 기록하고 무승으로 사각의 링을 떠나야 했다. 특히, 마지막 경기인 다카하기 츠토무 전에서는 전에 비해 훨씬 발전된 기량을 보여줬음에도 로우킥 데미지 누적으로 허무하게 무너져 격투기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7]

7. 기타

어쨌든 경기 내용이 한국, 아니 세계 격투기 역사상 전무후무한 내용이었기에 이 경기는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막장 경기"의 대명사로 회자되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종종 영상이 올라오거나 회자될 정도. 유튜브에서는 한 유저가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모아 음악과 함께 편집한 영상이 있는데, 국내 격투기 경기 영상 중 가장 조회수가 높은 영상일 듯?

여담으로 이 경기가 벌어졌던 K-1 World GP 2006에서는 최홍만세미 슐트의 슈퍼 파이트가 있었다.


[1] 지금은 동네북 이미지가 된 밥 샙이지만, 당시에는 어네스트 후스트를 2번이나 KO로 이기고,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를 몰아넣었던 선수였다.[2] 이 날 서울 대회 토너먼트에 참가한 선수 중 김경석처럼 씨름 선수 출신인 김동욱도 있었다.[3] 경기가 끝난 후 다행히도 두 선수 모두 다친데는 한군데도 없었고 팔팔했다고 한다.[4] 단, 김민수 본인의 말에 따르면, 단체의 갑질도 있었지만, 본인도 어떻게든 출전 기회를 잡고 싶었다고 한다.[5] 피터 아츠도 "내 제자가 저런 초보에게 지다니?"라며 당황했다고 한다. 아마도 정통 입식 타격기에 익숙한 보우지디가 김민수의 변칙 파이팅을 예상 못했나보다.[6] 세계 레벨에선 그냥저냥 평범한 선수였긴 했지만, 나름대로 일본선수들 한정으로 KO 머신이었고, 무사시를 잡는 등 아시아 레벨에선 꽤나 실력자였다.[7] 사실 이는 김경석 뿐만이 아니라 최홍만을 따라 격투기 무대에 급하게 뛰어든 스포츠인들 대다수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