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도유(塗油) |
라틴어 | Unctio |
영어 | Anointment |
1. 정의
말 그대로 기름, 그중에서도 향유를 사람이나 사물에 붓는 의식을 말한다. 고대 근동에서 유래한 것으로 손님을 환대하거나 몸을 치장하거나 시신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행해졌다. 대연회 시에는 향료의 기름을 손님의 머리에 올려놓아 그 체온으로 녹여 향기와 신선함을 느끼도록 해서 손님을 기쁘게 했다고 한다. 덥고 건조한 사막기후에 해당하는 지역에선 피부 건강과 악취 죽이기를 목적으로도 향유를 몸에 발랐다.[1] 왕이나 지도자를 정하는 상징적인 의식으로 사용되기도 했다.2. 상세
또한 기름(향유)을 사람에게 붓는 이유는 위 이사야서의 대목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당시의 방패는 나무에 가죽을 고정시키고 덧대서 만드는 식이였다. 방패에 덧댄 가죽에 기름을 먹이면 가죽이 탄력이 생기며 수명도 훨씬 길어지게 됐다. (기름을 바르며 튼튼해진) 방패와 같이 사람들을 지켜주는 존재가 되어달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셈이다.중동과 근동에선 은근 필수품이었는지, 가난한 사람들도 향유를 소유하고 있긴 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비싸고 질 좋은 건 당연히 부자나 고위층의 몫이었다.
기독교 창시 이후로도 성령이 임재나 내재한 상징으로 여겨지며 계속 행해졌는데, 가령 마태오 복음서 26:12 에서는 베타니아의 마리아가 자신의 머리카락에 300데나리온이나 하는 향유를 묻혀 예수의 발을 닦자 예수는 '이 여자가 내 몸에 이 향유를 부은 것은 내 장사를 위함이라'라 말했는데, 이를 통해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향유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적 의미에서 기름을 붓는 것은 대상이 물건이냐 사람이냐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물건의 경우 성별하려는 것이며 사람인 경우 그를 사제, 예언자, 왕 등으로 세우는 것이다. 한 예로 사무엘이 사울을 왕으로 추대할 때 사울의 머리에 기름을 부은 일이 사무엘상에 기록되어 있고 이 외에도 북이스라엘 왕국의 여로보암 1세와 예후도 왕이 되기 전 예언자가 왕이 될 것이라며 머리에 기름을 부었다고 한다.[2] 그리고 특이하게도 고레스도 기름 부음을 받았다고 성경에서는 얘기한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기보다는 그의 행적이 유대인에게는 너무나 감동적인 일이었기에[3] 그 정도로 우호적인 시선이 있었다는 것을 저렇게 표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후자의 경우 견진성사, 성품성사, 병자성사, 대관식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구원자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메시아라는 말 또한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중세 말~근대 초에는 프랑스 왕국처럼 종종 군주가 연주창 환자 등을 상대로 도유식을 거행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군주의 손길로 병증이 완화되고 치유됨을 선전하여 군주의 신성성을 드러내는 의식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기독교 문화의 영향을 짙게 받은 서양에선 '기름 부음'을 '특별한, 신성한'과 같은 뜻으로도 사용한다.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본인에게 기름부음이 강하게 임했기 때문에 “하나님 꼼작 마, 하나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열왕기를 보면 통일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은 사무엘에게 기름 부음을 받아 왕이 되었지만 번제를 멋대로 지내고 하느님의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하느님이 당신을 버렸다. 그러니 당신의 왕조는 이제 끝이다." 라는 식으로 사무엘에게 책망받았고 실제로 사울 왕가는 사울 사후 몰락했다. 북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여로보암 1세 역시도 기름 부음을 받아 12지파 중 10지파의 왕이 되었지만 금송아지 숭배를 하는 바람에 그에게 기름 부음을 준 아히야가 그의 아내에게 여로보암이 악을 행하고 다른 신을 섬겨 하느님이 여로보암 왕가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말했고 여로보암도 사울과 마찬가지로 영 좋지 않게 끝났다. 예후는 그나마 이전에 아합 왕가가 들여온 바알 신앙을 뿌리뽑아 평이 그나마 나은데 그도 금송아지 숭배를 했다는 이유로 왕조가 영원히 이어지지 못하고 5대로 끝났다. 심지어 다윗조차 예외는 아니라서 다윗도 여러 차례 야훼 앞에서 잘못을 저지른 탓에 꾸중도 듣고 벌도 받았다. 그나마 다윗은 야훼 앞에서 죄를 자백할 줄 아는 등 가장 신실한 왕이라서 왕조가 아주 오래 유지되었고 솔로몬의 잘못으로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쪼개졌다고 하나 남은 반절이라도 건져 이어졌다. 다시 말해 성경상 기름 부음을 받았어도 하느님에게 깝치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 그나마도 사울, 여로보암, 예후, 다윗 모두 하느님을 정면으로 부정하지 않았음에도[4] 본인의 말년이나 후손들에 큰 악영향을 끼쳤다. 사울은 극심한 신경 쇠약에 시달리다 전쟁에서 자살, 사후 일족 몰락했으며, 그 다윗마저 간음의 범죄를 저지름으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고 국가외 본인의 위신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후의 여로보암과 예후 역시 본인의 일족이 도륙당해 대가 끊기는 징벌을 받았다.
애초에 기름 부음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의인도 죄를 범하면 얄짤없이 혹독한 징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구약 성서 의인의 대표주자인 모세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신과 불만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해 하느님의 명령을 어겼다가 대부분의 1세대 백성들처럼 가나안 땅을 밟지 못해 죽는 징벌을 받았으며, 판관기에서 나오는 삼손은 블레셋인 여인에게 현혹되어 머리카락이 잘려선 안된다는 나실인의 금기를 누설해 그 벌로 하느님의 힘이 떠나 눈이 뽑히는 노예로 전락했다. 사무엘기에 나오는 판관 엘리는 비만에 자식들이 부정을 저지르는데도 제대로 말리지 못하고 하느님의 말씀도 제대로 못 듣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 참다못한 하느님이 사무엘을 통해서 엘리의 가문에 벌을 내려버린다.
즉 하느님에게 선택을 받았다면 그만큼의 의무를 지고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따르지 않는 자는 설령 사소한 의도더라도 얼마나 의로운 영웅일지라도 쓰라린 댓가를 치른다는 것이 구약성경의 핵심 주제이다.
이러니 전광훈이 한 말은 그야말로 아합조차 귀여운 수준이고[5] 그 아내인 이세벨쯤 되어야 비교 가능한 수준이다. 판관기나 열왕기 같은 곳에서 이런 사건이 기록되었다면 '이딴 짓을 하니 예언자 누구누구가 "당신이 그 말을 해서 하느님이 빡쳐서 당신 망하게 한다더라" 라는 말을 했고 진짜 망했다.' 라고 기록될 일이다. 교회와 신앙 애초에 기름 부음 자체의 개념이 뭔지 감안하면 정말 개념 밥말아먹은 발언이다.
[1] 즉 오늘날 피부미용 등을 위한 바디오일 바르기의 유래도 이들의 피부를 위한 기름 부음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2] 여담으로 이렇게 기름부음을 받은 왕들은 뭔가 특별한 대접이 있는지 다윗은 자기가 사울을 죽였다고 한 아말렉 병사에게 감히 기름부음을 받은 왕을 죽였냐고 격노하여 그를 죽였고 여로보암 1세는 기름부음을 받은 왕이면서도 금송아지 숭배를 추진하여 자손이 몰살당할 것이라는 저주를 받았지만 적어도 본인은 평안하게 죽었다.[3] 바빌론 유수를 겪고 있던 유대인을 아무 조건 없이 해방시켜 주었고 그것도 모자라 예루살렘 성전의 재건까지 도와주었다. 물론 키루스 2세는 유대인 뿐 아니라 다른 민족에게도 다 이랬다. 하지만 그 당시엔 그런 관대한 조치가 매우 드물었으니 당대 관점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보는 것.[4] 이들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을 끝까지 따랐다. 단지 그러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도 공통점이자 문제였다.[5] 이방신을 들여온 천하의 죽일 놈으로 묘사되는 아합조차도 그래도 야훼 신앙을 탄압하지는 않았고 나봇의 포도원을 강탈하여 멸망 선고를 받았지만 뒤늦게 반성하여 그나마 멸망을 한 대 늦추기라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