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절의 개폐 | |
개음절 | 폐음절 |
1. 개요
開音節 / Open syllable언어학 용어로 음절을 구분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하나의 음절에는 자음은 여러개가 들어갈 수 있으나 모음의 경우는 딱 한번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음절을 나눌때 가장 기초가 되는 단위는 모음이 되며 모음 하나에 전후 자음 n개가 포함되어 1음절을 이루게 된다. 이중 개음절은 음절의 끝이 모음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아 = /a/ (모음)
- 나 = /na/ (자음+모음)
- 영단어 tree의 음절 = /tɹʷi:/ (자음+자음+모음)
음절을 C, V 등의 기호[1]로 나타낼 때, 개음절은 V, CV, CCV 등 C(n)[2]V 형태로 표현된다.
2. 특징
음절 수가 폐음절에 비해 적어 음절 문자가 발달될 수 있다.동음이의어·다의어가 많다. 링크
랩하듯이 빠르게 말하는 데 유리한데, 그렇다 보니 템포가 빠른 곡이 정착하기 쉽다는 말이 있다. 반면에 폐음절 언어는 제아무리 각종 음운 현상이 발음을 돕는다 한들 개음절 언어에 비하면 폐음절 쓰임이 훨씬 많아서 템포가 높으면 노래를 부르기 힘들어진다. 또한 리듬 게임에서 개음절 언어곡의 고레벨 채보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며, 동시에 폐음절 언어곡의 고레벨 채보가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BPM 자체와 입으로 노래하는 속도는 별 관련 없다. 정작 한국어 역시도 표기상으론 폐음절이 많아 보이나 실질 발음상으로는 그다지 폐음절이 많지도 않다.[3] 어차피 연음 현상으로 완화되는 건 덤. 표준 중국어도 대표적인 개음절 언어인데, 과연 중국 노래는 스피드코어 수준의 노래가 많을까? 또한 인도유럽어족 로망스어군 언어들 역시 개음절 위주인데, 그렇다면 라틴 음악의 템포는 200bpm이상으로 빠를까? 또한 결정적으로 한국어 화자와 일어 화자간 말하는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근거는 없고 개인차가 훨씬 큰 부분이다. 자세한 건 문서 참고.
외국의 폐음절 어말 자음에 모음을 삽입하여 새로운 음절을 만드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이런 언어구조에 익숙하기에 개음절 언어를 쓰는 사람들은 외국어를 할 때도, 자음으로 끝나는 단어 어미에 무의식적으로 모음을 끼워 발음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면 영어 school을 '스쿨르', truck을 '트럭크', stop을 '스토프'로 발음하는 식이다. 브라질 포르투갈어에선“i”모음을 삽입한다. King Kong /낑기 꽁기/. 폐음절이 극단적으로 적은 일본어는 이런 현상의 끝판왕. 어말 자음뿐만이 아니라 어중 자음(군)에도 모음을 붙인다. 스쿠루 토락쿠 스따뿌 등. 하지만 이런 현상은 개음절 언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Print /ㅍ + ㅡ린ㅌ + ㅡ/, Kirk /커ㅋ+ㅡ/ 의 예와 같이 한국어도 어말에 자음군이 오는 경우에 "ㅡ" 모음을 삽입하는 경향이 있으며, 어말에만 국한되지 않고 어중, 어두에서도, 모음을 붙인다. 그 정도가 일본어에 비해 덜한 편이다.
3. 개음절이 많은 언어
대체적으로 기후가 덥거나 습한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들에서 개음절이 우세한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이 말을 하게 되면 입이 열려 체내의 열기와 습기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와 수분의 유출을 막기 위해 최대한 발음의 길이를 줄이게 되는데, 덥고 습한 지역에서는 이렇게 할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음절이 우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어 관화 계열[4](표준 중국어), 우랄어족, 퉁구스어족 등의 일부 예외들을 제외하면, 일본어족,[5] 드라비다어족, 니제르콩고어족,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 등은 온난하고 습한 지역에서 쓰이는 언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어의 경우 일반적인 단어들에서는 폐음절이 제법 많지만[6] 조사 등의 경우 대부분 개음절이기 때문에 폐음절 언어와 개음절 언어의 중간에 위치한 것[7]으로 볼 수 있다.개음절이 특히 많은 언어로 일본어가 꼽힌다. 글자로 보자면 적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발음으로 할 수 있다. ん은 -m, -n, -ng가 있고 っ는 -p, -k, -t, -s로 발음이 가능하다. 다만 일본어에서 폐음절의 역할을 해주는 っ(촉음)나 ん(발음) 등은 모두 한자음을 재구성하거나 음운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들여온 것이지 그 이전에는 폐음절이 아예 없었다.[8]
중국어 중 관화 계열(표준 중국어 등) 역시 개음절이 많고 폐음절이 극단적으로 적은 언어로 손꼽힌다. 현대 한국 한자음과 베트남 한자음에서 폐음절로 발음되는 단어가 많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당송시대 이전 황하 이북의 중국어에는 폐음절이 꽤 많았지만, 폐음절을 발음하지 못하는 퉁구스계 이민족에게 지배당하면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9] 광동어나 상해어, 객가어 등 중국 남부 방언에는 폐음절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남중국 지역 방언이 중국 고대 한자음을 잘 보존하였다는 근거로도 쓰인다.
이외에도 마오리어 같은 오스트로네시아어족[10] 중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의 대양어군(Oceanic)이나 스와힐리어 등 니제르콩고어족의 반투어군, 인도유럽어족의 라틴어와 그 후손들인 이탈리아어[11] 등 로망스어군 언어들에 개음절이 많고 폐음절이 극단적으로 적다. 이 중에선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의 대양어군에 속하는 하와이어나 마오리어 같이 폐음절이 존재하지 않는 언어도 몇 개 있다. 핀란드어는 모음 부분에 폐음절이 거의 없어서 bank가 pankki가 된다.
인공어 중에서는 도기보나가 가장 유명한 개음절 언어이다. 폐음절은 (C)Vn밖에 없다.
[1] 각각 자음(consonant), 모음(vowel)이다.[2] n은 0 이상의 정수[3] 궁그마면 바름 그대로 그를 써보자. 비으믈 제외하면 폐음저리 그러케 마는가? (번역: 궁금하면 발음 그대로 글을 써보자. 비음을 제외하면 폐음절이 그렇게 많은가?)[4] 후술하듯이 퉁구스어족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5] 가고시마벤과 일본어족 류큐어파의 미야코어를 사용하는 지역은 일본에서도 남쪽에 있어 기후가 덥고 습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이들 언어들에 폐음절이 있는 반례가 있다. 다만 이들 언어는 일본어가 과거에 중국 한자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폐음절이 생길 때 같이 생겼다가 현대에까지도 변화가 없는 사례이다.[6] 음절 구성에서 폐음절이 1,758개로 음절 총수의 84.2%를 차지한다.[7] 이 때문에 고대 한국어가 개음절 언어였는지 폐음절 언어였는지 논쟁이 있다. 링크. '서정범(1987), 「國語의 祖語와 中國語祖語와의 比較硏究(국어의 조어와 중국어조어와의 비교연구)」,『語文論』, 1987'은 고대 한국어가 개음절 언어라고 주장했지만 상고한어의 폐음절을 잘 보존하기 때문에 그 주장에 회의적이다.[8] 아이누어는 일본어에 비해 폐음절이 많아서 아이누어를 쓰기 위한 특수 가나가 따로 있다.[9] 실제로 거의 모든 퉁구스어족에 속하는 언어들에서 현대 일본어나 니제르콩고어족의 언어들과 같이 비음으로 끝나는 음절을 제외하면 개음절의 양상을 띤다.[10]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대 오스트로네시아계 언어들이 현대의 주요 오스트로네시아어족 계통의 언어들과는 다르게 폐음절이 많았다고 추정된다. 당장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원형에 가까운 타갈로그어나 마인어 등을 보면 폐음절이 의외로 흔하며, 대만 원주민의 하나인 파제흐족이 쓰는 언어는 현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 속하는 대부분의 언어들과는 다르게 극단적인 폐음절성을 띠는데 심지어 여러 개의 자음으로 이루어진 자음군까지 존재한다.[11] 외래어 등과 같이 아주 특별한 경우들을 제외하면 예외없이 개음절성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