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고재종의 시. 감으로 형상화되는 이별 후의 내적 성숙을 아름답게 노래하는 시이다.2. 본문
감나무 그늘 아래 고재종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 아까는 오색딱다구리가 따다다닥 찍고 가더니 봐 봐, 시방은 청설모가 쪼르르 타고 내려오네. 사랑이 끝났기로서니 그리움마저 사라지랴, 그 그리움 날로 자라면 주먹송이처럼 커 갈 땡감들. 때론 머리 위로 흰 구름 이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 맞아 보게. 이별까지 나눈 마당에 기다림은 웬 것이랴만, 감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그래 그래, 밤이면 잠 뒤척여 산이 우는 소리도 들어 보고 새벽이면 퍼뜩 깨어나 계곡 물소리도 들어 보게. 그 기다림 날로 익으니 서러움까지 익어선 저 짙푸른 감들, 마침내 형형 등불을 밝힐 것이라면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