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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학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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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굽을 배울 언덕 [1]
1. 개요2. 유래3. 용례4. 기타

1. 개요

『사기』 유림열전 원고생편에서 유래한 고사성어. 원문은 "曲學以阿世"로 "세상에 영합(아첨)함으로써 학문을 굽히는 것"을 뜻한다.

2. 유래

今上初即位, 複以賢良徴固. 諸諛儒多疾毀固, 曰「固老」, 罷帰之. 時固已九十餘矣. 固之徴也, 薛人公孫弘亦徴, 側目而視固. 固曰:「公孫子, 務正學以言, 無曲學阿世!」

무제는 즉위 초기에 원고생을 불러 다시 현량[2]을 시켰다. 모든 아첨하는 유생들이 원고생을 많이 시기하여 헐뜯으면서 "원고생은 늙었다" 고 말하니 파면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때 그의 나이는 이미 구십여 세였다. (무제가) 원고생을 불러들였을 때, 설(薛) 출신의 공손홍도 불렀는데, (공손홍이) 곁눈질[3]로 원고생을 바라보자 원고생이 말했다. "공손 선생. 말로써 바른 학문에 힘써야 하며, 세상에 영합함으로써 학문을 굽히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사기』 유림열전: 원고생
원고생(轅固生)(? ~ ?)이라는 성품이 강직하고 뛰어난 학자가 있었다. 한경제 때 벼슬을 살았는데, 경제의 어머니 효문황후와의 일화에서 보이듯 옳다고 생각한 것을 굽히지 않는 성품이었다. 그로 인해 효문황후에게 벌을 받지만, 나중에 경제가 그를 다시 청하왕의 태부로 임명해 소임을 다했다. 그 뒤 병이 들어 관직에서 물러나 산동으로 돌아갔다.

경제가 죽고 무제가 즉위하자, 무제는 원고생을 다시 불러내어 벼슬을 줬다. 이때 원고생과 함께, 같은 산동 출신의 공손홍이라는 젊은 학자도 기용되었다. 둘이 만난 자리에서 공손홍이 원고생을 어려워하며 눈치를 보자, 원고생이 이렇게 꾸짖었다. "공손 선생. 말로써 바른 학문에 힘써야 하며, 세상에 영합(아첨)함으로써 학문을 굽히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훗날 공손홍은 무제의 총애를 받아 평민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승상이 되는데, 벼슬하는 동안 공손홍은 검약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유학자로서는 황제에게 직언을 내뱉는 일이 거의 없었으니[4] 이를 미리 파악한 원고생의 안목이 제법 정확하다고 할 것이다.

3. 용례

흔히 출세나 권력욕에 눈이 먼 지식인을 비판하는 데 쓰이거나 허황된 학설로 세상을 현혹시키려 하는 자들을 비판할 때 쓰인다. 지식이 많은데 나쁜 쪽에 쓰는 인물이라면 전부 해당된다.

곡학아세하는 지식인을 부르는 단어로는 어용학자가 있다. 비슷한 의미의 콩글리시폴리페서라는 단어도 있는데, 어용교수라는 비난의 의미도 있지만 중립적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하려는 교수를 의미하기도 하므로 곡학아세에 정확히 어울리는 용어는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교수 개개인이 정치 부문에 적극 참여하려는[5] 동기가 '학자로서의 전문 지식, 소신을 현실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권력이나 직위(예: 장관, 국회의원)를 얻기 위함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후자에 더 가깝다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부정적' 의미에서의 폴리페서임에 분명하다. 폴리페서라는 개념 자체에 진영논리가 끼어들 여지도 많아서 조금 더 신중하게 보아야 한다. 정말 전자에 속하는 학자라고 해도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진영의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에 참여하는 목적이 권력, 명예 등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도 학술적으로 보면 그다지 옳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은 지나친 정치순수주의에 치우친 유교적, 대중적 상식의 반영에 가깝다.

미국인의 무식함반지성주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한다. 터스키기 매독 생체실험 사건 등 실체화된 음모론 등의 문제와 함께 미국에서 통하는 상식에 어긋나는 통념들 상당수가 미국내 협회들의 강력한 로비와 매수된 곡학아세로 만들어진 것이다.

4. 기타

원고생은 사실 극렬 도가 빠였던 효문황후가 그를 불러 '노자'의 어떤 부분에 관해 질문하자, 극렬 유가였던 원고생이 "그딴 건 노예나 종년이나 좋아하는 거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데 효문황후는 궁중 무수리 출신이었다. 어찌보면 정말 종년 출신인 효문황후에게 이딴 소리를 했으니...

효문황후는 원고생을 칼 한 자루만 쥐어주고 사나운 멧돼지와 대결하게 했는데 그가 엄청난 노령인 걸 감안하면 그냥 나가 죽으라고 한 셈이다. 이 일을 전해 들은 경제가 특별히 예리한 보검을 원고생에게 주도록 조치해 멧돼지를 잡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경제는 자식된 도리로써 어머니에게 종년 운운하며 제대로 도발한 사람을 용서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원고생이 공손홍에게 말한 곡학은 '도가'를 비롯한 유가 이념에서 벗어난 학문들을 뜻하며, 특히 한나라 초기 지도이념의 위치를 두고 도가와 경쟁했던 유가의 입장이 투영된 말일 수도 있는 것.

어찌 보면 무지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말에 대한 안티테제로 볼 수 있다. 다른 면에서 보면 극과 극이 통하는 사례로도 볼 수 있고...

곡학아세와 비슷한 사자성어로는 혹세무민이 있다. 단, 차이점이 혹세무민은 "지식이 부족한 대중을 선동하고 현혹"할 때 쓰이고 곡학아세는 "기득권층이나 세상에 대해 아첨하는 것처럼 출세에 눈이 먼 경우"를 뜻한다.

악당/캐릭터/지능형 문서에 서술된 캐릭터의 상당수가 곡학아세에 해당한다.


[1] 여기서는 언덕이 아닌 "알랑거리다, 영합하다(迎合)"는 의미다.[2] 벼슬 이름.[3] 측목(側目): 곁눈질. 무섭고 두려워서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을 말함.[4] 유학자들이 모여 황제에 반대하는 의견을 취합해 공손홍이 말하기로 약속한 바 있었는데, 막상 황제 앞에서 공손홍이 이를 말하지 않자 유학자들이 분노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5] 예컨대 개인 발언, 연구물을 통해 특정 정치 현안에 대하여 명시적인 주장을 제시하거나, 정부 및 정당 주도의 자문, 입안 활동에 동참하는 등의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