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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2-23 19:37:05

공상과학소설




1. 개요2. 역사3. 구체적인 오용 사례

1. 개요

사이언스 픽션의 옛 한국어 명칭인 공상과학소설을 다루는 문서.

2. 역사

사이언스 픽션 문서에서도 짧게 언급되었듯이 국내에서는 20세기까지도 'Science Fiction'의 번역 명칭으로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명칭이 주로 쓰여 왔는데, 이것은 광복 후인 1960년대에 국내 출판사에서 영한(英韓) 사전을 만들 당시 영일(英日) 사전의 Science Fiction 항을 그대로 베끼면서 70년이나 된 일본식 역어가 그대로 국내에 정착해 버린 결과라고 알려져있다. 문제는 이것이 SF의 본질에 부합하는 정확한 역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술한 하야카와 쇼보에서 1959년에 창간한 일본의 SF 잡지 SF 매거진(S-Fマガジン)이 미국의 SF 잡지인 더 매거진 오브 판타지 & 사이언스 픽션과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이 잡지명을 '판타지'와 '과학소설'이라고 정확하게 번역하지 않고 '空想科學小說'이라고 대강 뭉뚱그려 오역한 것이 그대로 한국으로 넘어옴으로써, SF의 메타 기법인 외삽법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개념인 '공상'이라는 개념이 틈입했기 때문이다. (60년대의 일본에서는 80년대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설 장르로서의 판타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타지가 환상도 아닌 '공상'을 의미하는 일반명사라고 착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 '공상과학소설'이 SF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 것은 10여년에 불과하고, 1970년대 중반의 SF 애니메이션 붐을 계기로 형용사로도 쓰기 편리한 'SF'라는 약어로 완전히 대체되면서 사어가 되었다. 사이언스 픽션의 Fiction은 '공상'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문학의 범주인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이며, 한국어의 공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리어 보는 행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외삽법을 통해 당장 현실이 되지는 않더라도 실현될 가망이 있는 세계를 논리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지향하는 사이언스 픽션에 굳이 오역에서 비롯된 '공상'이라는 단어를 갖다붙이는 행위가 형용모순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런 이유에서 21세기 들어 국내 출판계나 학계에서는 과학소설이라는 명칭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SF라는 용어가 아직도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공상과학'이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알기도 쉽고 쓰기도 쉬운 표현은 TV와 신문을 위시한 보도 관계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꾸준하게 오용되고 있으며, 시대착오적인 단어에 그릇된 시의성과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문외한들 사이에서 SF와 판타지의 정의에 관한 혼란을 야기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3. 구체적인 오용 사례

구체적으로는 기고자인 기자가 화성 개척 꿈꾸는 인류 야심, 공상과학에 그칠 것 하는 식으로 직접 명기하는 경우도 있고, 해외 뉴스를 기계적으로 번역한 기사에서 사이언스 픽션의 역어로 사용된 것을 제대로 교열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매스 미디어와는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인들 역시 오세훈 "구룡마을 개발이익 10조 송영길 공약, 공상과학소설"이라든지 박영선 '수직정원 도시'에…오세훈 "공상과학 영화 많이 보는듯", 한동훈, 대선 출마 여부에 "공상과학소설 같은 이야기" 같은 발언들을 통해 '공상과학'을 대놓고 부정적이고 비하적인 맥락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식의 주장을 할 경우는 문맥상으로도, 의미론적으로도 공상과학(소설) 대신 '환상'을 의미하는 '판타지' 내지는 '소설'을 사용해야 옳지만, 정치인의 특성상 공상 vs. 과학이라는 대립항이 주는 선동적인 뉘앙스를 본능적으로 선호한 결과로도 보인다. 與 "민주, 국군의날·조선총독부 설립일 겹친다고…SF 수준 망상"이라는 노골적인 SF 비하 발언도 물의를 빚었는데, 정작 기사 본문을 보면 "공상소설 수준의 망상"이라고 인용되어 있고 이것을 단지 기사 제목에서만 "SF 수준 망상"이라고 고쳐 쓴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예들은 한국어에서 '공상'이라는 단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상상'을 의미하므로 사이언스 픽션의 본래 뜻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특히 유교의 영향이 강한 한국 특유의 교육 환경에서는 망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지적이 사실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2025년 초의 한국에서 뉴스의 논평 프로그램 등에 패널로 섭외받은 평론가나 대변인이 상대방 패널의 주장을 콕 집어 '공상과학소설'이나 '망상소설'이라는 표현을 동원해서 비난하는 경우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TV의 관련 꼭지에 출연한 정당 대변인이라든지 시사평론가 최수영등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해당 뉴스 영상, 거듭 말하듯이 한국 사회에서 '공상'이라는 단어의 화용론적, 의미론적 파괴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지적인 게으름과 교양 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기성세대의 이런 행태는 공상과학이라는 시대착오적 단어에 그릇된 시의성과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문외한들 사이에서 SF와 판타지의 정의에 관한 혼란을 야기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12] 따라서 소설 형태의 Science Fiction은 과학소설로 표기하고, Science Fiction Film이나 Science Fiction Comics 같은 비주얼 매체의 경우는 국제 기준에 맞춰 'SF 영화'와 "SF 만화'로 표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SF 비평가 김상훈을 필두로 하는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1]

한편 이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오역이 대한민국의 일반 대중에게 끼친 악영향에 대해, '공상'의 어감에 걱정할 필요가 없는 영어권에서도 Science Fiction을 한국과 비슷한 용법으로 사용되는것을 쉽게 발견할수 있으므로. (예시#1,#2,#3#4#5#6(영상 1:56))[2] 오역된 것과는 별개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이언스 픽션에 관해 대중에 널리 퍼져있는 인식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는 반론이 있다. 정말로 위의 국내 사례들과 비슷한 부정적이며 비하적인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는 실제로 들어보고 판단하면 될듯.
[1] 과학소설 전문무크 창간호 HAPPY SF 01. SF 독자를 위한 가이드. 김상훈. 박상준. 홍인기. 듀나. 이수현. 구광본. 김봉석 지음. 행복한책읽기. 2004.09.17.[2] 특히 예시 1의 ...nothing fictional about it.부분은, 이것이 다른 의미가 아니라 한국과 비슷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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