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 SE-8001
국립중앙과학관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소장본 개인용 컴퓨터 SE-8001 이야기
1. 개요
대한민국에서 제작된 국내 최초의 상용 개인용 컴퓨터[1] 제품이다.2020년 1월 30일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되었다.#
2. 상세
1981년 1월 삼보컴퓨터에서 제조했다. 일본 SHARP사의 MZ-80 K/C 기종 복제품인 8비트 기종으로, 이후의 관점으로 보면 텔레비전에 타자기가 붙어있는 듯한 전혀 컴퓨터스럽지 않은 형태이겠지만 당시에는 저런 외형의 PC가 외국에서도 주류였다. [2] 외견이나 CPU 1MHz 라는 스펙을 봐도 동시대 컴퓨터인 IBM-5150(인텔 8088 4.77Mhz)에 비해 딸렸고, 1977년에 나온 애플 II 수준에나 맞춰줄 정도다.[3] 초기에는 대량생산을 위한 금형 등도 완비되지 않아서 키보드도 지금과 같은 형태의 키보드가 아닌 키 하나하나가 버튼스위치인 키를 직접 납땜해서 붙였을 정도였다.같은 해인 1981년 11월 1일에는 캐나다에 수출되기도 했지만 대량생산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당시 한국에 컴퓨터를 사용할만한 산업 자체가 그다지 없었고, 가정용으로 쓰긴 너무 비쌌다.[4] 바로 1년 후인 1982년 삼보의 본격 양산기종이며 가격도 40만원대로 떨어진 애플 II 호환기종인 Trigem 20이 나오면서 당연히 잊혔다.
어쨌건 한국에서 최초로 어느 정도 대량생산으로 상용화된 PC라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 기종이다.
참고로 한국 최초의 PC라고는 볼 수 없다. 동시대 외국의 PC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복제하여 소량 제작하는 공방은 세운상가에 꽤 많았고 이들 중 어느 누가 제일 먼저 만들었나는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Altair 8800[5]처럼 조립 키트 형식의 PC는[6] 그 이전부터 여러 곳에서 나왔고 CP/M 기반의 풀사이즈 키보드를 장착한 완제품 PC도 이미 1981년이면 여기저기서 만들고 있었을 때이다.[7]
아래 왼쪽은 월간 전자과학 1981년 6월호에 나온 SE-8001 광고.[8] 오른쪽은 바로 그 다음페이지에 있었던 타 업체의 각종 키트형식 및 완제품 PC 광고이다. 이것 말고도 같은 잡지에만 해외 완제품 PC 수입상 및 이러한 조립키트형 PC 광고가 몇 개 더 있다.[9]
[1] 컴퓨터는 개인용 컴퓨터(PC) 이전에도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컴퓨터는 1960년대 초 한양대학교 이만영 교수가 만들었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상용 컴퓨터는 1970년대 초반에 나왔다.[2] 80년대 당시의 8비트 컴퓨터는 거의 대부분 본체와 키보드가 일체형이였고 전용 컬러 모니터가 비쌌기 때문에 주로 모노크롬 모니터(사진속의 모니터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서 제조한 12인치 그린모니터로 TV 금형을 재활용하여 만든 것으로 보인다. 우 하부의 스피커 틀이 존재하나 실제 스피커는 탑재되지 아니하였다. 애플 II 등은 본체 내에 내장스피커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를 사용했는데, 컬러 모니터 대신에 TV 안테나 단자를 이용해 연결할 수 있도록 외장 RF 컨버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SE-8001이 당시 기준으로는 별다르게 컴퓨터스럽지 않은 외양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키보드가 분리된 컴퓨터 디자인은 과거 대형컴퓨터의 터미널이나 IBM PC 및 호환기종(즉 현재의 PC)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3] 그런데 삼보에서 이 기종을 출시할 당시 샤프의 MZ-80은 MZ-80/B라는 업그레이드 모델이 팔리고 있었다.[4] 가격이 1000만원이라는 설이 있으나 이는 도시전설이거나 공장건설 같은 제조원가 전체를 생산대수로 나눠서 나온 수치로 보인다. 1981년의 1000만원은 소비자물가지수에 의한 화폐가치 계산으로는 2023년 환산 4441만원에 해당된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되었을 무렵 최고연봉인 선수의 연봉이 2400만원이였다. 참고로 삼보컴퓨터 항목에 적혀있는 창업 자본금이 1000만원이다. 컴퓨터 1대 팔아서 자본금 충당? 애초에 말이 안 된다는 결정적 증거다. 여담으로 당대 세운상가제 마이컴 키트의 가격도 그리 높지 않았다. 또한 대치 은마아파트 분양가조차 2000만 원밖에 안 했다! 당시 삼보 측은 "국내 공급 가격은 같은 종류의 수입품보다 20% 이상 저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5]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6] 한국에서는 미국산 Altair 8800보다는 일본 히타치나 NEC의 TK-80계열이 대세였다. 참고로 이 컴퓨터는 모니터나 OS 없이 기계어로 된 프로그램 수행결과 등을 7-seg LED 등에 표시하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별도의 터미널 콘솔을 연결하면 편하게 사용할수는 있었다.[7] 월간 전자과학이나 월간 라디오와 모형 등 1980년대 초반 전자계통 잡지를 보면 이들 컴퓨터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광고를 할 정도라면 실험실에서 실험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적어도 판매하려고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8] 회사 명칭이 삼보컴퓨터가 아닌 삼보전자engineering으로 되어 있으며 주소 또한 세운상가 인근인 중구 쌍림동이다.[9] 즉 1981년 즈음이면 이미 일렉트로닉스 매니아들 사이에서 PC가 널리 소개되었던 시기라는 것. 참고로 오른쪽 타 업체 PC광고의 제품들은 대부분 일본 히타치의 것들이다.