꽂히는 일은 기어코 끝을 보고야 직성이 풀리는 선택적 성실파. 가진 거라곤 빚과 낙관적 허세와 사고뭉치 엄마뿐.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던 부친이 지어준 동주라는 이름 탓인지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지만, 국문과를 졸업하고 7년째 작가 지망생 비정규직. 비록 비정규직으로 도로를 누비지만 언젠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쥘 야심 찬 꿈을 꾸고 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일단 덤벼들고 보는 급한 성질과 에둘러 말할 줄 모르는 직선적인 말투를 가졌다. 또한, 엄마를 포함해 믿었던 인간들한테 뒤통수 몇 대 맞은 뒤 자기방어적 인간불신론자가 됐다. 그래서 일견 까칠해 보이지만, 타고나길 동정심 많고 인정도 많은 겉은 까칠하고 속은 부드러운 알로에 같은 남자다.
여느 때처럼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던 운명의 그 날. 월세 나눠 내며 함께 사는 친구란 놈이 말도 없이 사라져 월세까지 독박 쓰게 생기고, 모친이 낸 교통사고로 합의금까지 필요하게 된 그 날. 세상의 모든 것에 분노했고 화가 났고 미칠 것 같았다. 육동주 인생, 이젠 더 떨어질 곳도 없고 바닥을 치는구나 싶은 순간, 무언가 동주의 고물 자동차로 쿵 부딪쳤다. 아니, 마치 하늘에서 무언가 쿵 떨어진 것만 같았다.
불행인지 기적일지 모르는 그 사고로 동주의 인생은 한순간에 엄청난 풍랑 속에 휩싸이게 되는데...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어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타인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고 타인의 기억과 감정을 보는 능력을 지녔다.
착하다. 순하다. 맑다. 순박하다. 강단 있고 심지가 굳으며 원칙이 있다. 보통은 남의 잘못은 과대 포장하고 자신의 잘못은 슬쩍 숨기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에는 소심하게 이실직고 즉시하고 남의 잘못은 크게 품는다.
본명은 강산. 부모없이 형과 단둘이 보육원에서 자랐다. 형제는 우애가 남달랐고, 불우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잘 자랐다. 이 세상에 둘밖에 없던 형이 죽던 날, 강산은 형이 남긴 가방을 들고 죽음의 문턱을 넘었다. 그렇게 깨어나 보니, 강산은 기억을 잃은 채 기적의 소년으로 불리고 있었고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에게서 들리는 절규와 호소, 고통스러운 모습들이 교통사고 가해자인 동주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주의 곁이 강산에게는 유일하게 편히 쉴 수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모든 게 낯설던 강산은 서서히 기억을 되찾으며 자신이 어디서 왔으며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데...
경찰대학을 졸업한 뒤, 편한 곳 마다하고 기를 쓰고 강력팀을 지원했다. 어차피 경찰을 할 거면 나쁜 놈과 제대로 ‘맞짱’ 뜨겠다는 배포를 가졌다. 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거칠지는 않다. 사건에 대해서 만큼은 결벽증이다 싶을 만큼 집요하고 승부욕이 강하다. 호기심이 많고 의문이 생기면 어떻게든 해소해야 잠이 온다. 솔직하고, 정의롭고 때론 대책 없이 밀어붙이는 행동파로 머리보다는 직감이 왔다 싶으면 일단 뛰어들고 본다.
2년 전, 오리무중에 빠진 살인사건에 매달려 있던 그녀는 파트너 형사의 만류에도 용의자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날, 용의자를 추적하던 과정에서 파트너 형사가 차량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제 막 첫아이의 아빠가 된 형사였다. 그의 죽음은 그녀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았다. 결국 현수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자청해서 교통사고 조사계로 옮겼다. 그리고 2년 뒤, 강력계로 복귀하자마자 살인사건이 터졌다. 그녀는 알아차렸다. 2년 전, 자신이 추적하던 살인사건의 범인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태강그룹> 이태만 회장의 동생. 비자금부터 세습경영, 거기다 여자와 약물복용, 가지가지 추잡한 루머에 휩싸여 있는 태강그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자청해서 <도서출판 문학과 상상> 사장으로 취임했다.
잘생긴 외모에 겸손한 말투, 자기계발서를 출간한 인기 작가. 근데 알고 보면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며 특권의식으로 차 있다. 그러나 그걸 드러내는 우를 범하지 않을 만큼 머리가 좋다.
대학 동아리 친구들이 하나둘 작가가 되겠다던 포부를 접을 때, 동주는 버둥대면서도 글을 썼다. 그런 동주에 명석은 이상하게 자존심이 상했다. 동주가 자신을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모에 응시하기 위해 썼다는 동주의 원고는 그를 충격에 빠트렸다. 그는 돈에 쪼들리는 동주가 거부할 수 없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가 산 것은 동주의 원고가 아니라 동주의 영혼이라고 생각하면서..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진료실에서 나오던 날, 27년 전 실종됐던 강산과 꼭 닮은 소년을 보았다. 이런 걸 도플갱어라고 하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27년이란 세월이 지났는데 그 남자는 분명 소년이었기에 자신이 아는 강산이 아님은 분명했다. 소년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소년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며 꼭 한번 만나기를 부탁했다.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소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기적이라는 이름의 소년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왔고 그녀는 조금씩 기억을 잃어갔다. 그렇게 소년과 그녀의 기억은 다시 세상의 중심에서 만난다. 18세 소년 강산과 18세 소녀 우정으로...
고위층 회원제 사교 장소로 알려진 'fortuna' 사장. 나이보다 한참은 젊어 보이는 미모와 세련미를 갖췄다.
자기 말보다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몸에 익은 태도와 정치, 경제, 사회보다 연예인 가십에 귀 쫑긋거리는 듯한 백치미를 가장한 태도는 무의식중에 그녀에게 비밀을 털어놓게 만든다. 하지만 고위층의 비밀을 손에 쥐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야누스 같은 여자다.
재력가의 혼외자식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귀족도 평민도 아닌 이방인의 세계를 살았던 혜경. 자칭 귀족들인 재벌가 아이들한텐 대놓고 무시당했지만, 어떻게든 재벌가 아이들 틈에 끼어 그들과 같은 계급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 그 남자를 만났다. 그들의 시선에는 평민도 아닌 노예계급의 고아였던 남자. 그녀가 사랑했고 그들이 지옥으로 밀어 떨어뜨린 남자를 위해 그녀는 여기에 남았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소설의 등장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강산(기적)의 출현은 그녀를 엄청난 혼란과 위기 속으로 빠트린다.
순진한데 무작정 순진하기만 해서 잘 속는다. 술 좋아하고 노래 좋아하고 인정이 많아 불쌍한 척하면 정 주고 마음 주고 돈도 기꺼이 주지만, 자기 사정 감안하지 않고 주는 ‘대책없는 영숙씨’다.
네 살배기 동주만 남겨놓고 남편이 어이없이 떠나자 영숙은 아들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나름 애썼지만 힘들고 고단했다. 동주 아빠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었기에 남편이 눈물 나게 그리웠고 몸서리치게 외로웠다. 무엇보다 아들만 바라보며 살기에는 삶이 팍팍했고 그녀는 너무 젊었다. 하지만 만나는 남자마다 하나같이 쓰레기인 박복한 인생이다.
못난 엄마 때문에 동주가 고생인 것을 안다. 동주를 볼 면목이 없고 죽도록 미안하면서도 아들이라서 자존심이 상했고, 아들이라서 어떻게든 변명하고 싶은 것이 그녀의 대책 없는 자존심이다.
그래도 그녀의 진짜 사랑은 언제나 동주 아빠, 죽은 남편의 사소한 소지품 하나하나 버리지 않고 꾸역꾸역 이사할 때마다 들고 다니는 그녀만의 순정이 있다.
동주의 중고등학교 동창으로 절친. 단순하고 순박하며 우직하고 의리가 있다. 겉보기엔 촌스럽고 투박한데 은근히 부드럽고 여린 구석이 있다.
작가가 멋있어 보여 한때는 작가의 꿈을 꾼 적도 있었지만 글을 못 써도 너무 못 쓴다. 그러기에 동주가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대단해 보인다. 힘든 동주의 삶을 옆에서 보며 사춘기 시절을 동거동락했기에 동주의 성공이 마치 자신의 성공인 것처럼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찐친구. 순경 생활하며 나쁜 놈, 이상한 놈, 별난 놈 많이 접하면서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생겼지만 동주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는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고충없이 엘리트 코스를 밟아 의사가 되었다. 딸을 낳고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만큼 행복했던 순간 그녀의 인생은 생지옥으로 변했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대형 마트에 들러 쇼핑을 마치고 나오던 순간, 순식간에 ‘묻지마 살인’이 벌어졌고, 남편은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온몸으로 아이를 품으며 결국 살인자의 칼에 절명했다.
살아갈 힘조차 잃었고 극도의 우울증과 분노로 잠을 잘 수조차 없었지만, 그녀는 의사로 일을 했다.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했다.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를 맞았다. 신원불명의 소년이었고 그는 사망했고 기적처럼 살아났다. 그리고 소년은 그녀의 삶에 끼어들어 그녀의 구원자가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만치 선량하다. 배움에 대한 배고픔이 늘 있었던 그는 열심히 돈을 모아, 아들의 이름을 따서 동주서점을 차렸다.
천영보육원 아이들을 신경 써 챙겨주었던 그가 유난히 좋아하고 아끼는 형제가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형제에게 동주서점은 도서관이었고 형제를 품어 주는 찬성의 따뜻한 품은 유일한 안식처 같았다. 딱 부러지지는 못해도 순진하고 다정한 아내와 사랑스러운 아들 동주가 있으니 그는 평범한 일상이 고맙고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형제에게 분명 변고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형제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팀장직에서 자진해서 물러나 서류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만년 일선에서 뛰었으니 이젠 조용히 지내다 조용히 퇴직해 남은 여생 고향 내려가 텃밭 가꾸며 살 계획이다. 여전히 아날로그 수사기법을 선호하고 느긋한 성격 탓에 시대에 뒤떨어진 형사처럼 보여도 누구보다 실력 있는 베테랑 형사다.
현수의 트라우마를 누구보다 걱정하면서도 겉으론 티 내지 않고 조용히 챙겨준다. 복귀한 현수의 파트너로 현수와 함께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며 현수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그리고 그는 27년 전 자신이 무심히 아니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소년과 사건을 아프게 마주한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베테랑 형사. 적당히 사회적이고 눈치는 성격이면서도 은근 근성있다. 무심한 듯 배려심이 있지만 너무 깊이 관여해 귀찮아지는 건 싫어 골치 아픈 일엔 적당히 거리를 둔다. 권력자 앞에서 적당히 머리를 숙이지만 내 새끼 같은 후배놈들 뭉개는 인간 꼴은 못 본다.
이명석의 형. 단순하고 포악하고 잔인한 성질, 분노 조절 장애가 있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비리도 서슴없이 저지른다. 뿌리 박혀 있는 특권의식으로 힘없는 인간은 그저 밟아도 되는 풀뿌리쯤으로 여긴다.
27년 전, 사람을 죽였다. 혼자 한 짓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남편이었으며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사람이었지만, 태만은 자신이 죽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 죽이려고 팬 건 아니었지만 죽도록 팼다. 그날은 특별한 날이었고 그냥 취해서 생긴 일이었을 뿐. 다만 그 일로 부친에게 문제아로 찍혀 지금까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날 뿐, 죄책감도 양심의 가책도 없다. 이젠 기억마저도 희미한 지난 일일 뿐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조실부모한 자신의 고달팠던 삶을 내세우며 청소년 선도 활동에 앞장서는 척하며 서민들의 지지를 받지만, 행동하기 전에 계산기부터 두드려 손해 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약삭빠른 남자다.
27년 전, 자신이 다니던 천영하늘성전 목사가 운영하던 보육원에 있던 한 아이가 자신을 찾아와 놀라운 얘기를 했다. 태강그룹 아들 이태만을 포함한 명망 있는 집안 자식들이 저지른 살인사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힐 천인공노할 범죄였다. 빠르게 계산기가 돌아갔다.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신속하게 움직였고 노숙자의 죽음 따윈 쉽게 덮였다. 그리고 그는 이회장의 비밀을 쥐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대대로 국회의원을 지낸 명문 정치가문의 아들. 27년 전, 이태만과 함께 귀족자제들 모임의 일원으로 노숙자 살인의 공범. 세계 국제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미투 의혹과 성폭행 사건이 폭로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던 중 실종된 후 시신으로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