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空明拳<사조영웅전>의 무공. 주백통이 도화도에서 15년간 동굴에 갇혀 있으면서 개발한 권법이다.
2. 설명
도가의 가르침이 반영되어 강함에 강함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과 허실을 통하여 맞서는 원리를 따르는 상승의 무공. 홍칠공은 요결을 읊는 것만 듣고도 이 무공의 탁월함을 깨닫고 감탄했지만 우둔한 곽정은 전수받는 과정에서 셀 수 없이 자기 힘을 못 이기고 땅에 나뒹굴어야만 했다.[1]강(剛)의 무공인 항룡십팔장과 대비되는 유(柔)의 무공. 상대의 강한 힘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고, 오히려 상대를 쓰러뜨리는 특징이 있다. 16구결로 이루어졌고 총 72로 권로가 있다. 요지는 이공이명(以空而明)에 있다. 이것은 노자의 <도덕경>의 구절인 "그릇은 빈 부분이 있으니 그 없음에 그릇의 쓸모가 있고, 창을 내어 방을 만드니 그 없음에 방의 쓸모가 있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그릇은 중간에 빈 곳이 있기 때문에 음식을 담고, 방은 창과 문이 있어 빛이 들어오고 사람이 들어온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극과 극으로 대치되는 무술이어서인지 곽정이 쌍수호박으로 항룡십팔장과 공명권을 구사해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작 곽정이 고수가 된 신조협려쯤 돼서는 그런 모습을 안 보여준다. 아예 쌍수호박도 사용하는 장면이 거의 안 나오니...
왕중양은 주백통이 도사를 할 사람은 아니라고 여겼고 주백통 자신도 무공을 밥 먹기보다 좋아할 뿐 딱히 도가의 가르침에 정통한 것은 아니었으나.... 결국 주백통이 독창해 낸 무공이 전진파의 여느 무공들보다 더욱 도가의 가르침에 깊이 닿아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만한 소재이다.
또한 16구결은 모든 구절이 ㅇ발음으로 끝나는 게 특징으로 공몽동송(空朦洞松), 풍통용몽(風通容朦), 충궁중롱(沖窮中弄), 동용궁충(童庸弓蟲)이다. 여기서 송(松)은 상대의 요해를 향해 공격한다는 뜻이고, 충(蟲)은 몸을 벌레와 같이 유연하게, 몽(朦)은 권의 초식을 모호하게 한다는 뜻이다.
무공의 특성을 보면 알겠지만, 이 권법에 통달하면 상대의 강맹한 힘을 헛치게 만들어 자신의 몸을 유리하게 지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사조영웅전에서 주백통과 의형제를 맺고 이 권법을 전수받은 곽정은 이후 강적들과의 싸움에서 이 권법 덕분에 최소한 수비는 할 수 있었다. 자신은 수비만 하고 있을 뿐인데 상대나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이 녀석이 어느 새 이렇게 강해졌지?'하고 흠칫하게 만드는 놀라운 무공. 신조협려에서는 절기 용상반야공을 연성해낸 뒤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금륜법왕에 맞서 주백통이 사용, 십여 년에 걸친 절치부심의 성과인 용상반야공의 공격을 와해시킴으로써 금륜법왕의 기를 꺾어버리기도 했다! 굳이 공명권이 방어용 무술이라기보다 그 유(柔)적인 특성 때문에 강(剛)으로 나오는 상대가 헛심을 쓰게 만드는 결과가 유발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외공 위주의 강한 공력을 쌓은 홍칠공이 공명권의 요지를 전해 듣고 과연 주백통은 기인이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 묘수공공(妙手空空): 공명권의 54번째 초식. 주백통이 공명권을 사용할 때는 초식이 일일이 묘사되는 경우가 없었기에 의천도룡기 초입 부근에서야 곽양이 일초를 흉내냄으로써 유일하게 이 초식명만이 드러나게 된다. 바쁘게 돌아가는 10초짜리 대결이었는지라 자세한 위력 등은 묘사되지 않고 그냥 이름만 나온 수준이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초식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1] 같은 외가 무공을 구사하는 사제 관계라지만 홍칠공은 강맹한 외공 외에도 소요유, 연청권 등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이런저런 무공들도 수십 가지는 구사할 수 있고 곽정보다 머리도 잘 돌아가는데다 이미 경지에 오른 대종사였다. 반면 곽정은 원래 머리가 나빠서 마옥에게 내공심법을 전수받기 전까지는 강남육괴의 무공들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쩔쩔맬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