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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2-22 10:26:51

공명권

1. 개요2. 설명

1. 개요

空明拳
<사조영웅전>의 무공. 주백통도화도에서 15년간 동굴에 갇혀 있으면서 개발한 권법이다.

2. 설명

도가의 가르침이 반영되어 강함에 강함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과 허실을 통하여 맞서는 원리를 따르는 상승의 무공. 홍칠공은 요결을 읊는 것만 듣고도 이 무공의 탁월함을 깨닫고 감탄했지만 우둔한 곽정은 전수받는 과정에서 셀 수 없이 자기 힘을 못 이기고 땅에 나뒹굴어야만 했다.[1]

강(剛)의 무공인 항룡십팔장과 대비되는 유(柔)의 무공. 상대의 강한 힘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고, 오히려 상대를 쓰러뜨리는 특징이 있다. 16구결로 이루어졌고 총 72로 권로가 있다. 요지는 이공이명(以空而明)에 있다. 이것은 노자의 <도덕경>의 구절인 "그릇은 빈 부분이 있으니 그 없음에 그릇의 쓸모가 있고, 창을 내어 방을 만드니 그 없음에 방의 쓸모가 있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그릇은 중간에 빈 곳이 있기 때문에 음식을 담고, 방은 창과 문이 있어 빛이 들어오고 사람이 들어온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극과 극으로 대치되는 무술이어서인지 곽정이 쌍수호박으로 항룡십팔장과 공명권을 구사해서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작 곽정이 고수가 된 신조협려쯤 돼서는 그런 모습을 안 보여준다. 아예 쌍수호박도 사용하는 장면이 거의 안 나오니...

왕중양은 주백통이 도사를 할 사람은 아니라고 여겼고 주백통 자신도 무공을 밥 먹기보다 좋아할 뿐 딱히 도가의 가르침에 정통한 것은 아니었으나.... 결국 주백통이 독창해 낸 무공이 전진파의 여느 무공들보다 더욱 도가의 가르침에 깊이 닿아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만한 소재이다. 도는 공부하면 안 되니까 도란다 사람이 갇혀서 면벽수행을 하면 자동으로 도인이 된다

또한 16구결은 모든 구절이 ㅇ발음으로 끝나는 게 특징으로 공몽동송(空朦洞松), 풍통용몽(風通容朦), 충궁중롱(沖窮中弄), 동용궁충(童庸弓蟲)이다. 여기서 송(松)은 상대의 요해를 향해 공격한다는 뜻이고, 충(蟲)은 몸을 벌레와 같이 유연하게, 몽(朦)은 권의 초식을 모호하게 한다는 뜻이다.

무공의 특성을 보면 알겠지만, 이 권법에 통달하면 상대의 강맹한 힘을 헛치게 만들어 자신의 몸을 유리하게 지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사조영웅전에서 주백통과 의형제를 맺고 이 권법을 전수받은 곽정은 이후 강적들과의 싸움에서 이 권법 덕분에 최소한 수비는 할 수 있었다. 자신은 수비만 하고 있을 뿐인데 상대나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이 녀석이 어느 새 이렇게 강해졌지?'하고 흠칫하게 만드는 놀라운 무공. 신조협려에서는 절기 용상반야공을 연성해낸 뒤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금륜법왕에 맞서 주백통이 사용, 십여 년에 걸친 절치부심의 성과인 용상반야공의 공격을 와해시킴으로써 금륜법왕의 기를 꺾어버리기도 했다! 굳이 공명권이 방어용 무술이라기보다 그 유(柔)적인 특성 때문에 강(剛)으로 나오는 상대가 헛심을 쓰게 만드는 결과가 유발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외공 위주의 강한 공력을 쌓은 홍칠공이 공명권의 요지를 전해 듣고 과연 주백통은 기인이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1] 같은 외가 무공을 구사하는 사제 관계라지만 홍칠공은 강맹한 외공 외에도 소요유, 연청권 등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이런저런 무공들도 수십 가지는 구사할 수 있고 곽정보다 머리도 잘 돌아가는데다 이미 경지에 오른 대종사였다. 반면 곽정은 원래 머리가 나빠서 마옥에게 내공심법을 전수받기 전까지는 강남육괴의 무공들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쩔쩔맬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