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 |||
胯 | 下 | 之 | 辱 |
사타구니 과 | 아래 하 | 어조사 지 | 욕될 욕 |
1. 뜻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뜻하는 고사성어로,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쓸데없는 일로 남들과 옥신각신 다투지 않음을 빗대는 말이다.2. 유래
사기 회음후열전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신이 젊을 적 가난하여 한 마을의 정장에게 빌붙어 살 때 그는 마음속에 품은 큰 뜻이 있었기에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어느 날 불량배 하나가 그에게 시비를 걸고, "칼을 차고 다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겁쟁이 아니냐? 네놈에게 사람을 죽일 만한 용기가 있다면 그 칼로 어디, 나를 한 번 찔러 보아라. 그렇지 못하겠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가라!"고 하자 한신은 불량배의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 나왔다. 당연히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한신을 겁쟁이라며 마구 비웃어대고 한신은 매우 화가 났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훗날 초왕(楚王)의 자리에 오른 한신은 신하들과 대화를 하면서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썰을 풀었을 때 이 일을 언급하면서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그를 죽였다면 죄인으로 쫓겼을 것이니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라고 말하였다. 고사성어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3. 역효과?
일단 한신이 가랑이 사이를 지나간 이유가 큰 뜻을 품었고, 이를 이루기 위해 함부로 다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함이라곤 했지만 정작 이 과하지욕의 일화는 일반지은 일화와 더불어 번번히 한신이 출세하는데 발목을 잡는 흑역사가 된다.항량에게 처음 귀부했을 때, 범증이 말직에 마물러있던 한신을 항우에게 중용하길 권했을 때, 목숨을 걸고 유방에게 투항하여 소하의 천거를 받을 때, 번번히 한신 중용을 거부한 군웅들이 입을 모아 하던 말은 백정의 가랑이 밑이나 기던 자를 어떻게 쓰냐였다. 결국엔 유방에게 재능을 인정받고 대장군직을 받긴 하지만, 출세를 위해 가랑이 밑을 기는 치욕을 참았더니 오히려 그 일로 출세길이 더욱 꼬인게 아이러니. 하지만 결국은 모든 어려움, 험난한 일을 다 이겨내고 군공을 세워 왕이 되었다.
재미있게도 출세한 이후로는 장한, 항우 등 한신이 상대한 강적들을 한풀 방심하게 만들어[1] 한신 자신의 진가를 적에게 숨겨주는 연막 역할을 한다.
4. 기타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 있는 '둥팡즈먼(東方之門)'이라는 74층 빌딩은 생김새가 바지 같은데, 이 때문에 중국인들도 "건물 사이로 지나가면 남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는 기분이 들 것 같다!"라는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기사사실 한신이 이 일화 외에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며 소인배 같은 행보를 보여준 일이 많기에, 치욕을 참았다는 것은 나중에 포장한 것이고 실제로는 당시에 겁나서 그랬던 것 뿐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1] ‘백정 가랑이 밑이나 기던 자가 싸움은 제대로 할줄 알겠냐’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