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의
과냉각(過冷却, supercooling, undercooling)은 액체나 기체가 고체가 되지 않고 온도가 어는점 아래까지 내려가는 현상을 뜻한다. 물의 경우를 예시로 들면, 물의 정상 어는점은 0[math(\degree)]C이지만 표준압력(1atm)에서 균질 핵 생성 온도(약 -48.3[math(\degree)]C)에 이르기까지 과냉각할 수 있다. 물의 경우에서, [math(10^6)] K/s의 속도로 냉각된다면 물은 결정 핵생성을 피하고 유리질(비결정질) 고체가 될 수 있다.과냉각 현상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곳은 구름이다. 공기가 상승함에 따라 기압이 내려가서 상승한 공기가 단열팽창하고 공기의 온도가 내려간다. 이 때, 수증기는 작은 물방울로 변하게 되는데, 이 물방울이 어는점 아래에서도 얼지 않고 있는 경우를 과냉각 물방울이라고 한다. 냉기가 상공에 올라와서 과냉각 물방울에 부딪치면 곧 빙정으로 변하며, 구름은 빙정과 과냉각 물방울이 섞인 상태가 된다. 이후 빙정이 성장하면서 낙하하고, 다른 입자들과 부딪쳐서 크기가 커지게 된다. 이는 강우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인 빙정설이다.
2. 원리
액체나 기체가 응고되기 위해서는, 결정이 형성되는 중심인 핵(nuclei)이 필요하다. 허나, 액체나 기체에 핵이 충분히 없는 상태에서 냉각된다면 정상 어는점 이하에서도 고체로 상변이가 일어나지 않고도 존재할 수 있는데, 이를 과냉각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3. 과냉각 현상의 이용
태국의 길거리에서 파는, 과냉각 현상을 이용해서 파는 탄산음료 슬러시. 자세히 보면 병을 두들겨 충격을 가하고 뚜껑을 따자마자 병 안의 음료가 슬러시처럼 살짝 얼어서 나온다.
과냉각 상태의 액체에 충격을 가하면 빠른 속도로 고체로 변하게 된다. 이 현상을 이용하여 물이나 음료수, 주류 등을 과냉각 상태로 보관하여 열자마자 슬러시로 변하게 하는 과냉각고가 개발되었다. 또한, 코카콜라 사에서는 스프라이트나 콜라를 과냉각 상태로 보관하여 판매하는 특별한 자판기(코카콜라 슬러시 자판기)를 일부 국가, 지역에 설치했는데, 한국에서는 CGV 용산아이파크몰,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볼 수 있다.
과냉각은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과 하버드 의대가 장기 보관에 적용하였다. 과냉각을 이용해 96시간 동안 보존한 간이 동물들에게 이식되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간을 보존할 수 있는 기간의 약 4배였다. 간은 특수 용액 속에서 영하 6도씨의 온도로 보존되었다.
4. 동식물에서의 과냉각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몇몇 동물은 과냉각을 이용하여 세포가 동사하는 것을 방지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결빙방지단백질(antifreeze protein, AFP)이 있다. AFP는 부동액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포가 어는 것을 방지하는데, 이는 물고기가 삼투효과 때문에 고농도의 부동액을 체내에 지니고 있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AFP는 얼음 조각이 형성된 즉시 각각의 미세한 얼음 조각의 표면을 덮음으로써 작은 얼음 결정들이 커지는 것을 방해한다. 대표적으로 흑지느러미 빙어와 같은 가자미목의 물고기들이 AFP을 사용한다.식물들도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냉각을 사용한다. 적외선 열화상 기술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얼음 핵 생성은 식물의 목질부(목관부)에서 형성되어 식물 전체로 퍼져 나간다. 과냉각은 얼음 핵에 의한 조직 내 얼음의 생성을 막고, 물을 액체상으로 유지하여 세포외 결빙과 분리될 수 있도록 한다. 리그닌, 코르크질, 그리고 큐티클은 얼음 핵 생성을 방지하고, 물을 과냉각 상태에 이르게 한다. 많은 북방의 활엽수 종류들은 얼음이 식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막아 식물이 어는 것을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