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加速主義 / Accelerationism가속주의는 특정한 사회적 상황 또는 경제 체제의 가속적 경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속에 동참하자는 주의다. 그러나 가속주의는 수용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과거의 여러 정치철학적 경향들과 접목되는 과정에서, 현 체제를 극복하거나 변화시키기 위해서 시스템을 시스템이 '내재한 모순과 결함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의미도 갖게 됐다. 가속주의는 통일된 이념 체계가 아니며 크게 좌파 가속주의와 우파 가속주의로 나뉘지만, ㅁ/Acc 형태로 ㅁ자리에 온갖 알파벳이 들어가며 들 이상의 다양한 가속주의 입장이 존재한다. 이론 특성상 기술적 특이점과 포스트휴먼 담론과도 깊은 연관을 가지며 자본주의에 대해 논의한 철학자들, 특히 프랑스의 후기 구조주의자들의 영향이 막대한 영역이다.
2. 역사
가속주의라는 단어는 작가 로저 젤라즈니의 1967년작 <Lord of Light>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1] 오늘날 통용되는 의미의 가속주의는 2010년 비평 이론 교수이자 작가인 벤야민 노이스(Benjamin Noys)가 저서 <The Persistence of the Negative>에서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장 보드리야르와 같은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논한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 철학자들을 설명하고자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가속주의의 기본적인 사상과 개념의 틀을 잡은 것은 영국의 철학자[2] 닉 랜드와 영국 워릭 대학교의 비공식적 연구 집단인 CCRU(The Cybernetic Culture Research Unit)이다. CCRU는 당시 워릭 대학교 철학과 강사였던 닉 랜드를 중심으로 마크 피셔[3], 사이먼 레이놀즈, 세이디 플랜트, 레자 네가레스타니, 레이 브라시에 등의 비평가와 철학자들이 모여 20세기 대륙 철학을 바탕으로 사이버펑크, 위어드 픽션 같은 장르 문학, 밀교, 수비학 등의 요소들을 섞은 추상적인 사유를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실험적인 문화 이론 집단이었다. CCRU의 사상적 원천은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의 저서인 <안티-오이디푸스>(1972)와 <천 개의 고원>(1980)이었으며, 이외에도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윌리엄 깁슨, 윌리엄 S. 버로스 등의 문학과 비판이론, 정신분석학, 인류학의 텍스트를 주제로 삼았다.
3. 사상
3.1. 좌파 가속주의
Left-wing accelerationism(L/Acc)공평하고 공정한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겠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현 시점의 주된 경제 체제 = 자본주의를 자멸시키려 드는 사상. 이들은 기존 모순을 해결하는 대신 역으로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측면과 불평등, 착취 등 자본주의의 모순을 가속화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종말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4]
좌파 가속주의자들 중에는 극좌/마르크스주의자들도 있는데 정통적인 마르크스 이론은 (레닌주의 등 변형과 달리)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해 모순이 폭발해야 혁명을 통해 그 다음 사회주의로 이행된다고 보기 때문이다.[5]
3.2. 우파 가속주의
Right-wing accelerationism(R/Acc)좌파 가속주의와는 정 반대로 미래에 대한 자유지상주의적(libertarian) 또는 권위주의적(authoritarian) 비전을 촉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자본주의의 특정 측면(기술 발전의 가속화 등)를 옹호한다. 이들은 자본주의와 기술을 사회를 형성하는 강력한 도구로 보고, 변형에 따라 개인의 자유나 국가 통제를 강조한다.
우파 가속주의자들 중에는 인종 문제 등 정체성 갈등을 가속화시켜서 다수자들이 소수자들을 찍어누르는 사회를 옹호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은 극우/네오파시즘 성향으로 분류된다.
4. 매체에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Hearts of Iron IV의 대체역사 모드인 레드 플러드에서 가속주의에서 이름을 따온 미래주의의 분파가 등장하는데[6] 이름만 따온 것이고 내용은 별 관련이 없다고 한다. 무언가를 가속, 촉진하려는 점(특히 우파적인 경우 기술발전을)에서는 현실의 가속주의와 골자가 비슷하지만 핵심(이자 가속주의와의 차별점)은 공산주의 혁명이 실패하고 파시즘은 태동조차 하지 않은 시대에서 (미완성된) 모더니즘을 대안으로 주장하며, 모더니즘적 전환을 극한으로 추구하려 하는 사상이라는 것이다.[1] 과학 기술을 독점해서 신 행세를 하는 1세대인들에 맞서 기술을 해방시켜 인류를 해방시키려는 세력을 뜻한다.[2] 현재는 신반동주의 운동의 선두주자 중 한 명으로 대안 우파 성향의 철학자로 유명하지만 CCRU에서 활동했을 당시의 그의 사상에 영향을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철학자들이 대부분 좌파 성향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CCRU에 속했던 마크 피셔와 같은 철학자들은 좌파 성향이 강하다는 점 때문에 처음부터 극우 사상가였는지에 관한 학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적어도 CCRU를 창단했을 때만큼은 극좌였지만 암흑 계몽주의를 내고 신반동주의적인 성향을 띄기 시작하면서 2000년대 이후 대안 우파가 되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3] 랜드와 반대로 좌파 가속주의의 대표주자이다.[4] 역선택의 개념으로 보수 중에서는 극우를 지지(?)하고 온건, 중도, 합리적 인물의 경질에 대하여 대중적인 반응(안타까움 등)과 달리 '자본주의 체제의 필연성'이라며 내심 예상했다는 듯 냉소한다. '막장의 밑바닥까지 떨어져봐야 비로소 체제 자체에 대한 회의감과 반감이 들어 각성하게 된다'는 게 좌파 가속주의의 논리.[5] 본래 마르크스는 봉건주의→자본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 순으로 나아간다고 보았다. 레닌주의는 정통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는 수정주의인데, 아직 완전히 자본주의가 자리잡지 못한 봉건적 사회인 러시아를 곧바로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로 뒤집어버렸기 때문이다.[6] 한국에서는 '촉진주의'로 번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